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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동하는 네가 힘든 이유…당연한 건 없다"
[인터뷰]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펴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021. 05. 21 (금) 17:46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6
지난 4월 30일 발간된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의 기획으로 탄생한 책이다. 파견법 시행 후 불안정한 노동 형태가 양산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모여 2002년 만든 철폐연대는, 비정규직·간접 고용 등 불안정한 노동 문제에 대응하는 단체로 꾸준히 활동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속속 만들어지던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투쟁하며 활동해 왔고, 2010년 들어서부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싸우고 발언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노동권의 확대를 위해 정책을 제안하고 발언하는 활동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법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을 꾸준히 지원해 오면서, 제도적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목표까지 발전해 온 셈이다.
이렇게 활동해 온 철폐연대가 갑자기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라는 거창한 이름(?)의 책을 내 놓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투쟁해 오는 단체들이 이와 관련한 책을 출판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교과서'라는 이름에서 엿보이는 자신감은 과연 근거가 있는 걸까.
책의 출판 계기와 주제, 최근 핫한 'MZ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 등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기획은 물론 저자로도 직접 참여한 김혜진·안명희·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을 만나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속속 만들어지던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투쟁하며 활동해 왔고, 2010년 들어서부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싸우고 발언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노동권의 확대를 위해 정책을 제안하고 발언하는 활동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법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을 꾸준히 지원해 오면서, 제도적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목표까지 발전해 온 셈이다.
이렇게 활동해 온 철폐연대가 갑자기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라는 거창한 이름(?)의 책을 내 놓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투쟁해 오는 단체들이 이와 관련한 책을 출판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교과서'라는 이름에서 엿보이는 자신감은 과연 근거가 있는 걸까.
책의 출판 계기와 주제, 최근 핫한 'MZ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 등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기획은 물론 저자로도 직접 참여한 김혜진·안명희·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을 만나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안명희, 김혜진,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어떤 책인가. 간단히 소개해 준다면.
안명희 / 우연한 계기로 교육청에서 펴낸 노동 인권 교육 자료를 살펴볼 계기가 있었다.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사용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기계적으로 동일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 내용을 보면서 '노동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동은 현장에서 어떻게 보고 누가 해석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게 우려스럽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노동 현장에 맞닿아 있으니, 철폐연대가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교과서라는 제목은 거창해 보이기도 한다. 쓰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엄진령 / 정말 '교과서'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청소년들도 노동의 개념을 익히고, 이후에 접하게 될 때도 익숙하고 불편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기본적 개념을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개념을 설명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결국 '완벽한 교과서'를 만드는 건 포기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와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관점을 대중화해서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
-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직장 내 민주주의부터 비정규직 문제, 노조 이야기, 노동법까지…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명희 / 크게 세 가지로 주제를 나눴다. 1부는 '인권'이다. '일터에서 어떻게 존엄한 존재로 일할 것인가'를 다뤘다. 2부에서는 노동할 때 꼭 알아야 하는 '임금'이나 '노동 시간', '노동 조합' 등 노동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3부는 헌법부터 노동법에 이르기까지 노동에 관련된 법과 제도 이야기다. '이건 꼭 알아야 한다'는 기준으로 주제를 선정했다.
- '노동'보다 '근로'라는 단어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노동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의도적으로 지워진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 세대도 많다.
김혜진 / 얼마 전 평택에서 한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세상은 '노동자'보다는 '젊은'에 주목했다. 대중의 분노도 '젊은'에 있었다. 그런데 왜 '노동'에는 방점이 찍히지 않았던 걸까. 아무래도 우리가 서로를 '분리된 개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동질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거다. 우리가 이걸 '노동'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건,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동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 사회 안에서 무엇을 공유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해 준다.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는 분들은, 보통 내 경험과 평택에서 일하는 분의 경험을 분리한다. 일터에서 겪는 구조적인 위험이나 문제를 '함께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견디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연결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끊임 없이 노동·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희 / 세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노동자'라든가 '노동조합'이 익숙했던 적은 사실 한번도 없었을 거다. 내가 20~30대였을 때도 당연하지 않았다. 노동이나 노동조합이 익숙하지 않은 건 시대의 특징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자꾸 노동을 이야기하는 건, 일터에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안명희 / 우연한 계기로 교육청에서 펴낸 노동 인권 교육 자료를 살펴볼 계기가 있었다.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사용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기계적으로 동일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 내용을 보면서 '노동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동은 현장에서 어떻게 보고 누가 해석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게 우려스럽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노동 현장에 맞닿아 있으니, 철폐연대가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교과서라는 제목은 거창해 보이기도 한다. 쓰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엄진령 / 정말 '교과서'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청소년들도 노동의 개념을 익히고, 이후에 접하게 될 때도 익숙하고 불편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게 기본적 개념을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개념을 설명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결국 '완벽한 교과서'를 만드는 건 포기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와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관점을 대중화해서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
-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직장 내 민주주의부터 비정규직 문제, 노조 이야기, 노동법까지…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명희 / 크게 세 가지로 주제를 나눴다. 1부는 '인권'이다. '일터에서 어떻게 존엄한 존재로 일할 것인가'를 다뤘다. 2부에서는 노동할 때 꼭 알아야 하는 '임금'이나 '노동 시간', '노동 조합' 등 노동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3부는 헌법부터 노동법에 이르기까지 노동에 관련된 법과 제도 이야기다. '이건 꼭 알아야 한다'는 기준으로 주제를 선정했다.
