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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칼춤, 꼭 춰야 했나?" 구조조정에 빠진 기업들

[데이터J] 구조조정① 왜 했고, 어떻게 했나

2023. 03. 16 (목) 17:32 | 최종 업데이트 2023. 03. 20 (월) 09:41
구조조정(構造調整). 여러 사전에선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사업 혹은 조직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경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예상치 못한 변화로 갑작스럽게 산업 구조가 바뀐다거나, 금리 변동, 국제 정세, 규제 강화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이때 잘 대처 못한 기업은 무너지기도 한다. 

지난 3월 10일(미국 시간) 파산을 발표한 실리콘밸리뱅크(SVB)도 이런 영향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시장이 얼어붙었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돈줄이 마르면서 은행에 넣어둔 자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SVB가 장기 자산에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해둔데다, 현금을 내주기 위해 빠르게 처분하다 보니 손실 규모가 18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후 뱅크런(단기간에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으로 결국 파산 선언을 하며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처럼 환경 변화는 기업에 나비효과처럼 생각지 못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에, 구조조정으로 빠르게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기업에 필요한 경영 활동임에도 '구조조정'은 왜 부정적 이미지인 걸까?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간 후 복구는 되지 않고 있는데, 이게 알고보니 자연재해가 아니었다"는 한 퇴사자의 말에 그 배경이 있지 않을까. 1000자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구조조정을 겪은 이들의 리뷰를 통해 '구조조정' 전과 후를 <컴퍼니 타임스>가 정리해 봤다.
◇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일자리…2023년은 권고사직 중

구조조정 얘기에 빠지지 않는 말이 권고사직 혹은 정리해고다. 권고사직은 회사가 퇴사를 권하고, 근로자가 수락해야 성립된다. 자발적 퇴사와 달리 구조조정은 '경영상 필요'(양도인수합병, 사업폐지, 업종전환, 경영악화 등)에 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면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고, 회사에 따라 위로금도 지급한다.

물론 권고사직을 거부해도 되지만, 회사 사정 나쁜 게 빤히 보이거나,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은 보장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거부할 수 있는 직원들이 현실적으로 많지는 않을 터.

정리해고는 조금 더 까다롭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하면 ▲(양도, 인수, 합병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해고일 50일 전까지 통보 및 근로자 대표(혹은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물론 해고 사유 또한 정당해야(제23조 제1항) 한다.

2023년은 연초부터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이슈로 떠들썩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팬데믹으로 비대면 업종이 부각되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각종 산업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활발했다. 그러던 중 2022년 5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1%였던 금리는 2023년 2월 현재 4.75%까지 올랐을 정도. 

이 여파가 국내에 미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국내 금리도 덩달아 뛰었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은 몸 사리게 됐다. 그 결과 2022년 하반기부터 '권고사직' 뉴스는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하루 걸러 하나씩 나올 때도 있었다.

최근 수개월 내 관련 이슈로 보도된 기업만 해도 구글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베스파(인수합병), 타파스코리아(법인청산), 데브시스터즈(사업종료), NC소프트(사업종료, 전환배치), 그린랩스(유동성 악화), 정육각(인수합병), 클래스101(실적악화) 등 셀 수 없고, 또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에 부쩍 권고사직 브이로그가 부쩍 눈에 자주 띄었던 것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잡플래닛에 남겨진 기업 리뷰 중 단점 항목으로 언급된 '권고사직'과 '정리해고', '구조조정' 키워드가 얼마나 언급됐는지도 살펴봤다. 코로나19 유행 직전년도인 2019년부터 2023년 3월 16일까지 찾아보니, 세 키워드 모두 2021년에 최고점을 찍었다. 2020년초 불어닥친 팬데믹으로 대혼란을 겪었고, 대면 업종의 피해가 컸던 여파가 시간 차로 덮친 결과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됐고, 유니콘 기업 탄생 소식이 연일 들려온 2022년은 다소 안정돼가는 모습이었다. 경기 침체 신호가 들리고 있는 2023년은 어떨까. 뉴스처럼 권고사직이 늘어났을까? 리뷰에선 '권고사직' 언급량이 확실히 증가했다. 3월 중순까지 언급된 횟수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이 추세대로라면 2022년 대비 26.6%(438건 언급 예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5년 내 최고 수치다.
◇ 너마저, 구조조정…왜 해야 했나

구조조정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거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하는 조치이거나, 실적악화로 폐업으로 내몰리기 전 고육지책으로 택하기도 한다.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한 회사들 대다수가 후자에 해당했다. 무리한 인수와 투자, 수익성 없는 사업 유지 등 잘못된 경영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특히 코로나 시기 거액의 투자 유치를 이어가며 급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서 파장은 더 컸다. 잡플래닛 총만족도 점수가 높아, 가고 싶은 회사로 꼽히던 곳들도 적지 않아 더 그랬다. 가파르게 스케일업하는 속도 만큼이나 필요한 인재들도 많았고, 그만큼 채용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최근 3년 사이 이곳들로 이직한 직원들의 수도 만만찮은 것. 

