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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vs하이트 '카스테라 대전' 승자는?

[전격비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87년 숙적의 이야기

2020. 10. 27 (화) 18:19 | 최종 업데이트 2020. 10. 28 (수) 10:33
'카스'냐, '하이트'냐. 술자리만 가면 벌어지던 국내 맥주의 기싸움은 2019년 3월 하이트진로의 '테라' 출시 이후 재편됐다.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야심차게 내놓은 테라는 출시 100일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초당 11.6병이 팔린 셈이라고 하니 놀랄 만하다.

그렇지만 시장 1위를 수성해 온 '오비맥주'의 아성을 쉽사리 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19년 국내 맥주 소매시장 통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1조 6467억 원의 매출로 시장 점유율 49.6%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이 8399억 원, 25.3%로 뒤를 이었다. 그렇지만 판매량으로 따지면 오비맥주가 전년 대비 6.9% 감소한 반면 하이트진로는 8% 증가했다.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의 뒤를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뜨겁게 타오르는 '카스'와 '테라'의 '카스테라' 전쟁 이전에도 맥주대전은 수십 년째 계속돼 왔다. 'OB' 대 '크라운', '카스' 대 '하이트'로 이름만 바꾼 채 엎치락뒤치락한 역사가 오래다. 두 회사는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부딪혀 왔던 걸까. 컴퍼니 타임스가 두 주류회사 경쟁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봤다.
◇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두 주류회사의 오랜 경쟁사史
'하이트진로'의 전신은 국내 최초 맥주회사인 '조선맥주'다. 1933년 설립돼 1945년 해방 후에 미 군정 관리에 들어갔다가 1952년 민간에 인도돼 '조선맥주'라는 상호는 유지한 채 '크라운맥주'로 상표를 바꿨다. 조선맥주는 1993년 출시한 '하이트'로 맥주 업계 1위를 탈환한 후 1998년 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2005년 '하이트맥주'가 부실기업 '진로'를 인수하기 전까지만해도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다른 회사였다. 2011년 하이트맥주가 진로와 합병하면서 사명을 '하이트진로'로 변경했다. 둘의 합병은 국내 최대 종합주류기업의 탄생을 불러왔다.

오비맥주의 전신 '소화기린맥주'는 조선맥주와 같은 해인 1933년 설립됐다. 당시 일본 기린맥주가 박승직상점(두산그룹 모태)의 박승직 등 조선인 주주 참여로 세운 소화기린맥주는 해방 후 '동양맥주'로 상호를 바꾸며 상표를 'OB'로 정했다. 사명을 '오비맥주'로 바꾼 것은 1995년의 일이다. 오비맥주는 2001년 AB인베브에 인수돼 현재는 엄연한 '외국계 기업'이다.
과거 오비와 하이트의 신문 광고들.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의 OB맥주는 광복 이후로 맥주업계 1위를 꾸준히 지켜 왔다. 주류 시장에서 맥주가 주목받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부터다. 당시부터 맥주 시장 점유율은 동양맥주의 OB가 51%,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32%로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었다. 1980년대 들어 맥주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동양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70%대로 조선맥주를 크게 앞지른 상황이었다.

1991년, 두 회사의 입지를 크게 변화시킨 사건이 일어난다. '낙동강 페놀 사건'으로 알려진 두산전자 공장의 페놀 유출 사태다. 경북 구미의 두산전자 공장에서 30톤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이후 두산그룹에 대한 전국적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두산'하면 떠오르던 동양맥주의 OB맥주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반사이익은 자연스레 시장 2위 조선맥주에 돌아갔다. 조선맥주는 기회를 놓칠세라 1993년 '하이트'를 출시했다. 수질오염 이미지로 외면당하던 OB맥주를 겨냥한 '깨끗한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이미지가 주효했다. 조선맥주는 1996년 43%의 시장 점유율로 41.6%의 오비맥주를 추월해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조선맥주가 하이트맥주로 사명을 바꾼 1998년, 오비맥주는 두산그룹 구조조정으로 인해 벨기에 주류회사 인터브루에 인수된다. 두 회사 희비가 크게 엇갈린 해다.
 