- '노동'보다 '근로'라는 단어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노동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의도적으로 지워진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 세대도 많다.
김혜진 / 얼마 전 평택에서 한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세상은 '노동자'보다는 '젊은'에 주목했다. 대중의 분노도 '젊은'에 있었다. 그런데 왜 '노동'에는 방점이 찍히지 않았던 걸까. 아무래도 우리가 서로를 '분리된 개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동질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거다. 우리가 이걸 '노동'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건,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동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 사회 안에서 무엇을 공유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해 준다.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는 분들은, 보통 내 경험과 평택에서 일하는 분의 경험을 분리한다. 일터에서 겪는 구조적인 위험이나 문제를 '함께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견디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노동이라는 단어가 연결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끊임 없이 노동·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희 / 세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노동자'라든가 '노동조합'이 익숙했던 적은 사실 한번도 없었을 거다. 내가 20~30대였을 때도 당연하지 않았다. 노동이나 노동조합이 익숙하지 않은 건 시대의 특징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자꾸 노동을 이야기하는 건, 일터에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언론이 MZ 노조를 다루는 방식. 기성 노조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 최근 현대차나 LG전자에서 시작된 MZ세대의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꾸준히 알려지고 있다. 더 많은 이가 노동의 가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점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그 시작 지점에 기존 노조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언론은 이들을 '기존에 없었던 존재'라는 듯 묘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어떻게 보고 있나.
혜진 / 사실 MZ세대 노조는 진작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2018년에 생긴 네이버·카카오·스마일게이트 노조 구성원들은 대부분 MZ세대 노동자들이다. 2005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대기업 사내 하청 노조들도 젊은 노동자들로 만들어졌다. 이 세대의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최근 들어 생긴 건 아니다. 아무래도 언론이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라는 특성을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까 더 특별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듯하다. 예전에는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들 자부심이 높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인 것 같다. 이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그 상황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대부분이 40대면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 거다.
명희 / 책의 기획 의도를 보면, '노동에 대한 왜곡'도 언급된다. 언론이 젊은 세대를 부각하는 방식이 그렇다. 마치 지금의 젊은 세대가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린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건 기존 노조에 대한 반발'이라는 식으로 결론지어 버린다. 같은 노동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노동이 언론을 통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면 좋겠다.
혜진 / 언론들이 노조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같은 MZ세대라고 하더라도, 회사나 상황 따라 다른 형태로 조직돼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불만이 폭발해서 집단화한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가 경쟁해서 파이 싸움을 하는 걸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라는 범주를 어떻게 넓힐 것이며,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소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집단화한 힘을 갖고자 했다면 그 방향과 폭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노조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또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지켜보는 건 모두의 과제다.
- 사실 대부분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다른 세상 이야기인 느낌이 든다.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만 생각해 봐도 굳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하고 노조는 안 어울린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혜진 / 스타트업은 특히 '창업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생각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시스템의 문제다. 노조가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는다면, 결국 견제하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요즘 스타트업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이니까 노조 없어도 된다'고 하는 순간 민주적으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견제의 힘이 떨어지는 거다. 구성원이 목소리 내는 시스템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밥 먹고 계모임하듯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꼭 불만이나 문제가 있어야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다. 노조가 투쟁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 회사에 불만은 없어도, 스타트업계 전반에 대한 연대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니까 노조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현장에서 불만 없을 때, 노조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이런 고민을 해 나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명희 / '나는 일하고 있으니까 노동자다. 그런데 회사에 문제가 있네?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 같이 해 보자!' 하면 그게 노동조합인 거다. 노동이 일상의 언어가 되어야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요즘 90년대생들은 회사가 이상하면 탈출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개인이 탈출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 온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노조일 수 있다.