문제는 2022년 하반기부터 전쟁, 금리 인상 등 대내외 환경이 바뀌면서 경기 침체 조짐이 보였고, 경고도 있었다는 거다. 이들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벤처캐피털(VC)사들도 몸을 사리면서, 시장에는 점차 돈이 마르기 시작했다. 미리 대비해야 했지만, 투자금을 화수분으로 여기고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했고, 순식간에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투자금도 바닥날 기미가 보이자 갑작스러운 권고사직과 같은 형태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희망퇴직은 나은 경우였고, 2023년에 더 잘해보자고 얘기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나가달라고 한 회사도 있었다.


① 무리한 인수

"조 단위 인수로 적자가 발생하면서, 비상경영이다 구조조정이다 난리남. 지금도 열정과 청춘을 바쳐 밤새 일하는 직원들만 안타깝다." (⭐️3.3 서울 미디어 회사)

"무능력한 경영진의 잘못된 투자로 막대한 회사 적자 발생, 그 책임은 직원들의 몫, 복지 축소, 구조조정이나 직책 강등 등이 아무런 상의없이 이루어지고 있음" (⭐️3.2 경기 IT/웹/통신 회사) 


② 기댈 건 오직 투자금뿐

"투자자들도 그러라고 투자한 건 아니었을 것. 경영진이 직원의 소중함을 모르는 곳. 투자금이 없으면 바로 무너지는 곳. 투자금 부족으로 구조조정과 월급 삭감을 진행" (⭐️3.6 경기 IT/웹/통신 회사)

매출이 없다보니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 투자금 믿고 무지하게 경영해서 곧 망할 수 있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영진. 지금 오면 권고사직 당할 수 있다. 적자에 경영난이라 경력이 단절될 수 있음" (⭐️3.5 서울 IT/웹/통신 회사)

"투자금이 막힐 걸 생각 못하고 펑펑 쓰다가 망했다. 회사가 힘들다고 직원도 해고하고 신사업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건 처음부터 사업 검토를 잘못했고, 무리해서 채용했고, 사무실도 무리해서 확장한 듯. 사업은 이상으로만 되는 게 아닌데 현실을 직시하시길" (⭐️2.8 서울 IT/웹/통신 회사)

"투자 유치 후 안정적 매출보다 몸집 키우기에 급급. 투자 불황기가 왔고, 투자 유치에 실패한 후 플랜 B는 없었다. 그 결과 많은 구성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음. 해고 과정도 전혀 도의적이지 않았고, 떠난 직원들, 남은 직원들 모두에게 신뢰 잃음" (⭐️2.8 서울 IT/웹/통신 회사)

"투자 없인 굴러가지 못하는 회사. 매출이 안 나오면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다 자른다. 대표는 사람 귀한줄 모름" (⭐️2.2 서울 유통/무역/운송 회사)


③ 잘못된 의사결정

"입에 발린 말만 잘하는 사람들만 신뢰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사업하다가 잘 안 되는 조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경영진의 판단력 미스" (⭐️3.9 서울 교육업 회사)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망하는 흐름. 역량을 다시 검증해봐야 할지도. 이런 와중에 다들 자기 책임 아니라고 떠넘기고, 애먼 직원들만 그 결과 떠안음" (⭐️2.4 서울 IT/웹/통신 회사)

"고정 거래처가 사라지면 금세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현실이 부실 경영으로 드러남. 내실 대신 사업확장과 리브랜딩을 택한 결과. 제대로된 체계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감성 경영하다가 결국 재무적 문제로 구조조정" (⭐️2.3 서울 미디어/디자인 회사)


④습관적 구조조정

"틈만 나면 구조조정. 코로나 초기에 신입부터 팀장급까지 대규모로 한 후 잠잠했다가 최근 나이로 과차장급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함. 이유는 평균 연령을 낮추겠다는 거였다" (⭐️2.6 서울 제조/화학 회사)

"구조조정을 수시로 함. 일감이 안 몰릴 때 타이밍만 잘 맞으면 위로금 받고 퇴사할 수 있다" (⭐️2.6 서울 건설업 회사)

"2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구조조정함. 잘되면 경영진 덕, 안 되면 직원 탓" (⭐️2.5 울산 제조/화학 회사)

"말단 사원부터 임원까지 수시로 구조조정과 해고를 한다. 혈연, 지연, 사내정치에 능한 핵심 인원 빼면 나머지는 파리목숨" (⭐️2.4 경기 제조/화학 회사)
◇ 구조조정은 이렇게 시행됐다…"어느 날 갑자기, 그냥, 나가주세요"

미래를 대비하고,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구조조정을 맞지 않았겠지만, 이왕 해야한다고 판단했다면 잘해야 한다. 제대로만 한다면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업무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도 나아지게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면, 잘해야 한다.

