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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달장애인도 잡플래닛서 뽑는 세상 와야죠"

[CEO 인터뷰]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 앞장서는 동구밭 노순호 대표

2020. 11. 05 (목) 17:38 | 최종 업데이트 2020. 11. 06 (금) 16:47
 
'장애인의무고용제'가 시행 30주년을 맞았다. 장애인의무고용제는 국가·지자체는 물론 50명 이상의 공공기관·민간기업이라면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위반하면 '의무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3.4%, 민간기업 3.1%의 고용률을 달성해야 한다. 전체 기업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2016년 2.62%에서 2019년 2.92%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수치상으로는 나아지는 것 같지만, 제도의 사각지대도 여전히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공공기관 323곳 중 절반에 가까운 159곳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미이행 기관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2019년 대기업집단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33개 소속 737개 기업 중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곳은 552개(75%)에 이른다. 공공기관은 물론, 큰 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모양새다. 지난 5년 간 대기업이 납부한 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은 6500억 원에 이른다.

발달장애인(자폐성·지적 장애)의 경우 고용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경제 활동 참가율(35.2%)은 비발달장애인(39.2%)보다 낮고, 평균 근속 기간은 비발달장애인의 30% 수준으로 턱없이 짧다. 정책이 '고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체 비누, 샴푸, 린스 등 고체 화장품을 만드는 소셜벤처 동구밭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 고용'에 특히 집중했다. 이들의 '근속 개월'을 늘리기 위한 고민에서 동구밭을 창업했고, 현재 직원 수는 발달장애 사원이 비장애인 사원보다 많다. 사업을 시작한 2016년부터 발달장애 사원 퇴사율은 0%를 기록하고 있다. 5년 동안 발달장애 사원 그 누구도 일을 그만두지 않은 셈이다.

이런 회사 대표라면 장애인 고용문제 해결에 '해답' 하나는 갖고 있지 않을까.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노순호 대표와 만났다. 동구밭과 장애인 고용에 관한 이야기를 두 시간 가까이 나눴다.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환경을 고려하는 동구밭의 제품 포장. 사진 속 완충재는 옥수수로 만든 '콘보이'로, 생분해성 포장재다. 사진=동구밭
 
- 동구밭은 왜 '발달장애인 고용'에 집중했나요.

시대와 세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장애인 문제가 '불쌍하다', '도와주자' 하는 방식이었어요. 이제 그렇지 않잖아요. 장애인도 삶이 있는 사람이고, 그 질을 고려하는 사람이잖아요. 장애인 문제를 복지의 영역으로만 남겨둘 수 없고, 마음으로 안아서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기업의 논리로, 기업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집중한 건 '기술'을 배우게 하는 거였죠. 대표적인 게 바리스타 교육인데요. 바리스타 교육 열심히 받아서 자격증 따고, 운좋게 취업한 장애인도 3개월 안 돼서 대부분 그만두거든요. 당장 저희 30명 가까운 발달장애 사원들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어요. 굉장히 이상한 현상이거든요. 기자님과 저만 해도 바리스타 자격증 없잖아요. 사실 저희 회사는 카페를 해야 하는 거예요.(웃음) 

그런 기현상을 보면서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커피 만드는 거 가르치면 카페들이 고용해 가겠지' 하는데 고용 안 하잖아요. 종이컵 정리하든, 걸레질을 하든, 커피를 내리든, 어떤 일을 하든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사실 그걸 해결해보겠다고 창업을 한 거죠. 

사실 가장 문제다 싶은 지점이 있다면,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하려고 '복지관이 어설프게 기업 흉내를 내고, 기업이 어설프게 복지관을 흉내 내는 거'거든요.

- '복지관이 기업 흉내'를 낸다는 말이 곧바로 와닿지는 않네요. 예를 들면요?

