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험에서 나온 거죠. 밤 늦게까지 일하고, 끝나면 상사들하고 한잔하고. 그런 생활을 1~2년 하다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더라고요. 회사 외의 삶이 없어졌어요. 취미도 없고, 힘드니까 주말에도 무조건 쉬어야 했고… 개인적으로도, 회사에도 좋지 않은 모습이었죠."
알오아이플러스를 6년 간 이끌어 온 강성원 대표는, '오후 5시 퇴근'을 어떻게 시행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놨다. 광고업계에서 6년 넘게 일하면서 '저녁이 없는 삶'을 경험했기 때문에, 창업을 한다면 무조건 '직원들을 5시에 퇴근시키겠다'고 다짐했다는 것.
그 다짐은 창업 후, 쭉 이어져 왔다. 5시 퇴근은 모든 직원이 입을 모아 말하는 '회사의 장점'이 됐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회의실 밖에서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12월 16일 알오아이플러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 또한 시종일관 웃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알오아이플러스(ROIPLUS)는 단어의 뜻 그대로, 광고주의 '투자 대비 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을 '더해 주겠다'는 의미다. '효율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철학 아래 정한 이름이다. 강 대표 혼자 일하던 1인 기업으로 출발해, 이제는 40명이 넘는 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전역하고 바로 다음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점심을 먹는데, 밥이 너무 맛있더라고요. 두 공기를 먹었죠. 그런데 밥 두 공기 먹었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공기밥 두 공기가 가져온 그 경험이 마음에 크게 남아있어요. 직원들에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죠."
강 대표가 직원들의 '워라밸'과 '복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경험에서 비롯됐다. 지극히 '사업적'인 이유도 있다. 직원 한 명을 뽑고 성장시키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을 따졌을 때, '있는 직원에게 잘 해주는 게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데 돈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숙달된 직원 한 명이 나가면 같은 수준의 직원을 만들기 위해 더 투자해야 해요. 차라리 복지를 더 하는 게 경영자 입장에서도 이익이죠. '복지'라는 말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복지는 '시대가 변하니까 무조건 잘해줘야 한다'가 아니에요. 직원이 회사에 오래 남고,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겠어요? '까라면 까'라거나 '나때는'이 더 이상 허용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알오아이플러스 직원들. 사진=알오아이플러스
◇ "'5시 퇴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결국 '분위기'가 중요"
가장 눈에 띄는 제도는 단연 '5시 퇴근'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고, 30분의 공식 휴식 시간까지 있다 보니, 제 시간에 업무를 해내지 못해 야근하는 직원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업무 시간이 짧은만큼 '집중'을 강조하면서 시행착오를 극복해 가고 있다.
다른 복지제도를 고민할 때 '5시 퇴근'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업무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보니, 행사를 하거나 다른 복지 제도를 시행할 때 시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밖에서 보면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지만, 직원들에게 무얼 더 해 줘야 할지 고민하는 강 대표에겐 꽤 큰 고민이었다.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 회사가 첫 직장이면 안 된다고요. 실제로 어떤 직원이, 자기가 3~4개월 전에 퇴사하려고 했다면서 말해준 건데요. 퇴사를 엄청 고민했는데, 도저히 다른 회사를 다닐 엄두가 안 나더래요. 가봐야 광고회사일 텐데, 어떻게 일할지 눈에 보이더라는 거죠.
분위기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5시가 되면 직원들에게 그냥 나가라고 해요. 필요하면 광고주에게 전화해서 '내일까지 드리겠다'고 조율도 해 주는 편이에요. 광고주들도 처음에는 안 좋아했죠. 물론 나중엔 만족하죠. 결과가 잘 나오니까요."
여성 직원들이 별다른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보건 조퇴' 제도도 있다. 여성 직원들의 중지를 모아 만들었다. 여성 직원들은 한 달에 1~3회,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여성 근로자 대표에게 보고한 후, 경영관리본부만 볼 수 있는 일지를 작성한 후 퇴근하면 된다.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휴게시설. 사진=알오아이플러스
◇ "자유롭다 보니 체계 없다고 느낄 수 있다…코로나 타격 있지만 이겨낼 것"
강 대표는 잡플래닛 리뷰의 '급여가 적다'거나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공감했다. '급여'나 '체계' 같은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지점이다 보니 쉽게 반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저희가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보니 일일이 검사받거나 결재받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 입장에선 '이런 것도 결재를 안 받나'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체계가 없다고 느낄 수 있을 거고요. 회사 차가 있는데 '쓸게요'하면 쓸 수 있게 하거든요. 업무적으로 쓰겠다고 하면 믿고 넘기는 거죠. 이런 부분을 나쁘게 보면 '체계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회사 운영하면서 6년 동안, 군입대나 어쩔 수 없는 일로 그만둔 직원들 제외하고는 퇴사자가 10명도 안 되거든요. 누구는 박봉이라고 생각해도, 누구는 5시에 퇴근하면서 이 정도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부족한 회사인 거 잘 알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봉이나 체계의 문제도,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게 해야죠."
코로나19 확산 이후, 광고업계에도 큰 타격이 왔다. 알오아이플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강 대표는 "코로나 이후로 광고가 많이 줄었다. 광고주들이 광고를 안 하려고 하면 우리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매출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의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출퇴근 시간을 9시 15분부터 5시 30분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알오아이플러스는 앞으로 광고와 유통을 넘어 솔루션 사업까지 도전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매출 성장을 이뤄왔고,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면 매출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은 대면 서비스 보다 비대면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잖아요. 사람이 하던 일을 자동으로 컴퓨터가 대신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요. 그런 흐름에 맞춰서 광고주들이 직접 광고 관리와 성과를 측정 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힘든 건 모두가 마찬가지잖아요. 극복해야죠. 역경을 같이 견뎌주고 응원해 주는 직원들과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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