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미로 시작한 SNS가 전업으로…터지는 콘텐츠 비결

[인터뷰] 성수동 로컬매거진 ‘성수교과서’ 박진우 대표

2024. 11. 07 (목) 16:15 | 최종 업데이트 2024. 11. 07 (목) 16:29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꼽으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머릿속으로 ‘성수동’을 떠올릴 겁니다. 과거 수제화 제조업체와 소규모 공장으로 즐비했던 서울시 성수동은 최근 몇 년간 트렌드와 자본력이 너울치는 팝업의 성지로 변모했죠.

 

성수동 로컬 매거진 ‘성수교과서(@seongsu_bible)’는 그 흐름의 중심에서 신규 팝업과 각종 동네 소식을 꾸준히, 발빠르게 전해왔는데요. 매주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성수동에 방문하려면 성수교과서를 먼저 훑어보는 게 이제는 ‘국룰’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한 직장인의 사이드프로젝트로 시작된 SNS 활동이 1인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성수교과서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성수교과서 박진우 대표를 만나 12만 팔로워를 끌어모은 SNS·커뮤니티 운영 전략, 그리고 성수동과 팝업 마케팅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SNS 활동,

전업으로 키운 비결은

 

반갑습니다. 아직 성수교과서가 낯선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14년 차 마케터인 제레박, 박진우입니다. 본의 아니게 사이드프로젝트가 너무 잘 돼서, 지금은 법인을 설립해 성수동 정보만 올리는 SNS 로컬 매거진 ‘성수교과서’를 전업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성수동에 렌탈 스튜디오도 오픈했고요. 



로컬 큐레이션 SNS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싱겁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동네에 살아서’가 첫 번째 이유였어요. 마케터로 일하다 보니 핫한 동네에 살아보는 걸 좋아했어요. 예전에 홍대에서 1년 정도 살았는데, 출퇴근길에 핫한 것들을 보면서 얻어지는 인사이트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신혼집을 성수에 마련하게 됐죠. 

 

주말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녔는데, 이걸 그냥 기억으로만 남기긴 아쉽더라고요. 마케터니까 기록을 잘 쌓아보자는 생각이 들어 SNS를 시작했어요. 꾸준히 아카이빙을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죠. 



사이드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그림이네요. 

 

처음부터 부업으로 굴릴 생각으로 시작한 계정은 절대 아니에요. 이게 돈이 될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했죠.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다보면 컨펌을 받아야하고, 이런저런 제약이 많잖아요. 브랜드 이미지나 콘셉트를 무너뜨리면 안 되니까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시도해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회사에서 못 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취미삼아 SNS 운영을 시작했어요. 



성수교과서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채널이 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콘셉트로 운영되는 매체인지 궁금합니다.

 

성수교과서의 팔로워들을 ‘성도님’이라고 부르는데요. 성도님들의 성수 라이프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 로컬 매거진을 표방합니다. 성수동이라는 동네가 약간 불친절한 면이 있어요. 매장 간판이 없다거나, 메뉴판에 사진이 없거나, 매장을 이용하는 방식이 독특한 경우가 꽤 있죠. 이런 진입장벽을 최대한 허물 수 있도록 가이드북처럼 친절히 설명해주는 게 성수교과서의 콘셉트예요. 성수의 숨은 맛집과 명소를 제가 대신 가서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좋았던 부분을 잘 풀어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동네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아요. 개성있고 좋은 가게들이 많은데, 주목받지 못해 사라지는 게 싫었거든요. 사장님들이 오래 장사를 유지할 수 있도록 SNS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성수동 로컬매거진 성수교과서 박진우 대표

©컴퍼니타임스

 

성수교과서의 브랜드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데요. 콘텐츠 조회수 등을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현재 기준 팔로워는 12.2만 명이고요. 10월 한 달간 콘텐츠 조회수는 740만이네요. 최근 90일 기준으로는 2300만 뷰를 달성했어요. 



대단한 걸요. 그만큼의 성과를 달성하려면 콘텐츠 업로드 횟수가 중요할 듯해요. 업로드 주기가 정해져 있나요?

 

회사에 다니면서 운영할 땐 최대한 하루에 1건 업로드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직장인이 평일 내내 성수동을 돌아다니면서 콘텐츠 소재를 수집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주말에 돌아다니며 모은 정보들을 평일에 1건씩 제작해 올렸죠. 매일 출근길에 멘션을 작성했어요. 지하철에 앉아서 30분 안에 후다닥 쓰는 거예요. 출근길에 다 못 쓰면 점심시간에 작성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죠.