발달장애인들 근속이 안 되니까, 복지관에서 정부 예산 타와서 '희망의 카페' 같은 곳을 열어요. 잘 될까요? 예산 끊기는 동시에 문 닫죠. 그럼 발달장애인들은 또 광야에 내쳐지는 거죠. 그 뒤에 뭐하는지 보면, 다른 카페 못 가니까 다른 기술 배워요. 인쇄 기술 배우고, 제과·제빵 배우고… 제빵 배워서 파리바게트 취업하면 좋은데 그건 어렵죠. 그럼 또 '사랑의 베이커리' 만들고, 망하고. 돈은 돈대로 낭비되고,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은 희망을 얻는 게 아니라 쳇바퀴 돌듯 절망감만 느끼는 거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발달장애 사원. 동구밭은 발달장애 사원을 '가꿈지기'라고 부른다. 사진=동구밭
 
- 그렇다면 '기업이 복지관 흉내'를 낸다는 건 어떤 모습을 말하는 걸까요?

저도 사업 초기에 가진 편견이었는데, '발달장애인이면 다 뽑아 줘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 '장애인은 떨어트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장애인을 탈락시키기도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연히 떨어트리죠. 비장애인들도 여기 가고 싶으면 가고, 저기 가고 싶으면 가는 거 아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회사 사무실이 없을 때 베어베터(발달장애인 생산 제품을 B2B 거래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장애인 고용 비율은 80%에 이른다 -기자 주) 사무실에 1년 정도 함께 있으면서 그런 과정들을 많이 봤어요.

한번은 제가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님께 "베어베터 정도면 큰 회사고 장애인들 다 고용해도 괜찮지 않냐. 왜 떨어트리는 거냐"고 물었거든요. 대표님은 "기업이 기업에 맞는 사람 뽑는 건 당연하다. 채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건 우리 할 일이 아니다"고 답하시더라고요. 그땐 너무 냉정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공감하고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장애인 직원들 최저임금도 못 주면서 '발달장애인 다 받아 준다'고 고용해 놓고, 매출 안 나와서 '우린 아름답게 망한다'고 문닫아 버리고. 이게 더 무책임한 거잖아요. 기업이 복지관 흉내내는 전형적 모습인 거죠.

- 발달장애인들 근속 개월수는, 비장애인은 당연하고 비발달장애인과 비교할 때도 현저히 낮은 수치인데요. 동구밭은 특별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교육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거창한 것 같네요.(웃음) 발달장애인이 오래 일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통 두 가지로 보는데요. 하나는 회사가 망해서고요. 두 번째는 '사회 적응 능력'이 부족해서죠.

'사회 적응 능력'이라는 게 모호한 개념이라서 어떻게 쉽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찾은 지표가 '친구 수'였어요.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발달장애인 3명 중 2명이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하거든요. 평균 친구 수는 1.4명인데, 그 한 명도 발달장애인 친구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 말은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환경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는 의미고요. 바리스타 자격증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비장애인 친구 하나 만들어 주는 게 훨씬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적으로 가설을 하나 세웠어요. "발달장애인에게 또래 비장애인 친구가 1명 있을 때마다 근속 연수가 1년 늘어난다."

-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셨군요.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 줬나요.

그걸 높여주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텃밭 가꾸기'였죠.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에 밭을 만들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매칭시켜서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어요. 농사라고 하면 최소 6개월은 해야 하니까, 같이 농사 지으면서 '비장애인과 친구되기'를 목표로 하는 거죠. 발달장애인들이 어느 곳에 가더라도 비장애인과 어색함 없이, 서투름 없이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거든요. 실은 요즘엔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어요. 자체적으로 운영 규모를 늘리는 것도 힘들고요. 거기에 힘을 너무 많이 쏟는 순간 저희 역시도 복지관 흉내내는 꼴이 된다고 보니까요.
동구밭의 스테디셀러 '설거지 워싱바'. 사진=동구밭
 
- 장애인 고용 문제를 '사회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동구밭 발달장애 사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이유가 '사회성 교육'인 건가요.

그것만은 아니에요. 발달장애인들 대부분이 의학적으로는 어린아이와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을 다룰 때 유치원에서 선생님들 하는 것처럼, "1반 다 모이세요~ 일렬로 서세요~" 이렇게 하진 않아요. 지적 연령이 어리다고 그들의 감수성까지 그렇진 않거든요. 스무 살이면 그만큼의 감수성을 지녔어요. 나이에 맞게, 성인으로 대우하려고 노력하죠.

