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만 탈모인 위한 슈퍼앱…AI비서가 목표
[인터뷰]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 "머리가 빠진다 싶을 때 리필드를!"
돈만 있으면 우주 여행도 할 수 있다는 2022년, 여전히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 숙제 해결을 염원하는 이들이 국내에서만 10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데, 여전히 남아있는 미지의 영역, 탈모다.
탈모만 해결하면 노벨상(아마도 평화상이 아닐까?)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건만, 여전히 해결책은 요원하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과제에 도전한 스타트업이 있다. 당장 탈모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탈모인들의 고민만은 가볍게 해줄 수 있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이곳의 이름은 '콘스탄트'다.
시장은 일단 그 가능성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2021년) 프리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20년 창업해 지난해 5월 '탈모 시장을 재미있게 뒤집어 놓을 실증적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를 표방하는 '리필드(refilled)'를 론칭한 지 7개월 만이다. 서비스 론칭 후 1년 여가 흐른 올해 7월, 벌써 1만 2000여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사실 탈모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분야 중 하나다. 시중에는 이미 각종 탈모제품이 넘쳐난다. 헤어 케어 제품부터 수술까지. 틈새를 노리기도 어려워 보이는 시장에, 30대 창업자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의아하기도 하다.
"실제 10년 동안 탈모를 경험했고,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방법이 없어요. 한방부터 양방까지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녀봤고요. 직접 어성초를 사다가 빻아서 매일 두피에 발라보기도 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써본 탈모 제품이 수십 가지는 될 거예요. 직접 경험해 보니 탈모는 불치병이고 뚜렷한 솔루션이 없는 시장이더라고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됐어요. 사실 제가 저희 제품을 쓰고 효과를 봤어요. 30년 정도 탈모를 연구한 의사선생님이 만드신 제품인데요. 효과를 보고, 함께하자고 제안 드렸죠.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가 말하는 창업의 이유다.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에 시선이 가는데, 풍성한 모발이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10년째 고민 중인데 이 정도라고? 일단 신뢰가 간다. '뭔가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싶은 마음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탈모계의 '개인 비서'가 되겠다"…어떻게?
"탈모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두피 스캐너'를 탈모 솔루션과 함께 제공하고 있어요.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what to do'와 ' how to do'를 알려주는 '탈모계의 비서'라고 할 수 있죠. 회사 이름이 '콘스탄트(constant)', 즉 '상수(항상 같은 수)'라는 뜻인데요. '머리카락의 개수가 상수로 유지만 돼도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저희 첫 사무실이 홍대 옆 '상수'에 있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런데 어디다 붙여도 근사한 이름이지 않나요?"
'탈모 시장을 재미있게 뒤집어 놓을 실증적 탈모 컨시어지 서비스'라더니, 네이밍부터 일단 재미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탈모계의 비서'라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
"아직까지 탈모는 만성 질환이자 불치병이라고 봐요. 탈모의약품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고, 평생 먹어야 한다는 단점도 있고요. 무엇보다 100% 완치를 보장하지도 않죠.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솔루션을 발견했어요. 고객들은 해결법을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더라고요.
저희는 신약 개발이 아닌 '현존하는 모든 방법을 이용해 고객들의 탈모에 대한 고민을 없앤다'고 정했어요. 고객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모르는 것', '현재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나오거든요. 고객들에게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고 최선의 방법을 제안하는 것,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고민과 노력을 아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초기 탈모 관리부터 말기 모발 이식까지 모발 생애 주기의 모든 지점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탈모계의 수퍼앱'이 된다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어? 탈모인 것 같은데?'라 생각될 때, 포털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리필드' 앱을 다운받는 시대가 올 겁니다."
'탈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제품 판매를 넘어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진단과 해결책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 창업 후 6년…연쇄 창업에 나선 이유
30대 초반, 창업 2년 여 만에 제품 출시부터 투자 유치까지 이뤄냈다는 것은 꽤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이도 하다. 좌충우돌의 시간이 있을 법도 한데, 벌써 제품 리뉴얼 중이다. 알고 보니 정 대표는 이미 창업한 회사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벌써 두 번째 창업이다.
"2013년에 '바른생각'이라는 콘돔 브랜드를 창업해서 6년간 운영을 했어요. 국내 시장점유율 1~2위 정도 했어요. 150억 원대 매출을 올렸고요. 6년쯤 하다 보니 시장의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시장 자체가 더 키울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거든요. 이 경험으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다 콘스탄트를 창업하게 됐어요."