- 책 속에 언급된 '일터 민주주의'는 정규직·비정규직, 사무직·특수고용직 가릴 것 없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터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진령 /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민주주의가 당연한 원리라는 건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추상적일지라도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는 통용되지 못한다. 탄핵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사회 부조리에 불만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면 다들 아무 권리가 없는 존재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에 괴리감 있어 보였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주인이 노동자라는 말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주가, 사장이 주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주주들이 자산을 투자한다고 자동으로 이익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실제로 기업은 현실의 노동이 결합될 때 움직인다. 그렇기에 기업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모든 사람이 운영에 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책에는 노동이사제나 노동자에게 주식을 분배하는 것 등 일터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대안을 제안했다. 실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있어서, 기업에서 낮은 권력의 층위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로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기업 안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희 / 임금을 잘 받는지, 근무 시간은 잘 켜지는지 이런 것뿐 아니라, 내가 일터에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있는지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괴롭다면 왜 괴로운지 알아야 한다. 회사에서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또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혜진 / 사실 MZ세대 노조는 진작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2018년에 생긴 네이버·카카오·스마일게이트 노조 구성원들은 대부분 MZ세대 노동자들이다. 2005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대기업 사내 하청 노조들도 젊은 노동자들로 만들어졌다. 이 세대의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최근 들어 생긴 건 아니다. 아무래도 언론이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라는 특성을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까 더 특별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듯하다. 예전에는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들 자부심이 높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인 것 같다. 이들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그 상황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대부분이 40대면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 거다.
명희 / 책의 기획 의도를 보면, '노동에 대한 왜곡'도 언급된다. 언론이 젊은 세대를 부각하는 방식이 그렇다. 마치 지금의 젊은 세대가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린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건 기존 노조에 대한 반발'이라는 식으로 결론지어 버린다. 같은 노동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노동이 언론을 통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면 좋겠다.
혜진 / 언론들이 노조를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같은 MZ세대라고 하더라도, 회사나 상황 따라 다른 형태로 조직돼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불만이 폭발해서 집단화한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가 경쟁해서 파이 싸움을 하는 걸 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라는 범주를 어떻게 넓힐 것이며, 우리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소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집단화한 힘을 갖고자 했다면 그 방향과 폭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노조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또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지켜보는 건 모두의 과제다.
- 사실 대부분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다른 세상 이야기인 느낌이 든다.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만 생각해 봐도 굳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하고 노조는 안 어울린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혜진 / 스타트업은 특히 '창업하는 사람들의 선의'를 생각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시스템의 문제다. 노조가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묻는다면, 결국 견제하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요즘 스타트업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이니까 노조 없어도 된다'고 하는 순간 민주적으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견제의 힘이 떨어지는 거다. 구성원이 목소리 내는 시스템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밥 먹고 계모임하듯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꼭 불만이나 문제가 있어야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다. 노조가 투쟁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 회사에 불만은 없어도, 스타트업계 전반에 대한 연대가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니까 노조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현장에서 불만 없을 때, 노조는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이런 고민을 해 나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명희 / '나는 일하고 있으니까 노동자다. 그런데 회사에 문제가 있네?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 같이 해 보자!' 하면 그게 노동조합인 거다. 노동이 일상의 언어가 되어야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요즘 90년대생들은 회사가 이상하면 탈출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개인이 탈출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 온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노조일 수 있다.
- 책 속에 언급된 '일터 민주주의'는 정규직·비정규직, 사무직·특수고용직 가릴 것 없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터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진령 /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민주주의가 당연한 원리라는 건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추상적일지라도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는 통용되지 못한다. 탄핵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사회 부조리에 불만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면 다들 아무 권리가 없는 존재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에 괴리감 있어 보였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주인이 노동자라는 말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주가, 사장이 주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주주들이 자산을 투자한다고 자동으로 이익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실제로 기업은 현실의 노동이 결합될 때 움직인다. 그렇기에 기업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모든 사람이 운영에 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책에는 노동이사제나 노동자에게 주식을 분배하는 것 등 일터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대안을 제안했다. 실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있어서, 기업에서 낮은 권력의 층위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로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기업 안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희 / 임금을 잘 받는지, 근무 시간은 잘 켜지는지 이런 것뿐 아니라, 내가 일터에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있는지까지 살필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괴롭다면 왜 괴로운지 알아야 한다. 회사에서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또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노동 통제'를 설명한 부분도 감명깊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처음에 맞닥뜨리는 건 '이게 내 문제인가?'라는 생각이라더라. 문제를 개인화하는 건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혜진 /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 인터뷰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분명히 모욕을 당했는데, 학교에다 이야기하면 "회사는 원래 다 그래"라는 반응이 나온다더라. 그러니 자연스럽게 '못 견디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해 왔던 거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 제도화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내 문제가 아니라, 모욕한 사람이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된 거다. 여기에서 더 나가야 한다. 그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을 괴롭혀야만 성과가 올라가고, 승진하는… 이런 게 용인되는 시스템이 문제 아니겠나.
