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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와 컬처덱,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버즈빌이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방법은
2019. 11. 13 (수) 16:58 | 최종 업데이트 2020. 05. 22 (금) 01:35
조직문화는 인기있는 화두다. 어떤 책이나 세미나든 ‘조직문화’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면 화제를 모은다. 조직문화 좋은 기업, 행복한 조직문화 만드는 방법, 조직문화 가이드 등.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사례로 넷플릭스의 컬처덱(링크)이 있다. 이 문서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업계의 표준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 조직문화는 회사를 성장시키고 성과를 내는 만능키로 표현된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론은 하나로 향한다.
“조직문화가 문제야.”
도대체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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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타사의 제도를 복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도 조직문화는 분명히 존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나름의 색깔을 갖고 있었고, 심지어 그들을 의인화한 모델도 있다. S사는 지적이고, L사는 대중적인, H사는 강인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채용과 퇴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문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급여나 회사 인지도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조직문화가 중요 개념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제조업에서 IT로 산업의 중심이 옮겨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토지와 자본, 인재가 모두 있어야 괜찮은 Product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인재, 그리고 그들을 데려오고 유지할 만한 조직 문화만 있다면 창업이 가능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잡플래닛,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채널의 발달도 이러한 트렌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의 조직문화는 회사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까지는 아니어도, 중요한 기준에 속한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로 한정지으면 그 정도가 심하다. 뛰어난 인력들 특히 핵심 개발자들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다 보니, 모두 앞다투어 조직문화를 높이고자 애쓴다. 점심 제공, 장기 휴가 제도, 연차와 복장 자율, 수평적 호칭 등 다양한 복리후생이 생겨난다.
회사 고유의 철학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다른 기업의 제도가 쉽게 벤치마킹 되고 있고, 이제 차별점을 찾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기업 고유의 문화를 담은 컬처덱도 서로 비슷해졌다. 눈에 보이는 ‘인공물(Artifact)’은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방하는 가치(Espoused values)나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으며, 그것은 쉽게 따라하기 어렵다. 특히 익명 채널이 발달한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잡플래닛 점수에 HR 담당자들은 울고 웃는다. 감추고 싶어도 감춰지지 않는 것이 조직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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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즈빌의 '컬처북'
버즈빌이 컬처북을 만드는 이유
미션, 비전, 핵심 가치를 비롯한 ‘회사의 철학’을 담은 컬처덱의 명칭은 다양하다. 버즈빌에선 이를 컬처북이라고 부른다.
컬처북은 눈에 보이는 문서지만, 거기에 적혀진 가치는 보이지 않으며 이것이 잘 정렬(Align)된 문화가 좋은 문화다. 안과 밖의 괴리가 크고, 보여주고 싶은 것과 실제의 간극이 벌어질 수록 구성원들이 갖는 실망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멋진 문장은 얼마든지 많다. ‘존경, 정직, 탁월함’처럼. 멋지고 고결한 핵심가치는 넘치고 넘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성공적이지 않다.
결국, 컬처북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부터 ‘조직 문화’가 반영되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채용을 위해서, 홍보를 위해서도 좋지만 실제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선 뼛속 깊은 이유가 중요하다. CEO 스스로가 컬처북에 대한 문제의식과 중요성을 확고하게 인지해야 한다. 담당자가 만든 멋들어진 컬처북이 CEO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사문화될 때, 그 조직의 문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4년, 버즈빌은 잘 나갔다.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직후, 한국과 일본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자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며 구성원의 절반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실리콘벨리의 심장에 깃발을 꼽자는 패기로 전원 합숙까지 했지만, 4개월 후 실패의 쓴맛을 맛보며 귀국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장 이해의 부족이나 전략의 부재도 분명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팀 워크’였다.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도전했지만, 서로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버즈빌은 ‘어떤 조직인지’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그렇게 패전 후 돌아와서 당신이 CEO라면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한국과 일본의 비즈니스를 복구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 해야 할까?
Co-CEO John과 Young은 의외의 결정을 했다. 리더들이 매주 모두 모여 컬처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 결정이 버즈빌의 결정적 순간이다.
