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널톡 직원들이 "CEO좋다" 계속 말해서 직접 만나봄
[잡플래닛어워드] 채널코퍼레이션 김재홍 대표
제아무리 훌륭하다 소문난 회사라도 만인에게 완벽한 직장은 없다. 사람은 생김새만큼이나 만족에 대한 척도도 달라서, 직장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이와 교집합이 큰 곳에 오래 머무르기 마련. 기준은 가령 이런 것이다. 직무, 동료, 연봉, 커리어로서 전망, 복지…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최전방에서 컨트롤하고 구성원이 체감하도록 만드는 역할은 ‘리더’의 몫이라 할 수 있겠다.
잡플래닛이 뽑은 ‘2023년 주목할 기업’ 중 CEO지지율 부문에 선정된 기업의 리뷰를 살펴보면 리더에 대한 신뢰가 두터울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CEO지지율 5위에 오른 채널코퍼레이션도 그렇다. 전·현직자가 남긴 기업 평점은 5점 만점에 4.1점으로 높은 편이며, 프리미엄 리뷰 속 “기업 문화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지금도 충분히 좋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직장에서 상사가, 게다가 ‘대표’가 적극적으로 신뢰를 받는 일은 생각보다 큰 노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대표라는 직위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임에도 옆자리 동료보다 만나는 빈도는 현저히 적기 때문. 결국 대표가 신뢰를 얻으려면 개개인이 피부에 와닿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금했다. CEO지지율에서 상위권에 자리 잡은 기업의 대표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어떻게 조직을 이끄는지 말이다. 채널코퍼레이션의 김재홍 대표를 만나,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역삼역에 자리 잡은 채널코퍼레이션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는 인터뷰를 통해 엿들은 그들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미용실, 동네 빵집…’ 단골 가게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We make future classic products.”
채널코퍼레이션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는 문장이다. 이 문장으로부터 팀의 목표와 포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미래에 ‘classic products’라고 불릴 훌륭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선언.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재홍 대표와의 대화로 문장의 뜻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최시원 대표(이하 레드)와 함께 공동대표로 채널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다. 또한 100여 명이 넘는 구성원과 함께 비즈니스와 고객 사이의 소통을 돕는 ‘채널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대표님,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김재홍입니다. 영어 이름을 써서 동료들은 저를 ‘조쉬’라고 불러요. 13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고, 지금이 네 번째 비즈니스입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 걸쳐서 여러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어요. 공동 창업자인 레드와 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을 함께 목격해왔는데요. 이 변화에 맞춰 즐겁게 스타트업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지금은 채널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해보고 싶던 일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 먼저 주목할 기업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려요. CEO지지율 부문에 상위권으로 올라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깜짝 놀랐고 감사했죠. 작년에 제가 대표가 되고 공동 대표체제로 변화했거든요. 이런 결과를 얻다니 기분 좋은 성과네요.(웃음)
- 웹이나 앱을 이용하다 보면, 하단에 문의할 수 있는 귀여운 아이콘을 자주 보는데요. 채널톡의 기능이죠? 채널톡 소개 부탁드려요.
채널톡은 채널코퍼레이션에게 굉장히 중요한 서비스예요. 저희 팀의 비전은 '비즈니스와 고객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건데요. 이를 위한 첫 번째 미션이 비즈니스와 고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모바일이 일상인 시대에 웹과 앱 서비스는 하나의 매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온라인 매장은 쉽게 묻고 대답해줄 점원이 없었죠. 채널톡은 온라인 매장의 점원 역할을 하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B2B SaaS예요.
채널톡을 올인원 비즈니스 메신저라 소개합니다. 기본적으로 라이브 채팅을 통해 쉽고 빠른 상담과 접객 경험을 도와주고 있고요. 단골을 늘릴 수 있도록 CRM 마케팅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또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자랑하는 사내 메신저가 있고요. 라이브 채팅, CRM 마케팅 툴, 사내 메신저 이렇게 세 가지가 채널톡의 주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말풍선 아이콘이 채널톡이다.
