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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낙방 후 물경력만 4년째, 멘탈이 안 잡혀요

[별별SOS] 104. 중견기업 입사했지만 물경력만 쌓고 있는 것 같아요

2024. 04. 11 (목) 12:58 | 최종 업데이트 2024. 04. 12 (금) 01:30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별별SOS] 대기업 낙방 후 물경력만 4년째, 멘탈이 안 잡혀요
 
20대 중후반에 계약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고싶은 산업·직무 분야의 교육을 들으며 나름 열심히 준비한 뒤, 여러 대기업에 중고신입으로 지원했는데요. 정말 가고싶던 대기업 3곳 모두 최종 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어요.

이후 번아웃이 심하게 왔고 급하게 이력서를 돌려 가장 먼저 합격이 된 중견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현재의 직무도 회사도 만족스럽지 않다보니,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만 남습니다. 그때 면접 준비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던 걸까, 계약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한게 문제였나, 온갖 상념이 밀려옵니다. 매일 출근길에 최종탈락한 기업 건물을 지나갈 때마다 우울하기도 하고요.
    
원하던 회사에 들어갔어도 분명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인드 셋이 잘 안됩니다. 4년 동안 이렇다할 경력도 쌓지 못했는데 경력 이직이 가능할지도 걱정됩니다. 지나간 일에 자꾸 집착하는 건 대체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더 많은 경력을 쌓다보면 잊혀질까요?
별별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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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족스러운 회사 생활, 아깝게 놓친 기회에 남은 아쉬움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원하던 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아쉬운 결과를 받으셨으니 얼마나 속상하셨겠어요. 이런 상황이면 누구나 후회와 아쉬움, 미련이 남을 거예요.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거고요. 

전 별별이님의 이야기를 듣고 '별별이님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다니며 원하는 산업, 직무 교육을 듣고, 취업·이직을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인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다 알죠. 

또 열심히 준비해 대기업 3곳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셨다면 그만큼 실력도 키워내신 거고요. 경험상 면접이라는 게 객관적인 실력으로만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당시 회사의 상황이나 면접관의 성향 등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회사와의 관계를 '인연'이라 표현하는 분들도 있으시고요. 

그래도 열심히 갈고닦은 실력 덕분에 번아웃이 오고 멘탈이 흔들린 상황에서 급하게 이력서를 돌렸지만, 지금의 회사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으셨던 거잖아요. 분명 누군가는 간절히 바랐겠지만 떨어진 그 자리에요. 그러니 '그때 뭘 더 했야 했는데' '내가 부족해서' 같은 생각은 살짝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사실 맞아요.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죠.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마음이잖아요. 

이런 아쉬움과 미련을 가득 안고 지금 회사에 입사한 후, 지난 4년간 회사에 다니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내가 해 온 일들이 썩 내세울 만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고, 그러니 이 경력으로 이직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드시는 것 같고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시간 덕분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을 거예요. 덕분에 4년의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으신 거고요. 마찬가지로 지난 4년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 같지만 분명 그 시간 동안 별별이님도 모르는 사이 쌓인 자산들이 있을 거예요. 

당장 내세울 만한 정량적인 성과는 없어 보일지라도, 회사란 어떻게 돌아가는 곳인지,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는 것인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 정성적으로 나도 모르게 쌓인 경험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거든요. 요즘 중고신입이 인기라고 하죠. 이런 정성적인 가치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에선 회사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 별별이님의 지난 4년을 무의미하게 지나가 버린 시간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후회는 우리의 발전을 돕는 강력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후회를 통해 내가 더 바라는 방향을 인식할 수 있고, 바라는 방향을 인식했으니 이를 향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건데요. 후회를 통해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니, 이렇게 파악한 내가 바라는 결과를 향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보는 식으로 후회를 이용하라는 거죠. 후회를 잘 활용하면 더 나은 내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요. 

아마도 별별이님은 목표가 좌절된 이후, 다음 목표와 방향이 없어 방황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제는 별별이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음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싶어요. 목표가 새워지고 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분이 별별이님이니까요. 이미 대기업 최종 면접에까지 갈 정도로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성취해 낸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자, 이제 다시 일어나보자고요.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그때 이렇게 할 걸' 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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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서 뒤끝이 길게 남는 아쉬운 일은 있는 법이죠. 저도 그런 일들이 많고요. 특히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던 결과를 손에 얻지 못했을 때는 후폭풍이 길게 남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럴 때면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럼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게 '난 그저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서 최선을 다했던 건데, 왜 그렇게 속상해하고만 있니'라고 말할 것만 같아서요.

만약이라는 말은 참 아프죠. 최선이 항상 최고의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번번이 기대를 어긋나는 삶이란 참 애석하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위축되기만 하기엔 우리의 현재가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이미 별별이님도 알고 계시듯,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삶이 흘러갔어도 모든 하루하루가 무탈하고 만족스럽기만 하지는 않았을 거거든요. 

대기업에 가면 더 좋은 처우를 보장받을 순 있겠지만, 너무 세부적인 일만 맡아서 오히려 물경력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어요. 순환보직으로 인해 커리어를 탄탄히 쌓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요. 

저는 8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직무가 2번 바뀌었는데요. 직무를 전환할 때마다 처우를 포기하기도 했고, 낯선 환경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두려움을 맞닥뜨려야 했어요. 하지만 그 무모한 결정들 덕에 지금의 저는 매일 도전을 즐기며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과정이 쉬웠다거나 유쾌하기만 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요.

이제 지나온 길은 뒤로 하고 지금 별별이님 앞에 펼쳐진 길을 보세요. 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면? 삽을 들면 됩니다. 내 길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지금, 오늘 당장 나에게 스스로 미션을 주세요. 터무니 없이 어려운 미션이나 이루기 어려운 목표는 잠시 접어두고요.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딱 그정도의 실현 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거예요.

대기업 입사에 도전할 때 이미 '최선을 다해 본 경험'이 있으시니, 분명 그 감각이 별별이님 어딘가에 체화되어 남아있을 겁니다. 자꾸만 과거를 떠올리는 일을 좀처럼 멈출 수 없다면, 그때의 열정과 노력만을 되새김질하세요. '그래, 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 하면서요.   

내가 궁극적으로 뭘 원하는지도 스스로 신중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별별이님의 목표가 그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면 그 꿈이 이뤄진 뒤에는 무얼 향해 달리셨을까요? 욕망의 한가운데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면, 지금 당장 본인이 서있는 곳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할 지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될 수 있을 거예요. 

목표를 제대로 세팅했다면, 그 다음엔 그저 거기로 향하기만 하면 돼요. 마음을 잘 추스르시고, 앞으로 별별이님이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 길 위에 밝은 햇살이 가득 쏟아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아참, 그리고 무기력할 때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보세요. 땀이 뻘뻘 쏟아지는 운동도 좋고, 집안일도 괜찮고, 봄기운을 만끽하며 산책하는 것도 좋겠죠. 별별이님의 마음에 신선한 산들바람과 활기가 가득 채워질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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