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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다쳤다고 권고사직...어떡하죠?

[혼돈의 직장생활] 권고사직, 버티기vs위로급 받고 나오기

2023. 06. 22 (목) 15:13 | 최종 업데이트 2024. 02. 06 (화) 12:42
“휴무일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양 발목을 접질렀어요. 오른쪽 발목이 골절되고 인대가 손상돼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는 다 나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고 구인광고를 내, 현재 사람을 구한 상태이고요. 저더러 일을 하다 다쳐서 그만둔다는 사직서를 자진 제출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컴퍼니 타임스>에 안타까운 사연이 제보됐습니다. 쉬는 날에 다치게 됐는데, 이를 이유로 회사가 권고사직을 했다는 내용인데요. 중대질병이나 장애가 생긴 것이 아니라, 단순 골절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둬야 할 처지가 된 사연자의 심정이 매우 난처할 듯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비슷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데요. 이럴 땐 대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 부상입은 근로자, 권고사직으로 내보내도 되는걸까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할 수 없어요. 특히 근로자가 업무를 하다가 부상을 입었거나 질병이 생겨 일을 쉬게 됐을 땐,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해고가 절대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업무중 부상’일 때에 한해서만 해고가 절대 금지된다는 건데요. 업무중이 아닐 때에 발생한 부상·질병은 회사의 책임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업무 외 부상·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면 해고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요. 단, 근로자의 신체 장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에는 아래의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대법원 1996.12.06 선고, 95다 45934 판결)
⭐ 신체 장해 이유로 해고할 때 고려해야 할 것 ⭐
✅ 근로자가 신체 장해를 입게 된 경위, 그 사고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또는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
✅ 근로자의 치료기간
✅ 치료 종결후 노동능력 상실의 정도
✅ 근로자가 사고를 당할 당시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성격과 내용
✅ 근로자가 그 잔존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의 존부 및 그 내용
✅ 사용자로서도 신체 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순조로운 직장 복귀를 위하여 담당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를 하였는지 여부
✅ 사용자의 배려에 의하여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 근로자의 적응 노력 등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업무 외 부상·질병으로 인해 장기 치료가 필요하거나 노동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보는데요. 회사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휴직 허용 일수를 상당기간 초과하면 회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퇴직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1996.10.29 선고, 96다21065 판결)

◇ 이렇게 대처하세요

 
자, 그럼 다시 사연으로 돌아가볼까요. 사연자는 전치 6주의 업무 외 부상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받은 상황인데요. 결론적으로는 권고사직을 거부하거나 응하는 것, 2가지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어요. 구체적인 대처법을 배동희 대유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법학박사에게 물었습니다. 

① "권고사직 버티기"…권고사직 거부할 경우

‘권고사직’이란 회사가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 성립되는 합의 퇴직을 말합니다. 법률용어가 아니라, 근로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말로 해고와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개념이죠.

근로자는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권고사직을 거부한 뒤 근로자 개인의 부상이 완치되면 회사는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합니다. 다만, 이미 해당 업무의 대체인력을 뽑아 원직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 등 업무상 정당한 필요성이 있을 때는 회사가 근로자를 다른 직무에 배치시킬 수 있어요. 

근로자가 권고사직을 거절하면 회사에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식으로 괴롭힘 행위를 하거나 부당 전직, 부당 해고 등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사례가 빈번한데요. 만약 이같은 일을 당하게 된다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구제 절차를 밟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불합리한 인사조치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권고사직 불응 시, 해고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위에서 살펴보았던 것과 같이, 업무 외 부상으로 인한 근로자의 휴업이 회사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판단되면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해고는 가능하지만,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예고해야 해요. 그렇지 않았을 때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물론 실업급여 등 해고당했을 때 신청 가능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요. 

② "권고사직 위로금"…권고사직 승낙할 경우

권고사직을 승낙하면 해고나 자발적 퇴직이 아닌 ‘합의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데요. 이때 근로자는 비자발적 퇴사로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됩니다. 자발적 의사로 퇴사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작성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반드시 회사의 권고로 인한 퇴직이라는 점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실업급여와 더불어,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1~3개월치의 권고사직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해고예고수당에 준하여 1개월치 월급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게 배 노무사의 의견이에요. 취업난과 생계곤란으로 실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 다른 직장에 취직할 시간을 부여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것도 원만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배 노무사는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으면 회사의 압력, 직장 내 괴롭힘, 노동기관 대응 과정에서의 피로감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최선의 방안이라는 건 없으나, 권고사직에 응하여 위로금을 지급받고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