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전공자가 일 잘하는 마케터로 살아남는 법

<비전공자 마케터로 살아남기> 저자 최민선(도리몬) 님

2024. 06. 13 (목) 11:18 | 최종 업데이트 2024. 06. 19 (수) 12:40

 

‘실무 경험이 적은데, 마케팅 경력을 어떻게 보여주지?’

 

직장생활을 해본 적 없는 학생, 관련 전공이 아니지만 마케터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본 답답함일 거예요. 마케터가 되기 위해 어디서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할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라 막막하죠. 나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괜히 움츠러들기도 하고요.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수집한다고 해도, 무엇을 유심히 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마케터가 되고 싶지만, 실무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충을 알게 된 10년 차 마케터 민선님은 <비전공자 마케터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통해 현실적인 조언과 용기를 전하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하면서, 마케터로서 빛날 수 있는 열정과 재능은 전공과 상관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데요. IT업계부터 F&B브랜드, 바이럴부터 퍼포먼스 마케팅, 브랜딩까지. 지난 10년간 마케터로서 밀도 있는 커리어를 쌓아온 최민선님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비전공자가 일 잘하는 마케터로 살아남는 법, 과연 무엇일까요?

 

바이럴부터 브랜딩까지,
마케팅 세계를 섭렵하다
 

민선님, 반갑습니다. 마케터셔서 그런지, 인터뷰 장소를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카페를 골라주셨네요.(웃음) 현재 어디 소속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지금은 한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워커이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먼저 ‘도리몬’이라는 이름으로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몇 가지 진행하고 있고요. 프리랜서로 조명 브랜드와 글로벌 에스틱 브랜드의 마케팅 컨설팅을 함께 담당하고 있고요. 일주일에 2일씩 각 브랜드의 회사로 출근해 함께 업무를 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독립적으로 일하고 계시군요. 이전에 여러 회사에서 재직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마케터로서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경력을 다져오셨는지,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첫 직장은 ‘야놀자 비즈’였는데요. 야놀자 체험단의 운영을 맡아 1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또 바이럴 마케팅과 굿즈 제작에 참여했고요. 그 경력을 살려 ‘여기어때’에서 바이럴 마케팅 총괄을 맡게 됐는데요. 여기어때 서포터즈로 2000명 이상의 인원을 관리했어요. 또 자사 SNS를 운영하면서 페이스북은 9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하기도 했고요. 여기어때에서는 다양한 일을 해볼 기회가 있어 옥외광고 기획, 프로모션, 정책 기획, UX/UI 기획을 하기도 했죠.

 

이후 산업을 바꿔 F&B업계로 넘어갔어요. 먼저 ‘망원동 티라미수’와 베트남 카페 브랜드인 ‘콩카페’에서 마케팅 총괄을 맡았는데요. 두 회사에 다니면서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획팀에서 하는 일까지 늘 함께했던 것 같아요. 메뉴 기획부터 가격 설정, 마케팅 믹스까지 전체적인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역할을 했죠. 주된 업무로는 당연히 고객을 상대로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고요.  B2B 제휴 전략을 고민하기도 했어요. 또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도 했고요. 이렇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프리워커이자 프리랜서라고 소개하셨는데요. 두 단어의 뜻을 정확히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요? 다르지만,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도 회사를 나와 일을 하다 보니 의미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프리워커는 본인이 스스로 기획한 일을 서비스화하고, 상품화해서 수익을 얻는 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개인의 커리어 컨설팅을 하거나, 제 이름으로 작업한 출판물을 판매하는 게 될 수 있겠죠? 퇴사 후, 1년 동안 프리워커로 생활해 보니 장단점이 분명하더라고요. 큰 수익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지만,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회사와 프리랜서로 계약해, 마케팅 컨설팅 일을 겸하고 있어요.