고객센터에서 상담 전화 받는 노동자들도, 예전에는 욕하는 고객들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무조건 참으라고 이야기하고, 홧김에 싸우면 불이익 주고 그랬다. 물론 지금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전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여기서도 한 걸음 더 가야 하는 거다. 그 사람들이 왜 함부로 욕을 할 수 있겠냐. '욕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왜 생기겠나. 이들을 '전화받는 기계'라고 인식하게 하고, 실적을 빌미로 옥죄는 회사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끝에는 노동자를 억지로 쥐어짜는 회사의 시스템이 있는 거다. 이게 문제라는 걸 알고 나아가야 일터 민주주의로 인한 변화가 생긴다고 본다. 사람 하나 처벌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바꿔야 해', '우리 목소리가 회사 안에서 통용돼야 해'… 이런 질문까지 이르러야 한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혜진 / 회사 생활이 답답한 분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직장 상사가 나를 괴롭히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그게 '직장 내 괴롭힘'이고, 법 위반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신고하든 말든 해결 방안을 알게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답답한 건 노동에 대한 이해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을 아는 것이 주는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답답한 분들이 꼭 읽으시고, 내가 무엇 때문에 답답했던 건지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령 / 2030 청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 '내 문제가 이런 거였구나'라고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될 거다. MZ노조를 만드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다른 곳에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기 힘는 노동을 계속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공통점을 찾자면 '노동을 통해서 윤택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불안이 전반적으로 있는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이 책에서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고 충분히 얘기했던가?' 하는 고민이 다시 한번 든다.
명희 / 요즘 보니까,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일을 하면서 정규직 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더라. 아마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을 노동의 경험을 한두 번 해 봤을 분들이 이 책을 보고 힘을 내시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책값이 조금 비싸서 죄송스럽긴 하다.(웃음)
노동법이 지금보다 많은 이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 더 요구해야 한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제도 안에 나를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해지는 노동 형태에 맞게끔 제도를 함께 바꿔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이 책이 '함께하면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책이면 좋겠다. 차 한잔 마시면서, 맥주 한잔하면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노동이 그렇게 다가가면 좋겠다.
혜진 /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 인터뷰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분명히 모욕을 당했는데, 학교에다 이야기하면 "회사는 원래 다 그래"라는 반응이 나온다더라. 그러니 자연스럽게 '못 견디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해 왔던 거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 제도화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내 문제가 아니라, 모욕한 사람이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된 거다. 여기에서 더 나가야 한다. 그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을 괴롭혀야만 성과가 올라가고, 승진하는… 이런 게 용인되는 시스템이 문제 아니겠나.
고객센터에서 상담 전화 받는 노동자들도, 예전에는 욕하는 고객들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무조건 참으라고 이야기하고, 홧김에 싸우면 불이익 주고 그랬다. 물론 지금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전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여기서도 한 걸음 더 가야 하는 거다. 그 사람들이 왜 함부로 욕을 할 수 있겠냐. '욕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왜 생기겠나. 이들을 '전화받는 기계'라고 인식하게 하고, 실적을 빌미로 옥죄는 회사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끝에는 노동자를 억지로 쥐어짜는 회사의 시스템이 있는 거다. 이게 문제라는 걸 알고 나아가야 일터 민주주의로 인한 변화가 생긴다고 본다. 사람 하나 처벌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바꿔야 해', '우리 목소리가 회사 안에서 통용돼야 해'… 이런 질문까지 이르러야 한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혜진 / 회사 생활이 답답한 분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직장 상사가 나를 괴롭히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그게 '직장 내 괴롭힘'이고, 법 위반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신고하든 말든 해결 방안을 알게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답답한 건 노동에 대한 이해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을 아는 것이 주는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답답한 분들이 꼭 읽으시고, 내가 무엇 때문에 답답했던 건지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령 / 2030 청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 '내 문제가 이런 거였구나'라고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될 거다. MZ노조를 만드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다른 곳에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기 힘는 노동을 계속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공통점을 찾자면 '노동을 통해서 윤택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불안이 전반적으로 있는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이 책에서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고 충분히 얘기했던가?' 하는 고민이 다시 한번 든다.
명희 / 요즘 보니까,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일을 하면서 정규직 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더라. 아마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을 노동의 경험을 한두 번 해 봤을 분들이 이 책을 보고 힘을 내시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책값이 조금 비싸서 죄송스럽긴 하다.(웃음)
노동법이 지금보다 많은 이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 더 요구해야 한다. 노동법 밖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제도 안에 나를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해지는 노동 형태에 맞게끔 제도를 함께 바꿔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 이 책이 '함께하면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책이면 좋겠다. 차 한잔 마시면서, 맥주 한잔하면서,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노동이 그렇게 다가가면 좋겠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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