[스타트업 리포트] '피부관리의 네이버' 여신티켓 만든 손승우 패스트레인 대표
나이와 사는 곳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젊어지기를 원한다. 그런 사람들이 우선 찾는 앱이 있다. 바로 피부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여신티켓'이다.
2017년 등장한 여신티켓은 전국에 산재한 1만5,000개 피부과 가운데 4,300개 병원 정보를 담고 있다. 이 곳에서 각종 피부 관리 시술과 치료 내용, 시술비 정보를 검색하고 사전 예약까지 할 수 있다.
덕분에 여신티켓은 앱 내려받기 횟수가 누적 120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용자 숫자도 28만명에 이른다. 여신티켓을 만든 주인공은 신생기업(스타트업) 패스트레인의 손승우(34) 대표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패스트레인을 찾아 손 대표가 피부 관리에 빠진 이유를 들어 봤다.
손승우 패스트레인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피부 관리의 대표적 플랫폼으로 떠오른 '여신티켓'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가격 변동 없고 ‘노 쇼’ 없는 예약]
여신티켓은 피부과 시술 정보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피부 관리를 받고 싶을 때 이 앱에 접속하면 시술 종류와 효과, 가격 정보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원들과 소프트웨어 로봇이 전국 1만5,000개 피부과 가운데 4,300곳의 정보를 취합해 제공해요. 병원도 홍보가 되니 정보를 먼저 알려주기도 해요."
가장 큰 장점은 사전 결제로 가격 변동성을 줄인 것이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알아보고 병원에 가면 가격이 바뀌거나 새로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여신티켓에서는 인터넷으로 사전 결제를 하고 병원에 가기 때문에 가격이 달라질 염려가 없죠."
사전 결제는 진료 예약의 '노쇼'(no-show)를 막아줘 이용자와 병원에게 이익이다. 원래 피부 시술은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가 종종 발생한다. "자체 조사 결과 피부과 노쇼율이 30% 이상이에요. 병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죠."
일부 병원은 노쇼를 예상해 아예 중복 예약을 받는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1시간씩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터넷으로 사전 결제를 하면 노쇼를 할 수 없죠. 예약과 사전 결제를 통해 노쇼율을 5% 미만으로 줄였어요. 이용자도 편하고 병원도 효율적 경영이 가능하죠."
[솔직한 이용자 후기와 피부 보상보험 무상 제공]
더불어 병원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실제 병원을 다녀간 이용자들의 진솔한 후기를 제공한다. "앱으로 결제한 내역이 있어야 후기를 쓸 수 있어요. 직접 병원을 방문해서 결제하면 후기를 쓸 때 영수증을 첨부하는 인증 절차를 밟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솔직해요. 병원에서 아쉬운 점과 부족한 부분 등을 그대로 올리죠."
이용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피부 보상보험도 도입했다. "앱을 통해 예약한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일부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맞춤형 보험을 현대해상과 손잡고 만들었어요."
보험 가입은 무료다. 비용 일체를 패스트레인에서 부담한다. "보상비는 20만 원으로 책정돼 있어요. 손해율을 계속 다시 책정하며 보상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해야죠."
패스트레인에서 '여신티켓' 앱을 통해 제공하는 전국 피부과 병원 지도. 패스트레인 제공
[20, 30대 여성이 주로 이용…수염 제모하는 남성도 늘어]
이용자들은 주로 20, 30대 여성들이다. "성형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고 피부 관리는 20대 중반 이후가 많아요. 20대 중반부터 30대 여성이 전체 이용자의 80%를 차지해요. 주름이 늘고 피부 색소가 생기는 나이죠."
60대 이상 부모들을 위해 자녀들이 대신 결제하는 효도 시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추세가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효도 관광이 어려워 효도 미용이 대안으로 떠올랐어요. 자녀들이 60대 부모들에게 점빼기나 피부 주름을 펴주는 리프팅 등을 해주죠."
20, 30대 남성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남성들은 눈썹 문신과 면도하는 게 귀찮아서 수염 제모를 많이 해요. 레이저를 이용한 수염 제모는 5~10회 받는데 회당 2만, 3만원씩 들어요. 그렇다고 수염이 아주 없어지지 않고 5년 지나면 다시 자라죠."
[AI 이용한 피부 분석 시스템 개발 중]
이용자들의 수 많은 데이터는 여신티켓의 힘이다.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들이 어디에 관심 있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요즘은 피부에 영양 성분을 직접 주입하는 스킨 부스터가 인기에요. 스킨 부스터는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내고 영양 성분 주사제를 도포하는 방법이죠."
