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기업 입사만 3번, “업계가 달라져도 경험은 남아요"

[커리어체인저] 현대카드→네이버→통신사, 대기업 기획자의 취업 비결은?

2024. 07. 04 (목) 10:57 | 최종 업데이트 2024. 07. 04 (목) 18:22

‘지금 걷는 이 길이 과연 내게 잘 맞는 길일까?’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커리어 고민을 겪습니다. 누군가가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의문과 갈증을 조용히 덮어둘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과감히 방향키를 꺾어 완전히 새로운 길을 탐험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거죠.

 

거침없이 ‘변화’를 택한 이들을 우리는 이제부터 커리어체인저(Career Changer)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낯선 업무 환경,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직무…용감한 도전에 나선 커리어체인저들의 이야기 속에서 여러분도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대기업 한 곳도 입사하기 어려운 팍팍한 취업 시장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기업 3곳을 연달아 다닌 직장인의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현대카드, 네이버, 통신사까지. 각기 다른 업계지만,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기업이기도 하죠.

 

8년 차 직장인, 모험가K 님은 이 세 회사에서 기획자로 경력을 쌓았는데요. 두 번의 이직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해요. 또 각 산업에 몸을 담으며 직장인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달랐다고 전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굵직한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살아온 모험가K 님의 경험담, 함께 들어볼까요?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커리어 시작하기

 

8년 동안 기획자로서 경력을 쌓아오셨다고요. 먼저 어떤 회사에서, 얼마나 일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현대카드가 저의 첫 직장이에요. 2017년 입사해 약 4년 정도 일을 했고요. 그러다 네이버파이낸셜로 이직했습니다. 거기서 1년 반 동안 일하다 네이버로 자리를 옮겨 1년을 더 근무했어요. 네이버 안에서는 인력 교류가 있는 편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작년인 2023년 5월에 지금 다니는 통신사로 입사해 이제 막 1년을 넘겼네요.

 

 

같은 기획자라도 산업마다 하는 일이 천차만별이지 않을까 예상했어요. 회사의 주요 상품과 서비스가 다른데, 그걸 기획하는 일이니까요. 현대카드에서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사용자를 모집하는 채널을 기획하거나, 카드 상품을 기획하는 일이 주 업무였어요. 저는 이베이코리아, 배달의민족 등 고객사 전용 제휴카드를 만드는 PLCC카드 부서에서 일을 했어요. 제휴사와 함께 카드의 전체적인 설계를 하는 부서는 따로 있는데요. 기획자는 이 설계 초기부터 함께 참여해서 카드 런칭, 캠페인과 프로모션 단계까지 담당해요. 사용자 관리나 제휴사 커뮤니케이션도 맡고요. 카드 상품 하나에 관련된 디자인부터 광고까지 모든 일을 담당하는 게 기획자의 역할입니다.
 

현대카드에서 출시한 이베이코리아 전용 신용카드 ©현대카드

 

 

기획은 상품의 전체적인 그림부터 세세한 프로세스까지 다 구상하는 역할이네요. 업무의 범위가 무척 넓은 직무고요.

 

주로 없는 걸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이죠. 힘든 점도 있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컸어요. 제가 만든 결과물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거든요. 버스 앞자리 승객분이 카드를 꺼내시면 뭔지 다 알 수 있고, 제가 만든 카드를 쓰고 계시면 엄청 뿌듯했어요.(웃음)

 

 

그럼 첫 직장을 고르신 건 기획자가 되고 싶으셨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현대카드라는 회사를 목표로 삼았나요?

 

사실 전 금융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에요. 어렵고, 제가 하고 싶은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대학생일 때 현대카드가 브랜딩을 잘하는 기업으로 유명했어요.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현대카드에 가면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을 거라고요. 회사가 팬시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특별할 것 같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죠.
 

 

상상한 것과 실제는 같았나요?(웃음)

 

입사해 보니 그런 일을 하는 브랜딩 본부가 따로 있더라고요. 그 부서에 들어가는 사람은 신입사원 80명 중 3명 정도였죠.(웃음)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대카드라는 회사는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었고, 조직문화를 신경 썼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낀 현대카드의 장점은 당장 눈앞이 아닌, 멀리 바라본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사를 제외하고는 금융업계 중 가장 열려있는 조직이 아닐까 싶어요.

