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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언니'는 어떻게 '1등 성형앱'이 됐나

[기업분석보고서] 힐링페이퍼① '환자'에서 '소비자'로 관점 바꿔 성공

2021. 01. 28 (목) 12:17 | 최종 업데이트 2021. 01. 29 (금) 13:06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가 주춤하고 있지만, '성형외과'에게만은 다른 세상 얘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코로나19 1차·2차 유행 당시 업종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성형외과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재택근무 등으로 외출이 줄어든 덕에 성형 직후 회복 기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외출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다 보니 수술 직후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게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원이 성인 남녀 2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성형 수술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스크 착용(37.8%)'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22%)'와 '재택근무(18.1%)'라는 응답도 많았다.

이 성장세에 올라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서비스가 있다. 미용·의료 정보 제공 서비스 '강남언니'다. 강남언니는 수술·시술 후기, 의사·병원 평가 등 성형수술과 시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2015년 출시 후 25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고 전국 3분의 1에 이르는 성형외과를 입점시켰다.

창업 직후 2년 동안 매출액 '1원'도 내지 못하던 스타트업 '힐링페이퍼'는 2015년 출시한 강남언니의 성공으로 이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강소기업이 됐다. 이렇게 급성장한 서비스를 만들어 온 '힐링페이퍼'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2년간 매출 '0' 힐링페이퍼…'강남언니' '예비 유니콘' 등극
'힐링페이퍼'는 2012년, 의사 출신의 홍승일 대표와 박기범 부대표가 함께 만든 회사다. 당시 본과 3년차던 두 의사는 '병원 개업'이라는 당연한 길 대신 '사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힐링페이퍼 창업 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 커뮤니티 '메드와이드', 의·치전원 입시 교재 출판사 '와이드북스' 등을 운영하며 성과를 거둔 데서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

첫 사업 아이템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서비스'다. 사명과 같은 이름의 서비스 '힐링페이퍼'는 암 환자, 만성 질환자가 식단·운동·투약 상황 등을 기록하면, 의사가 이를 참고해 처방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였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소위 BM(Business Model)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 만성질환자의 경우 의료비가 '의료급여'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타깃을 좁혀 봤다. 공황불안장애 환자의 호흡 훈련을 돕는 서비스, 2030 여성 대상 갑상선질환 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달아 만들었지만, 이 역시 환자와 의료진 어느 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없었다.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지 못한 채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들이 연거푸 실패했지만, 힐링페이퍼는 '환자가 더 나은 수술·시술·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 2년간 기록한 매출액은 0원. 처참한 실패 속에서 "수익을 내려면 '비급여 영역'을 노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미용의료 시장'을 타겟으로 삼았다. '환자'대신 '소비자'로 눈길을 돌려 시작한 서비스가 바로 '강남언니'다.
'문제적 이름'이라는 지적도 받아왔지만, '강남언니' 하면 '성형'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강남언니 또한 '소비자가 더 나은 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서비스 초기인 2015년만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미용 의료에 관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수술을 선택하는 데 지인의 경험이나 할인 이벤트와 같은 제한된 정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성형 수술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만연했고, 광고를 쏟아내는 대형 병원으로 사람이 몰렸다.

이 같은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었다. 힐링페이퍼는 먼저 '성형 견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남언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진을 올리면 강남언니와 연결된 병원에서 '성형 견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내놓자마자 반응이 왔다. 홍승일 대표는 "허접하게 만들었는데도 큰 반응이 있었다. 앱을 설치하는 이용자의 30% 가까이가 우리를 믿고 자기 얼굴 사진을 올렸다. 유저들이 원하는 서비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병원들이 강남언니를 꺼렸다. 강남언니가 없어도 영업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대중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용·성형 정보를 공개적으로 찾고 공유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병원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재는 전국 성형외과의 3분의 1 정도가 강남언니에 입점해 있다.

