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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애인이 아니라 커피 전문가입니다"

[CEO 인터뷰] 정신장애인 바리스타 키우는 '히즈빈스' 이민복 대표

2020. 11. 16 (월) 17:57 | 최종 업데이트 2020. 11. 17 (화) 16:38
대학 시절, 도서관 구석에 '히즈빈스'라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우연히 그 카페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알고 보니 히즈빈스는 장애인들에게 안정적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향기내는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 브랜드였다. 강연을 듣고 나서야 그 바리스타들이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연을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그들은 '전문가'다웠다.

히즈빈스는 장애인 중에서도 취업률이 가장 낮은 '정신장애인'(조현병·양극성장애·반복성 우울장애 등)의 고용 문제에 집중한다. 2019년 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한 '기업체 장애인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만여 명의 장애인 상용직 근로자 중 정신장애인은 2854명으로 1.4%에 불과하다. 2018년 고용률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장애인구의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정신장애인은 2.1%(2018년)에서 0.7%가 하락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고용'이라는 험지에서도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히즈빈스는 통계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70명 가까운 정신장애인 직원이 장기 근속 중이다. 히즈빈스의 정신장애인 직업 유지 비율(입사 후 3개월 이상 근무자 비율)은 90%가 넘는다. '국내 평균 18.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0%'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1호점인 포항 한동대점을 시작으로, 이제는 '카페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까지 진출했다. 

'장애인 고용' 중에서도 '정신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민과 접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지난 6일 히즈빈스 성수점에서 이민복 대표를 만났다. 그는 히즈빈스를 세운 임정택 대표와 함께 지난 7월부터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히즈빈스의 바리스타들. 이들의 평균 근로 기간은 무려 5년에 이른다. 사진=히즈빈스 
 
◇ 장애인 사원 고용 유지율 90%↑…'다각적 지지 시스템'이 그 비결
'향기내는사람들'을 세운 임 대표의 삶은, 대학 시절 '국제 창업 경진 대회' 이후로 달라졌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중국 학생을 만난 후, 임 대표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평소 존경하던 정숙희 교수(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들도 기회를 제공받고 꾸준한 지지가 있으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정 교수의 말에서 '장애인 고용'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

임 대표는 그 후로 사업 아이템을 고심했다. 마침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방영할 때였고 커피를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때였다. '장애인 사원에게 커피를 만들게 하자'는 생각에 '히즈빈스'를 열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 일자리는 공장에서 하는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었고, 사회와 단절된 채 노출되지 않는 형태였다. 장애인이 카페에서 일하게 되면, 고객을 만나고 사회적인 유대를 형성해 오래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임 대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90%가 넘는 히즈빈스의 장애인 고용 유지율이 그 증거다. 올해 2월에 개업한 히즈빈스 성수점의 바리스타들도 지금까지(11월 기준)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 벌써 1년 가까이 일한 셈이다. 오래된 매장들에는 7~8년을 함께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도 꽤 있다.
히즈빈스가 높은 '고용 유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장애인 근로자 1명을 7인의 지역 사회 구성원이 지지하는 '다각적 지지 시스템'의 힘이다. △카페 전문 매니저 △대학생 자원봉사자 △장애인 사회복지기관 동료 △장애인 선배 △본사 담당자 △사회복지사 △사회복지학 교수 또는 정신과 의사의 적극적 지지가 장애인 근로자들을 계속해서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시스템이다. 장애인 근로자에게 개인적 어려움이나 직무 문제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이 빠르게 도움을 주고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지 시스템과 더불어 '사회와의 유대감' 또한 히즈빈스의 바리스타들이 계속해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히즈빈스의 장애 사원은 카페라는 '열린 공간'에서 일하면서 비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다. 자신을 사회의 일원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레 자존감도 높아진다.

"장애인 사원들만 수혜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비장애인들도 소통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죠. 카페 매니저분들이 매장 관리·운영 외에, 장애 사원들을 항상 살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일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거든요. 장애인 통해서 비장애인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증거죠. 바리스타가 단골 고객에게 '하루가 어땠냐' 물어보기도 하고, '컨디션은 어떠냐'고 물으면서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히즈빈스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해 2월 개업한 히즈빈스 성수점. 보통 한 매장에 장애인 바리스타 대여섯 명과 매니저 한 명이 함께 일한다. 사진=히즈빈스
 
◇ "장애인 고용, 장애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 지지 필요"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상용직 근로자는 1400만여 명. 그 중 1.4%인 20만여 명이 장애인 근로자다. 정신장애인은 그중에서도 1.4%인 2854명이다. 1.4% 중에서 1.4%의 소수가 '정신장애인 근로자'인 셈이다. 근로자 수도 문제지만, '고용 유지 비율'이 턱없이 적다. 이민복 대표는 이같이 고용 유지가 되지 않는 현실이 '장애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요즘은 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가 저희 말고도 많이 있어요. 카페뿐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가 있죠. 장애인 중 95%가 일자리가 없다고 하니 일할 사람은 많은 셈이죠. 많은 장애인분이 실제로 일하고 싶어 하시고요. 다만 고용 유지가 안 되는 게 문제죠. 기업이 의무 고용제가 있으니 채용하긴 하는데, 적합한 일자리가 없으니까 업무 보조나 청소 같은 걸 시키거든요.