 

 

 

 

 

첫 번째 이직 결심,
“20년 뒤에 이 산업 괜찮을까?”

 

여전히 첫 직장을 좋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럼에도 네이버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져요.

 

현대카드에 다닐 때 한창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가 대중화된 시기였어요. 간편결제 서비스로 인해 카드사들이 위협을 느꼈어요. 지금은 알게 됐죠. 삼성페이를 쓰든, 네이버페이를 쓰든 신용카드를 간편결제 서비스 안에 탑재해 놓고 쓰잖아요. 그래서 위협이 덜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초기에는 시장을 뺏기고 있다고 바라봤어요.

 

카드는 결국 수수료 사업인데, 수수료를 잃게 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었거든요.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었고요. 그때 산업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됐던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10년 동안은 망하지 않더라도, 20년 뒤에 이 산업이 지금 생각하는 신용카드 사업일까라는 회의감이 생겨났죠.

 

또 회사에서 토스랑 네이버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카드 발급해 봐라” 거기서 나온 영상 좀 보자” 이런 이야기가 매일 귀에 들려요. 그렇다 보니 결제 시장을 그들이 주도하고 있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때 IT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위기의식을 느껴도, 당장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이직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월급도 잘 나오고, 현대카드가 당장 망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사실 첫 번째 이직은 제가 생각해도 잘한 이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준이나 마음가짐이 명확하게 없었거든요. IT업계로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품고 있을 때, 네이버파이낸셜의 채용공고가 올라왔어요. 아직 이직할 생각이 없었는데 연습 삼아 지원을 한 거죠. 근데 계속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거예요. 설마 설마 하다가 최종합격을 하게 됐어요.

 

당황했지만 고민 끝에 이직했습니다. ‘어차피 5년 차가 되든, 7년 차가 되든 언젠가는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닐까? 그러면 몇 년 뒤에 가는 것보다 지금 가보자’라고 생각을 정리했어요. 현대카드가 싫어서 나왔다기보다는, 고민 끝에 더 나은 결정을 한 거죠. 운이 참 좋았어요.
 

 

네이버1784 사옥 ©모험가K 님

 

 

막연하게 목표로 삼았던 IT업계로 발을 내딛은 순간이네요. 네이버파이낸셜에 입사해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됐나요?

 

네이버파이낸셜은 크게 ‘페이’와 ‘금융’ 두 축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페이는 많이들 아시는 네이버페이 결제와 QR 결제 등의 서비스를 담당해요. 금융은 페이 결제를 제외한 네이버 부동산이나 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맡고요. 금융은 당시에 다른 서비스도 키워보자고 만들어져서 2020년에 이제 막 1년 된 조직이었어요. 저는 금융 쪽에서 네이버통장의 서비스기획을 맡았습니다. 네이버 통장의 사용자 활성화, 페이지 기획 등이 주요 업무였죠.
 

 

앱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은 처음이었을 텐데, 적응하기 어렵진 않으셨어요?

 

초반엔 너무 모르는 분야라 힘들더라고요. 개발 쪽에 지식이 전혀 없는데 개발자들이랑 같이 일을 해야 하니까, 멍청해진 기분마저 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FE랑 소통을 하셔야 해요’ ‘API 정의서 보세요’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거죠.

 

또 힘들었던 건 신생 부서였기 때문에 대부분 다 금융업 경력직 출신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그 말은 제가 모르는 건 옆 사람도 모른다는 거예요. 도움을 받을 데가 별로 없고, 우리 조직의 리더조차도 다른 증권사 출신이었어요. 그러니 팀 전체가 네이버에 원래 있던 개발자들이랑 말이 안 통하는 거죠.

어느 정도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텐데 그걸 하지 못하니까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책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죠.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이런 류의 책을 읽었습니다.(웃음)
 

 

기획자라는 같은 직무로 이직해도, 회사가 달라지니 새로운 고충이 생겼네요.

 

그렇죠. 기존에 IT업계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이 업계에서 말하는 ‘서비스기획’의 정의를 모르고 이직했던 거예요. 네이버의 서비스기획자는 흔히 PM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에요.

