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결혼했다고 승진 차별, 계속 다니는 게 맞을까요?

[별별SOS] 45. 월급루팡을 해도 남자라며 승진시켜주는데…

2023. 01. 11 (수) 11:47 | 최종 업데이트 2023. 09. 08 (금) 14:10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회사에서 성차별을 겪고 있어요.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월급루팡을 하는 남자 직원은 직급이 사람을 만들어준다며, 진급하면 달라질 거라고 승진시켜주고, 여자는 일을 잘해도 유부녀에겐 날개를 달아주면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회사인데요. 이런 부당한 회사… 다녀야 할까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남녀차별은 전보다 사라졌다고는 해도 회사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할 때가 많죠. 특히 사내문화가 보수적인 곳일수록 빈도가 높아지는데요. 능력이 충분함에도 여러 이유로 차별받아 승진하지 못하는 ‘유리천장'이란 말이 생겨난지도 40년이 지났는데 뿌리뽑히지 않았죠. 그래서 2023년을 맞은 시점에도 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주인공이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대행사>(JTBC, 이보영 주연) 같은 드라마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2년 3월에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13년부터 10년 연속 꼴찌(29위)에 올랐다는 결과는 별별이님의 사연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승진과 관련된 지표인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28위(15.6%),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29위(8.7%)로 최하위권이었어요.

근로기준법(6조)*과 남녀고용평등법(제8조**, 제10조***) 등 여러 법에서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 달랐는데요.

*근로기준법 6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직원은 연봉이 매우 낮고 승진도 없는 등 차별대우한다", “여자는 승진 기회를 꿈도 못 꾸는 곳. 남자도 힘들지만 여자는 10년 가까이 다녀야 겨우 대리를 달 수 있다", “동일부서에서 동일 업무를 해도 성차별로 여자는 6년 이상 다녀도 남자 신입사원보다 못한 월급을 받는다. 승진도 차이가 난다"처럼 2022년에 작성된 리뷰에서도 여전히 그런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사연 속 “결혼한 여자한테는 날개를 달아주면 안 돼”란 말처럼 일상에서 소외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일상 속 모욕적 언어 사용, 평가, 행동을 ‘미세한 차별'(Microaggression)이란 용어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체스터 피어스 하버드대 교수(정신과 의사)가 낸 저서에서 2010년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에요.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2022년 5월 19일부터 승진을 비롯해 채용, 임금 등에서 성차별을 겪으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차별적 처우 등의 입증은 피해자가 아닌, 사업주가 하도록(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 돼있어요.

노동위원회에 피해자가 시정 신청을 하면 조사 및 심문을 거쳐서 차별적 대우를 중단하거나 적절한 배상을 하게 하는 시정 명령을 하게 돼요. 만약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과태료 1억 원 이하(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를 내야 해요.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당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까?를 고민하신다면 여러 선택지가 있을 걸로 보여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스트레스의 근원지라 볼 수 있는 해당 회사를 떠나, 차별 없는 회사로 이직하는 걸 텐데요. 그게 아니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도 있고요. 차별적 이유로 승진이 안 된 내용이 법 위반이라고 인정받는다면 승진이 누락된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 차액 청구도 가능해요. 

그렇다고 무조건 구제신청을 하시라거나 이직을 하시라고 말씀드리기도 조금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각자 처한 현실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천차만별로 다르니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천천히 잘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괜찮은지'를요. 괜찮으면 괜찮은 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지도 자연스럽게 답이 떠오르실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그 무엇도 아닌 별별이님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 절대 잊지마세요!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죠. 성별을 이유로 승진과 처우에서 차별이 있는 회사라면, 다른 것들을 어떨까 짐작이 됩니다. 회사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또 지인이 이런 회사를 다닐까 고민중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은 회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별을 이유로 회사에서 차별이 이뤄지는 것은, 심지어 불법입니다. 회사는 공공연하게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셈인 거죠. 부당함도 문제지만, 이런 문화와 제도를 가진 회사가 앞으로 성장할까를 생각해봐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 분석회사 '바이브 컴퍼니'의 데이터 과학자 송길영 부사장은 2023년을 위한 단 하나의 생존 키워드로 '배려'를 꼽았습니다. "배려 없는 인간은 자동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곧 '배려 없는 회사는 자동 배제될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성원이 다양하냐? 소수자 배려 문화가 있느냐? 이 질문은 시혜 강요나 사회적 책무가 아닙니다. 장애인이나 남녀 비율로 조직의 형질을 변화시키는 게 생존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가령 '조직에 외국인 인사 룰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린 외국인이 없어서 괜찮다'고 하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디폴트가 균질이니, 새로운 유입이 막힌 거죠…성평등 고용도 당위나 의무로 받아들이면 늦어요. 그게 더 유리한 겁니다. 변동성이 클 때는 다양해야 살아남습니다."(송길영 부사장, 조선비즈 인터뷰 중)  

남성이 아닌 구성원을 대놓고 차별하는 조직, 일 잘하는 조직원이 기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능력이 떨어지는 조직원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주요 업무를 맡게 되는 조직, 그만큼 다양성이 떨어지는 곳이란 뜻이고, 도태되고 있는 곳이란 뜻이겠죠. 이런 회사의 미래는 사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밝게 그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당장 오늘내일 망하지야 않겠지만, 침몰하는 배같은 상황 아니겠어요? 

다양한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사표를 던지고 나오긴 쉽지 않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이 별별이님을 위한 최선의 자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차근차근 경험과 경력을 쌓고, 더 좋은 이직 기회를 부지런히 살펴보시길, 그래서 구성원이 이런 말도 안되는 고민을 하게 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