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잡플⭐️3.7점에 평균 근속 17년…장기근속의 비밀

[인터뷰] 한국3M 김영옥 인사본부장

2024. 04. 22 (월) 18:21 | 최종 업데이트 2024. 04. 25 (목) 10:10
한국3M HR 인터뷰
 
"어머님들은 수세미로 많이 아시더라고요. 저 입사할 때 엄마가 '수세미 만드는 회사 다니는 거냐'고 물어보셨을 정도로요(웃음) 그런데 저희 제품 중 소비재 비율은 10~20% 정도밖에 안 돼요. 널리 알려진 건 각종 소비재 제품이지만 사실 비행기, 자동차, 휴대폰 등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이용하고 있는 공간과 제품에 저희가 개발한 첨단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어요." 

수세미, 비행기, 휴대폰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데 공통점이 있었으니 '한국3M'이다. 

포스트잇부터 스카치테이프까지, 소비재 제품들이 일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세간의 오해(?)가 깊단다. 사실 한국3M은 광학필름, 의료, 안전, 전자·전기, 자동차, 전력·통신 등에 이르기까지 1만 7000여 가지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첨단 소재 개발 기업이다. 올 초에는 HD한국조선해양과 '대형 액화수소 저장탱크용 진공단열 소재 공동연구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너무 잘 알려진 기업이라서 오히려 잘 모르고 있던 건 아닐까? 잡플래닛 평점도 그렇다. 막연히 '좋겠지' 싶은데, 3점만 넘어도 훌륭하다 평가받는 잡플래닛 유니버스에서 한국3M의 총만족도는 3.7점에 달한다.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 만족도는 4.2점, 복지·급여 만족도는 3.7점. 적지 않은 리뷰에서 '좋은 동료, 워라밸 가능한 업무 환경, 자율적인 분위기'가 장점으로 꼽혔다. 

거기다 평균 근속 연수가 17년에 이른단다. 이직이 트랜드인 시대에 신입으로 입사해 한눈 팔일 없이 다니게 하는 회사라니 궁금할 수밖에. 한국3M의 김영옥 인사본부장을 만나 장기근속의 비밀을 물었다.  
 
-안녕하세요. 컴퍼니타임스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3M에서 인사본부장으로 일하는 김영옥입니다. 소비재 마케팅 코디네이터로 입사해 3년 차 때 HR로 이동, 22년째 일하고 있어요. 

-22년 근속 중이시라고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웃음) 그런데 저희 내부에선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저희는 장기근속자가 많거든요. 평균 근속 연수가 17년쯤 됩니다.

-와, 요즘같이 시대에 평균 근속 연수가 17년에 달하다니, 그만큼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마케팅 코디네이터로 입사해 지금 HR 업무를 하고 계시는 것도 신기해요. HR로 내부에서 업무 이동을 하신 거군요?

원래 마케팅 코디네이터로 입사했는데, HR포지션이 열렸어요. 뭔가 미지의 세계 같고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내부에서 잡 포스팅을 해요. 포지션이 열리면 구성원들이 지원해서 업무 이동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원한다고 다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본인의 의지와 팀의 서포트가 필요하죠. 회사에 입사할 때처럼 지원, 인터뷰 과정 등을 거쳐야 하거든요. 회사 입장에선 포지션에 맞는 최적의 인재를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저희는 매달 팀 리더와 팀원이 커리어 원온원을 진행해요. 업무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커리어 방향이나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요. 리더는 팀원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논의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요. 지금 팀 이외 다른 업무를 하고 싶다면 역시 이야기해 볼 수 있고요. 실제 내부적으로 업무 이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요. 
 

◇ 언제, 어디서든, 유연하게 "Work Your Way"

 
-한국3M의 'WYW(Work Your Way)'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로 유명하더라고요. 이건 어떤 제도인가요? 

재택, 사무실 출근,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등 근무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예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3월 전사적으로 도입됐죠. 