 

 

산업도, 직무도, 일하는 형태도 다양하게 경험해 보셔서 나눠주실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이번에 비전공자 마케터를 위한 책을 쓰셨잖아요. 이 주제로 책을 쓴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경영정보학을 공부했어요. 마케팅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이라고 할 수는 없죠. 졸업 후 마케팅 현장에서 ‘관련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그 설움을 잘 알고요. 그런데 오랫동안 현장에 있어보니 마케터로서 재능 있는 사람이 꼭 마케팅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제가 커리어 컨설팅도 진행했는데요. 100명이 넘는 주니어 마케터를 만나며, 전공자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계신 비전공자를 많이 봤어요.

 

비전공자로서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연차가 쌓이면서 저만의 업무 노하우가 생겼으니, 10년간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자, 마케팅 현장에서 살아남도록 돕는 지침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최민선
 

 

 

이제는 마케터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선배 마케터가 되셨어요. ‘마케터’라는 직업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오래전 이야기인데요.(웃음) 제가 취업 직전인 대학생 4학년일 때 아이폰의 초창기 시절이었어요. 한 수업에서 모토로라, 애플 등 IT회사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 과제를 했고요. 그 사례를 분석하며 IT회사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떤 일이 됐든, ‘IT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요. 그렇지만 입사를 한다고 해도,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예요. 개발도 아니고, 디자인도 아니고. 당시에는 마케팅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목표가 이루어졌네요, 첫 커리어를 ‘야놀자 비즈’ 그리고 ‘여기어때’에서 다지셨으니까요. 두 회사 모두 앱을 만드는 IT회사이자 숙박업인데요. 마케터로서 첫 업무는 어떤 일이었나요?
 

야놀자 비즈에서 처음으로 맡은 일은 핵심 비즈니스와 좀 떨어진 업무였어요. 웹사이트를 관리하거나 CS 응대, 숙소 관련 블로그 후기 작성 등 대체로 루틴한 업무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부장님께서 저에 대한 가능성을 보시고 야놀자 체험단 운영 일을 맡기신 거예요. 사실 신입이다 보니 업무 프로세스도 잘 모르는 시기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업무를 해보라고 하시니,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다음 직장이었던 여기어때에서 체험단 운영 경력이 이어졌고요. 여기어때에서도 서포터즈 운영을 혼자 했거든요. 또 마케터로서 업무의 확장도 이때 이뤄진 시기였죠. 일하는 동안 콘텐츠, 퍼포먼스, 브랜딩 마케팅부터 UX/UI까지 다양한 업무를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마케터와 협업한 경험이 많았는데요. 마케팅 영역도 세부적으로 나뉘고 각 마케터별로 필요한 스킬도 무척 다르더라고요. 바이럴, 퍼포먼스, 브랜딩 등 여러 일을 모두 하는 게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당시엔 어렵다고 느끼기보다 새로운 업무를 해봐서 좋았어요. 바이럴 마케팅은 마케팅의 시작이고, 중요하지만 대체될 수 있는 업무라고 느꼈어요. 루틴한 업무기도 하고요. 그래서 늘 콘텐츠 마케팅이나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어요.
 

 

그렇게 두 회사에서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경험하시고, F&B 브랜드로 이직하셨어요. ‘망원동 티라미수’를 운영하는 회사와, 베트남에서 온 ‘콩카페’의 마케팅을 담당하셨다고 소개해 주셨는데요. 산업을 바꾸신 이유가 특별히 있었나요?
 

숙박업에만 4년 정도 있다 보니 좀 지치더라고요. 저는 힙하고, 트렌디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F&B가 그런 성향이 강한 산업이라고 생각했고요. 이제는 업무의 확장이 아니라 산업의 확장을 시도해 보고 싶었죠. 

  

 

©최민선

 

 

올라운더 마케터,
직장 탈출을 결심하다
 

업무, 산업을 바꾸면서 마케터로서의 영역을 넓히셨어요.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마케터라는 외길만 밟으신 거잖아요. 민선님이 느낀 마케팅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기획력만 있다면 하고 싶은 걸 얼마든지 실행해 볼 수 있다는 거예요. 100%까진 아니어도 첫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한다는 것, 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마케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이런 스타일로 하고 싶다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잖아요. 필요하다면 설득의 과정을 거쳐서라도 말이죠.

