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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 AI와 함께 '최대화'의 시대 맞을 것"

[애드아시아2023] 광고업과 AI의 공존 혹은 차별화 전략은

2023. 10. 26 (목) 14:33 | 최종 업데이트 2023. 10. 28 (토) 01:08
올해 디지털·IT산업 분야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AI였는데요. 챗GPT를 업무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생성형 AI를 상업용 디자인에 활용했다가 표절 논란이 불거진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했죠. 이 모든 것이 불과 최근 1년 내에 우리에게 벌어진 변화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될 분야 중 하나로 광고업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AI 혁명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트렌드를 선도하는 광고업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25일 개막한 애드아시아2023 행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7일까지 진행되는 애드아시아2023은 아시아광고연맹(AFAA) 주최로 27개국 글로벌 광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65년 전통의 광고·마케팅 페스티벌인데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The Digital Race: Ready, Set, Transform’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애드아시아2023에서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은 광고업의 변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광고업, 최적화 시대를 지나 ‘최대화’의 시대가 온다”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크리에이티브 & 테크놀로지’ 섹션에서는 2명의 글로벌 광고인이 각각 발제를 맡았는데요. 먼저, 제일기획 자회사인 미국 광고회사 바바리안의 스티븐 모이(Steven Moy) CEO가 ‘모든 브랜드는 기술 회사다’라는 주제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커뮤니티가 고객과의 관계를 바꿔놓고 있다”며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IT기업들은 예산의 40%를 기술 확보 및 유지에 들이고 있다. 테슬라나 구글로부터 어떻게 하면 빠르게 기술을 도입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IT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고객을 파악하고 직접적인 연결을 시도하는 것처럼 마케팅 분야에서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DTC(Direct to Consumer)가 필수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웨슬리 터 하(Wesley ter Haar)는 글로벌 디지털 광고 솔루션 기업인 미디어몽크스의 공동창립자인데요. 그는 AI 혁신에 대한 기대감과 일자리 상실의 우려가 공존하는 광고 시장의 현상황을 짚었습니다.

웨슬리는 “표준화 된 창의력 시험(Torrance Tests of Creative Thinking)에서 AI는 상위 1%의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윤리적·법률적 관점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AI 기술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사람이 필요한 이유”라면서 “AI가 업계를 무너트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대신,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AI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예를 들어, 광고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의 혁신을 위해 AI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는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타깃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요. 이렇게 얻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한 뒤, AI에게 재투입해 콘텐츠 생산을 지시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웃풋을 무한대로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죠. 웨슬리의 설명에 의하면,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결과물을 100개 만드는 것과 100만 개 만드는 것 사이에 비용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는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데이터를 쫓아다니는게 아니라,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디지털 광고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한 채널에 A/B테스트 하는 ‘최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AI 시대에는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극대화 된 결과를 얻는 ‘최대화’가 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연사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김현규 제일기획 CD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짧은 좌담이 진행됐는데요. 가장 흥미로웠던 대화 몇 가지를 Q&A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Q. 옥외광고 등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스티븐 모이: 미디어 타깃에 관한 데이터를 보면, TV 등의 미디어 사용자의 평균 연령대는 약 55세다. 이는 실질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고객을 타깃팅하는 데 TV광고가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반면, 메타버스나 SNS 등의 매체는 젊은 세대에 효과적일 것. 광고 시청자의 연령대와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매체와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현재 AI 경쟁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가?

웨슬리 터 하: 세일즈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이미 생성형AI를 잘 활용하고 있고,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가치가 드러나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 대한 우려로 AI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브랜드들도 있는 듯하다. 크리에이터 관점에서는 AI가 주는 이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작은 비즈니스일수록 확장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 

스티븐 모이: IBM, 세일즈포스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점적인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사실 AI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지만, 오픈AI 덕에 최근 들어 접근성이 크게 확대됐다. 고객들과 얘기해보면 자신들이 지닌 데이터의 20%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하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자동화를 통해 콘텐츠 생산 속도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Q. 회사에 새로운 인력을 채용한다면, 어떤 역량을 지닌 사람을 뽑을 것인가?

스티븐 모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흥미와 설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할 것이다. 이미 챗GPT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고, 생성형 AI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변화에 대해 기대가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웨슬리 터 하: 마찬가지다.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더 낫게 바꾸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미션이다.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내부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에 없던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AI가 가져올 변화를 맞닥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AI가 생성할 수 없는 창의성은 ‘문화’에서 온다”

앞선 좌담에서 기술과 공생하는 법을 모색했다면, 곧바로 이어진 강연에서는 ‘AI가 생산할 수 없는 상상하지 못한 문화 솔루션: 차세대 창의성을 향한 글로벌 여행’라는 주제로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에 대한 통찰이 이어졌습니다. 

연사로 나선 글로벌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 Inc.)의 켄타로 키무라 CCO는 ‘문화에 대한 이해’에서 인간만의 크리에이티브가 만들어진다고 봤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적 자부심'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 일본 시즈오카현의 관광 캠페인이 있습니다.

시즈오카현은 원래 이렇다 할 관광 테마가 없었습니다. 독특한 점이라면, 전국에 유통되는 프라모델의 80%를 생산하는 지역이라는 것인데요. 프라모델은 대부분의 일본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한 번쯤은 가지고 노는 장난감입니다. 고로,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는 프라모델에 대한 추억이 자리잡고 있어요. 시즈오카현은 여기서 관광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얻어 우체통, 공중전화, 벤치 등 도시 곳곳의 공공시설을 프라모델 형태로 바꿨습니다. 시즈오카현을 유니크한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것이죠.

켄타로는 "시즈오카현 사례처럼, 구성원들이 있는 곳에 가서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면 지역이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얘기할 수 있다"면서 "챗GPT 등의 AI를 활용하는 것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파악할 수 없다. 지역적 자부심은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기'를 건드리는 것 또한 AI가 흉내내기 어려운 전략인데요. 켄타로의 설명에 따르면, 금기는 인간성을 제한할 수 있고 차별을 양산할 수 있으며 폭력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기를 판단하는 건 인간의 영역이죠. 즉, 금기는 인간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고유한 문화가 만들어지죠.

금기를 깨트리는 것 역시 AI는 해내기 어려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요. 바디폼(Bodyform)사의 생리대 광고가 그 대표적인 예죠. 보통 생리대 광고에서는 월경을 부끄럽거나 거북한 일로 치부해, 생리혈의 사실적 묘사를 금기시하고 파란 용액으로 표현하곤 하는데요. 바디폼 광고는 생리대 광고의 관례를 깨부수고 빨간색 용액으로 생리혈을 표현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켄타로는 "특정 문화가 가진 독특함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노려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무언가 불편하고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강력한 캠페인을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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