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글 인사총괄이 말하는 구글 입사하는 법

[인터뷰] 신의 직장 구글?…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 총괄

2022. 04. 27 (수) 09:34 | 최종 업데이트 2024. 03. 22 (금) 20:34
“혹시 내 자리도 있는지 물어봐 줘”

구글코리아 민혜경 인사 총괄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IT 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구글에게 궁금한 것'을 묻자, 모든 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구글에 내 자리는 없는지' 물었다. 

그만큼 일하기 좋은 회사로 알려져있다는 얘기일 터다. 잡플래닛에 전현직자들이 남긴 리뷰와 평가 데이터를 집계해서 발표하는 ‘2022년 주목할 기업’ 순위에서 구글은 종합 부문 외국계 1위, 전체 4위에 올랐다.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구글은 매년 조사 결과에서 최상위권에 오르곤 한다. 

사내 문화, 워라밸, 급여 및 복지, 업무 방식 등의 평가 지표에서 매년 직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구글의 비결은 뭘까? 구글의 일하는 방식과 채용, 문화에 대해 민혜경 인사총괄에게 물어봤다. 

화상으로 인터뷰 하고 있는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글코리아의 민혜경 인사총괄입니다. 구글코리아의 HR 리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구글에서 일한 지 14년이 넘었네요. HR로 오기 전에는 마케팅 조직에서 일했어요. 구글이 가진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디지털 브랜딩을 하고 구글의 제품,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했죠. 지금은 구글 한국 오피스에서 인재관리를 하면서 HR을 전체적으로 보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일했어요.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캠페인이 꽤 큰 반응을 얻어서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론칭하기도 했죠. 

그렇게 일하다가 어느 순간 제 커리어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지’ 라는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마케팅 업무도 재미있지만, 완전히 내면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이 일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때 마침 구글의 옛 인사담당자인 라즐로 복이 한국에 왔어요. 당시 팀의 매니저로 여러 인사 업무도 하고 HR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계속 늘던 때였거든요. 이 분이 한국에서 진행한 여러 강의를 듣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약간 ‘팬심’ 같은 것을 가지게 되고 HR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죠. 

전공과 해왔던 일이 다르다 보니 ‘HR이 내 분야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했는데 한 2년 정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어요. 그러던 와중에 직무를 옮길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주변 권유도 더해져서 HR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 구글에 입사하시기 전에는 KBS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하셨는데요.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에서 최첨단 IT 기업인 구글로 오셨습니다. 당시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구글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1990년대 중후반에 라디오 작가로 6년간 일했어요. 라디오를 듣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디오의 콘텐츠는 큰 변화가 없어요. 저도 일할 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요. 

그런데 오히려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면서 참여하는 청취자들의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니즈를 크게 느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엽서나 팩스로 사연을 보내는 분들도 더러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참여 방식이 PC 통신, 웹으로 옮겨가더라고요. 변화의 속도도 빨랐고요.

그때 이 변화에 맞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전공을 바꾸고 석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부 때는 흔히 매스컴이라고 말하는 것을 신문방송학과에서 공부했다면 전기통신을 이용해서 소통하는 방식인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를 했는데요. 이 경험이 구글 입사에 큰 도움이 됐죠. 
 
- 구글에 합류한 뒤에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하는 방식, 사내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주변의 모든 환경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무한 신뢰’ ‘무한 지지’ 분위기가 굉장히 강했어요. 사실 세계 각국에 사는 직원들끼리 인터내셔널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라 얼굴 보고 만날 기회도 많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 무조건 믿으면서 응원하며 일하는 모습이 가장 낯설었죠. IT 회사도 처음이고 주변이 다 모르는 사람이라 적응이 필요했는데도, 이런 분위기 자체로 ‘안전하다’고 느껴졌어요. 