 

하지만, 그만큼 본인의 실력이나 기획의 완결성을 갖춰야 해요. 단순히 하고 싶다고 아이디어 제안만 하면 안 되니까요. 필요한 구성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미리 고려할 수 있어야 하고, 프로젝트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춰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사회초년생 때 방황을 많이 했어요. 야놀자 비즈를 그만두고 나서 여기어때는 마케터가 아니라 인사팀으로 지원했었거든요.(웃음) 심지어 합격해서 출근일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대표님께서 제 이력서를 검토하시다가 “이 친구는 마케팅을 했던 친구잖아, 마케팅으로 다시 면접 봐봐”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면접을 다시 보고 마케터로 입사한 거예요.
 

 

그때 인사팀에 들어가셨으면 지금의 민선님을 못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웃음) 직무를 바꾸려고 한 건데, 마케터로 입사하라는 제안이 싫지는 않으셨어요?

돌이켜보면 마케터 일이 싫은 게 아니라 환경적인 요소에 스트레스를 받았더라고요. 신입이라 기회도 없고, 상사와의 관계 등도 신경 써야 했고요. 마케터 일이 싫은 게 아니라면 그냥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사실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웃음)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에 입사하기 전엔 공인중개사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몇 점 차이로 아쉽게 떨어졌고요. 이렇게 되니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잘할 수 있는 걸 아무리 고민해 봐도 마케팅밖에 답이 없더라고요. 결국 돌고 돌아서 마케터로 자리를 잡았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 일이 싫었던 건 아니었구나’ 깨달았고요.
 

 

결국 마케터의 업무 속성이 아닌 일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크셨던 거군요.

맞아요. 하지만 더 좋은 환경으로 가기 위해 이직하는 것도 이젠 무섭더라고요. 연차는 쌓이는데 오래 다닌 회사는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다른 곳은 1~2년 정도 다녔고요. 나이도 드니 부모님께 말하는 것도 민망할 지경이었죠.

 

또 제가 회사에 다니면서 겪었던 갈증이나 고충이 이직으로 해결될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저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게 힘들었어요. 이젠 업무적으로도, 나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게 됐잖아요. 더 넓은 세계에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더라고요.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 책임과 권한이 같이 늘어나야 하는데, 책임질 일은 많아지고 권한은 그대로였어요. 내가 선택한 일을 책임지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상사나 대표가 선택한 일조차 마케터라는 이유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더라고요. 저는 납득을 해야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이라서 이런 게 힘이 들었죠. 힘들었던 원인을 깨닫고 나니, 회사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고충이 있다고 해도 직장을 벗어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무섭지는 않으셨어요?

오히려 회사에만 있는 게 무서웠어요.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팬데믹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면 자생력이 있는 사람만 살아남잖아요. 회사는 하나의 울타리일 뿐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래서 ‘도리몬’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전 항상 갈증이 있었어요. 마케터는 하나의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이잖아요. 타인이 만든 브랜드는 그렇게 잘 알리면서, 왜 나라는 브랜드는 마케팅하지 못할까라는 고민이 있었죠.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1000명의 팔로워부터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운이 좋게도 생각보다 사람들을 금방 모을 수 있었어요.

 

 

©최민선님 인스타그램

 

 

 

이젠 회사 밖에서 ‘나’라는 브랜드를 마케팅하기 시작한 거네요.

그렇죠. 마케터로서 어떻게 독립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요즘 온라인 클래스가 참 많잖아요. 마케팅 강의 리뷰 중에 아쉬운 점은 어떤 게 적혀있는지 찾아봤어요. 그걸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나에게 돈을 쓰지 않을까 싶었어요. 온라인 마케팅 강의는 어쩔 수 없이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리뷰에 ‘추상적이다’ 혹은 ‘실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럼 전 마케팅 현장에서 경험한 걸 녹여내 진짜 일에 적용할 수 있는 뾰족한 내용을 알려주자고 마음을 먹었죠.
 

 

기존 시장에서 고객들이 겪은 불편을 해소한 거네요. 개인 프로젝트에도 마케터의 관점이 드러납니다.(웃음) 그 실무적인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셨나요?