그렇게 오랜 주말을 할애하여 만든 컬처북에 버즈빌리언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았다. 이를 기준으로 선발하기 위해서 채용 시스템을 강화했다. 직무별로 과제와 인터뷰 시트를 만들고 선발 시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채용 뿐만 아니라, 성과 평가나 버즈빌리언 어워드를 통해서 ‘버즈빌리언 인재상’을 강화하고 건물 인테리어에도 적극 반영했다. 그렇게 컬처북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2017년에 두번째 버전까지 제작되었다.
사실,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컬처북을 만드는 시간은 낭비에 가깝다. 복잡하고 빠른 비즈니스 상황에선 차라리 운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매출과 수익을 내면서도 비전이나 가치가 없는 조직도 많다.
하지만 조직에는 단단한 문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있다. 바로 ‘위기의 순간’이다. 목적지까지 한번도 격랑을 만나지 않는 배는 없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팀워크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순간을 견디기 위해선 말할 것도 없이 조직문화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버즈빌은 그 이후 단단한 조직이 되었고, 2018년 초에 Google 정책 변경으로 인한 위기가 왔을 때도 함께 힘을 내어 이겨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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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북 3번째 리뉴얼, 그 과정에 대하여
지난 해 초 잠금화면 앱에 대한 Google 정책 변경을 이겨내며, 버즈빌은 작년 한 해 동안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월,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선포했다. Rewards Ad Platform을 선도하자는 포부를 담았지만,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버즈빌리언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보다, CEO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전달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경영진은 전략을 수정했다. 익명 설문을 진행하고, 보다 장기적으로 버즈빌리언의 목소리를 담아내기로 했다. 절대적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높이기 위해서 CEO인 John과 Young은 개인 시간을 반납했다. Lunch with CEO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점심 시간과 Tea time을 통해 지속적으로 1:1 대화를 했고, 거침없는 익명 질문에 대해선 진실성 있게 대답해 나갔으며, 리더 워크샵을 통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간결한 형태로 비전과 미션 문장이 수정되었고, 3개월이 지나 다시 발표했다. 새롭게 정한 버즈빌 비전과 미션은 다음과 같다.
Mission: Grow Together to Change the World
Vision: Spread Rewards, Spark Engagement
미션이 나침반이고 비전이 지도라면, 핵심 가치는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굳건하게 자리 잡은 핵심가치의 힘은 세다. 버즈빌도 기존에 핵심 가치가 있었지만, 버즈빌리언들이 100% 공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리뉴얼 때 현실성 있고 살아있는 핵심 가치를 만들어 보기 위해서, 리더 워크샵과 전사 핵심 가치 워크샵을 진행했다. 어떠한 가이드도 주지 않고, 40여개의 가치 리스트 중에서 버즈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골라 달라고 요청했다.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은 떨릴 수밖에 없었는데, HR에서 예상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 전혀 다른 키워드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리더 워크샵의 Top 3와 전사에서 선정된 Top 3의 결과가 같았다.
그렇게 선정된 버즈빌의 핵심 가치는 ‘자율(Autonomy), 소통(Communication), 성장(Growth) 그리고 불굴(Grit)’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단어에 불과하지만 버즈빌리언들에겐 특별하다. 누가 물어보더라도 이 핵심 가치들은 버즈빌을 대표하는, 살아 숨쉬는 가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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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북을 리뉴얼하며 배운 점들
컬처북을 리뉴얼하며 느끼고 배운 것은 3가지다.
첫 번째, 제작에 10%, 소통에 90%의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모든 것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컬처북 자체의 퀄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공감대’다. 특히 핵심 가치는 구성원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소통을 통해 뿌리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두 번째, CEO의 확신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만약, 자율을 이야기하는 CEO가 자율에 대한 믿음이 없고, 소통을 강조하는 CEO가 비전과 핵심 가치를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런 핵심 가치는 없는 것만 못하다. 말했으면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버즈빌 4번째 핵심 가치 ‘불굴(Grit)’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꼽은 7번째 순위였지만 CEO의 의지를 담아 와일드 카드로 발탁되었다. 결국, CEO는 조직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에 확신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비즈니스에 쫓기다 보면 컬처북을 만들고 소통하는 과정은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때 신경쓰지 않으면 열심히 만들어놓은 컬처북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가치는 쉽게 사문화된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더 힘들고 중요하듯, 컬처북과 조직문화도 그렇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이 글을 읽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James, HR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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