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자리도 있는지 물어봐 줘”
구글코리아 민혜경 인사 총괄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IT 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구글에게 궁금한 것'을 묻자, 모든 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구글에 내 자리는 없는지' 물었다.
그만큼 일하기 좋은 회사로 알려져있다는 얘기일 터다. 잡플래닛에 전현직자들이 남긴 리뷰와 평가 데이터를 집계해서 발표하는 ‘2022년 주목할 기업’ 순위에서 구글은 종합 부문 외국계 1위, 전체 4위에 올랐다.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구글은 매년 조사 결과에서 최상위권에 오르곤 한다.
사내 문화, 워라밸, 급여 및 복지, 업무 방식 등의 평가 지표에서 매년 직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구글의 비결은 뭘까? 구글의 일하는 방식과 채용, 문화에 대해 민혜경 인사총괄에게 물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글코리아의 민혜경 인사총괄입니다. 구글코리아의 HR 리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구글에서 일한 지 14년이 넘었네요. HR로 오기 전에는 마케팅 조직에서 일했어요. 구글이 가진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디지털 브랜딩을 하고 구글의 제품,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했죠. 지금은 구글 한국 오피스에서 인재관리를 하면서 HR을 전체적으로 보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일했어요.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캠페인이 꽤 큰 반응을 얻어서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론칭하기도 했죠.
그렇게 일하다가 어느 순간 제 커리어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마케팅 업무도 재미있지만, 완전히 내면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이 일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때 마침 구글의 옛 인사담당자인 라즐로 복이 한국에 왔어요. 당시 팀의 매니저로 여러 인사 업무도 하고 HR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계속 늘던 때였거든요. 이 분이 한국에서 진행한 여러 강의를 듣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약간 ‘팬심’ 같은 것을 가지게 되고 HR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죠.
전공과 해왔던 일이 다르다 보니 ‘HR이 내 분야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했는데 한 2년 정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어요. 그러던 와중에 직무를 옮길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주변 권유도 더해져서 HR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 구글에 입사하시기 전에는 KBS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하셨는데요.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에서 최첨단 IT 기업인 구글로 오셨습니다. 당시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구글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1990년대 중후반에 라디오 작가로 6년간 일했어요. 라디오를 듣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디오의 콘텐츠는 큰 변화가 없어요. 저도 일할 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요.
그런데 오히려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면서 참여하는 청취자들의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니즈를 크게 느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엽서나 팩스로 사연을 보내는 분들도 더러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참여 방식이 PC 통신, 웹으로 옮겨가더라고요. 변화의 속도도 빨랐고요.
그때 이 변화에 맞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전공을 바꾸고 석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부 때는 흔히 매스컴이라고 말하는 것을 신문방송학과에서 공부했다면 전기통신을 이용해서 소통하는 방식인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를 했는데요. 이 경험이 구글 입사에 큰 도움이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