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피자나라치킨공주 ‘정규직 희망고문’ 논란

[지금 이 회사는][리치빔]①"부려먹고 버린다"vs"사실무근"

2020. 07. 13 (월) 14:35 | 최종 업데이트 2021. 12. 09 (목) 09:34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인 '피자나라치킨공주'와 오픈마켓 '멸치쇼핑'을 운영하며 창업 20여년 만에 연 매출 5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리치빔이 임직원 채용과 처우를 두고 '갑질' 논란에 빠졌다.

최근 '잡플래닛'에는 리치빔과 관련해 "전 직원이 계약직으로 입사하는데 정규직 전환율이 매우 낮고 직원들의 평균 근무 연수가 매우 짧다"거나 "면접 때는 쉽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정규직 채용은 거의 없다"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며 언제든 짜를 수 있는 구조. 계약 연장 거부 및 해고할 때 필요하기 때문에 전 직원 시말서 파티" 등의 제보가 잇달아 올라왔다.

리치빔과 관련해 올라온 여러 리뷰를 정리하면 회사는 모든 직종에 걸쳐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한 후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0% 미만, 즉 10명 당 2명 꼴도 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전 직원이 계약직으로 채용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들은 근거가 없는 단순 비난"이라며 잡플래닛 측에 관련 리뷰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 "전사 동일 '정규직 전환' 전제 채용…실제로는 10명 중 2명도 안된다?"
하지만 이 같은 회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13일 현재 리치빔은 한 온라인 취업 포털 사이트에 기획, 마케팅, 디자이너 등 10개 직무에 대한 취업 공고를 올려 둔 상태다. 지난달 마감된 17개 채용 공고까지 더하면 두 달 동안 모두 27개의 채용 공고를 냈다.

인턴과 프리랜서 등을 제외한 채용 공고에는 "전 직종은 계약직 진행, 평가 후 정규직 전환 가능"하며 "리치빔 전사 모두 같은 입사 내규에 따라 채용이 진행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직원들의 주장처럼 "신입과 경력직 관계 없이 일단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여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리치빔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입사 후 시용계약을 통해 3개월을 근무한 다음 이상이 없으면 연장계약을 했다"며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 형태로 전환되는데 매년 계약서 갱신을 통해 계약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퇴사율이 높다 보니 인수인계가 잘 안 돼 경력자들의 업무 진행이 힘들었다. 특히 멸치쇼핑 IT파트의 경우 전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자가 IT출신이 아닌 비전문가라 직원들이 힘들어했다"고도 말했다. 

실제 회사의 국민연금 지급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리치빔의 퇴사율은 지난 4월 기준 1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감사보고서 '퇴직급여충당금' 감소...근속 '1년 미만' 직원 비중 높아
리치빔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잡플래닛의 기업정보 전문 뉴스서비스 '컴퍼니 타임스'에서 살펴본 결과, 2018년 133명이었던 직원 수는 지난해 88명으로 45명이 줄었다. 1년만에 33% 줄어든 수치다. 

직원들의 근속이 유지되면 매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퇴직급여충당금’도 줄었다. 직원이 그만둘 경우 바로 지급해야 할 퇴직금 액수인 퇴직급여충당금은 직원들이 일하는 기간이 늘면 함께 늘어나는 항목이다. 달리 말하면, 퇴직급여충당금을 통해 회사에 지속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리치빔은 지난해 직원 퇴직금으로 3억 197만원을 지출했다. 2018년 31억 2220만원이던 퇴직급여충당금은 지난해 27억 4271만원으로 줄었다. 

손익계산서의 퇴직급여 항목 역시 지난해 '마이너스'로 표기됐다. 퇴직금은 1년 이상 회사에 다니면 매월 조금씩이라도 쌓이게 되니, 1년 이상의 근속자가 많으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퇴직급여 항목이 '마이너스', 즉 손익계산서 상으로 퇴직급여가 회사에 수익으로 들어오는 형태가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 출신의 한 공인회계사는 “퇴직급여가 마이너스로 표기되거나 퇴직급여충당부채가 줄어드는 것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매년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 기업에서는 보기 힘들다"며 "해고나 자진 퇴사를 통해 회사를 떠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공인회계사 역시 "월급 외 수당이 크게 줄었거나, 근무 중인 직원의 급여가 삭감됐다면 퇴직금도 줄어드니까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다"면서도 "회사 경영 상태가 어렵다면 가능하겠지만 연간 순이익 100억원대를 올리는 기업이 이런 이유로 퇴직급여가 줄었을지는 의문"이라고 의아해했다. 

한편, 리치빔은 전체 지분의 91.4%를 보유한 남양우 대표의 ‘황제 배당’ 논란과, 피자나라치킨공주 가맹점주에 대한 ‘광고비 부당 전가’ 의혹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갑질’ 성토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과거에도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리치빔은 2016년 매출액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당기순이익(순이익) 67억원 중 40억원을,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 84억원 중 48억원을 배당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순이익 90억 2009만원 중 90억원을 배당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리치빔이 장사를 해 남긴 돈은 242억원인데, 이중 178억원을 배당으로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약 91%의 지분을 가진 남 대표는 약 163억원가량을 배당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배당한 셈으로, ‘배당성향’이 99.78%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27.3% 수준이다. 고액 배당이 불법은 아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나는 일이라 과도한 배당은 기업 재무 구조의 악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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