직원들과 1:1로 마주하면 다들 짠 것처럼 “도와드릴 것 없어요?” 라고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했고요. 누가 특별히 어떻게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지나고 보니 이게 구글의 일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와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역할이 가진 ‘미션’을 이해시키는 데에 시간을 씁니다. 이후에 '그래서 제가 이 롤을 가지고 속한 팀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말해요.

이렇게 팀원이 해결과제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게 만든 뒤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참견이 아닌 코칭’을 하면서 일을 도와줍니다. 여기에 상당히 많은 신뢰, 지지가 들어가는 만큼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도 크고 부담도 크긴 해요. 

그래도 많은 이들이 구글에 오기 전에 거친 직장에서 ‘틀릴까봐’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면서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던 것과는 달리 온전히 생산적인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된 점에 만족해요. 


- 구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동시에 구글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적을 것 같아요. 구글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구글은 무엇인가요? 

고속도로에 ‘혁신’이라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곳입니다. 저는 고속도로를 잘 닦아서 직원들이 신나게 혁신하면서 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요. 고객의 입장에서 봐도 고속도로라는 말과 구글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라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구글이 하거든요. 


-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주변에 구글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냐고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많은 이들이 “구글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습니까?” “구글에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나요?” 등을 물어봤어요. 농담이 섞였을지라도 구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구글의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구글에 들어갈 자리가 있습니까’ 라는 말 자체가 막연하게 구글 입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선입견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구글에 입사하려면 특정 스펙이나 화려한 경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제법 있죠. 

구글의 채용 과정을 말씀드릴게요. 1:1 면접으로 45분씩 3, 4회 정도의 면접이 진행됩니다. 그 전에 엔지니어는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보기도 하고, 다른 직군은 이력서로 기본적인 것들을 평가하고요. 채용 팀이 면접 전 필요한 케이스 스터디 등의 자료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이렇게 게임 전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면, 본 게임은 인터뷰입니다. 면접에 가면 본 게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같이 일할 사람들과 서너번의 심층 면접을 해요. 상당히 명확한 채점 기준을 가지고 있고 같은 질문을 여러 명이 하는 방식으로 구조화 면접을 합니다. 생각을 요하는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도 저희 면접의 특징이고요. 답변의 범위가 넓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서 지원자의 접근 방식을 봅니다. 

구글은 컬쳐 핏을 강조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다양한 배경과 경력이 구글과 잘 '화학 작용' 할 수 있는지 봐요. 컬쳐 핏이 잘못하면 비슷한 사람만 뽑게 되는 단점이 있거든요. 

각자 가진 경험이 구글 안에서 여러 쓰임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구글에 입사하고 싶은 모든 분들이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미리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과거 다른 인터뷰에서 구글과 어울리는 ‘구글리’한 사람인지를 보는 동시에 열정과 겸손, 길을 찾는 능력 세 가지를 보신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이 점은 동일한가요? IT 생태계와 산업의 변화에 따라 변화된 부분이 있나요? 

‘Googleyness’ 구글리니스라는 개념은 생태계와 업계의 변화에 따라 진화합니다. 코어에 있는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하지만, 계속 진화하는 것이죠. 애매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일을 불편, 불안해하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겸손은 역시 중요해요. 나의 공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고, 늘 내가 모를 수 있고 항상 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라도 피드백을 듣지 못하게 되면 그 이후의 성장이 어렵거든요. 

‘Do the Right Thing’이라는 구글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구글리한 사람인지를 볼 수 있는 가장 제대로 된 지표예요. 우리 사용자에게 옳은 것인지에 대한 능동적인 판단을 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점을 늘 생각하며 팀을 챙길 줄 아는 능력은 소중합니다. 


