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톡이나 할까?10년차 예능PD의 인생 조지지 않는 비법

[인터뷰] <직면하는 마음>에 담은 권성민 예능PD의 고군분투 생존기

2022. 12. 13 (화) 19:05 | 최종 업데이트 2024. 04. 11 (목) 15:07
 
"직업을 소재로 책을 썼다? '어이구 대가 나셨네' 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아악." (<직면하는 마음> 중에서) 

예능PD가 직업을 소재로 글을 쓴다면? 예능PD들은 "어이구 대가 나셨네~"라며 놀릴 것이란다. 놀림 당할 것을 알면서도 일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용기를 낸 이, <톡이나 할까?>를 만든, 권성민 예능PD다. 

진행자인 김이나 작사가가 손님을 만나 말없이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콘셉트의, 그 프로그램, 맞다. 시끌벅적한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말없이 '푸힛' '아하!' '우왓' '피융(카톡 날아가는 소리)' 같은 소리로 가득한 이 예능은 시작부터 조용히 세간의 이목을 끌었더랬다. 

그는 '예능PD'라는 키워드 안에서 지난 10년간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글로 풀어냈다. 책에는 놀랍게도 반전 포인트들이 가득하다! 그의 전작을 아는 이들은 이 책이 '자기계발서'로 분류됐다는 데서 놀랄 것이고,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그가 '군필'이라는 데서 놀랄 것이며, 예능PD 지망생들은 그가 '예능PD가 되기 전까지 예능은 거의 보지 않았다'는 데서 놀라지 않을까? 

사실 인터뷰를 기획하며 '만나서 카톡으로 얘기해 볼까'를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급히, 나는 김이나 작사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용히 접기로 했다. 초면에 말없이 카톡만 주고받을 때의 어색함을 어찌할 것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 프로그램 안에 담겨있는 제작진과, 진행자와, 출연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온전히 피부로 와 닿았다. 이쯤 되면 일 이야기 하고 싶을 것 같다. 

'예능PD란 자고로 이런 사람이 하는구나'를 문장으로 보여준, 권성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PD를 만났다. 
◇ "다 똑같은 남자들 뒤통수가 재미없어서…그냥 냅뒀어요" 

"꽤 오래 스포츠머리로 살았어요. 두발 단속이 엄격한 고등학교를 다녔거든요. 머리를 기르다 보면 '거지존'이라고 지저분한 구간이 있는데, 못 참아서 항상 짧게 잘랐죠. 3개월 정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르게 됐는데요. 괜찮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남자들 뒤통수를 봤는데 다 똑같고 재미가 없는 거예요. 문득 자유로운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어떠냐 싶어서 냅뒀어요. 그러다보니 5년이 됐네요." 

책 이야기 하자고 만나서 초면에 '외모'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사실 무례하다. 알면서도 불구하고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를 만나러 간다고 하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권PD님 남자였어요?"였기 때문이다. 무례한 질문에 그는 "머리가 기니까 나라는 사람이 한눈에 정의가 안 되는 것 같아 좋다"며 "다 똑같은 남자들 뒤통수가 재미없어서"라는 예능PD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김이나 작사가가 책 소개 글에 적었던 "첫 만남의 자리는 충분히 그를 유추해볼 만한 연출작이었다"는 문구가 이해되는 답변.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 "'아이고 대가 나셨네~' 놀림 받을 것 알지만…"


-같은 예능PD들에게 놀림당할 것을 각오하고 책을 내셨다고요. 심지어 '자기계발서'! PD님의 앞선 글들을 생각하면 의아한 느낌도 들어요. 이거, 예능PD들이라면 더 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는데…

PD로 10년을 일했어요. 내 삶의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쓰고 있으니 한 번쯤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전에는 일상을 다루는 에세이로 분류되는 글을 썼는데, 제 일상의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했어요. 

사실 자기계발서를 쓰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제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책들을 잘 안 읽는 편이에요. 이거 해라, 저건 하지 마라, 너무 단정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계발서와 문학은 방법은 좀 다르지만, 메시지만 생각하면 비슷한 면이 있더라고요. 

자기계발이라는 거, 좋은 말이잖아요. 잠재된 성찰이나 능력을 깨우쳐서 올린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내 안의 고민과 성찰을 이런 과정을 거쳐 끌어올렸다는 기록으로서,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 단정적이지 않은 말로도 직업에 대한 고민, 성찰, 고민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자기계발서로 분류한 것은 출판사가…
◇ "글의 결과는 온전히 나의 책임…인생 조지지 않는 나만의 방법은 지킵니다" 


-그렇군요! 책 제목이 <직면하는 마음>이에요. 책에서 "글이 불러오는 결과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나의 내부에서 나오는 것을 직면하는 마음의 힘은 용기다"라고 하셨어요.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서 대중 앞에 내보이는 것,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벌써 세 번째 책을 내셨어요.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공개하는 이유는 뭘 까? 궁금했어요. 