- 온라인에도 점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 깊어요. 실제로 귀여운 얼굴로 반겨주잖아요. 네 번째 비즈니스라고 하셨는데, 채널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생존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13년 동안 세네 번의 피봇을 경험하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깊이 고민했는데요. 결국 ‘고객이 있으면 비즈니스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고 투자받지 않아도 동네 빵집이나 미용실에는 행복해 보이는 고객으로 꽉 차있잖아요. 저와 레드가 사업 아이템을 바꾸는 몇 년 동안 절대 바뀌지 않는 진리였죠.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닌데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모두 단골이 많았어요.
- 여러 차례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며 ‘단골’이라는 비즈니스의 해답을 얻으신 거군요.
온라인 비즈니스는 많은 광고비를 들여 성장한 뒤 투자를 받고, 또다시 광고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죠. 반면,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프라인 매장을 들여다보면 본질적이지만 역설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단골이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데려다준다는 거예요. 결국 비즈니스의 생존과 성장에서는 단골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했고, 단골이 많은 비즈니스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단골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툴이 얼마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채널톡 주요 기능인 채팅은 1990년대부터 있었고, CRM 마케팅 기능도 오래전부터 있었거든요. 저희는 이 CRM 기능과 라이브 채팅을 ‘결합’하면서, 단골을 건강하게 만들고 비중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죠
최시원(좌), 김재홍(우) 채널코퍼레이션 공동대표 (사진=채널코퍼레이션)
‘만드는 CEO’와 ‘파는 CEO’의 네 번째 도전
- 오래전부터 공동대표인 두 분이 함께하셨다고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레드와 저는 13년 전 첫 창업부터 함께한 사이예요. 알게 된 건 그보다 몇 년 전이고요. 첫 만남은 아마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쯤이었을 거예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삶이 바뀌면서 약간은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죠. 당시 저는 ‘싸이월드’가 정말 멋진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창업자를 직접 만나 뵙고, 회사에 인턴으로 참여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대학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해서 주변엔 문과생만 있으니, 이과생을 만나기 힘든 거예요. 그때 두세 다리 건너 만난 개발자가 레드였어요. 레드랑 같이 일을 해보니 정말 재밌는 거죠. 저도 레드도 특이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잘 맞았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돌아오니, 구글에서 인턴을 하던 레드가 같이 창업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어요.
- 첫 창업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다면 신뢰가 두터울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역할도 나뉘어져 있나요?
“개발자인 레드가 제품을 만든다. 그럼 내가 팔아온다.” 예전부터 이렇게 역할이 명확했어요. 아이데이션이 필요한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같이 하고요. 후에는 레드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저는 항상 현장에서 일을 했어요. 저희는 각자의 역할을 신뢰하며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어요.
“멤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문화 3가지는…”
- 오랜 시간 리더의 자리에 있으며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테헤란로에는 정말 많은 부족이 존재하고, 저희 팀도 그 부족 중에 하나예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따라 할 게 아니라 저희가 확신하는 성장 방정식을 멤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거짓말하고 싶지 않고, 저희가 경험해서 성장해온 방식을 진심을 담아 전승하고 싶습니다.
채널코퍼레이션을 운영하며, 조직문화의 뿌리가 되는 세 가지 가치를 정했는데요. 일본이랑 미국에서 서비스를 같이 전개하다 보니 영어로 표현하고 있어요. ‘Customer Driven', ‘Think Fundamental’, ‘Small talk Big results’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바탕이 된 조직문화에 잘 맞는 분이 회사에 대한 만족이나 저희에 대한 신뢰를 표현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 영어로 표현하다 보니 풀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웃음) 하나씩 설명해주신다면요.
먼저 ‘Small talk Big results’를 말씀드리자면 작은 대화가 큰 결과를 얻는다는 말인데요. 대화 중심의 문화에 가까운 표현이에요. 보통 회사들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지 않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 이상이거든요. 좀 과한 부분도 있어요.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일하는 환경에서도 드러나죠.