바로 크루를 모집했어요. 소수의 사람이 유대감을 갖고 마케터 커리어를 확장해 나가는 모임을 만든 거예요. 실무적인 내용을 주로 알려드렸는데요. 특히 기획안 쓰는 법을 많이 다뤘습니다. 마케터라고 하면 트렌디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기획자나 PM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실행하고 분석하는 전반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기획안 쓰는 법을 대부분 모르더라고요.

 

기획안은 컨셉, 예산, 스케줄, 기대 성과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한데요. 기획안을 처음 쓰라고 하면 대부분 그냥 아이디어 하나만 적어요. 저는 여러 마케팅 업무를 올라운더처럼 해봤으니,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겠더라고요. 이게 개인 프로젝트로서 첫 시작이었어요.
 

 

바로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그럼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바로 퇴사를 하신 건가요?

사실 이렇게 부수입이 많아져도 바로 퇴사할 생각은 없었어요. 월급도 받고, 개인적으로 버는 돈도 있으면 수입이 더 많아지는 거니까요. 학자금 대출도 전 재산을 다 넣어서 갚은 상태였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에 왕복 4시간을 출퇴근에 쓰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5~6시간이 필요하죠. 거기다 일하는 시간은 8시간이고요. 그럼 회사를 위해 일하고 받는 제 시급이 1만원도 안 되더라고요. 회사의 워라밸은 좋았지만, 직장에 다니며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게 됐죠.

 

 

호스트로 참여한 커뮤니티 모임 ©최민선

 

 

전공은 중요하지 않아요,
‘기획력’을 갖춘 마케터가 되세요!
 

마케터로서 회사생활도 오래 하시고, 마케터 커리어를 컨설팅하는 역할도 해보셨잖아요. 실제로 책에 나오는 말처럼, 전공은 상관이 없나요?

저 역시도 마케터로 회사에 입사했을 때, 비전공자 동료가 더 많았어요. 게임회사에서 영업하던 분, 요리를 하다가 마케터로 전환하신 분도 있었고요. 무대연출을 하던 분은 비주얼을 다루는 데 있어 경쟁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담당하는 마케터로 일하기도 하셨어요. 이런 분들을 통해 전공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죠.

 

잘하고 싶은 열정과 마케터로서 필요한 자질만 있으면 얼마든지 전공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더라고요. 대신 그동안 쌓아온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이건 태도의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이 위축되거나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시대 같아요.

맞아요. 사실 한 분야만 공부한 사람은 플러스알파(+α)로 갖춘 게 없잖아요. 오히려 그 전문 지식 안에 갇히기 쉽고요. 비전공자가 마케터에 도전한다면, 마케팅 영역 외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디자인 전공자라면 콘텐츠에 감각을 녹여내거나, 디자인의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죠. 그래서 전공을 하지 않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또 실제로 비전공자가 부족한 점을 채우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배로 노력하는 모습도 많이 봤고요.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로 풀어낼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자 태도라고 할 수 있네요. 오히려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성장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거고요.

비슷한 예로 제가 IT산업에서 F&B로 넘어갈 때 같은 마케터 직군임에도, 동종 업계 경험이 없으니 우려를 많이 하셨어요. 무형의 서비스를 마케팅하다가 유형의 제품과 매장을 다루게 될 텐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마케터로서 적합한 사람인지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마케팅 경험, 적응 능력, 고객 설득과 매출 기여 성과 등을 어필했어요. 산업만 다를 뿐 마케팅의 매커니즘은 동일하다고 말씀드렸죠. 만약 ‘IT출신이 F&B에서 뭘 할 수 있겠어?’라는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면, 이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팁이 있다면, 이직할 땐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빨리 알아채는 것도 중요해요. 퇴사자 자리를 채울 한 명의 실무자를 원하는 건지, 환경이 힘들어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건지 면접을 보다 보면 대충 느껴지더라고요. 이걸 빠르게 파악해서, 내가 쌓아온 경험을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어필해 보세요.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녹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터로서 경쟁력을 어떻게 갖춰야 할지 고민되기도 할 텐데요. 비전공자가 혼자서도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역기획’을 많이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케팅 툴을 만지거나, 광고를 집행하는 건 강의를 들으면 언제든 배울 수 있어요.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면 되는 일이죠. 그런데 마케터로서 성장하고 일을 잘하려면 ‘기획력 있는 마케터’가 되어야 해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 마케터를 준비하는 분들께 “마케팅만 하지 마라”, “기획자나 PM이 되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데요. 역기획을 해보면 기획자의 시각을 갖출 수 있어요.