제 취미가 글쓰기인데요. 글을 쓰면서, 글은 누군가 본다는 것을 전제로 쓰는 게 건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해인 수녀님이셨나, '결국 일기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공감했거든요. 언어라는 건 소통을 전제로 하니까요. 마음이 힘들 때 나만 보는 공간에 글을 쓴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글은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끄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본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쓸 땐, 글을 쓰면서 스스로 내 생각을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돼요. 그렇게 쓰다 보면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됐던 의문들이 가지런히 정리돼요. 그래서 제게 글은 '누군가 본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책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 

다만 꼭 지키는 것은 있어요. 전에 책에 쓰기도 했는데, '인생 조지는 위기를 피하는 법'이라고(웃음). 제가 MBC에서 해직된 후, 관심을 좀 받았는데요. SNS에서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반응을 주고, 언론사에서 지면을 내주기도 했고요. 글을 쓰다 보니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상한 충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여기 섣부르게 끼면 인생 조지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자. 잘 모르는 이야기들은 가만히 있자.' 그때 느낀 것이 '내 안의 기준을 잘 가져가야 하겠구나' 였어요. 
 
-10년 전 MBC 예능PD 합격 후 남긴 수기가 PD지망생들 사이에서는 꽤 회자되기도 했어요. 책에도 살짝 나오는데, 예능PD가 되기 전에는 '예능을 잘 보지 않았다'고요. 전 작품인 <가시나들>같은 경우도 예능보다는 다큐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다른 장르가 아닌 예능을 선택하신 이유는 뭐였나요? 

음…일단 제가 지원할 때 시사교양 PD는 안 뽑았어요(웃음) 대학 때 국제빈곤구호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요. 탄자니아에 공교육 지원을 위한 모금 활동 같은 거요. 거리 공연이나 뮤지컬 연출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돈을 모으기도 하고, 애플파이나 수공예 상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나중에 돌아보니 이런 활동들이 다 예능이었더라고요. 

어떤 이슈나 문제들이 나에게 중요하고, 마음이 쓰인다고 했을 때, 시사나 기자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현장에 가겠죠. 사람을 만나고 무엇이 문제인지 보고 관련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요. 시사교양이 잘 듣고 전달하는 거라면, 전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고요. 더 넓은 영역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 돌아오는 변화를 기대했던 것 같아요. 약한 연결고리를 엮어 내는 작업이랄까요. 특히 예능은 장르가 애매하면 다 예능이라고 하거든요. 정해진 것이 없어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죠. 

사실, 합격 수기 이야기를 하면 너무 민망한데요. 너무 벅찼던 초심인데, 그때와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아요. 예능은 사람들의 여가를 채워주고 즐거움을 주는 게 본연의 목적이잖아요. 보고 나서 마음이 부자가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요. 
 
◇ 10년간 PD로 살며 배운 점…시간이 되면 방송은 무조건 나간다. 일이 되게 하자" 


-PD지망생들을 위한 작문 작성법부터, PD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뭔가요? 

작문작성법 같은 경우는, 제 이메일 주소도 공개돼 있고,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다보니 많은 PD지망생들에게 작문이나 자기소개서 관련 고민을 받았어요. 물론 이분들도 김태호PD나 나영석PD나 그런 유명한 분들한테 물어보고 싶었겠죠! 그런데 아마 제가 접근성이 좋다 보니까(웃음) 질문을 많이 주신 것 같은데요. 그때 누적됐던 이야기들이 있어서 책에 담아 봤어요. 

제가 방송 예능 PD로 일하며 얻은 결론은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일이 안되는 이유는 되게 많아요.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마스터피스, 최고의 작품을 내고 싶죠! 내 눈은 이렇게 높은데, 결과물을 내놓고 보면 초라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어요. 그런데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비루한 결과물이 아닌 가능성만 남잖아요. 그렇다 보니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많고요. 

방송은 편성이 되고 나면 뭐가 됐든 결과를 내놓아야 하거든요. 방송 시간이 되면 무조건 방송이 나가야 돼요. 어떤 식으로 든 결과를 내놓아야,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게 쌓여야만 어딘가를 향해 갈 수 있다는 것, 이게 지난 10년간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건데요.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인으로서 결과를 내놓는 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책에서도 느꼈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멘탈이 정말 강하신 것 같아요. 대중에게 내 작품을 보여주는 일은 멘탈이 웬만큼 강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끝없이 이어지는 세상의 평가 속에서, 자존감 챙기는 비결이 있다면? 

일단 제가 대중의 반응에 힘들어할 만큼 유명하지가 않아서 그렇게 힘들다고는…(먼산) 그래도 비교적 멘탈이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저 자신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 마음이 힘들 때 내면을 바라봐라 뭐 이런 조언을 듣기도 하는데, 저는 제 내면을 깊이 바라볼수록 좋을 게 없는 거 같더라고요. 

거울도 오래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점만 보이지 않아요? 내면을 너무 관심 갖고 들여다보면 소용돌이만 일어나는 거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디에 시간을 보내고, 무얼 보고, 이런 것들이 나를 말해주고 절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여러 상황이 생겨도 스스로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이게 큰 것 같아요. 
-<톡이나 할까> 다음 작품을 준비중이시라고요.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계세요? 

이미 70% 정도 제작이 끝났습니다. 편성을 조율 중인데요. 가상의 세계관 안에서 연극과 연기와 리얼리티가 결합돼 있는 판타지 예능이라고나 할까요. TV는 이번주 만들어서 내보내고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렇게 길게 오랫동안 제작해 놓고 공개가 안되는 경우는 처음이거든요. 암중모색 하는 기분이에요. 1편부터 반응이 어떨까 알 수가 없으니까요. 맞아요, 사실 좀…쫄려요. 직면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언제 공개될 지 모르겠지만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보는 그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책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누추한 사람에게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고요. 새 작품 나오니까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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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타임스> 독자 10분께
권성민 예능PD의 신작 <직면하는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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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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