- 사무실도 개방적이고 편안해요. 대화가 잘 이뤄질 수밖에 없겠네요. 대화 중심 문화를 ‘공간’을 통해 물리적으로 표현한 거라 느껴져요.
맞아요. 보시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생활 공간을 많이 만들어놨어요. 저희가 사무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3요소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나무 바닥, 두 번째는 오픈 천장, 세 번째가 파티션이 없는 겁니다. 심지어 미팅룸도 투명하죠. 이런 환경에서는 지나가다가도 서로 모니터를 보며 일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희는 일이란 게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라고 정의하거든요. 누구든 동료의 일에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트인 공간에서 내 집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틀어서 카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팬데믹으로 리모트 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출근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대화하며 일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 많았어요.
채널코퍼레이션 사무실 전경 (사진=채널코퍼레이션)
- 고객에게서 답을 얻어 채널톡을 시작하셨잖아요. 조직문화에도 고객이 등장하더라고요. ‘Customer Driven' 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요?
‘고객 중심’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때 중요한 점은 고객의 말을 듣고 그대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이면에 있는 ‘본질’을 찾자는 다짐이에요. 예를 들면 “비싸요”라는 말에 싼 제품을 만들고, “이런 기능이 필요해요”라고 하면 그 기능을 추가해 해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더 싸게, 더 많은 기능을 만들어도 결국 고객은 이탈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냐면, 도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장인 정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예요. 스스로 업에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고객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더 나아가 깊숙이 자리 잡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고하도록 연습하는 게 ‘Customer Driven’이라는 문화예요. 제품을 단순하고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되, 고객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더 나아간 미래의 제품을 설계하는 거죠.
- 나머지 하나인 ‘Think Fundamental’은 ‘본질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고객의 생각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것을 찾는다는 설명과 이어지네요.
사람도, 제품도, 시장도 본질적인 게 무엇인지 탐구해서,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닦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Think Fundamental’ 문화는 타협하지 않는 거라 설명하고 싶어요. 많은 걸 하기보단, 비즈니스에서도 조직문화도 “이게 본질적인가?”라고 늘 질문해요.
팀을 꾸릴 때 커리어가 화려한 사람이 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더 본질적인 건 우리에게 맞는 인재상을 정의해서 기존 문화와 잘 맞춰가도록 온보딩을 돕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에게 맞는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때 남들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우리만의 색깔과 기준을 잘 살리려고 노력해요. 또 한 번 정했다고 가만히 두지 않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퀄리티를 계속 높입니다. 이걸 타협하지 않는 자세라고 할 수 있고요.
- 채널톡은 채팅을 통해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적 역할이지만, 고객과 사업자에겐 가장 필요한 근본적인 기능이잖아요. ‘본질을 추구한다’는 의식이 서비스인 채널톡에서도, 그 바탕인 조직문화에서도 드러나네요.
정확해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매일매일 살아가느냐가 제품으로, 비즈니스로, 영업으로, 마케팅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이거든요. 사실 조직이 지향하는 바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세 가지 기준이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자주, 많이, 숨기지 않고, 끊임없이 말해요”
- 문화란 게 글로 적고 내용을 공유해도, 구성원이 공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얻고 계신가요?
정말 많이 이야기해요. 투명하고 솔직하게요. ‘Small talk Big results’ 문화와도 이어지는데요. 저희 둘 다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거의 그대로 공유하고 있어요.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당연시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라는 건 들뜬 흥분 상태와는 다르게 예측 가능성이 높은 상태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 ‘알쓸인잡’에서 연애와 결혼 차이점을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한 박사님의 말로 연애란 설렘과 놀라움이 동기가 된다면, 결혼은 철저한 예측 가능성이 바탕이 된다고 말하더군요. 공감했어요. 저희도 구성원의 신뢰를 얻으려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의사결정 기준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한 번 이야기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문화로 스며들 수 있게 정말 자주 말해요. 따로 자리를 갖지 않아도 매일 10분, 20분씩만 대화하면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워낙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다 보니, 자연스레 직장에 대한 안정감도 생길 것 같아요.