저희는 다양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줘요. 간식 하나 주더라도 예산 안에서 본인들이 결정하게끔 하고요. 심지어는 출퇴근 시간도 선택하게 하는데요. 그것 역시도 훈련이라고 봐요. 연습이고요. '파트너로 대우받는다'는 인식이 비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겠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화를 빠르게 가져 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게 발달장애 사원들의 만족감을 높여준 것 같아요.

- 장애인고용의무제가 있지만, '부담금 내고 만다'는 마인드를 가진 기업들도 여전히 있어 보여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지점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저도 제도적 이면을 많이 봤어요. 초기에 장애인 고용 개념을 접하고 이런 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는 대기업이 탐욕적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 대기업 인사팀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 만나보면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고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부작용이 있는 거예요. 소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장애인도 있어요. 일을 성실히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다른 사업을 벌이면서 취업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사례들 경험하니까 부담을 느끼는 거죠. 이런 차원에서 봐도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강화만이 해법은 아닐 것 같아요. 그런 회사들이 의무고용률 3%에서 4%로 오른다고 해서 고용하겠어요?

저는 그런 방식 말고, '기업 방식'으로 풀면 좋겠어요. 장애인 고용 관련 정책 만드시는 분들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거든요. 화장품 만드는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 의지가 있으면, 우리 같은 회사한테 투자하게 만드는 거죠. 투자받은 회사에 장애 사원이 100명이고, 투자한 회사가 지분을 10% 갖고 있으면, '주주 기업이 10명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 주자'는 거죠. 그런 방식이면 작은 기업이 투자도 받고, 기술적 협업도 하고, 시너지가 나면 장애인 기업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거니까요.

또 투자받는 회사는 장애인 고용 '감시자'가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우리 지분 있다. 왜 채용 안 하냐"고 압박을 줄 수도 있는 거고요. 물론 여러가지 충돌되는 지점이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서로 윈윈하면서 해결하면 좋겠어요. 굴지의 대기업들이 부담금 무서워서 고용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면죄부라고 생각하고 내고 말겠죠. 차라리 그런 돈 가지고 통 크게 투자해서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훨씬 쿨하고 나은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동구밭의 비누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진=동구밭
 
- 동구밭의 발전이 눈에 띄어요. 최근 한 언론이 실시한 '비누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큰 기업 여럿을 제치고 5위를 차지하기도 했더라고요.

2017년에 비누라는 아이템을 선정한 이유가 '1등 할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에요. 꼭 1등 해야 성과와 저희 미션을 같이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저는 저희 회사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마련할 거라고 보는데요. 일단 그 정도 지평을 마련하려면 기업에 힘이 있어야죠. 기업의 힘은 매출과 이익과 지속 가능성에서 나오는 게 당연하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는 이미 발달장애인 고용 회사로는 여러 역사를 쓰고 있어요. 최초로 해외 수출도 하고, 5성급 호텔에도 납품하고, 대기업과 거래도 잘하고 있고요.

- 동구밭에게는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개념인 듯해 보여요.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도 엿보이고요.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주실지 궁금해요.

저희에게 '장애'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죠. 그걸 조금 더 포괄적으로 담는 개념이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로 정의될 것이냐 할 때, '고체 화장품 만드는 회사'로만 정의되는 건 좋지 못한 것 같아요. 제 마음속에는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가지며 태어난 회사라는 정의가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망하는 순간은 비누를 못 파는 때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는 순간이겠죠.

잡플래닛이나 다른 채용 플랫폼에서 발달장애인도 쉽게 지원하고 채용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는 건, 동구밭처럼 발달장애 고용을 큰 목적으로 둔 회사들뿐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 할 것 없이 발달장애인 채용을 원한다는 의미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동구밭이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고체 제품 자체가 겉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담고 있는 가치가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인과 일하는 것도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일이고요. 앞으로 장애인과 일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니즈는 훨씬 더 커질 거니까요. 우리가 하는 일이 복지고, 마냥 좋은 일이고, 케케묵은 게 아니라 가장 미래지향적인 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희한테 '1등'은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에요. 어떤 분들은 '쟤네가 1등을 목표로 삼고 장애인 고용을 수단으로 삼는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1등을 발판 삼으면 장애인 고용에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봐요. 1등 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위해 단단한 수단을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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