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시고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전략서의 고전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에 나오는 구절인데요.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에요. 그 누구도 피보지 않고
전쟁 없이 이기는 전략이 가장 뛰어나다는 건데요.
감정이 앞서면 강대강으로 맞붙게 되고, 싸움이 나기 마련이잖아요. 싸움을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꼭 필요할 때 해야하는데요. 이럴 때 강조되는 게
차분함과 유연함이에요. 그럴 때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되는 질문이
‘그렇게 해서 뭘 얻을 수 있나?’였어요.
살아보니
진실이 전부가 아닌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거짓이 되기도 하고,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도 있죠.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고 하잖아요.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들을 하고 보니 확실한 기억도 의심이 간다 싶으면 다시 확인부터 하는 습관을 갖게 됐어요. <도둑맞은 뇌>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란 책을 보면
기억은 재구성되고,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을 기억하기도 하고 잘못된 암시를 주면 왜곡을 만들기도 한다고 해요. 일례로 제가 어릴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거실에 켜져있던 TV에서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는 내용을 다룬 관련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아주 잠깐 봐서 그걸 실시간 뉴스로 인지했어요. 수년 동안 12월 24일이 통일된 날(실제는 1990년 10월 3일)이라고 착각하고 살았죠.
이렇게 기억은 왜곡되기도 해요. “입 다물어”란 말을 상사 분이 무심결에 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정도로 상사가 강경하게 아니라고 했다면, 그분의 기억 속 진실이든 실체적 진실이든, 그분에겐 하지 않은 일인 거예요. 그분의 진실은 ‘그 말 안 했다'인 거죠. 불리하거나 창피해서 하는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상황에서의 진실은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된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 별별이님께서 ‘권위적'인 어조로 ‘명령’을 했다는 게 팩트라고 주장하신 후
얻은 건 ‘해고통보’란 결과밖에 보이지 않아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그뿐인, 자신에게만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어요. 누군가는 그걸 ‘정신승리'라고 부를 수도 있어요. 결국 피해본 건 별별이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어요.
저도 바르지 못한 건 못 보는 편이었는데요. 경험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옳고 그름’, ‘바름’과 같은 기준도 사람에 따라 다르단 걸 알았고, 절대적 가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덕분에 신념과 혹은 알던 사실과 다르더라도 그게
위법하거나,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본질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넘어갈 줄도 알게 됐어요. 물론 같은 상황에서 여전히 스스로와 싸울 때도 있지만,
굳이 안 해도 될 말은 덜 하는 게 좋다는 걸 아니까 노력하거든요.
분명 별별이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잠시 한 발만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살펴보면, 불리한 상황들뿐이에요.
1) 회사에서 인사권이 없다. 2) 당사자와 직급도 현격히 차이난다. 3) 지금 회사 업무 여건이 마음에 든다. 4) 고급 스킬의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언제든 대체 가능한 자원이란 뜻.
싸워서
얻을 별별이님의 이익은 하나도 없고, 회사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상황만 보여요. 수습기간은 앞으로 함께갈 직원인지 보려는 목적도 있는데 지각까지 하는 편이라고 하셨으니 업무 태도에서 이미 불리한 평가를 내리고 계셨을 거예요. 인사권자도 보통 해고라는 결정을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하진 않거든요. 해고엔 정당한 사유(
관련기사▶수습 태도가 마음에 안들어 해고…되나요?)라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요.
그런데도 반성문식의 시말서만 써오면 지켜보고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면? 써야죠. 당연히 감사하게 써야죠.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대기업 부장 출신 17년 차 멘토가 직장생활 필승법으로 “상사와 논리로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 마라 이겨도 힘들다”라고도 하셨고요.(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다면?▶핵심만 뽑았다! 일 잘하는 6가지 방법) 그래도 회사에 맞추기 어려울 것 같다면,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나라고 하듯 이직하면 됩니다. 회사가 별별이님과 이별을 고했듯, 별별이님도 회사를 해고하고 떠날 권리가 있으니까요.
지금 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는 ‘감정을 빼고' 시말서를 잘 쓰는 것,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는 실력을 쌓고 성과를 내서 ‘회사에서 붙잡고 싶은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