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회용 NO! 대표가 말하는 다회용기로 세상을 바꾸는법
[인터뷰] 더그리트 양우정 대표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회용 폐기물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해저 쓰레기 중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중은 1/3에 달하며, 그중 89%는 일회용 제품에서 발생하는데요. 일회용 제품으로 비롯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여전히 그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일회용기가 다회용기보다 저렴하고, 사용과 배출이 편리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회용기가 가진 이러한 한계를 한 번에 해결한 솔루션이 있다면 어떨까요? 일회용기보다 비싸지 않고, 일회용기 만큼 사용과 배출이 편한 방법이 있다면, 일회용기가 필요 없는 세상이 찾아올 겁니다!
서울소셜벤처허브에 새롭게 입주한 더그리트는 다회용기 순환 토탈 솔루션을 통해 일회용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올해 삼성전자DX부문 전체 다회용기 솔루션을 단독 수주할 만큼 다회용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더그리트의 양우정 대표를 직접 만나 다회용기 솔루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Q. 더그리트의 소셜미션 소개 부탁드립니다.
더그리트는 ‘일회용품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소셜벤처입니다. 다회용기 제작-수거-세척-물류 시스템을 포함한 다회용기 토탈 솔루션으로 일회용 폐기물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회용기 대체재로서 다회용기라고 하면 컵이나 음식 용기를 많이 떠올리시는데요. 식음료 용기에 국한하지 않고 세제, 샴푸 통, 화장품 통 등 한 번 쓰고 버리는 모든 용기에 재사용 구조가 적용될 수 있도록, 따라서 일회용 폐기물이 배출되지 않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일회용 폐기물과 다회용기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20년 8월에 제주도로 이사를 갔어요. 제 아내랑 아이들은 모두 제주도에 있고 저는 주말마다 다녀오곤 했는데, 주중에는 혼자 지내다 보니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습니다. 또 코로나가 한창 성행하던 때라 집으로 손님들이 자주 왔었어요. 그때마다 배달 음식, 테이크아웃 음식을 먹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일회용기가 쌓였고요.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일회용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있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처음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회사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그러나 일회용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회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수거함 솔루션을 갖고 있는 회사들을 찾아봤는데 수거함 제작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실질적인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이런 기술과 회사가 아직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해야겠다, 라는 결심이 섰고 그때부터 기술 개발과 사업 구상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3월 120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MVP 테스트를 통해 실현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2021년 9월 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회사 설립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DX 다회용기 제공 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요. 더그리트의 다회용기 솔루션 제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올해 6월에 서비스를 완성하고 그 달부터 바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7월 1일 더그리트가 삼성전자DX 부문 전체 다회용기 제공 사업을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월간 약 200만 개의 다회용기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이 수량은 국내 모든 다회용기 회사의 제공량을 합친 양보다 많습니다.
11월 초부터는 바로고와 함께 강남 지역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기업 직원 식당의 테이크아웃 용기들과 케이터링 서비스에 다회용기 솔루션을 적용해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이마트와도 마트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는 일회용기 중에서도 기업의 ESG 경영에 필요한 영역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해나가고 있습니다.
Q. 더그리트의 수익 구조는 무엇인가요?
다회용기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각 용기마다 보증금과 사용료가 부과됩니다. 더그리트 다회용기의 사용료는 일회용기 단가와 같거나 더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처에서는 손해 보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사용료로 이윤을 남길 수 있고요.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반납하지 않은 경우에도, 다회용기의 금액이 보증금보다 낮아 그 차액으로 수익이 창출됩니다.
또한 최첨단 다회용기 수거함을 판매·렌탈하는 비용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은 주로 기업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더그리트가 창출하는 임팩트를 정량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서비스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하루 식수 인원의 48%가 테이크아웃을 이용하고 있어요. 대부분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특히 아침에는 테이크아웃 이용이 대다수입니다. 저녁 역시 테이크아웃을 많이 이용하고요.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약 20~30%의 폐기물이 일회용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DX 전체에 다회용기 솔루션을 적용하면 기존 폐기물 배출량 대비 최소 20%가 감축될 것이라 예측하고, 이를 통해 정성적으로도 엄청난 임팩트가 터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사용자들이 더그리트와 함께 창출한 임팩트와 관련해 리포트를 받을 수도 있나요?
