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결제 후 개인 포인트 적립해도 될까?

오전 10시, 카페 계산대 앞입니다.
회의 전 팀원들의 주문을 받았고, 주문도 틀리지 않고 잘 마쳤습니다.
손에 들려진 건 법카.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미는데 점원이 물어요.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

고민이 됩니다. 포인트를 버리자니 아까운데? 월급도 적은데 이 정도는 복지로 허락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법인카드로 개인 포인트 적립, 과연 해도 될까요?

정답은 '세모'입니다. 적립해도 될 수 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법부터 볼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횡령죄'인데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을 하고 있어야 하고, 이걸 횡령했거나, 돌려주는 걸 거부해야 해요. 그럼 '재물'에 해당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포인트, 마일리지 적립 등 비용을 지불한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이익 등을 회사가 소유하거나 점유하는 '재물’로 보긴 어려워요. 횡령죄로 처벌할 순 없다는 뜻이죠. (☞소확행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직장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회사 볼펜 '슬쩍'은 ok, 물티슈는 횡령?) 

그렇다면 업무상 배임죄는 어떨까요? 가능성이 있어요. '재산상의 이득'에 해당하거든요. 금액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부당이득에 해당할 수 있어요. 특히 개인이 아니라 '회사 법인 앞'으로 적립되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썼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요.

통상적으로는 회사 내규로 "법인카드 사용 후 발생한 포인트는 개인 적립을 해선 안 된다"거나, "개인적으로 쓸 수 없다" 등의 내용을 명문화하지 않았다면,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회사들도 많아요. 출장시 발생한 비행기 마일리지를 복지 차원으로 개인 적립을 하도록 해주는 회사들도 있거든요. 반면 어떤 곳은 해당 마일리지는 업무 시에만 사용하도록 하기도 하고요. 적립 가능 여부는 회사의 의지와 방침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도 있어요. 

결국 '회사 방침에 따라 다르다' '방침이 없는 회사에선 소액의 경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보고 크게 문제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금액이 크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만약 회사가 업무로 쌓은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은 업무적으로만 사용해야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회사는 반환청구소송(민법 제741조)을 통해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요. 5억 원 이상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가중처벌(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도 가능하고요. 
특히, 공공기관은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어요. 실제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법인카드 불법 사용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거든요. 이를테면, 지인들과 비싼 식당에 가서 법인카드로 결제한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죠. 공공기관들은 내부적으로 '법인카드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업무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감독하고 있어요. 법인카드 발급부터 배부, 사용범위(시간, 장소 등), 쓸 수 있는 업종 등을 다 정해뒀어요.  

포인트나 마일리지, 적립금의 적립과 사용에 관해서도 지침을 두고 있는데요. 정부는 공무원은 출장으로 쌓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 이렇게 쌓은 마일리지는 다음 출장을 갈 때 사용하라는 규정을 내놓기도 했어요. 공무 출장으로 쌓은 마일리지를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하던 관행이 적발돼 논란이 일었거든요. 
한 마디로 "법인카드는 업무 용도로만 써야"하고 내부 지침이 없다면 "법인카드로 쌓은 포인트는 회사 것"이라는 거죠.

그러니, 법인카드 결제 후 개인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을 회사에서 괜찮다고 했거나, 안 된다는 명확한 내부 지침이 없다면, 적립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요. 포인트가 그냥 날아가는 것이 아깝다면 회사에 미리 공유하고 적립을 했다가 회사 일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고요. 회사마다 관행이나 규정 등은 다를 수 있으니 상황을 봐가면서 물어보고 하자고요. 
 

[오늘의 요약]
회사 방침에 따라 (횡령죄 아닌)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다른 회사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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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경 변호사·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