 

지금은 채널 운영이 본업이 돼서, 딱히 주기를 정해놓지 않았어요. 많으면 하루에 8개까지도 업로드한 적이 있어요. 아무리 적어도 하루에 1건 이상은 올리려고 합니다.



콘텐츠 기획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시는지 궁금해요. 성수교과서만의 전략이 있나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접근하기보다는, 콘텐츠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제작하고 최대한 많이 올려보는 편이에요. 빠르게 시도하면서 어떤 콘텐츠가 잘 터지는지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는 거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자주 올리는 계정의 도달을 더 잘 잡아주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요. 

 

‘인스타 알고리즘에 최적화하려면 하루에 1건 올려야 한다’, ‘아침 저녁 6시에 맞춰서 올려야 한다’ 이런 법칙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데, 전 이런 법칙을 굳이 신경쓰지 않았어요. 트렌드 이슈를 발빠르게 소개하는 ‘아이즈매거진’을 레퍼런스로 자주 보는데, 여긴 많으면 하루에 15~20건씩 올리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팔로워가 88만 명에 달해요. 이런 사례를 보면 양(quantity)으로 밀어붙이는 방법도 충분히 통한다는 걸 알 수 있죠. 복잡한 법칙을 따르기보다 이렇게 단순한 방식을 택하니까 훨씬 접근이 쉬워졌어요. 

 

SNS 채널 운영 담당자들 가운데 콘텐츠를 예쁘게 만들고 싶어하고,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내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러다보면 업로드가 늦어져요. 전 힘을 빼고 다양한 콘텐츠를 올려보면서 어떤 게 반응이 좋은지를 봤어요. 사실 제가 여태 올린 콘텐츠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것들도 많아요.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그럼 지금까지 학습한 바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터진다’고 느끼셨나요?

 

2가지 밖에 없어요. 재미 혹은 정보.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졌어요. 숏폼이 유행하기 전에는 아기가 등장하면 잘 터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기가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알고리즘을 타지 않아요. 아기가 나오더라도 재미있거나, 정보를 확실히 알려주는 등의 요소가 있어야 하죠. 

 

 

‘재미’라는 개념이 조금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니까요. ‘재밌는 콘텐츠’의 의미를 좀 더 구체화해본다면요. 

 

특정한 카테고리의 재미라기보다는,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해요. 본인이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 콘텐츠를 내가 친구한테 공유하고 싶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좋아요.

 

이제 좋아요수나 댓글수는 큰 의미가 없어요. 핵심은 ‘공유 횟수’와 ‘저장 횟수’죠. 예전엔 어뷰징으로 좋아요가 많이 눌리게 하거나 매니챗(Many Chat,  DM 자동화 툴)으로 댓글을 많이 달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먹혔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편법이 통하지 않아서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선 좀 까다로워졌다고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콘텐츠의 질로 승부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됐다고도 할 수 있죠.

 

성수동 로컬 매거진 SNS ‘성수교과서’

 

말씀하신 것처럼 SNS 알고리즘 체계나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럼에도 성수교과서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테스트해보고, 트렌드를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변화에 맞추려고 해요. 고민하거나 기획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릴스를 올렸을 때 훨씬 알고리즘을 잘 탔어요. 그런데 5-6월로 접어들면서 릴스와 게시글의 알고리즘 비중이 거의 동등해졌죠. 콘텐츠를 활발하게 올리다보면 이런 변화를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 채널에 뭘 원하는지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반영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성수교과서로 개편하기 이전에는 ‘제레의 뚝섬살이’라는 이름으로 계정을 운영했는데, 당시에는 반드시 제가 나온 사진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인플루언서 계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중, 채널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 들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계정에서 뭘 보고 싶은지’ 질문을 올려봤어요. 그랬더니 50% 이상의 응답자가 성수동 정보를 원한다고 답하더라고요. 그제야 사람들이 제 개인 일상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설문조사 직후 계정 콘셉트를 정보 소개 중심으로 다시 세팅하고 계정 이름을 좀 더 포멀한 느낌으로 바꿨습니다. 로고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재정비를 하고 나니, 팔로워가 확 늘었어요.



절반 이상의 팔로워가 원했다고는 해도, 이전의 스타일을 좋아해주던 팬들도 있었을 텐데요. 갑자기 콘셉트를 바꿨을 때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 않나요?

 

그렇죠. 아쉽다는 피드백도 있었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인 지표 변화가 훨씬 압도적이었어요. 팔로워를 늘려서 채널 영향력을 키우는 게 목표였으니, 우선 그걸 달성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SNS의 장점 중 하나가 한두 달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얼마든지 이전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점이거든요. 많은 것들을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고, 롤백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채널 활동을 실시간으로 계속 팔로우하는 팬들에게는 갈팡질팡 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듯한데요.