 

하나의 컨셉을 잡아서 어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느 기간 동안, 어떤 채널에서, 얼마를 써서 결과를 만들 것인지 계속 파고 파서 생각해 보는 거예요. 역기획 연습으로 마케팅 경력이 없으신 분이 마케터로 취업하신 경우도 있을 정도로 도움이 돼요.
 

 

실무 경험이 없는 분도 마케터의 시각과 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네요.
 

그렇죠. 사고를 단단하게 할 수 있어요. 제가 역기획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완성된 걸 추적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탬버린즈’라는 핸드크림을 좋아한다면, 내가 탬버린즈 마케팅 담당자라고 생각해 보는 거예요. 어떻게 인플루언서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마케팅 채널은 무엇으로 할 건지, 제니가 아니라 다른 모델을 쓴다면 누구로 써보고 싶은지 백지상태에서 기획을 해보는 거죠.

 

이렇게 기획안을 써본 사람이 실제 업무를 맡겨도 바로 적응하고 성과도 잘 내요. 실무의 구조를 아니까 상사에게 제안도 잘하고요. 얼마를 쓸 건지, 인플루언서를 누구를 섭외할지, 마케팅 채널은 어디로 할 건지 실무적인 대화가 바로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역기획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최민선


 
 

일 잘하는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다면 ‘이렇게’
 

전공이 아닌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건 많은 분들께 용기가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실무를 맡아본 경험이 부족하다면 ‘마케팅 능력을 키웠고, 마케터로 일을 할 수 있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어 막막함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기획자로서 성공 사례를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꼭 회사에서 만든 성공 사례가 아니어도 좋아요. 콘텐츠 마케터가 되고 싶으면 콘텐츠를 만들어서 발행까지 해본 경험이 필요하고요. 물건을 잘 팔고 싶다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시장에 직접 팔아본 경험이 있으면 좋아요. 요즘엔 SNS를 통해 혼자서도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사업자 등록증이 없어도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수 있고요. 
 

 

SNS를 활용해 유사 성공 사례를 만들어보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이제 반복적인 업무는 AI에 대체될 수 있는 시대가 됐거든요. 이럴 때일수록 마케터는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 인사이트를 갖추는 게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오직 나만 해본 경험,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도 SNS를 통해 충분히 만들 수 있고요. SNS를 운영하면 마케팅의 대부분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계정을 만들어 콘텐츠를 쌓기 위해서는 일단 기획력이 있어야 하죠,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디자인 툴 능력이 필요하고요. 또 방문자나 구매자 인사이트도 다 볼 수 있잖아요. 수치를 분석해 새로운 전략을 짤 수도 있어요.
 

 

혼자서도 성공 경험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시도를 해보려면 마케팅 사례를 자주 보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어떤 걸 참고하면 좋을까요? 추천 부탁드려요!

핀터레스트는 너무 흔하니까.(웃음) 요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분야는 케이팝(K-POP) 산업이라고 생각해요. 케이팝에는 마케팅 관점에서 배울 게 많아요. 제목 카피라이팅부터, 컨셉 잡기, 앨범 비주얼까지 다 배울 점이죠. 소속사가 하는 팬덤 마케팅도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참고할 게 많고요. 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버스, 지하철 광고, 그들이 만드는 서브 굿즈도 트렌디해요. 케이팝 산업만 추적해 봐도 웬만한 트렌드는 다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아이돌 산업이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트위터’, 지금의 ‘X’예요. 그래서 트렌드를 장악하려면 트위터와 친해지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 책에도 썼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는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를 유심히 보세요. 앱마다 10장의 소개 이미지가 있어요. 앱을 만든 사람은 다운로드받게 하기 위해서 10장 안에 모든 걸 함축적으로 담거든요. 카피라이팅, 디자인, 설명 등 마케팅할 때 필요한 요소가 다 들어있어요.

