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레퍼런스 체크 해, 말아?" 그것이 문제로다

[컴타서베이] 직장인 절반 이상 입 열었다! "레퍼런스 체크는 말이죠"

2024. 02. 22 (목) 16:11 | 최종 업데이트 2024. 02. 22 (목) 21:41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즉 평판조회라고 불리는 절차는 비단 하루이틀 사이에 시끌시끌해진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채용 과정 시 레퍼런스 체크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미국은 지난 2008년 비즈니스위크지를 통해 "최근 회사의 규모나 직종, 직급에 상관없이 직원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하는 회사가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평판조회 시장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어요.

왜곡된 정보나 작은 잘못 때문에 지원자가 낙인 찍혀 오랜 기간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객관적·중립적인 의견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저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이야기일 뿐’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에요. 

15년도 넘은 지금, 2024년의 대한민국 직장인들도 여전히 레퍼런스 체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죠. 직장생활 속 ‘소리 없는 면접’, ‘제 3의 면접’으로도 불리며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들 사이에 뜨겁게 회자되는 이슈인 레퍼런스 체크에 관한 현주소,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아 하나하나 정리해봤어요. 

레퍼런스 체크, 첨예하게 붙었다! “굳이? 불필요해” VS. “필요해” 


먼저 이번 서베이를 통해 레퍼런스 체크 경험이 있다면 당시의 업종·업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물었는데요. 최근 2~3년 사이 이직이 활발했던 IT업종의 개발직군이 다수 거론됐어요. 

이 외에도 동료와의 협업, 의사소통이 업무의 중심일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업종이 거론됐는데요. 디자인, 광고·마케팅, 행사대행업뿐만 아니라 유통, 커머스, 금융·보험, 제약사, 언론사까지 레퍼런스 체크는 이제 채용시 시행되는 필수 절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 취업포털에서 639개사 인사채용 담당자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 10 곳 중 6곳 정도인 59%가 ‘직원 채용 시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고도 밝혔고요.

그렇다면 <컴타 서베이>를 통해 의견을 남겨준 직장인들은 채용 시 레퍼런스 체크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남겼을까요? 참여자의 과반 이상(53.6%)이 ‘불필요하다’고 답하며 기업 입장과는 사뭇 대치되는 의견을 보였는데요. 물론 ‘필요하다’고 답한 수 또한 46.5%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어요. 

직장인들의 과몰입을 유도해보고자, 내가 함께 일할 동료(상사)를 채용할 때 레퍼런스 체크하는 것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이에 대한 답변 또한 팽팽하게 나뉘었습니다. 50.9%가 ‘좋다, 필요하다’라고 답했고, 49.1%가 ‘싫다 불필요하다’라고 답했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찬성과 반대, 지원자와 응답자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 답변들, 서베이 참여자들이 던진 표를 하나씩 열어볼게요. 

찬성파 “업무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고르기 위한 최후의 절차”


먼저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하다고 답한 직장인들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응답자들은 ‘인성, 인간관계 등 확인을 위해’(29.15%)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성이나 인간관계 등은 서류나 면접 등 단기간의 채용 과정으로 확인하기는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요. 

뒤이어 ‘서류, 면접 절차만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20.99%)’, 이력서(경력기술서) 내용이 맞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20.12%)' '업무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10.5%)' 필요하다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타 의견으로 ‘본인이 은폐할만한 리스크가 있는 부분들, 가령 성 관련 이슈나 횡령 등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도 있었는데요. 함께 직장생활을 하기에 악영향을 끼칠 사항들은 애초에 레퍼런스 체크라는 과정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부당한 일도 ‘흐린 눈’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후환이 두렵기 때문?


레퍼런스가 불필요하다고 답한 직장인들은 어떤 이유때문일까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참여자의 32.16%는 ‘평판을 우려해 회사에서 부당한 일이 있어도 말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고 우려했습니다. 뒤이어 31.6%는 ‘소수에 의한 평가라 오히려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이직 소문이 퍼져 곤란해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은 19.73%였습니다. 반면 '이력서, 면접 만으로 충분하기 때문'(5.68%)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이력서나 면접 등 채용 과정만으로 지원자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것으로 보여요. 부당한 일을 당해도 혹시나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문제가 될까봐 말도 못하고 직장생활을 살얼음판 걷 듯 어렵게 이어가는 직장인들이라니, 왠지 씁쓸해집니다. 

기타의견으로 “재직 중인 회사에 꼭 남아 있어야 하는 필요한 인재의 경우 악의적으로 이직을 막기 위해 부정적인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 있다”며 레퍼런스 체크가 지원자의 이직 과정을 막는 장애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습기간은 왜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직장인도 있었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레퍼런스 체크…그 중에도 ‘이건 선 넘었지!’


