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디자인 회사인 H사에 다니는 A씨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씨와 다른 직원 3명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얼마 뒤 A씨는 회사가 새로운 직원을 채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회사는 지방자체단체에서 진행하는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통해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직원을 뽑았던 것. A씨는 배신감을 느꼈다. 회사 측은 “1월부터 매출이 많이 줄어 불가피하게 권고사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컸다”고 해명했다.
올해 들어 잡플래닛에는 ‘부당해고’를 고발하는 익명 제보가 크게 늘었다. 사업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근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부 기업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부당하게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3개월간 잡플래닛에 남겨진 ‘부당해고’ 언급 리뷰는 671건에 달한다. 지난 한해 동안 1705건의 리뷰가 남겨진 것과 비교하면 40% 가량 급증한 수치다. 실제 정부가 실직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7382억원)과 비교해 2551억원(34.6%)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돈 없다고 사람 자르더니 채용 공고를 올려?”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사정이 너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해고의 원인이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이 틈을 타서 기존 직원은 해고하고 인건비를 낮춰 새로운 직원을 뽑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미 일하고 있던 직원을 해고시킨 뒤, 새로운 채용 공고를 낸 회사들이 있다.
대전의 화장품 회사인 S사의 전 직원이라고 밝힌 B씨는 지난달 “입사 8개월만에 회사 재정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고, 통보 3일만에 회사에 그만 나와달라고 했다”며 “두 달 뒤 대리들도 돈 없다고 다 자르더니, 현재 경력 3년 이상 ‘상품기획&품질관리’ 겸업을 구인 중”이라고 후기를 남겼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달 ‘화장품 품질관리 및 상품기획 병행업무 가능 실무경력자’ 채용 공고를 냈다. 이번 달에도 ‘화장품 영업(국내/해외) 실무경력자’를 모집 중이다.
게임 개발 업체인 P사에는 지난 1월부터 “코로나 때 전 직원 출근, 런칭 후 개발팀 대량 해고”, “무리한 개발로 안될거같으면 팀 폭파 사람 막 자르는…” 등의 리뷰가 이어졌다. P사는 현재 개발 직군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이미 직원을 쉽게 해고했던 전력이 있던 기업들은 더 의심을 받는다. H사의 경우 이미 지난해 “대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웃이다. 토사구팽의 사례도 여럿 봤다”는 리뷰가 남아있다.
◇기존 직원 해고하고 정부 인건비 지원 받아 새 직원 뽑기도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기 위한 꼼수도 눈에 띈다. B씨는 “정부 사업 신규 고용 조건에 부합하는 인건비로 받은 예산때문에 내게 회사는 그만 나오되 한달 뒤에 퇴직처리해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S사는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직원 해고 사례는 있다"면서도 "정부 지원금 부분은 어떤 상황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업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채용한 사업주에게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창출장려금 제도 등을 운영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직원을 내보내고 지원 대상이 되는 직원을 새로 뽑으면 정부에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촉진장려금 제도에는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고 지원금 대상 근로자를 대체 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감원방지의무가 있다”며 “지원금 대상자 채용 전 3개월부터 고용 후 1년 사이 기존 직원을 해고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언의 압박 등으로 근로자가 스스로 그만둔 형태라면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당한 해고’ 입증은 사업주 책임…입증 못하면 해고기간 임금도 줘야
경영상 위기가 이유라도 회사가 마음대로 직원을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고에는 적법한 이유와 절차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더라도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인 대상자 선정 기준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등 요건을 갖춰야 해고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단지 경영상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를 할 수는 없다.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주장할 경우 이같은 노력을 했는지는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윤보미 변호사는 “부당 해고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근로자가 신고를 할 경우 정당한 해고였다는 입증은 회사가 해야 하기때문에 회사는 소송상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이를 입증하지 못해 부당 해고 판단이 나오면 해고 기간의 임금을 모두 계산해서 줘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기사들이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
콘텐츠 저작권은 잡플래닛에 있으며, 무단 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