덤덤하게 이야기하는데 놀라운 성과다. 24살,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해, 6년 만에 직원 수 40여 명, 업계 1,2위를 다투는 회사를 일궈냈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바른생각'은 출시 초기부터 콘돔 브랜드답지 않은 이름, 독특한 마케팅 등으로, 콘돔 시장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콘돔과 탈모 시장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브랜드 이미지, 유명인을 통한 마케팅 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요. 현재 탈모 시장은 확고한 우위를 점한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에요. 탈모인들은 이 제품도 써봤다, 저 제품도 써봤다 하잖아요. '탈모샴푸 유목민'이라 부르기도 해요. 진정성 있는 고객 경험, 정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면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어요."
◇ 첫 창업으로 배운 것…"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
스타트업 투자자 뿐 아니라, 일할 조직으로 선택할 때도 창업자가 '창업 성공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 조직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 안에 수많은 작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을 직접 운영해 봐야만 아는 경험이란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에 대한 것들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구성원들의 불만은 '체계가 없다. 이래서 회사가 망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안에서 소모되고 있다'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직장인들이 선뜻 초기 스타트업 입사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창업과 비교하면 지금은 저 자신부터 꽤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아요. 첫 창업 과정에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 속도가 다를 때 생기는 '괴리감' 이었어요.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구성원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이는 곧 조직의 문제가 되고요.
회사가 구성원들의 전문성 키우기를 돕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트업 초기 방향성 없이 우왕좌왕 하다보면, 당장 벅찬 일을 해결하느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거나, 사람을 뽑아놓고 이일 저일 맡기게 돼요. 당장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가고요. 그렇게 회사는 커가는데, 막상 뒤돌아보면 개인 입장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는거죠.
이번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프로 의식'이에요. 전문성 있는 구성원들, 혹은 전문성이 없더라도 해당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 구성원들을 모셔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는 지원하고 구성원은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이를 위해 회사는 뚜렷한 성장의 방향성을 갖춰야겠죠.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부채 의식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이게 가장 중요한 회사와 구성원의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민은 '어떻게'에서 생긴다. 당장 일이 급하게 돌아가면, 눈 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하기 마련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더 그렇다.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고,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고, 초기 스타트업 입사를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택과 집중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체계가 없다는 것은 회사가 우선순위를 못 정한다는 말과 같아요. 회사가 우선순위를 똑바로 잡으면 구성원 역시 한 방향을 향해 갈 수 있죠. 회사는 집중을 하고, 구성원은 전문성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구성원들이 '내가 잡부로 쓰이고 있다' 거나 '시간도 없는데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구성원의 커리어 성장을 위한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성원 역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겠죠."
◇ "근로 형태부터 복지 제도까지, '맥락' 안에서 자율을 추구합니다"
콘스탄트의 조직문화는 '자율'을 추구한다. 자율출퇴근제, 유연근무제, 자율복장, 재택근무 제도, 합법적 땡땡이 시간이라 부르는 '피카 타임' 등을 운영 중이다. 구성원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고, 업무 중 스스로 쉬는 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와 구성원 간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면 어떤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다룬 '규칙없음'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우리도 콘스탄트에 도움이 되는 맥락이라면 어떤 제도라도 '규칙' 없이 표현하자는데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었고, 이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피카타임 역시 내가 지금 쉬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맥락이라면 쉴 수 있고요, 야근 식대 등도 내가 지금 야근을 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맥락이라면 규정 없이 지원합니다.
물론 다른 맥락으로 이 제도를 이용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형성돼있고요. 물론 악용에 대한 고민도 있죠.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다 보면 '콘스탄트의 DNA'로 심어지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아직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계속 공부하며 우리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 "회사가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성공'…함께 성공할 사람을 찾습니다"
콘스탄트는 마케팅, 엔지니어링, CX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일할 동료를 찾고 있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콘스탄트 DNA'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 학습 의지가 있는가' 입니다. 아직 시장의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같이 할 사람을 찾고 있는 만큼,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해요.
다음은 '스스로의 영역, 스스로의 왕국을 넓혀갈 수 있는 사람인가'인데요. 스스로 레벨업 하면서 이 분야를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인가, 자신의 업무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넓혀 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구성원 대부분이 창업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 분들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이 앞서 말한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창업자의 기질, 역량, 욕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잠시 머물렀다가 자기 사업을 하셔도 사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는 회사가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력서를 볼 때도 '내가 아는 회사인데' '이 서비스 내가 좋아하는 건데' 싶을 때 눈에 띄고 호감이 가잖아요. 이런 경험을, 이런 경력을 만들어드리는 것이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창업이나 이직을 할 때, '리필드라는 브랜드를 운영했구나', '콘스탄트'에 있었구나, '이 경험과 열정을 우리 회사에 이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와 함께한 경력이 장점이 되는 성공의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저작권은 잡플래닛에 있으며, 무단 배포를 금지합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