발달장애인은 일이 숙련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신장애인은 감정 기복이 심하니까 하루아침에 안 나오기도 해요. 다양한 이슈가 있는데, 기업이 이걸 해결하지 못해요.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다음부터는 채용 안 하는 거죠. 장애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 있는 지지가 없으면 쉽지 않죠. 인사담당자들이 사회복지 전문가도 아니잖아요."


히즈빈스는 이같이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에게 '장애인 고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사내카페 형태로 기업 내 카페 설립을 돕고, '위탁 운영'을 통해 장애인 고용과 교육, 사례 관리를 책임진다. 장애인을 의무 고용해야 하는 사업장이 카페를 만들어 장애인을 고용하면, 고용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카페 매출도 가져갈 수 있다. 기업은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서 추가 매출도 생기고, 장애인에게는 일자리가 생기는 '윈윈' 모델이다.

현재 히즈빈스가 운영하는 매장 16개 중 절반 정도가 이런 가맹점이다. 지금도 크고 작은 기업과 함께 카페를 만들어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담금 문제가 해결되고, 매출이 나오는 경제적 이점도 있지만, 비장애인들이 카페를 이용하면서 장애인들과 만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히즈빈스의 '다각적 지지 시스템'. 7명의 지역 사회 구성원이 1명의 장애 사원을 지지한다. 그래픽=히즈빈스 
 
◇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공간' 꿈꾸는 히즈빈스"
'정신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을까. 사실 히즈빈스 카페 안에서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고객 중에서도 바리스타가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히즈빈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능숙하게 주문을 받고 재빠르게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를 보면 그들이 장애인일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이 또한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 '장애인'이 아니라 '바리스타 전문가'로 완벽하게 교육하고 적응시키는 히즈빈스 교육 시스템의 힘이다. 교육 기간에도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활용해 장애인 바리스타의 적응을 돕는다. 올해 4월에는 '교육용 V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실제 카페에 있는 것과 같은 가상현실을 구축해 어디서나 반복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바리스타의 업무 적응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시켰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올해 7월에야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12년 동안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기업으로 승부하겠다"는 임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면 오래 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히즈빈스는 작년 2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카페 사업 매출이 회사 매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재작년에 시작한 '콜드브루'가 대표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캡슐 커피도 개발해 11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카페 사업이 쉽지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느리지만 꿋꿋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기업은 대내외에서 NGO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곳으로 취급받아요. 매출을 목표로 잡으면 '세속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초심을 잃었다거나 돈독이 올랐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 거죠. 그렇다고 '기업'을 안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 지원금 떨어지면 망하는 거예요.

NGO의 심장을 갖되, 기업의 영특함을 가져야 합니다. 지속 가능하려면 성장 곡선이 상향해야죠. 저희가 망하면 장애인 사원 일자리도 다 없어지고, 비전을 소화할 수 없게 돼요. 정신만 남는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저도 회사에 와서 이런 인식들을 깨고 있고, 깨져야 한다고 봐요."
경상북도 포항에 위치한 '히즈빈스 랩'. 사진=히즈빈스
 
'히즈빈스'가 '스타벅스'보다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이 대표는 단 하나의 차별점을 '장애인 바리스타'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사업의 차별화는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히즈빈스의 궁극적 소망은 카페를 '위로와 회복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단순히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고요. 1호점에서 일하던 바리스타분이 계시는데요. 한번은 한 학생이, 매니저가 커피를 만들려고 하니까 장애인 바리스타 선생님을 가리키면서 '저 선생님이 만들어 주시면 안 되겠냐'고 묻더래요. 그 선생님이 만들어 주는 커피가 맛있다는 말이었겠죠. 그 말을 듣고 바리스타님 마음이 어땠겠어요. 웅크리고 있던 자아가 깨어나고, 자존감이 올라간 거죠.

그날 저녁, 임 공동대표가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40여년 평생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대답했대요. 그분은 그 이후로 먹던 정신과 약도 줄였고,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계셔요. 정신장애를 고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히즈빈스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문가로 성장시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면서 서로의 삶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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