절치부심한 오비맥주가 지금의 대표 맥주 '카스'를 들인 것은 1999년이었다. 카스는 원래 하이트맥주와 합병 전 진로가 미국 쿠어스사와 합작한 회사 '진로쿠어스'가 1994년 내놓은 술이었다. 오비맥주는 진로그룹이 부도를 겪자, 1999년 진로그룹의 맥주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맛은 물론 병과 이미지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맥주 시장 1위를 다시 빼앗았다. 카스를 인수한 지 장장 13년 만의 일이다. 당시 하이트주조 사장이었던 '적장' 장인수 사장을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오비맥주의 파격 전략도 효과를 보였다. 하이트진로가 내놨던 맥스·드라이피니시d 등의 신제품이 맥을 못 춘 것도 오비맥주의 1위 탈환에 한몫했다.

2012년부터 1위를 꾸준히 지켜오던 카스의 왕좌는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야심작 '테라'에 의해 재차 위협받고 있다. 맥주는 갈색병이라는 공식을 깨며 출시된 '테라'는 20~30대를 공략한 젊은 맥주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로만 1000억 원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 하이트처럼 '천연'과 '깨끗함'을 주 이미지로 내세우며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스와 테라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카스가 우세하다. 닐슨코리아의 '2019년 국내 맥주 소매시장 통계'에 따르면 카스의 점유율은 36.6%, 테라의 점유율은 6.3%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하이트진로 측은 닐슨코리아의 조사가 식당·주점·노래방 등을 제외한 '소매시장'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테라의 실질 점유율이 닐슨코리아 통계보다 높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하이트 "'테라' 덕에 흑자될까…기대감↑" vs 오비 "테라에 불매운동까지…움찔"
실적으로 두 회사를 비교하면 어떨까.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6년간의 적자 끝에 2020년 '테라 효과'로 흑자가 전망된다. 반면 오비맥주의 매출액 성장 행진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은 2015년 40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본 이후 2016년 217억 원, 2017년 289억 원, 2018년 376억 원, 2018년 376억 원, 2019년 431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 실적만 따졌을 때 20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테라'의 선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 손효주 연구원은 "테라가 가정용 부문에서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 유지. 가동률 상승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마케팅 비용 축수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의 영업이익 성장세는 2016년 3723억 원, 2017년 4940억 원, 2018년 5145억 원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에는 4089억 원으로 전년대비 20.5%나 감소하며 잠시 주춤했다. 테라의 추격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수입맥주 비율이 높은 오비맥주 특성상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엎치락뒤치락 오비·하이트, 일하기는 어떨까?
90년 가까이 엎치락뒤치락해 온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일하기는 어떨까? 잡플래닛 연봉탐색기와 전·현 직원들이 남겨 놓은 리뷰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파악해 봤다.

연봉 수준은 '엎치락뒤치락' 연속이다. 잡플래닛 연봉탐색기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5년차까지는 비슷한 수준이다. 1년차부터 4000만 원 중반대의 높은 연봉 수준은 5년차까지 5000만 원 초반대로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6~7년차는 하이트진로가 5600만 원 수준으로 앞서다가 9년차부터는 다시 오비맥주가 6500만 원대로 앞선다. 12년차는 또다시 하이트진로가 7900만 원대로 역전한다. 이후 15년차까지는 동일한 수준인데, 오비맥주는 15년차가 되면 95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잡플래닛 리뷰가 400개에 이르는 오비맥주의 총만족도는 3.2점이다. '복지 및 급여' 항목이 3.9점으로 높은 수준인 데 반해, '경영진'과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은 2.6점으로 직원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전·현 직원들은 '국내 1위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국내 맥주 시장 1위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며 영업 현장에서 타 회사보다 일하는 환경이 좋음", "이름 있는 기업이니 자부심은 느낄 수 있을 것. 돈은 많이 받음" 등의 평가가 이어진다.

하이트진로의 총만족도는 3.3점으로 오비맥주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오비맥주와 마찬가지로 '복지와 급여' 만족도가 4점으로 가장 높았고, '경영진' 항목이 2.6점으로 가장 낮았다. 하이트진로 전·현 직원들은 '식음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복지제도가 잘 돼 있음. 식음료업계에서 급여 높은 편", "식음료업계 최고의 신의 직장. 낮은 이직률은 좋은 회사라는 증거"라는 극찬도 눈에 띈다.

두 회사 직원들이 입을 모아 '단점'이라고 얘기하는 건 단연 '잦은 술자리'다. 단점만 보면 같은 회사인가 싶을 정도다. 두 회사 모두 주류회사답게 '빡센' 술자리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주구장창 마셔야 하고, 직원 대부분이 '주당'이다보니 술을 강요하는 문화도 여전히 있다고. 오비맥주의 한 직원은 "연속 3~4일 술 마시다 보면 이러다 단명할 것 같은 느낌"이라는 한탄이 담긴 리뷰를 남겼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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