서비스를 통해 병원에 방문하고 수술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자, 강남언니는 '병원 평가'와 '수술 후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화 상담 평가, 내원 상담 평가, 수술 후 평가 등 다양한 단계에서 평가를 모았다. 이렇게 2년 정도 모은 평가와 후기를 바탕으로 2017년 '병원 평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성형 수술'에서 '시술'로 확장을 시도했다. 20~30대 위주였던 사용자 층을 40대까지 넓히고, 많아야 1년에 두세 번 받는 성형수술을 넘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시술 정보를 제공하며 사업 분야를 넓힌 것이다. 현재는 전체 사용자의 50% 정도가 '시술 정보'를 얻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앱 내에서 수술·시술 가격을 오픈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깜깜이'였던 미용의료 분야의 '메뉴판'을 공개한 셈이다. 이에 더해 수술 시 어떤 원자재와 장비를 사용하는지와 'CCTV 설치 여부'까지 공개할 것을 권하고 있다.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 출시 2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강남언니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병원 상담 연결 건수'는 2015년 4000건에서 2016년 3만 건, 2017년 9만 건, 2018년 20만 건, 2019년 50만 건, 2020년 100만 건으로 매년 2~3배씩 증가 중이다. 사용자 수도 꾸준히 늘어 270만 명(2021년 1월 기준)이 넘었다.
◇ 의료 IT계의 '타다?' 의료계 견제받는 '강남언니'
밝은 날만 계속돼 온 건 아니다. 강남언니 등 미용·의료 정보 앱이 두각을 나타내자 의료업계는 이들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담 신청'이 이루어지면 병원에서 수수료를 받는 강남언니의 수익 구조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환자 알선 행위'라는 것이다.

강남언니 등 미용의료 정보 서비스 업체들은 "알선·유인이 아니라 앱을 통한 광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정 병원에 상담을 유도하지 않고, 환자가 스스로 선택해 상담 신청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쟁점은 또 있다. 현재 의료법상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서 의료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앱은 '하루 평균 사용자 10만 명 이상'만 사전 심의를 받도록 돼 있는데, 2019년부터 의료업계가 이 기준을 '하루 사용자 5만 명 이상'으로 강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다수 의료 앱이 사전 심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과대 광고와 불법 광고의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강남언니 측은 검수 기준을 엄격히 한 자체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최종 승인한 의료광고만 앱에 노출하는 등 불법·과대 광고 근절을 위해 자체적으로 힘쓰고 있다며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당시 "방문자 수 기준을 강화해 심의 대상 매체를 늘리는 것은 임시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의료광고 심의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견제하는 기존 업계, 플랫폼의 새로운 수익구조와 마케팅 방법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법적 한계를 보며 시장에서는 "'타다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견제와 규제 강화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혁신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 ◇ '일본 진출' 새로운 도전매출은 2016년부터 매년 2 가까이↑
2019년 11월,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 크로스보더 앱 일본어판'을 출시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명 중 1~2명이 해외 이용자인 데서 힌트를 얻었다. 외국인의 '한국 원정 성형'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어 앱을 통해 일본 이용자들이 한국 병원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일본어판 출시 두 달 만에 상담 신청이 2000건을 넘었다. 일본 현지 1위 서비스의 월 상담 신청 수를 가뿐히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의 국내 성형 수요는 급감했지만, 여전히 강남언니의 월간 이용자의 20% 가까이는 해외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는 일본 현지 성형외과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2020년 8월 일본판 강남언니에 해당하는 '루쿠모'를 인수했다. 2017년 출시돼 10만 건 이상의 수술·시술 후기를 수집한 현지 2위 서비스다. 강남언니는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현지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전 세계 누구나 병원을 선택하기 전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 아래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힐링페이퍼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에 선정됐다. 과거 뱅크샐러드, 샌드박스, 크로키닷컴(지그재그), 마켓컬리 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들이 선정된 바 있는 민관합동 지원 제도다. 정부로부터 유니콘 기업(자산 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검증을 받은 셈이다.

2019년 7월에는 45억 원의 시리즈A 투자, 지난해 4월에는 185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전세계 470여 개 기업에 투자한 글로벌 벤처 투자사 '레전드캐피탈'이 시리즈B를 주도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힐링페이퍼의 매출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 매출액 7억 5000만 원에서 2017년 20억 3000만 원, 2018년 44억 500만 원, 2019년에는 84억 8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2억 3424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지만 2019년에는 다시 19억의 순손실을 봤는데, 이는 일본 사업과 인력 등에 큰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홍승일 대표는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투자하고 있다. 특히 인력 부분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뽑고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력이 생산성에 반영되기는 시간이 좀 걸린다. 반 박자 빠른 투자로 더 명확한 생산성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2년간 매출 1원도 못 내던 회사가, 이제는 수백 억 원 투자 유치에, 직원 수 100명에 이르는 강소기업이 돼 가고 있다.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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