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수는 없는 것이 기본값…판타지에서 벗어나자

[인터뷰]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이진선 작가

2021. 09. 14 (화) 07:46 | 최종 업데이트 2021. 09. 15 (수) 15:25
"회사에 입사하거나 이직했을 때, 사수가 없다고 당황하는 이유는 일하는 곳에 사수가 있는 것을 '기본값'으로 두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벗어나면 사수 없이 본인의 힘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저자, 이진선 작가의 말이다. 사수가 없어 교육은 당연히 없고 제대로 된 인수인계조차 불가능했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작가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현실적인 성장방법을 전달한 것. 

'사수가 없어 배울 것이 없다' '아쉽다'는 잡플래닛 리뷰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런 고민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뒤 '일 잘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는 독서, 글쓰기, 네트워크 만들기 등의 방법을 책에 담았다. 

본업인 디자이너에 작가라는 새로운 직함을 더한 그녀는, 플랫폼 '한달어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자기개발 디렉터로 영역을 넓혔다. '한달어스'는 한 달 동안 같은 니즈를 가진 이들이 모여 글쓰기, 달리기 등의 새로운 활동을 해보는 플랫폼이다. 셀프 멘토링을 통한 성장을 스스로 증명한 이 작가를 <컴퍼니 타임스>가 만나봤다. 사수가 없어 고민인 직장인이라면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이진선 작가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책을 출간한 이진선 작가입니다. 원래 직업은 디자이너에요.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에서 지난해까지 10년 정도 일을 한 뒤 퇴사했어요. 그 뒤에 온라인 커뮤니티 교육 서비스인 '한달어스'를 공동 창업해서 일하고 있고요. '자기 발견'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퍼스널 브랜딩을 돕는 일도 하면서 저 스스로 '자기발견 디렉터'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축하드립니다. ‘사수가 없어도 괞찮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인상 깊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주제의 글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기업의 인하우스가 아닌 에이전시에서 오래 일을 한 편이죠. 에이전시에는 보통 체계가 없고, 대기업을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려고 들어오는 이들이 많아서 근속 기간이 짧은 편이에요. 일의 노하우나 사내 문화가 생길 겨를이 없죠. 저는 특히 대학교 4학년 때, '연축성 발성 장애'라는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리면서 취업과 사회초년생으로의 직장 생활이 모두 어려웠어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고 말하기가 힘든 병이라서 면접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취업을 한 뒤에도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눈치를 많이 봤어요.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미술 학원을 다니지 못했고 고졸로 취업해 일하면서 3년 동안 입시 미술 학원을 다녔어요. 그렇게 23살에 미대에 진학했고요. 졸업해 디자이너가 되었을 때는 그 자체로 기뻤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이너는 될 수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내가 꿈꿨던 일, 소통, 네트워킹에 모두 능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책에 집착했어요. 목소리가 안 나올 때부터 더 많이 읽게 된 책에 답이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스펜서 존슨의 책 '멘토'를 만났죠. 멘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에요. 우리 모두는 학생인 동시에 스승이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르칠 때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책은 말해요. 대학에서는 교수님이 나를 성장시키고 회사에서는 당연히 사수가 있고 나를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타인에 대한 의존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성장의 주체는 '나'인데 말이죠.
그때부터 일을 하면서 받은 후배들의 질문과 스스로 '이건 아닌데'라고 느낀 순간에 떠오른 질문들을 모두 수집했고 여기에 답을 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연재했습니다. 
 
  
- 작가님의 브런치 프로필 이미지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모두 한자 ‘참 진’을 활용해 만들었어요.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독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삶의 참된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 이름인 '이진선'의 한자로 디자인한 이미지에요. 제 이름을 주제로 쓴 글도 있는데, 어릴 때 제 이름이 평범해서 싫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주변에 늘 있고, 다른 '진선이'와 짝꿍이 된 적도 있거든요. 싸이월드에서 1촌 파도타기를 해도 늘 있던 이름이고요. 그러다 부모님께서 미스코리아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라고 제 이름을 진선으로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궁금해졌어요. 진, 선, 미를 미스코리아 대회의 1, 2, 3등이라고 할 때 왜 '참 진'이 아름다울 미와 착할 선을 이기고 1등이 되었는지가요. 그때부터 닉네임을 지을 일이 있을 때마다 '진'이라고만 지었어요.