 

어떤 상품이 되어야 할지 디테일한 그림을 그리고, 기능까지 설계하죠. 그 후 디자이너, 개발자, QA 동료들과 함께 서비스 런칭까지 끌고 가는 게 서비스기획자의 역할이에요. 네이버파이낸셜에서 1년 반을 일해보고야 느꼈어요. 이건 제가 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닌 것 같다고요. 그래서 네이버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네이버에서는 같은 기획자라도 하는 일이 달랐나요?

 

네이버에 서비스기획팀과 사업기획팀이 있는데요. 사업기획팀 소속이라 업무가 좀 달랐어요. 비교하자면, 서비스기획이란 앱에서 ‘어떤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이 작동할 거야’, ‘여기서는 어떤 오류 메시지가 나올 거야’라고 하나하나 정의하고 상세하게 기획하는 일이에요. 메시지 속 마침표 여부까지 결정을 할 정도로요.

 

반면, 사업기획은 좀 더 큰 범위에서 외부 기업과 제휴를 한다든가, 비즈니스 임팩트를 월별로 모니터링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려고 할 때 성과를 예측하거나, 시뮬레이션해야 할 때 데이터를 백업하고 보고하는 역할이에요. 전 이런 게 더 적성에 맞겠다 싶었어요.
 

 

회사 안에서도 내 적성에 맞는 기획 일을 찾으신 거군요. 그렇게 약 3년이란 시간을 네이버 소속으로 보내셨는데요. 네이버에서의 시간을 돌아볼 때, IT업계만의 장점이 있었나요?

 

네이버에서 좋았던 건 뭔가를 만들면 바로 눈에 보이고, 작동하고, 출시만 하면 1시간 안에 몇만 명의 사람들이 접속한다는 거였어요. 누구나 주소를 치고 들어가면 볼 수 있는 화면을 내가 만들었다는 게 좋더라고요. 누구에게나 말하면 다 알아주고요. 그런 게 보람 있었어요.

 

현대카드에서 느낄 수 없던 뿌듯함이었죠. 카드는 실물로 볼 수는 있지만, 전산이 오가는 게 눈에 보이는 건 아니잖아요.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힘들었던 만큼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피드백이 바로 온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반면, IT업계라서 더 힘들었던 점도 있었나요?

 

제반 지식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많은 협업을 요구한다는 거 같아요. UX/UI디자이너, 개발자, QA 등 다른 일을 하는 팀원들을 다 끌고 가야 하고요. 심할 땐 다른 팀 기획자들까지 함께 해야되는 일이 있어요. 협업의 양이 일반 대기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수준이죠. 서비스기획을 할 때 이게 제일 고충이었어요.

 

그리고 이것도 IT업계 전반의 고충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속도가 너무 빨라요. 누가 나한테 시켜서라기보단, 업계의 속도가 빨라서 과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내일까지 보고서 쓰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이슈가 나면 실시간으로 잡아야 하고, 이용자 수를 더 키우고 싶으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야 하고, 지금 나가고 있는 개발 건에 QA 응대도 해야 하고. 일이 많은데 빠르게 처리해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죠.
 

 

 

 

두 번째 이직 결심
“나에겐 워라밸이 중요해”

 

IT업계는 변화 속도가 빠르니 일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것 같아요. 일을 쉼 없이 할 수밖에 없겠고요.

 

맞아요. 정말 놀라운 건 모두가 다 그렇게 일해요. 물론 안 그런 부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협업한 모든 부서는 다 그랬어요. 재택근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너무 많으니까 워라밸을 느낄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하루 종일 햇볕 한 번 못 보는 거예요. 일을 끝내고 정신차리면 밤 10시였죠. 오히려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약속이라도 있으니 숨을 돌릴 수 있었어요.

 

 

말만 들어도 힘든 하루가 상상이 되는데요. 그래도 그만큼 보상이 따라왔겠죠? 