사실 저희는 그 전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어요. 1990년대 초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오피스가 시행됐고요. 2010년 이후에는 전 사무직 직원이 'FlexAbility' 제도를 이용했어요. WYW는 이를 더 확장한 개념이에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면서 본인의 삶도 건강하게 유지하며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제도죠. 구성원은 스스로 자신이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근무형태를 선택해 결정해요. 현재는 직원의 70%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20%는 사무실 근무, 10%는 리모트 근무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 종식 이후 많은 회사가 구성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는데요. 3M은 WYW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생각할 때 이 근무 형태가 구성원들이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제도는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가 확실해야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제도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라면 처음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시작했다는 거예요. 저희는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근무할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디테일한 규정을 두는 대신 최대한 제약 없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씀인데요. 이런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조직 내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단기간에 만들기는 힘들죠. 신뢰는 서로에 대한 예측가능성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구성원들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왔고, 이런 문화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좋은 구성원들이 모여서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유지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첫 출발, 채용부터 좋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게 중요하고요. 개인적으로 HR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회사의 조직문화에 잘 융화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이분들을 채용하는 건 결국 리더의 역량이기도 하거든요. 결국 리더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조직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리더십이고요. 그래서 리더들을 위한 교육을 분기별로 진행하고 있어요. 글로벌로 진행하는 교육 이외에도 한국 오피스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따로 있을 정도로 무게를 두고 있어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소속감 저하 때문에 고민하던데요. 이런 문제는 없었나요? 

맞아요. 저희도 지난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60% 이상 구성원들이 제도에는 만족한다면서도 비슷한 문제를 우려하셨어요. 회사 내 의미 있는 연결,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요. 

조직 내 다양한 소모임을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ERN'(임플로이 리소스 네트워크)이라 불리는, 직원 주도로 이뤄지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죠. 관심있는 주제를 가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네트워킹하는 모임이에요. 이런 모임을 통해 회사 내 어려운 점들을 나누고,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함께 워크숍을 가기도 해요. 이런 과정에서 서로 동기부여가 많이 되더라고요. 

이런 활동으로 팀 내 양해가 필요할 때는 HR이 각 팀의 리더들에게 미리 커뮤니케이션을 드리기도 해요. 얼마 전에도 모임에서 워크숍을 갔는데요. 저희가 팀 리더들에게 메일로 미리 말씀을 드렸어요. '이 구성원이 사내 모임에서 워크숍을 가는데 소속감과 리더십 증진을 위한 활동이니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요. 모두 필요성과 효능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선뜻 지원해 주시죠. 

-생산성이 하락하는 등의 이슈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개별적인 퍼포먼스를 관리하진 않지만 회사 전체, 부서별 성과가 나오잖아요. 제도 도입 후 이 제도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외부에 3M을 추천할 때 상징적인 인사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고요. 

특히 요즘 구성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한 재량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스스로 자기 업무를 매니징하면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분기에 한 번씩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 프로세스를 변경할 수 있어요. 만약 현재의 업무 방식이 적절하지 않아서 성과가 낮아졌다거나 기타 문제가 있다면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논의해 더 나은 근무 형태로 조정할 수 있어요. 업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해 가며 더 나은 형태를 찾아 나갈 수 있는거죠. 

-실제 리모트 워크를 활용해 해외에서 일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어요.

30일 미만으로는 해외에서 리모트 워크도 가능합니다. 물론 팀 내 공유나 협의는 필요하겠죠. 맡은 업무나 업무 상황에 따라 맞춰야 하는 부분은 있을 테니까요. 2주는 휴가를 내고 2주는 리모트 워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해요. 저희는 이런 방식이 업무나 생산성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업무를 하면서 필요할 때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결과물이 안 나온다거나 하는,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어요. 

우리는 성숙한 어른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고 서로를 신뢰해요. 본인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놀아야지 이런 분은 전혀 없다고 확실하게 믿어요. 
 
 
◇ "당신의 실패를 응원합니다. 상을 줄 만큼이요!" 펭귄 어워드
 
-3M은 실패를 장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를 위해 펭귄 어워드(Penguin Award)라는 상까지 제정했다고요. 이게 어떤 이야기죠? 

펭귄들은 사냥을 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이 바다에는 바다사자나 범고래 같은 무서운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죠. 그래서 사냥을 가기 전 펭귄들도 머뭇거린대요. 무서우니까요. 그럴 때 한 마리의 펭귄이 바다에 뛰어들면 다 같이 따라 들어간다고 해요. 