 

마지막으로, 요즘 주제별로 큐레이팅하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계정이 많아요. 실시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웬만한 잡지보다 시각적인 요소도 훌륭하더라고요. 그런 계정을 많이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실력이 출중한 마케터 중에도 포트폴리오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10년 차 마케터로서,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중간다리 역할이에요. 제가 채용에 면접관으로도 몇 번 참여했었는데요. 1차로는 이력서를 보고 우리 회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경험이 있는지 확인해요. 그리고 바로 자기소개서를 보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확인해요. 이력서는 숲을 보는 역할이라면, 포트폴리오는 나무를 하나씩 보는 거예요. 이력서에 나열한 경험을 어떻게 해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설득하는 게 포트폴리오의 역할이죠.

 

포트폴리오에 회사 소개만 몇 장씩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이건 버려지는 포트폴리오예요. 첫 장부터 자신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그니처 소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최민선의 포트폴리오’로 시작하면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렇다고 ‘믿음직한 마케터 최민선’라고 하면 증명할 방법이 없죠. 인상 깊지도 않고요. ‘F&B부터 IT, 바이럴부터 브랜딩까지. 올라운더 마케터 최민선입니다’라고 첫 장을 시작하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되고, 기억을 남기기도 쉬워져요.

 

표지부터 경쟁의 시작이에요. 그러니 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시작해 보세요. 표지를 놓치는 분이 100명 중 99.5명은 되시더라고요. 0.5명만 살아남아요.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뒷장부터는 많은 설명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프로젝트별로 기간, 성과, 기여도가 들어가야 하고요. 성과는 당연히 정량적인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다 비주얼적인 걸로 하는 게 중요하죠. 만약 정량적인 수치가 보여줄 게 없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숫자로 만들어야 해요. 만약 콘텐츠 마케터인데 대행사를 다녔다고 하면 성과를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몇 건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있잖아요. 기여도도 적어볼 수 있고요. 만약 다른 담당자가 3시간에 2건 만드는데, 나는 1시간에 3건 만들었다고 하면 효율이 훨씬 좋은 거니까요.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해서든 경력을 숫자로 나타내는 게 포트폴리오의 기본이에요.
 

 

오늘 말씀해 주신 이야기는 비전공자도, 주니어 마케터도 모두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마케터로서 면접을 본다면 이것만은 꼭 단단히 답변을 준비하라는 질문이 있을까요?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께 조언 부탁드려요.

“우리 회사에 마케터로 입사하게 되면 어떤 마케팅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이에요. 가장 열심히 준비하셔야 해요.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회사에 지원하더라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면접을 보셔야 해요.

 

이 답변만으로도 지원자의 의지와 적극성을 확인할 수 있고요. 마케팅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트렌드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업무 센스는 얼마나 있는지 엿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30대를 타깃으로 한 플랫폼인데, 10대를 겨냥해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답하면 당연히 의문이 들잖아요.

 

진짜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미리 기획안을 만들어 연습해 보세요. 서류전형에서 같이 제출해도 좋아요. 인사담당자가 보고 ‘우리 회사에 이렇게 오고 싶어 하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웃음) 제가 컨설팅한 분 중에 이렇게 들어간 분이 계시거든요. 지원할 회사를 두고 마케팅 기획안을 짰는데, 상시채용이라 갑작스럽게 공고가 내려간 거예요. 들인 시간이 아까우니까 합격하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제출해 봤는데요. 내용을 좋게 봐주셔서 면접을 봤고, 합격으로 이어졌어요. 진짜 원하는 회사, 포지션이 있다면 자발적으로 마케팅을 분석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획안을 만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잡플래닛 회원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도서 증정 이벤트가 마감되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비전공자 마케터로 살아남기>
책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책 살펴보러 가기]


 

장경림 기자 kyunglim.jang@companytimes.co.kr


일잘러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주간컴타>로 이슈 받아보기!
 

주간컴타 구독은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