종합해보면 레퍼런스 체크가 불필요하다고 답한 직장인들의 의견은 ‘지원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데요.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가장 불편한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지원자의 ‘동의’가 배제된 항목에서 과반 이상 직장인들의 분노 버튼이 눌렸습니다. 

기본적으로 레퍼런스 체크는 정보의 주최자인 ‘지원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에요. 이 때문에 입사 지원한 회사에서 지원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받았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 71조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는 사정을 알고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되어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31.6%의 직장인은 ‘지원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 가장 불편하다고 피력했어요. 

뒤이어 22%의 직장인들은 ‘내가 지정하지 않은 사람에게 검증을 요청했다’는 것에 불편함을 표했는데요. 제 3자가 타인의 동의 없이 개인적인 생각을 제공, 특히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취업의 방해 목적에 해당돼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어요. 지원자의 직장 동료는 인사담당자와는 달리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라 하더라도요. 

실제로 레퍼런스 체크를 경험해본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레퍼런스 체크 전, 회사로부터 평판조회 실시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해 물은 질문에 ‘안내 받은 바 없다’고 답한 비율도 34.3%로 적지 않았는데요. 인사담당자도, 지원자도 서로 간에 보다 안전하게 레퍼런스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꼭 지원자의 ‘평판조회 실시 서면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사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겁니다.  

“내 평판 응답자, 내가 골라야지!” VS. “부탁하는 거 자체가 불편해”


이 뿐만 아니라 ‘현 직장 안에서 평판 검증자를 지정해야 하는 것(16.5%)’과 ‘평판 검증자로 요청할 사람의 직책을 무조건 지정해줌(10.9%)’으로써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이직 소문이 퍼지기 십상인 상황에 놓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한 참여자도 많았어요. 

그래서겠죠? 이직시 나의 평판을 검증해줄 응답자는 ‘지원자가 지정하는 게 좋다’는 답변이 43.46%로 우세했어요. ‘회사가 지정하는게 좋다’고 답한 응답은 10.6%에 그쳤는데 그 와중에 ‘둘 다 싫다’는 답은 27.9%에 달했죠. 레퍼런스 체크 시 내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응답자를 고르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니 저러니해도 내 평판 자체를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은 것이 지원자의 마음인 셈입니다. 

레퍼런스 체크 시 불편한 상황에 대해 답한 내용 중에서도 ‘동료에게 평판 검증을 부탁하는 게 미안함’에 대한 비율도 10.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직할 때 애태운 속, ‘레퍼런스 체크’가 한 몫했는데…나와 함께 할 동료 뽑을때는?


그렇다면 ‘지원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평판을 검증해 줄 ‘응답자’로 빙의해볼까요?

앞서 이야기 했듯 앞으로 함께 할 동료(상사)의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하냐, 불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첨예하게 갈렸는데요.

그렇다면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는 건 어떨까요? 과반 이상(65.5%)이 ‘전·현 직장 동료의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는 것은 괜찮다’고 답했어요. 

그렇다면 레퍼런스 체크의 정확도는 어떨까요? 레퍼런스 체크 요청을 받으면 직장인들은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를 할까 물어봤는데요. 

57.9%의 직장인들은 ‘가능한 동료의 좋은 이야기만 해준다’고 답했고요. ‘장단점을 정확하게 답한다’고 답한 이들이 42.04% 였습니다. 물론 비판이나 지적을 할 때는 정확한 사실만을 답해야 하는 것,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추측이나 감정적인 반응 등은 배제하는 것이 좋겠죠? 

레퍼런스 체크는 회사가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0명 중 7명의 직장인들은 ‘지원한 회사에서 전화나 메일 등으로 직접 연락(71.9%)’을 받았다고 응답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도 사람이 필요한 곳에 아무나 채용해 앉힐 순 없는 노릇이라 평판조회를 통해 인재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를 이유로 평판조회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다수 생겨나고 있고요. 

그렇지만 막상 해당 방법으로 레퍼런스 체크를 경험한 이들은 ‘질문 문항이 너무 많다’거나 ‘평판조회 문항을 작성하는 기간이 넉넉치 않아 지원자 입장에서 응답자를 오히려 재촉하게 돼 미안했다’는 웃픈 일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레퍼런스 체크 하는 게 맞아? 안하는 게 맞아?”


그럼 돌이켜볼때 레퍼런스가 채용 과정에서 과연 ‘약’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 맞을까요? 실제로 서베이 참여자들 중 과반 이상(62.0%)은 ‘레퍼런스 체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어요.