손 대표는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병원, 제약사와 손잡고 시술 방법과 약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들이 관심 갖는 분야의 약품, 시술 방법, 화장품 등을 개발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메가존 클라우드와 제휴를 맺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피부 분석 서비스도 공동 개발 중이다. "휴대폰으로 얼굴 사진을 찍어 앱으로 보내면 AI가 주름, 피부색소 등을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내년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 서비스가 나오면 이용자는 매일 촬영한 얼굴 사진으로 피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AI가 얼굴 상태를 분석해 변화에 따라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알려줘요. 이런 데이터를 모아서 미용의료 제품 시장 진출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손승우 패스트레인 대표는 피부과 병원 정보를 솔직하게 제공해 이용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는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여신티켓의 인기 비결로 꼽았다. 홍인기 기자
[의협 갈등 ‘살얼음판’]
여신티켓에 정보를 제공하는 4,300개 피부과 병원 가운데 800곳은 제휴 관계다. 제휴를 맺으면 여신티켓에 병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광고가 이용자에게 노출될 때마다 비용을 받는 CPM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죠. 해당 광고를 이용자가 위 아래로 훑어 보면 노출된 것으로 파악해요."
여신티켓이 받는 광고 비용은 1회 노출당 9원이다. "병원들이 한 번에 100만원 이상 광고비를 충전해 놓고 노출될 때마다 여기서 비용을 차감하는 식이죠. 제휴 병원을 지속적으로 늘려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다만 의료 광고가 의사협회와 갈등을 빚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최근 성형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플랫폼 '강남언니'와 '바비톡'이 의료광고를 둘러싸고 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은 협회를 통해 심의 받은 광고만 게재하도록 플랫폼들을 압박하고 있다. "의협과 다른 플랫폼의 갈등을 보면 살얼음판을 밟는 느낌이에요. 의협의 압박이 굉장한 부담이죠. 이런 식이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해요."
여신티켓에 광고하는 병원 중 일부도 의협의 광고 심의 요구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신생 또는 작은 병원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의협의 광고 심의 요구는 심의료를 낼 수 있는 자금력 있는 대형 병원들만 잘 나가는 시장을 만들 수 있어요. 반면 우리는 대형이든 작은 병원이든 동일한 광고 단가를 적용해요. 친절하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플랫폼 안에서 병원 규모에 관계없이 똑같은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당분간 의협을 자극하지 않도록 광고 정책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광고를 하더라도 의협을 자극하지 않도록 할인율을 표시하지 않는 등 보수적으로 해요. 할인율 표시를 원하는 병원도 있으나 시술 정가만 표시하죠."
[코로나19 이후 중국 겨냥한 의료관광 준비]
손 대표는 코로나19 이후를 겨냥한 의료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앱을 통해 피부 시술을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중국인들을 겨냥한 중국어판 여신티켓을 서비스 하기 위해 개발 중입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피부 관리 비용의 차이가 크다. "중국이 우리보다 3배 비싸요. 반면 서비스 질은 우리가 더 좋죠."
여기에 시술이 간단해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 들이기 쉽다. "성형은 며칠 걸리지만 피부 시술은 간단해서 관광차 들렸다가 하루 만에 받고 나갈 수 있어 부담이 없어요."
손 대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다.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진료 과목 1위가 성형외과, 2위가 피부과에요. 그 바람에 중국의 피부과 예약 관리 서비스인 신양, 껑메이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신양이 나스닥에 상장도 했죠."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진료비를 높게 받을 수 있어 병원들에게도 이익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수출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대학생 때 데이팅 서비스 업체 첫 창업]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손 대표는 대학 4학년때인 2012년 소셜 데이팅 앱 업체 진소를 창업했다. "실제 공간에서 수백 명이 모이는 대규모 만남 행사를 기획하는 업체였어요. GS건설, 호반건설 등 큰 회사들과 행사를 같이 했는데 돈을 잘 벌었지만 사업이 커질 것 같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손 대표는 피부 시술을 몇 번 받으며 피부과 병원들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병원에서 대기 시간이 길고 진료비 등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와 실제 내용이 많이 달랐어요. 거기에 계속 다른 상품을 추가로 권유하는 병원 상담도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죠. 마침 피부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없었어요."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찾은 아이템을 사업화하기 위해 2016년 패스트레인을 창업했다. "한동안 진소와 패스트레인을 같이 운영하다가 코로나19 확산 후 여신티켓에 집중하기 위해 진소를 접었어요."
손 대표는 여신티켓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대교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 등으로부터 35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말 IMM인베스트먼트에서 추가로 16억 원을 투자받았다. "하반기에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에요."
손 대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젊음에 대한 갈망 때문에 노화 방지(안티 에이징)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고령사회가 되며 노화 방지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국내 여성의 75%가 피부 시술 경험이 있죠. 30대를 기준으로 하면 비중이 90% 이상으로 올라가요. 그만큼 사람들이 피부에 투자를 많이 하는 시대여서 피부 관리 사업도 크게 성장할 겁니다."
*출처: 한국일보 기사(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00509040000049?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