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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처음처럼, 참이슬 잡을까?

[전격비교] 도수내리고 얼굴 바꾼 롯데칠성vs아이유·두꺼비 굳건한 진로

2021. 03. 03 (수) 14:44 | 최종 업데이트 2021. 03. 22 (월) 10:08
"다시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처럼"

처음처럼이 알코올 도수를 16.5도로 낮췄다. 현재 시판되는 전국구 소주 제품 중 가장 낮은 도수다. 광고 모델로는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를 영입했다.

제품부터 얼굴까지 모든 것을 다 바꾼 처음처럼은 부동의 1위 참이슬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 코로나19 상황은 같은데…희비 가른 것은 '소주'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내 소주 브랜드 1, 2위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참이슬의 하이트진로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반면,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은 4년째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 2조2563억 원, 영업이익 1985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0.9%, 125% 늘었다. 2019년 적자였던 순이익은 866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2011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2580억 원, 영업이익은 972억 원, 전년대비 각각 7.1%, 9.7% 줄었다. 123억원 순손실을 냈다. 주류 부문 매출액은 6097억 원으로 전년대비 12.9% 줄었다. 원가개선 노력 등을 통해 2019년 589억 원이던 영업적자를 260억 원으로 줄인 것이 그나마 성과다.

이들의 희비를 가른 것은 '소주'다.
◇ "두꺼비·아이유가 끌어올린 테슬라…없어서 못팔아"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소주 부문 매출액은 9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90억 원 늘었다. 참이슬이 부동의 1위를 고수한 가운데, 뉴트로 감성의 진로이즈백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매출을 끌어 올렸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이룬 성과라 더 눈에 띈다. 업계는 지난해 전체 소주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3~4%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하이트진로 역시 업소용 매출은 줄었다. 하지만 '홈술족'이 늘면서 이 빈자리를 가정용 매출이 채웠다. 업계는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소주 시장 점유율 65%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지난해 모델로 돌아온 아이유와 두꺼비를 이용한 마케팅이 최근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저격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진로이즈백 출시와 함께 캐릭터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된 두꺼비는 각종 '굿즈'와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만들어지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테슬라'와 '테진아'로 불리는 '소맥'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 독주하던 소맥(소주+맥주) 시장에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가 빠르게 치고 올라온 것. 덕분에 맥주 매출까지 덩달아 올랐다. 2019년 출시된 테라는 지난해 16억 병이 넘게 팔리며 10년간 적자였던 맥주 실적을 흑자로 돌려놨다.
◇ "진짜 처음처럼 느껴지는 처음처럼…흐려지는 존재감"
롯데칠성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소주 매출액은 2333억 원으로 전년보다 20.7% 줄었다. 2019년 말,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로 낮추고, 지난해에는 래퍼 염따와 컬래버레이션한 '처음처럼 플렉스'를 선보이며 반전을 꾀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처음처럼의 존재감이 점점 흐려져 진짜 처음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점유율을 약 14%로 추산하고 있다. 2018년 추산치는 18% 수준이다.

롯데칠성 측은 "처음처럼 플렉스 등 신제품 출시, 가정 위주의 영업전략 등을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며 "제품 리뉴얼, 신제품 발매 등을 통해 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6.9도→16.5도'로 낮춘 처음처럼…공격 먹힐까?
그리고 지난 1월, 처음처럼 도수를 16.5도로 낮추며 올해 첫 공격에 나섰다. 16.9도에서 16.5도로, 0.4도가 낮아졌다. 언뜻 소주 알코올 도수 0.4도 낮춘 것이 뭐가 그리 큰 일인가 싶지만, 사실 소주 시장의 역사는 곧 도수 전쟁의 역사다.

변하는 시장의 입맛에 맞는 도수를 찾아낸 이들이 승기를 차지했다. 후발주자 처음처럼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 역시 도수 전쟁의 결과였다.

2006년 2월 세상에 나온 처음처럼은 당시 정체됐던 소주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부드러운 소주' 콘셉트의 20도 소주가 시장에 나온 것. 당시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는 21도였다. '한 병이면 취할 것을 두 병을 마셔야 취한다'는 일부 주당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처음처럼의 매출은 빠르게 늘었다.