한 달 전에 멤버들에게 “우리는 모든 게 잘 될거고, 투자 엄청 많이 받을거야”라고 말하고, 다음 달에 “우리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됐다”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멤버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대표를 신뢰할 수 없겠죠. 그래서 회사에 관해 자주, 많이, 투명하게 말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레드와 저는 정말 열려 있거든요. 서툴더라도 빨리빨리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너와 내가 신뢰가 있고, 어떤 말을 해도 크게 오해하지 않을 거다’라는 확신을 주고, 빠르게 이야기해서 신뢰를 만들고 싶어요. 잘 말하려고 머뭇거리다 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에서든 끊임없이 말하고, 대표실도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이런 모습들이 채널코퍼레이션의 조직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 대화와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문화’의 본질적인 특징 때문이에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문화는 밑에서 올라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멤버들끼리 문화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런 문화는 결국 서서히 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우리가 먼저 좋은 문화에 대한 기준을 바로 잡아야, 밑으로 잘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문화와 행동에 괴리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직접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거죠.
- 조직문화에 대한 멤버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저희 둘은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많이 저희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명확하거든요. 애매하지 않고 원하는 색깔이 뚜렷해요. 다른 팀을 의식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저희와 함께 오래 계시는 것 같아요.
-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와 레드는 대화를 많이 해요.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희한한 이야기를 많이 하죠. ‘우리가 무엇을 하면 돈을 벌까’ 보다는 ‘지금 인류가 무엇을 해야 하고,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대화를 하거든요. 또 기술은 어디를 향하고, 테크기업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요. “너는 어디까지 해보고 싶니”라고 서로 물으며 지금까지 사업 내용을 조율해왔어요. 대화를 통해 추상적인 생각이 구체화하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힘든 건 저희의 성장이에요.
회사의 성장은 놀랍게도 리더의 성장과 직결돼 있는 것 같아요. 리더가 성장하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고, 디지털에서 모바일로 변화했죠. 지금은 AI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보고 있는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저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것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봐요. 그런데 이런 도전적이고 광활한 꿈을 꾸는 것과는 별개로, 스스로 그것을 할 수 있는 리더인지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있고,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죠.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되기 위해 매일 얼마나 노력하고 있고, 얼마나 능력치를 만들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김재홍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채널코퍼레이션)
-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저희의 성장이 가장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하며, 저와 레드는 냉철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10년을 넘게 같이 일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아요. 이 신뢰를 기반으로 “다음에 이런 스텝을 밟으면 훨씬 발전할 것 같다”, “지금 잘하고 있고 응원한다”와 같은 피드백을 가감 없이 주고받죠. 서로에게 능력치를 키워주는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스몰톡 문화를 만들어서 멤버들끼리도 서로의 능력치를 키워주자는 거고요. 팀원이 성장해야 팀도 성장하니까요.
- 대표님과 생각을 쭉 나누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채팅 툴을 만드는 게 즐거워요. 대화를 좋아하는 팀이니까 “누가 우리보다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하고, 대화에 진심일까?” 생각하면 별로 없을 것 같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게 제일 낫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죠.(웃음)
- 건강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문화 덕분에, 채널코퍼레이션이 매년 큰 성장을 기록한 게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채널톡의 굵직한 계획이 있다면요.
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AI입니다.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전환된 것만큼 거대한 시대적 키워드라고 보고 있어요. 사실 저희는 AI와 관련된 많은 고민을 이미 해왔습니다. 또 고객 상담 데이터와 마케팅에 대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가진 팀이라, 앞으로 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기능이 많을 것 같습니다.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저희를 주목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까운 시일 내에는 사무실에서 전화기기를 해방시키겠다는 걸 목표로,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통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자동으로 내용 기록과 고객 관리가 될 수 있도록요. 채널톡의 채팅 서비스와 철학이 같은데요. 고객을 중심으로 투명하고 편리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그 외에도 더 좋은 상품과 브랜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B2C 비즈니스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선보일 사업들을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
장경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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