 

회사가 챙겨주는 복지는 많았어요. 네이버는 초과근무 수당이 다 나오고, 출퇴근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보장돼요. 또 주52시간제 때문에 월말에는 근무 시간이 없어 1시간만 근무할 때도 있었어요. 프로젝트가 끝났다면, 그냥 쉬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회사 안에 병원도 있고, 도시락도 배달해 주고, 재택할 때는 장을 보거나 배달음식을 시킬 때 쓸 수 있는 돈도 줘요. 정말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지원해 줍니다. 다른 대기업 복지도 잘되어 있다고 하지만, 네이버를 이길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식사를 배달하는 네이버 사옥 로봇 ©모험가K 님

 

 

그럼에도 이직을 결정하셨잖아요. 보상보다 과로에 대한 부담이 더 컸던 걸까요?

 

웬만하면 이직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 안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건강이 나빠지고, 과로하며 일하는 게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워라밸’ 하나만 보고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이직한 분들이 대부분 이야기하실 텐데요. 이직을 한 번 하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그런 자신감은 있어요. ‘내가 다시 네이버에서 일하고 싶으면, 그때 다시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워라밸이 좋은 회사, 산업군 후보도 많았을 텐데 재직 중인 통신사는 어떻게 고르셨나요?
 

잡플래닛 등 온라인에서 기업 리뷰를 많이 보고, 딱 워라밸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곳으로 골랐어요. 추리고 추려서 두 곳을 지원했는데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최종합격이 빨리 되어서, 이직하게 된 거예요.
 

 

워라밸을 보고 통신사를 고르셨다니 의외였어요. 통신업계는 3사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가 힘들 거라 예상했거든요.
 

저도 밖에 있을 땐 몰랐는데요. 들어와서 보니까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게 어마어마한 힘이더라고요. 구성원이 느끼는 안정감의 수준이 대단해요.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이런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통신사가 네이버보다 오래 갈 거라고요. 왜냐하면 쇼핑하는 곳은 쿠팡이 될 수 있고, 검색하는 곳은 구글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이용할 때 인터넷망은 다 통신사를 통해 써야 하니까요. 산업의 안정감이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는 곳은 처음이에요. 물론 다른 통신사도 신경을 쓰지만,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까 다른 산업에서 경쟁사를 신경 쓰는 거에 비하면 그냥 ‘서로 모니터링을 한다’ 수준에 그쳐요.
 

 

흥미로워요, 산업별로 경쟁사를 의식하는 수준도 이렇게 다르다니! 그럼 이직 후 통신사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여기서는 CX부서 소속으로 일하고 있어요. 고객 의견이 얼마나 접수되고 있는지, 주로 어떤 영역에서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지를 찾아서 하나씩 개선하는 부서입니다. 예를 들어 상담센터에 들어오는 의견이나, 앱 스토어에 리뷰가 달리는 내용이나, 홈페이지 이메일 문의 등 외부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다 통틀어서 분석하고 있어요. 단순히 고객이 먼저 전화하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소통 창구를 열어놓을 수 없을까 고민하기도 해요.


 

 


두 번의 이직과 세 번의 입사,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세 산업에 몸담아 보니 각 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달랐다고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각 산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어떻게 달랐나요?

 

금융업계는 솔직히 연봉인 것 같아요. 업계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요. 기본 연봉 자체가 높더라고요. 증권사나 은행에 비해 카드사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성과급이랑 합쳐보면 확실히 다른 산업에 비해 많았어요. 그래서 커리어 초반에 시작하기 좋은 직장인 것 같아요. 초봉을 높여서 시작하는 거니까요.

 

IT업계는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예요. IT회사에서 1년 일하는 게 다른 어느 회사에서 몇 년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기회 같아요. 네이버에서 ‘최고의 복지는 동료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요. 정말 그랬어요. 협업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 일도 잘하고, 인성도 좋아서 이게 말이 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뻗을 수가 없었어요. 다른 분들이 다 열심히 하니까 저도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일할 수밖에 없었죠. 복지도 좋고 동료도 좋아서 성장을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어요. 속도가 빠르지만, 본인의 성장을 원한다면 정말 좋은 업계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통신사는 안정성이 확실한 장점이에요. 제가 다녔던 모든 회사 중에 가장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크고요. 20~30년 전인 데이콤, 파워콤 시절에 입사한 분도 책임으로 아직 계세요. 기본적으로 경쟁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물론 통신사 동료분들도 다 능력 있으시고,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요.