여기서 착안한 제도에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실패를 했어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건데요. '나쁜 실패는 없다'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면 인정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어떻게 다 성공만 하겠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 자체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거든요. 지금은 실패했지만 이를 디딤돌 삼아 다음의 성공,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저희는 믿어요. 3M의 포스트잇 이야기는 모두 아실 거예요. 포스트잇 역시 실패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이런 도전과 혁신의 문화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제도인 거죠. 

매년 말에 진행되는데요. 각 그룹에서 후보자를 정하고, 후보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PPT로 제출해요. 역시 구성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심사, 평가해 우승팀을 선정하죠. 창의성, 도전정신, 노력 등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어요. 실패를 통해 얼마나 배웠는지, 최선을 다 했는지 등을 중요하게 봅니다. 아, 물론 대충해서 실패한 걸 지지한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혹시 상금은 어떻게... 

어휴, 물론 있죠. 1~3등에게는 좋은 자리에 주차할 수 있는 지정주차권을 드려요. 이게 인기가 좋습니다. 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Everyday Wins points'도 드리고요.

-'Everyday Wins points'요? 이게 뭔가요? 

복지 포인트 있는 회사 많죠? 비슷한 건데요. 저희는 글로벌 플랫폼이 있어요. 여기서 돈처럼 사용할 수 있죠. 물건을 사거나 상품권으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어요. 매년 잡 레벨에 따라 차등해서 드리는데요. 

이름이 'Everyday Wins points' 잖아요. 내부적으로 칭찬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업무를 하면서 동료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의 표시로 포인트를 보내줄 수도 있어요. 함께 일하면서 도움을 받았다거나, 업무협조가 잘 됐다거나 여러 고마운 상황이 있잖아요. 이럴 때 감사 메시지와 함께 포인트를 보내는 거죠. 글로벌 시스템이라 해외 구성원들과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또 동료의 각종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축하 메시지와 함께 포인트를 보내주기도 해요.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생일에 축하 선물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는 거죠. 

포인트를 보낼 때는 메시지와 함께 보내야 하는데, 이런 칭찬 메시지는 상사에게도 전달되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팀원이 파트너십을 잘 발휘하고 있구나, 이런 업무를 잘하는구나 같은 것들이 서로 공유되기도 하고요. 이런 공유는 다음에 비슷한 업무가 있을 때 잘 아는 적절한 사람을 찾아 물어볼 수 있는 팁이 되기도 하죠. 

-와, 회사에서 준 포인트를 선물로 이용할 수 있는 거네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저절로 만들어질 것 같아요. 

내가 뭔가 잘했을 때 인정받는 건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되잖아요. 구성원들이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쉽게 주고 받고, 또 서로에 대한 인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준 거죠. 또 이 포인트가 쌓이면 꽤 쏠쏠하거든요.(웃음) 

-그런 제도가 있다면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내 일처럼 나서서 해줄 것 같아요(웃음) 그나저나 본부장님은 벌써 22년 차라고 하셨는데요. 그 긴 시간 근속할 수 있었던 3M의 가장 큰 매력은 뭐였나요? 

사람이 좋아서요. 사실 많이들 물어보시거든요. 어떻게 한 회사에서 22년이나 있을 수 있냐고요. 전 항상 사람이 좋아서 다닌다고 말해요. 결국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저희 구성원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 많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게 선량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능력있는 분들이 많으세요. 회사잖아요. 내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남고 싶죠. 회사가 비즈니스적으로 성장하는 것뿐 아니라 뭔가 배울 수 있는 능력있는 구성원들이 많아야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잖아요. 능력 있는 좋은 구성원들이 많이 계세요. 이분들이 또 좋은 후배를 채용하고, 좋은 문화를 발전시키면서 이어가고 있고요. 이 안에서 저는 지금도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내부적으로 직원 개개인의 커리어를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많이 해주거든요. 원하는 커리어 방향에 따라 내부에서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요. 저만해도 마케팅에서 HR로 커리어 전환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한국3M에 오래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사이에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보고 변화를 겪어온 거거든요. 그게 가능하다는 점이 제가 3M에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일잘러들은 다 본다는
직장인 필수 뉴스레터, 구독 GO!

 
주간컴타 구독은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