- 구글은 2022년 주목할 기업 조사에서 종합 부문 외국계 1위, 전체 4위에 올랐습니다. 성장가능성, 기업추천률 부문에서도 각각 외국계 기업 중 1위, 2위에 올랐고요. 이런 평가를 위해 구글의 HR이 최우선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그렇게 항상 지표가 잘 나오냐는 질문을 저도 종종 받아요. 그런데 지표자체를 너무 신경 쓰면 좋은 점수가 안 나옵니다. 좋은 회사로 알려지려면 좋은 회사가 되면 되겠죠. 원칙을 정하고 원칙에 따라 진정성 있게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이런 점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구글의 HR에서는 '다양성, 포용성, 공정의 문화'를 토대로 계속 혁신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 일을 제일 고민해요. ‘해봤더니 할 수 있구나’ ‘더 큰 일을 할 수 있구나’ 같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죠. 그리고 훌륭한 리더를 위해 상당히 많이 투자합니다. 조직의 톤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이니까요.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많은 투자를 하면서 급여 및 복지, 워라밸 등의 지표에서 원칙을 세우는 일이 여기에 더해져야 하고요. 

규칙이 아니라 원칙입니다.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들이 원래의 취지대로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해요.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 구글의 경쟁력이 사무실 속 휴식, 놀이 공간, 그 안에서 편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 3년차를 맞이한 상황에서 대면 소통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구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기간에 재택 근무에 관한 여러 연구가 나왔어요. 그 연구를 요약하면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도 재택도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는 내용입니다. 같이 얼굴을 봐야 대화가 풍성해지면서 서로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점도 당연히 있죠. 그런데 동시에 재택이 집에서 일하는 것 자체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하이브리드’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재택과 대면 근무를 병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요. 

'재택과 출근이 혼재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전과 같은 소속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합니다. 

또 하이브리드로 들어가면서 임팩트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계속 중요해질 겁니다. 직원들에게 일단 권한을 주고 각자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면서 직원이 실제로 어떤 임팩트를 냈는지를 어떤 척도로 평가할지 고민합니다. 구글이 처음부터 시행한 직원의 성장에 중심을 둔 평가 제도는 그대로 지키면서요.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직원의 성장을 위한 평가'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서 직원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진정성 있는 평가를 하이브리드 안에서 어떻게 녹여낼 지 연구하고 있어요. 
- 구글이 꾸준히 채용을 늘리면서,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역시 늘릴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계획과 도입 이유도 듣고 싶어요. 

일단 기업에게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장애인 인재도 예외는 아니죠.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장애인 인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다양성은 혁신의 필수 요소니까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구글 안에 장애인 구글러들이 더 많아지고 이들에게 익숙하고 좋은 일터를 제공하는 것은 구글의 성장과도 직결됩니다. 장애인 채용에서 각자의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면접 경험을 고도화시키고 업무 환경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면서 사무실 환경도 계속 개선하고 있어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이 분야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최근 입사한 장애인 직원 한 분이 구글의 면접 프로세스가 상당히 감동적이라고 했어요. 국내 시장에서는 구글의 장애인 면접 경험과 업무 환경이 선진적이지만 더 장기적으로 투자를 지속해서 누구나 장애와 관계 없이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구글이 될 계획입니다. 


-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질문이 있냐'고 질문해요. 지원자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생각의 깊이, 범위를 반영하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면접은 쌍방향입니다. 우리가 지원자를 살펴보는 만큼, 지원자도 구글을  살펴볼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구글이 새로운 일터로 적합할지 검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구글 입사를 준비하는 후배들 또는 인사 직무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실 공부나 활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워낙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본인이 찾고자 하면 필요한 교육을 찾고 경험을 쌓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로 채울 수 없는 동아리, 인턴, 자원봉사 등 대학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추천해요. 

머리 속에서 할지 말지 고민되는 것은 무조건 시작해보세요. 10개를 도전하고 실패했다고 해서 그 경험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방향을 잡아줍니다. 저는 대학 때 신문방송학과의 보도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전국 각지를 돌며 사진을 찍고 대학로에서 전시했어요. 지금 일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활동도 삶의 방향을 잡는 일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 끝으로 구글에서 일하시는 혜경님이 생의 마지막에 딱 한 개의 단어만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다면 무엇을 검색하실지도 궁금합니다. 

‘가족과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는 법’을 검색할 것 같아요. (웃음)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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