그렇다면 레퍼런스 체크 결과는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참여자들 중 70%는 ‘레퍼런스 체크 결과 때문에 불합격한 적/불합격한 사람을 본 적 없다’고 답했어요. 

흔히 ‘소리 없는 면접’이라고 불리는 레퍼런스 체크는 평판 응답자의 의견이 주관적이고, 지원자가 그 내용을 파악하거나 반박하기도 어렵죠. 이 때문에 레퍼런스 체크가 ‘공정한 평가의 수단’으로써 당락을 결정짓기에 어려운 지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서베이 참여자들은 레퍼런스 체크가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물어보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고려는 하겠지만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할 것(54.9%)이라고 답했습니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39.82%였고요. 5.3%는 별 영향 없을 것이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원자가 새로운 회사에서 둥지를 트는 일은 ‘안정’을 버리고 또 다른 끈기를 장착해야 하는 만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둥지를 틀기 전, 끈기를 갖출 에너지를 좀 더 값지게 충전할 수 있도록 보다 회사 또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를 탄탄히 마련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서베이 참여자들에게 물은 ‘자신이 겪은 레퍼런스 체크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할게요. ‘이거 실화? ㄴOㄱ’, ‘이게 가능해?’ 싶은 사연들이 난무하니 일하며 한가로운 시간에 살펴보세요. 

⭐퇴사한 동료에 대해 레퍼런스 체크가 와서 답변해 주는데, 질문을 40분 이상 하더라고요. 레퍼런스 답변하는 사람도 근무중 이라는 걸 잊으시면 곤란 합니다.  

⭐전회사에서 문제되는 직원이 계열사로 간다고 평판조회 요청하여 최종 불합격되었다

⭐저희 회사에서 맨날 힘들다며 징징대고 일머리도 없던 직원이 본인 파트 파트장님, 팀장님이랑 같이 일 못해먹겠다면서 큰소리치고 퇴사했었는데요... 한달 뒤 저희 파트장님(퇴사자는 저랑 같은 팀인데 파트가 달랐어요)한테 레퍼 체크 연락이 왔다더라고요? 저희 파트장님은 다른 파트 일에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 없으신 분이라 그냥저냥 평범하게 말씀해주셨다고 해요. 긍정적인 레퍼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그 퇴사자는 지원한 회사에 합격했고요...ㅎㅎ 저희 파트장님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기프티콘을 보냈다고 합니다..ㅎㅎ 몇 달 뒤에 그 회사에서는 저희가 폭탄을 보냈다며 욕했대요. 하하~^.^...

⭐친하게 지내던 분이 "OO씨 레퍼런스 체크 요청을 받아서 사람좋고 일잘한다고 칭찬했어요"라고 하셔서 감사하고 뭉클했습니다. 

⭐회사 사내 전여친에 연락함.

⭐지원하려는 회사에 전남친이 있어서 레퍼체크가 그쪽으로 들어간 적 있음.

⭐정말 유능하고 사람 좋은 마케팅부 부장님이 이직을 하면서 레퍼런스 체크를 하게 됐는데 성격 안좋았던 다른 팀 팀장님께 전화가 갔고 일부러 안좋게 말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케팅부 부장님은 탈락. 평판 응답한 팀장님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가 뭐인지 물으니 ‘그냥’이라고 들었다. 한순간 개인의 심술로 누군가의 기회를 없애 버리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레퍼체크는 2차까지 최종 면접이면 2차 끝나고 해야 되는데 1차 끝나고 레퍼첵하고 2차 가서 최종에서 떨어짐. 굳이 입사하지도 않을 회사를 합격하고 체크해도 늦지 않은데 굳이 소문만 돌고 기분 안좋은 경험이였음

⭐당사자 동의없이 연락한 후 불합

⭐레퍼런스 좋게 다니고 있으면 이직을 왜 하나요? 진심 어불성설 못 다니겠으니까 옮기는 거지

⭐비공식으로 “ 야 너네 회사 OO 다니는 애 지원했던데 어떤지 알아봐 줘” 라고 요청했다는 팀장 얘기 듣고 식겁 

⭐2차 면접 때 면접이 다 끝난 후 갑자기 레퍼체크가 있다고 하며 "돼죠?"라고 말해서 당황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

⭐음.. 직장 이직 경험이 많은 경우 앞에 다녔던 3개 회사에 전부 다 레퍼런스 체크를 하더군요.. 솔직히 힘들었는데 다행이 저를 모두 좋게 평가해 주셔서 합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직중 회사에 레퍼런스 체크 동의 여부 문의.. 곤란하다고 함
 
조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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