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하면 어떤 회사가 떠오르는가. 분위기가 자유롭고, 정시 퇴근만은 수호하는 스타트업?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공하는 대기업? 9 to 6의 대명사, 공기업?
이처럼 일반적으로 '워라밸'이라고 했을 때, 지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향토 기업'을 떠올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잡플래닛이 선정한 '2020 워라밸 실천 기업'에 선정된 23개 기업 중 수도권 외에 본사를 두고 활동하는 사기업은 단 세 곳.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경남에너지'는 이름부터 '향토 기업'의 이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경남에너지는 1972년, '경남연탄주식회사'로 창업했다. 창업한 지 48년이 되는 지금은 경상남도의 5개 시(창원·김해·거제·통영·밀양), 4개 군(함안·고성·창녕·의령)에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기초 사업인 도시가스에 더해 태양광, 바이오 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투자하며 '종합 에너지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남에너지의 잡플래닛 리뷰 총만족도는 3.8점. '업무와 삶의 균형'이 4.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현 직원들이 남긴 리뷰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 혜택", "경남 지방에서 거주하며 가계에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주기엔 이만한 직장이 없다"는 칭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남에너지는 어떤 회사이기에 이 같은 호평을 받게 됐는지, 또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전희철 인사총무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회사 전경. 사진=경남에너지
- 잡플래닛 총만족도가 3.8점으로 꽤 높은 수준이다. 전·현 직원들이 어떤 면에서 좋게 평가했다고 생각하는지.
안정적 사업 구조로 인해 다른 업종보다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 평균 근속년수가 타 업종에 비하여 높은 점 등이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지역에 한정된 사업을 하는 향토 기업인 것도 오히려 장점이다. 먼 지역 전보 발령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라, 젊은 직원들이 빨리 가정을 이루고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실제로 20~30대 직원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낮은 편이다. 이와 함께 '정시 퇴근' 문화,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로운 휴식 문화 등도 직원들이 좋게 봐주지 않았을까 싶다.
- 다양한 '워라밸' 관련 제도가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 준다면.
직원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제도는 '해외자율연수'다. 7년간 매년 서유럽, 동유럽, 미국 동·서부, 오세아니아 등으로 지역을 나누어 해외자율연수단을 선발해 왔다. 연수단은 지역별로 나뉜 조의 계획서에 따라 해외 에너지 선진 문화 탐방을 떠나고, 그 기간 도시가스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수행해야 하는 미션을 완수하게 된다.
'장기근속 리프레쉬 휴가 제도'도 있다. 오랜 기간 성실히 근무한 임직원에게 리프레쉬 휴가를 제공해, 회사에 기여한 수고를 격려하는 제도다. 근속 10년, 15년, 20년, 25년마다 넉넉한 특별 휴가와 여행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직원들의 '목돈과 노후 대비'를 돕고 있다. 주택 및 가계안정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줘서, 목돈 마련이 힘든 직장인의 결혼·이사 등 대소사에 경제적인 돌파구를 제공한다. 개인 연금 단체 가입으로 노후 생활 대비도 적극 지원한다.
매년 임직원 종합검진도 시행한다. 이 검진 결과를 토대로 소견이 있거나 관찰이 필요한 직원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 보건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전 임직원이 '4년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본인뿐 아니라 직계가족과 부모님 의료비까지 지원하며 임직원과 가족들의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 해외자율연수 제도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듯하다.
2014년 '배낭여행'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구성원 110명이 연수 대상으로 선발됐다. 매년 시무식에 해외자율연수 대상을 추첨할 때, 모든 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올해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흥미롭게 지켜본다. 그만큼 직원들의 기대와 관심이 많은 제도다. 올해 시무식에서도 해외자율연수 대상자가 선발됐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떠나지 못했다. 내년 상황을 봐야겠지만, 선발된 인원들은 연수를 계획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경남에너지는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았다. 사진=경남에너지.
- 다양한 워라밸 제도가 있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우선이다. 경남에너지의 조직문화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제도들로 인해 '휴식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 연차사용촉진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연차휴가 장려금'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연차 선사용까지 가능해서, 2019년 임직원의 연차 사용률은 오히려 100%가 넘기도 했다. '정시 퇴근 문화'로 불필요한 야근은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2018년도부터 정시 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6시 정각에 퇴근 방송이 울리면 직원들은 일제시 회사 정문을 나선다. 몰려드는 퇴근 차량 때문에 매번 교통 정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잡플래닛 리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남에너지 전현직자들은 "연차를 마음대로 사용 가능하며 휴가를 붙이면 2주 까지도 가능함",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다"고 평했다. '정시 퇴근 문화'도 마찬가지다.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좋음. 출퇴근시간 정확", "6시 땡하면 다들 곧바로 퇴근하는 분위기" 등의 평가가 보인다. 회사에 낮은 점수를 준 전 직원도 "워라밸만은 장점"이라고 썼다.
- '에너지 회사', '가스 회사' 하면 조금 딱딱할 것 같이 느껴지는데, 경남에너지는 꽤 유연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제도를 마련한 계기는 무엇인지.
가스를 다루다 보니 안전·관리 부서들은 보수적이고 딱딱한 면도 일부 있을 수 있다. 평균 연령도 높고, 남성 직원들 비율이 높고, 인원도 많다 보니 그런 경향이 있다. 사무 부서들은 분위기가 많이 자유롭다.
복지제도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다니면 회사에도 좋으니 자연스레 마련하게 됐다. 특별히 노조가 회사와 2년에 한 번씩 협상하면서 직원들 복리후생에 대해 많이 어필했다. 회사도 상생하는 차원에서 잘 받아들이고 관련 제도들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다.
- 도시가스 산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에너지의 상황은 어떤지.
정부가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보다 4배 가까이 늘리고 LNG 발전설비 확대를 골자로 한 '제9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민간 LNG 발전회사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반 도시가스 사업자에게는 직접적인 수혜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시가스 업계는 평균 기온 상승과 경기 침체, 저유가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LPG 등 경쟁 연료업체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수요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반면, 고객의 서비스 기대수준 향상이나 요금인하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산업체 생산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크게 감소하여 전국의 도시가스사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다.
- 사정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복리후생'일 수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 복지를 줄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있던 제도를 없앤 경우는 없다. 직원들에게 더 주려고 노력해야지 있던 걸 뺏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나. 임금 문제야 경기에 따라 폭이 제한되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복지는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줄이거나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 곧 2021년이다. 경남에너지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인가.
경남에너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시가스 패러다임 변화'에 초점을 맞춰 경영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보급 확대를 위해 약 270억 원을 투자하여 판매량을 늘리려고 한다. 다른 연료 선택을 고민하는 대용량 수요처를 대상으로 단가 세분화, 서비스 개선을 시행해 이용 만족도도 증진시켜려고 한다. 가스 냉방, 가스 건조기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동시에 바이오가스, 태양광 등 고효율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미래 지향적인 에너지 회사가 되는 것이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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