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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유니타스 '희망퇴직' 받는다?

[지금 이 회사는]"희망퇴직설 '사실무근'이라지만…" 위기의 '교육공룡'

2020. 06. 10 (수) 14:50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27
기사입력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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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브랜드 ‘공단기’과 영어 교육 서비스 ‘영단기’의 성공에 이어 미국 최대 사교육기업인 '프리스턴리뷰' 인수까지.
 
2010년 작은 온라인 토익학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매출 규모 4000억원대로 성장한 에듀테크(교육·기술 합성어) 기업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주식 시장 데뷔까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에스티유니타스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 "3개월 째 미뤄진 연봉협상…희망퇴직 받는다고?" 회사측 "사실 무근"
10일 익명을 요구한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회사가 코로나때문에 어렵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위로금으로 3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3월에 진행돼 온 연봉 협상은 3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잡플래닛에는 에스티유니타스 직원라고 밝힌 이들의 "평가가 끝난 지 한참인데, 5월까지 연봉협상을 시작도 안 했다" "3월이 연봉협상하는 달인데 5월인 현재도 안함.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리뷰가 쏟아졌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얘기는 사실 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봉 협상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 살펴볼 것이 많다"며 "인건비 역시 중요한 사안이라서 투자 건이 마무리되면 연봉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주변의 시선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프리스턴리뷰 인수 후 악화된 자금 사정에 더해, 올해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공개(IPO): 외부 투자자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기업이 주식과 경영 내역 등을 시장에 공개하는 것. 주식을 증권 시장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 "프린스턴리뷰 인수 후 '빨간불' 켜진 재무제표"
2010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에스티유니타스는 현현교육(전 스카이에듀), 뷰티르샤, 리브로, 프린스턴리뷰(The Princeton Review) 등을 인수하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2018년에는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 IPO 준비에 돌입했다.
 
문제는 ‘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는 2018년 연결기준 417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535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를 기록했다. 2017년 역시 4165억원의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154억원 적자를 봤다. 2016년 9억원 규모였던 적자 규모가 2018년 535억원까지 늘어난데는 '이자 비용'이 한 몫 했다. 2016년 7억원 수준이던 이자 비용은 2018년 180억원까지 급증했다.
 
미국 사교육기업인 프리스턴리뷰를 인수하며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스티유니타스는 2017년 프리스턴리뷰를 12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인트리자산운용 등으로부터 고금리로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6년 208억원 규모였던 총차입금은 2017년 1036억원, 2018년 1069억원까지 치솟았다.
 
프리스턴리뷰 인수 당시 에스티유니타스는 20개 국에 퍼져 있는 프린스턴리뷰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5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 2020년까지 글로벌 1등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프리스턴리뷰는 2017년 93억원, 2018년에는 1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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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인캐피탈 1500억원 규모 투자 추진…IPO 가능할까?
주식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에스티유니타스는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면서, NH투자증권로부터 일반대출 64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560억 등 12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하지만 올해까지도 IPO는 요원한 상태다. 

NH투자증권에서 받은 돈은 당장 이달 중순까지 갚아야 한다. 시장 관계자는 "6월 둘째주가 대출 만기일"이라며 "만기일 전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베인캐피탈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확보한 투자 자금은 대부분 NH투자증권의 대출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 측은 신주 발행 형식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내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 측에 일정 금액을 주고, 일종의 *'바이아웃' 형태의 인수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아웃(Buy-Out): 기업 지분의 많은 부분 또는 기업 자체를 사들인 다음,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
악화된 재무 상황은 잡플래닛 리뷰에도 드러난다. 잡플래닛에는 "패밀리데이 회식비 등 복지 제도 다 없어짐. 설 추석비 연봉에 포함시킴. 야근수당 따로 없음" "복지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등 복지 축소를 지적하는 리뷰들이 최근 늘었다.
 
무리한 신규 사업 확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방향성 없이 신규사업을 확장만해서 실무진들이 갈피를 못 잡는 느낌" "망한 사업을 붙들고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으면…직원들만 쓰는 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늘려가는데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고싶은 건지 모르겠고, 늘려 놓은 일마다 잘되지 않아 직원들만 죽어가는 곳” 등의 리뷰를 남겼다.
◇ '1타 강사' 둘러싼 수백억 원대 법적 분쟁…적자에 소송까지 '첩첩산중'
각종 소송에 휘말린 상태인 점도 부담이다. 소송 금액만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지난달 경쟁 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은 에스티유니타스를 상대로 37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메가스터디는 소속 강사가 에스티유니타스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강사 영입 과정에 문제는 없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메가스터디는 이와 관련해 115억원 규모의 채권 가압류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3월에는 A강사가 에스티유니타스 측이 강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70억원대 소송을 냈다. 이 밖에도 이미 수백억원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5월 공개된 에스티유니타스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에스티유니타스가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 규모는 총 110억여원대, '소송충당부채'로 공시한 금액만 34억여원에 달한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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