 

의도를 명확하게 하면 돼요. 새로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선보였다가 접게 됐을 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주면 오히려 인게이지먼트가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도 있어요. 진솔한 상호작용 속에서 채널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6개월간 성수동 팝업 공간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접은 적이 있어요. 성수동에 비어 있는 공실 건물주들과 팝업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들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였는데, 수요와 공급의 갭이 너무 컸어요. 공실은 넘쳐나는데 팝업을 문의하는 업체가 생각보다 별로 없었죠. 이런 전후 사정을 솔직하게 밝히면서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이야기하니까 별다른 노이즈 없이 잘 마무리 됐어요.



채널에서 각종 팝업 오픈 일정이나 동네 소식을 정말 빠르게 소개해주고 계신데, 방대한 정보를 취재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처음엔 일일이 발품을 파느라 제법 고생하기도 했는데, 이젠 거의 루틴처럼 자리잡아서 크게 어렵지 않아요. 신규 매장 오픈 소식은 ‘로컬데이터’라는 사이트에서 성동구 일반음식점 영업허가 등록 현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합니다. 돌아다니면서 새로 눈에 띄는 게 있으면 무조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을 찾아보고요.

 

팝업은 자주 열리는 대형 공간이 8곳 정도 있어요. 각 공간 운영 업체의 SNS 계정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면서 행사 일정을 리스트업해둬요. 제보도 꾸준히 들어오죠. 성수동, 서울숲, 뚝섬 등 동네 관련 키워드 뉴스는 자동으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 뒀습니다. 노하우가 쌓이다보니, 매일 들어오는 소식들을 살펴보고 글을 작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아요. 

 

성수에서 발생한 프라다 행사 현장 사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한 성수교과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시는지 궁금해요.

 

사람들 사이에 바이럴이 많이 될 만한 소식을 최우선으로 다뤄요. 두 번째로는 남들이 다루지 않은 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얼마 전에 프라다가 성동구에서 행사를 열었다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행사가 중단된 이슈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현장에 없었는데, 속보가 뜬 걸 보고 새벽 1시에 곧장 콘텐츠를 올렸어요. 예상했던대로 반응이 상당히 좋았죠. 보자마자 ‘이건 올려야 된다’ 싶은 소식을 발견하면 최대한 빠르게 콘텐츠를 업로드 해요.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반의 성수동 로컬 커뮤니티 ‘성수 백과사전’도 운영 중이시죠. 총 4개 채널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다고요. 

 

대략 5000명의 인원이 매일 맛집, 지역 정보 관련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고 있어요. 커뮤니티도 따로 운영 인력을 두지 않고 제가 직접 관리해요. 알아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질문 양식 등의 룰을 세팅해둬서 사실 손 가는 게 많지는 않아요. 

 

매체 확장을 위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상한 건데요. SNS를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적으로 키워야겠다는 목표는 전혀 없었어요. 성수동에서 재밌는 콘텐츠는 내가 제일 많이 주도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마케터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활성화인데요, 성수 백과사전은 어떻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지 궁금해요.

 

심리적 보상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해요. 간혹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유저들에게 기프티콘 등의 물질적 보상을 주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조건을 걸어두면 단지 물질적 보상을 위해서 기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재미가 줄어들고 자생력도 떨어져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아는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정서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조를 세팅해야 합니다.



성수교과서라는 성공 사례처럼 사이드프로젝트를 통해 제2의 본업을 찾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 주신다면요.

 

금전적인 기대를 가지고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금방 지칠 수 있거든요.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케터로서 풀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SNS를 시작했다보니, 콘텐츠 만드는 게 늘 재밌었어요. 계정을 운영한 지 5~6년 정도 됐는데 여전히 콘텐츠 만드는 게 크게 지치거나 힘들지 않아요.

 

지속 가능하려면 본인의 성격과 취향에 잘 맞는 아이템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꾸준히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 이룰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성수동 팝업 마케팅,

대체 어디까지 흥행하는 거예요?

 

성수동에 관한 얘기도 나눠보고 싶어요. 수많은 동네 중 하필 성수동이 ‘팝업의 성지’가 된 이유는 뭘까요.

 

일단 큰 공간이 많아요. 창고나 공장으로 쓰이던 공간들이다보니 기둥이 많지 않고 층고는 높죠.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충분한 거예요. 게다가 오래된 건물이어서 외벽을 꾸미건 말건 건물주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고요. 과감한 VMD를 원하는 광고주들의 니즈에 딱 맞는 요소가 두루 갖춰진 거죠.