구조조정 대표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GE(제너럴 일렉트릭스)는 최고 경영자를 교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매각과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조정했고, 조직 구조를 가볍게 바꿨으며,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구조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핵심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집중한 것.

이처럼 구조조정은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만 해서는 안 되지만, 손쉽게 현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인력감축부터 시도하는 것이 현실. 구조조정을 할 때 하더라도 먼저 직원들에게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받아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감원 과정에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해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최근 구조조정을 했다는 잡플래닛 리뷰 속 회사들도 이렇게 시행했을까? 답은 글쎄다.


① 날벼락 통보형 

"지난 달까지도 복지조차 줄지 않고 평소와 같아서 눈치조차 채지 못했는데, 하루아침에 자금이 물린 상황을 알게 됐고, 옆자리 동료도 잃었다" (⭐️3.6 서울 서비스업 회사)

"5개월 넘게 사내에 소문이 돌 정도로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경영진은 어떤 말도 해주지 않고 있다가 구조조정을 하루 앞두고 통보" (⭐️3.2 서울 의료/제약/복지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소통 없이 하루 아침에 권고사직을 요구받았다" (⭐️2.8 서울 서비스업 회사)


② 무원칙, 무기준, 무대책형

"경영진끼리 소통이 안 되는 회사. 구조조정 후 사업 방향성 잃고 갈피를 못잡고 있고, 투자만 믿고 채용했던 인력들의 커리어만 꼬이게 했다. 탑다운식 의사결정 구조인데 직원들 탓은 그만했으면. 구조조정 당한 직원들은 무슨 기준으로 대상자가 됐는지 알지 못함" (⭐️3.9 서울 IT/웹/통신 회사)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하더니 임금이 체불됐고, 해고 통보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리더 입맛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이 정해지더니, 2주 뒤 나가라고 해고 통보했다. 그렇게 구조조정 당한 직원들만 1/4은 되는 듯. 구조조정 기준은 능력이 아닌 친목이다. 애사심 갖길 바라면서 필요 없어졌다 싶으니 바로 구조조정하는 회사" (⭐️2.9 서울 IT/웹/통신 회사)

"나가야 하는 대상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 못함. 평소에는 한 팀을 강조하더니 정작 구조조정할 때는 대표가 사과메일 보낸 게 전부. 입사할 때부터 과연 돈이 되는 사업인지 의문스러웠지만 끝까지 이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 (⭐️2.7 서울 교육업 회사)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한바탕 난리남. 필요 인력만 남긴다더니 오히려 핵심 인력을 내보냈다. 기업 구조조정이란 게 원래 이렇게 기준과 준비 없이 주관적으로 진행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 연차소진, 복지비 등 권고사직 후 처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대책은 세우고 통보해야 하는 거 아닌지. 추천서를 써준다며 좋게 나가라고 하면서 배포한 사직서 양식에는 동종업계 취업금지가 써있던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애쓰던 모습이 평생 기억에 남을 듯" (⭐️2.3 서울 미디어/디자인 회사)


③ 책임전가형 

"구조조정 하면서 많은 인원을 권고사직하고, 사무실도 옮겨야 할 정도인데 사업 검토 제대로 못한 돈 많이 받는 임원은 왜 그대로 두는지" (⭐️2.8 서울 IT/웹/통신 회사)

"이 정도 사태까지 왔으면 책임자들이 직접 얘기해줘야 하지 않나. 홍보할 때는 잘났다고 얼굴 알리면서 이럴 땐 뒤에 숨어서 피한다. 자신들이 의사결정을 잘못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직접 퇴사 면담을 해야 하는 인사팀이 처음으로 안쓰러울 지경. 늘 말로만 구성원 성공하게 해준다고 하더니 이렇게 책임지지 못할 줄 알았음" (⭐️2.4 서울 IT/웹/통신 회사)

"말 한 마디 없다가 뜬금없이 경영사정이 어렵다며 권고사직 한다며 메일 한 통 보내곤 구조조정 시작. 구조조정하면 임원부터 책임지고 잘리는 게 상식이지만, 경영진과 임원은 모두 그대로고 아래 사람만 주구장창 해고하는 구조조정은 처음 본다" (⭐️2.0 서울 IT/웹/통신 회사)
[구조조정] 
① "그 칼춤, 꼭 춰야 했나?" 구조조정에 빠진 기업들
② 구조조정 그 후 “모든 날이 흉흉해졌어"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