살다보니까 '진'이라는 글자 안에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가 모두 들어있더라고요. 본인의 참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조직에서 원래 모습을 숨기고 외향적인 척을 하거나 전반적인 상황에 따라 원래 모습을 극대화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으로 최대한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어요. 
- 책에서 작가님은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알지만, 시작이 쉽지 않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이 회사를 다니며 독서를 시작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길을 들려주세요. 

저는 취미를 '책 쇼핑'이라고 말할 정도로, 책 사는 것을 좋아해요. 지금 제 방에 책이 800권 정도 있는데, 책을 사서 쌓다 보면 언젠가는 필요할 때 보게 되더라고요. 다 보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지점을 찾아서 읽게 되는 경우도 흔해요.

저는 재미로는 책을 읽지 않아요. 당장 알아야하는 것이 있을 때,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봐요. 독서의 목적 자체가 불편함을 없애서 나아지는 것에 있다 보니 책을 읽게 되더라고요. '생존을 위해 택한 책'은 읽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이 있는 독서를 직장인들에게 추천해요. 검색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책으로 얻는 정보는 달라요.

온라인 상에 파편화되어 있고 작성자에 따라 완성도와 맥락이 다른 인터넷 정보글이 아니라 저자와 편집자의 협업으로 시작과 끝이 정해지고 서사가 있는 책은 콘텐츠의 질을 보장하거든요.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하나의 주제에서 그 분야의 책을 3권에서 최대 10권 정도 삽니다. 읽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겹치기 때문에 아는 이야기는 빠르게 읽고 넘기면서 한 분야에 대해 큰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어요. 
- 글쓰기 역시 독서와 마찬가지인데요.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했어요. 그래서 수업을 듣고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었지만 책을 쓰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개인적으로는 '글을 안 쓰고 모임에 참석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에 관한 글을 쓴 뒤 2주에 한 번씩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모임이었어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강력한 환경을 설정하고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 잡플래닛에는 '사수가 없어서 아쉽다' '배울 것이 없다'는 리뷰가 종종 등장합니다. 사수가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 잡플래닛 유저들에게 작가님이 주실 수 있는 성장 팁이 궁금합니다. 

제 책에서 한 문장을 뽑자면, "사수는 없는 것이 기본값이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수가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고되고 사수가 없는 상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수가 있어서 불편한 경우도 역으로 상당히 많습니다. 있어도 배울 점이 없거나, 너무 안 맞을 때도 많아요. 사수는 당연히 있을 것이며 그 사람은 일을 상당히 잘하고 나의 성장을 의무로 여길 것이라는 '사수 판타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일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잘하는 것이 뭔지 아는 사람은 드물어요. 본인이 지닌 지식과 기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디렉팅 역량을 스스로 살펴봐야 해요. 주니어 레벨에서는 기술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면, 주니어에서 시니어급으로 올라갈 때는 소통 능력과 사고력을 더해야 하죠. 그리고 더 나아가려면 팀을 이끌 수 있는 디렉팅 역량을 지녀야 하고요.

이 일련의 과정을 밟기 위해 자신이 가진 요소들에서 더 갖춰야 할 것을 찾고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을 나눠야 해요. 그 뒤에 부족한 점에 배울 거리를 찾아 접목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성장할 수 있어요. 
- 어떤 사수가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많아요. 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사수의 고민과 리더의 고민은 비슷합니다. 사수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 위로 올라가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고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잘하는 이가 별로 없어요. 이 때도 사수에게 하는 조언과 동일하게 본인의 상태에 대해 진단해본 뒤 어떤 언어로 팀을 이끌지 고민하며 올바른 설명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 에이전시 디자이너에서 1년 만에 사업가, 작가, 자기발견 디렉터로 영역을 넓히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난해까지 다닌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상당히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학벌과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사람들도 '일을 잘한다'고 알게 만들기는 쉽지 않더러고요. 그 방법을 찾다가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 일이 모든 일의 중간 다리 역할을 했어요. 출판 제의를 받아 책을 내고 과거에 글쓰기 모임을 같이 했던 이와 '한달어스'를 창업하며 자기발견 디렉팅 일을 병행하게 되었죠. 전문성을 드러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글을 쓴 것이 영역 확장의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 끝으로 작가님의 꿈이 궁금합니다. '직업' 같은 명사인 꿈이 아니라 '동사'인 꿈을 들려주세요.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글과 말과 행동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옆에 있는 한 명이 아닌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 목소리의 영향력을 키우려고요.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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