네. 현재 임팩트스퀘어의 임팩톨로지에 의뢰를 하여, 삼성전자 쪽에서 폐기물 데이터를 받아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 동씩 데이터를 수집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임팩톨로지의 보고서를 통해 솔루션 전후를 비교해 일회용기 감축량,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 등을 파악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지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Q. 리포트를 통해 임팩트 측정이 가능하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더그리트를 찾아주고 있는데요, 더그리트의 다회용기 토탈 솔루션이 가지는 강점이 더 있나요?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면서 비용도 더 저렴해진다는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저희 솔루션을 적용하면서 일회용기를 사용하던 때에 비해 비용이 줄었어요. 다회용기로 바꾸며 ESG 경영 실적도 가져가고, 기업의 홍보 아이템도 얻으면서 비용도 절감되니,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선택지 아닐까요?
또한 저희 시스템 하나로 앞으로 생겨날 법적 규제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희는 모양부터 위생성, 내구성을 다회용기 솔루션에 최적화시킨 36종의 용기를 가지고 있고, 수거함과 플랫폼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규제에 제한받지 않습니다. 추후에 식당 내부에서 일회용 수저를 금지하고, 일회용 컵에 보증금 제도를 적용한다고 해도 더그리트를 사용하는 업장은 아무런 시스템 변동 없이 확장 적용이 가능한 셈이죠.
Q.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폐기물 문제가 지속적으로 심화하면서 다회용기에 대한 세상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떠신가요?
처음 서비스를 기획하고 런칭할 때까지만 해도 수요가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빠르게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서비스 런칭 이후 10여 개의 F&B 브랜드가 저희 샘플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세상이 더 빨리 바뀌어 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사용처에서도 다회용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느끼고 있고요.
실제 사용 부분에서는 삼성전자 인사총괄팀과 함께 사용자의 반응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어요. 불편한 부분이나 위생 이슈 등 사용자의 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사람들이 다회용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회용기의 위생성이나 편리성, 사회적 가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Q. 사업이 확장되며 앞으로도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이 있을 텐데요. 어떠한 순간에도 더그리트가 꼭 지키는 의사결정 원칙이 있나요?
네. 사실 처음부터 토탈 솔루션을 다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서 물류는기존 물류업체를 쓰고, 세척도 외주로 맡기려고 했어요. 그러나 그렇게 했을 때 저희가 처음에 세웠던 두 가지 원칙에 어긋나더라고요.
첫 번째 원칙은 소비자, 사용처(카페, 식당 등), 정부 지자체 어디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에 좋다고 해서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니니까요. 지원금이 끊겨 사업을 못 하게 되거나 성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안 되니까 누구에게도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원칙을 세웠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누구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보증금을 받기 위해서 특정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폐쇄몰에 포인트를 쌓아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연세가 많거나 어린아이들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아갈 수 있어야 해요. 또 카페, 식당과 같은 사용처에서도 특정 시스템을 설치할 필요 없이 일회용기 주문하듯이 다회용기를 주문만 하면 끝납니다.
일회용기보다 비싸선 안 되고 누구도 번거롭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물류와 세척까지 솔루션에 포함하게 되었고, 그렇게 지금의 토탈 솔루션이 완성되었습니다.
Q. 올 하반기 더그리트가 서울소셜벤처허브에 새로 입주하게 되었는데요. 허브에 기대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일단 서울소셜벤처허브에 입주해 있는 동안 이미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요. 지난 SOVAC2022에 저희 제품을 전시할 기회도 있었고, 더그리트를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안내해 주셔서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IR을 비롯해 투자 연계의 기회도 남아 있기 때문에 무척 기대됩니다. 사실 처음 지원했을 때에는 입주 공간만 지원받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네트워킹과 지원 사업 안내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Q. 더그리트의 향후계획이 알고 싶습니다.
솔루션 운영은 기업에 적용하며 충분이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사례가 쌓이며 저희 솔루션이 잘 운영된다는 증명을 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토탈 솔루션을 만든다고 했을 땐 유사한 선례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물류며 세척이며 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의심부터 했어요. 이 부분은 충분히 증명이 됐으니, 이제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캐시카우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했는데, 기업에 납품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했으니 이제는 일반 카페나 배달 시장, 축제 등에 다회용기 솔루션을 제공할 차례입니다. 놀이공원도 대부분 일회용기를 쓰고 있는데요, 그곳에도 저희 수거함을 설치하면 빠른 속도로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결과적으로는 정말로 이 세상에 일회용품이 필요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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