 

저는 네이버에 있을 때 55살의 제 모습을 그려볼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회사에서 55살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웃음) 통신사에 일하면서는 먼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을 거라고 제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어요. 연령층이 고루고루 있어서, 제가 경력직인데도 아직 막내예요. 
 

 

세 산업을 극명하게 비교해 주셨네요. 그 속에 몸담아봤기에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이렇게 두 번의 이직을 통해 얻게 된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원하는 걸 스스로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뭔가 도전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 같은 거죠. 저는 앞으로도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찾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이게 이직에서 얻은 가장 만족스러운 점인 것 같고요.

 

또 이직할 때 ‘딱 하나’만 보고 결정하자는 기준이 생겼어요. 이건 네이버에서 동료에게 들은 말이에요. 첫 번째 이직 때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연봉이든 워라밸이든 복지든 일이든 막연하게 네이버가 더 좋을 거라는 마음으로 갔거든요. 여기가 더 나은 산업 같고, 남들이 좋다는 회사니까요. 그 결과를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이직을 해보니 ‘내가 놓치고 있었구나’라고 느낀 게 많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이직 때는 다른 건 안보고, 연봉도 낮아져도, 회사가 별로여도 되니 워라밸 하나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갈 거란 기준을 세웠어요. 입사한 후 1년이 지났는데요. 당연히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순 없어요. 그러나 워라밸은 좋아졌나고 하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니까 후회는 없습니다.
 

 

이번 이직이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니, 참 다행이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힘이 나는 말입니다. 이제 노하우 좀 나눠주세요.(웃음) 경력직 이직을 할 때 포트폴리오 작성 팁이 있을까요?

 

산업도 바뀌지만, 회사마다 업무도 조금씩은 바뀌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직할 때 제가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 하나를 정해서, 구체적인 경험으로 풀었어요. 예를 들어 현대카드에서 네이버 파이낸셜로 이직할 때 저 나름대로 서비스기획이 무엇인지 해석해 봤는데요. 실제로 카드 상품을 런칭할 때 어떤 업무를 했는지, 결과가 어땠는지 하나의 경험만 이력서 반을 할애할 정도로 자세하게 작성했어요.

 

면접관이 서류를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일해왔다고 그려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이직할 회사가 원할 것 같은 경험을 구체적으로 쓰고, 나머지는 거의 소제목처럼 간단히 작성했어요. 면접에서도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질문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요. 제가 한 경험이니까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었고, 이게 저는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험가K 님

 

 

‘어떻게 일할지 그려지도록, 그들이 원하는 경험 하나를 골라 구체적으로 작성해라!’는 말씀이군요. 이제 이직한 뒤의 이야기를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직을 이렇게 열심히 해도 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었나요?

 

사실 경력자를 뽑는 조직은 다 힘들더라고요. 이 얘기를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경력직을 뽑는다는 건 회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내가 기여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이직할 때 수월할 것 같아요. 저는 현직장에 워라밸을 보고 오긴 했지만, 누구보다 내가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분야가 있었거든요. 실제로 성과를 냈고, 회사에서도 만족스러워하셨고요.

 

도망친 곳에 낙원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이직하든, 뭔가 더 원해서 떠나는 거든 모든 일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을 거예요. 경력직을 채용하는 조직은 높은 확률로 엉망일 수도 있고요. 힘들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 가야 오히려 더 수월하게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는 말 오랜만이네요. 이직할 때 품어야 할 현실적인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려는 분께 응원의 말씀 부탁드려요.

 

전혀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혹은 이 업계에서 내 경력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도전을 그만두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산업의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게 느껴졌는데요. 요즘은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을 반으로 채우고, 나머지 비율은 업무 스킬을 가진 사람으로 뽑는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통신사만 해도 그렇거든요. 저는 통신업에 전혀 지식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 입사할 수 있었죠. 산업 지식이 필요한 업무는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니까요.

 

이직할 때 산업이라는 벽을 높게 보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스킬이 저 회사에서도 필요할까’라는 생각만 하면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통신사에 와서 경력사원 모임을 했는데요. 항해사를 하다가 개발자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니까요. 지금 속해있는 곳에 갇혀서,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두려워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