출시 51일만에 3000만 병이 팔렸다. 참이슬이 1998년 세운 기록을 40일 앞당겼다. 처음처럼은 당시 소주와 관련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 참이슬을 향해 빠르게 올라갔다.

참이슬은 이에 맞서 그해 8월,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0도가 깨지고, 본격적인 '저도수' 경쟁이 시작됐다. 3개월 뒤인 2006년 11월,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51.1%, 처음처럼은 11.7%를 기록했다.

도수 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때는 바야흐로 2014년. 그해 2월 처음처럼은 19도의 벽마저 허물고 18도 소주를 출시했다. 참이슬은 18.5도로 내렸다. 수차례 조정 끝에, 그해 말 처음처럼은 17.5도, 참이슬은 17.8도까지 도수를 내렸다.

소주가 16도대로 내려온 것은 2019년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론칭하면서다. MZ세대 레트로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진로이즈백은 판매 두 달만에 1000만 병이 팔리며 단숨에 시장을 장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처럼과 참이슬 후레쉬 역시 16.9도가 되면서 16도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도수를 내린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12월 저도수 트렌드에 맞춰 도수를 15.5도까지 낮춘 소주 '즐겨찾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밍밍하다' '싱겁다'는 평가만 남긴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목넘김은 부드러우면서도 본질적인 쓴맛은 살려야 하는 소주의 성격을 반영하지 못한 점이 패착으로 지목됐다. 

결국 소주의 특성은 지키면서, 시대 트렌드를 적절히 담은 '맛'의 조화가 중요한 셈. 0.1도 조정 여부를 두고 업계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아이유의 참이슬 vs 제니의 처음처럼…승자는?
또 다른 대결 포인트는 광고다. 소주 시장은 광고와 모델에 따라 매출액과 인지도가 크게 달라지는 대표 업종이다. 

처음처럼 출시 초기 모델 이효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처음처럼을 참이슬에 대적하는 지금의 브랜드로 만든 것은 이효리였다. '회오리주' '효리주'를 탄생시킨 이효리가 모델이던 2007년부터 5년간 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11%에서 15%로 늘었다. 

지난해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아이유와 두꺼비가 이뤄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각각 운영하면서 각 계정에 확실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유를 활용한 참이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6만 명, 두꺼비가 '열일' 중인 진로이즈백 팔로워는 23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처음처럼 인스타 팔로워는 3만 명 수준. 처음처럼은 이에 맞서 지난 2월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를 새로운 얼굴로 세웠다. 한국인 중 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제니는 유튜브 구독자만 579만 명에 이른다. SNS에서 이미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제니를 통해 SNS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실제 처음처럼 모델로 제니가 발탁된 뒤 롯데칠성주류 유튜브 채널과 처음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제니의 CF를 기대하는 국내외 팬들의 댓글이 꾸준히 이어지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니의 처음처럼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조만간 두 회사의 광고 대결 승패가 한 번 더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vs 롯데칠성…직원 평가는?
소주 1, 2위 기업 전현직자들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잡플래닛 속 하이트진로의 평점은 5점 만점에 3.3점, 롯데칠성음료의 평점은 2.7점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복지 및 급여' 항목이 3.9점으로 경영진, 사내문화, 업무와 삶의 균형 등의 항목을 제치고 만족도 1위에 올랐다. 잡플래닛 연봉 정보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평균 연봉은 7641만 원이다.

롯데칠성의 경우, 전체 리뷰에서 특정 항목이 높은 점수를 얻지는 않았고, 5개 항목이 2.3에서 2.7의 점수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롯데칠성 역시 하이트진로와 같이 복지 및 급여가 2.7점으로 최고의 만족도를 보였다. 잡플래닛 속 롯데칠성의 평균 연봉은 4695만 원이다.

두 기업의 단점에는 모두 '군대식'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하이트진로의 리뷰에서는 '군대식 문화의 혼재', '5일 중 5일을 먹는 경우도 있는 잦은 술자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롯데칠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대식 조직문화', '여가생활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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