 

또 하나는 동네가 거의 평지라는 점. 방문자들이 걸어다니면서 팝업 투어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에요. 지하철 2호선에서 내리면 바로 팝업 매장까지 도달하니까 교통 접근성도 좋아요.



성수동 로컬매거진 ‘성수교과서’ 박진우 대표

©컴퍼니타임스

 

팝업 마케팅이 단기 트렌드에 그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흥행하고 있어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는 듯하고요.

 

팝업은 이제 하나의 마케팅 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요. 이제 공공기관에서도 팝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영상 하나를 만드느니 성수에 팝업을 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도 하고요. 팝업을 열고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방문하면 SNS나 커뮤니티에 바이럴이 자연스레 돼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의 파급력도 무척 크거든요. 



성수동 팝업이 흥한지도 벌써 여러 해가 흐른 만큼, 그간 팝업 마케팅 트렌드도 바뀌어왔을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플랫폼인 프로젝트 렌트에서 브랜드 컨설팅을 하면서 서울숲의 작은 공간들에서 오프라인 팝업을 열기 시작했어요. 그게 점점 대형 공간으로 번지며 성수동에 대규모 팝업이 많이 생겨났죠. 대기업들도 많이 뛰어들었고요. 

 

최근에는 팝업을 한 군데서 진행하지 않아요. 한 브랜드가 성수동의 네다섯 개 공간을 대관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콘셉트의 팝업을 엽니다. 그럼 하루 동안 네다섯 곳의 팝업을 투어하듯이 도는 거죠. 이제 고객들도 팝업을 많이 다니면서 이해도가 높아져서 여러 곳에서 팝업이 열려도 다들 잘 찾아 다녀요. 



최근 성수동에서 열렸던 팝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행사를 꼽아 보신다면요.

 

‘무신사 뷰티 페스타’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동네 곳곳에 행사 구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무신사 뷰티 페스타도 4곳의 공간에서 팝업을 동시 진행했고 편집숍, F&B 등 여러 매장과 연계해 성수동 일대에 거대한 축제가 열리다시피 했거든요. 덕분에 SNS에서 화제성이 상당했어요. 성수교과서도 지역상생을 위해 38개 로컬매장 섭외를 도와드렸죠. 

 

성수교과서 박진우 대표가 기억에 남는 팝업으로 꼽은 ‘무신사 뷰티 페스타’ 행사 모습 ©무신사

 

다른 마케팅 수단들도 그렇듯 팝업도 언젠가 저무는 시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성수동 팝업의 힘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힘이 빠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긴 해요. 정부 기관에서까지 팝업을 한다는 건, 이미 끝물에 다다랐다는 의미거든요. 성수 팝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던 대기업들도 지금은 이전만큼 적극적이지 않아요. 이제는 몰이나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추세죠. 로드 팝업보다 비용은 더 적게 들지만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몰려서 매출은 잘 나오니까요. 로드 상권은 구매가 생각보다 잘 안 일어나요.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출이 나와야 성과를 드러낼 수 있다 보니, 점점 더 그쪽으로 몰릴 거라고 봐요. 물론, 내년에도 팝업은 계속 열리겠지만 열기가 좀 덜하지 않을까 싶네요.



팝업을 기획하고 있는 마케터가 있다면 반드시 신경써야 하는 부분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인테리어나 브랜드 경험을 잘 설계하는 것도 좋지만,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데 드는 공수가 10이라면 그중 6~7은 홍보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어요. 너무 많은 팝업 행사가 동시에 열리다보니, 고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팝업 행사도 적지 않거든요. 



마지막으로, 성수동의 미래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이 핫한 동네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오셨으니, 어느 정도 가늠하시는 바가 있을 듯해요.

 

‘성수동이 언제까지 갈까요?’하고 제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미 와버렸고, 올해 임대료가 치솟은 탓에 공실이 무척 많아졌어요. 성수동에서 장사하시던 분들도 많이 밀려났죠. 이 동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런 부분들이 항상 아쉬워요. 그래서 팝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면 비싸게 대관하는 것보다 동네 상권과 협업하시기를 늘 추천해 드려요. 동네상권 상생과 관련한 일이라면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도 하고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로컬 상권 규모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지만, 오피스가 많이 지어지고 있어서 2~3년 뒤면 직장인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예상해요. 그때쯤이면 지금보다는 상권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네요. 팝업스토어가 줄어들어서 성수교과서의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괜찮으니, 성수동 상권이 건강하게 오래 유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