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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근무 가능?"…'주 52시간제'는 공사중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발표, 어떻게 달라질까

2023. 03. 08 (수) 18:47 | 최종 업데이트 2023. 03. 09 (목) 14:46
정부가 주 52시간으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핵심은 70년간 유지해온 근로제도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당장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개편안은 상당 부분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시행령이 아닌 '법'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나 대통령의 공포만으로는 개정이 불가하다. 정부는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 뒤, 6~7월경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 선택은 국회가 하게 된다.

근로시간 제도 변경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피부로 체감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후 주 5일제 도입, 주 52시간 근무 의무화 등 변화를 겪으며 우리의 일상을 바꿔놨다. 이번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나의 근무시간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발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 이번주 일 ‘몰빵’… 다음주는 쉬어도 합법!
개편안의 핵심은 ‘1주’라는 칸막이 안에 갇혀있는 근로시간 기준을 풀어 놓는 데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 일 8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연장근로는 주 12시간까지 허용한다. 즉,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그 이상 근무하면 사용자는 위법으로 처벌받았다.

개선안을 따르면 꼭 1주 단위로 셈하지 않아도 된다. 연장 근무에 대해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 이번 주에 일을 많이 했다면, 다음 주는 적게 해도 된다는 말이다. 몰아서 일해야 하는 직업군은 몰아서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다.

다만,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로 근로시간 기준을 정해야한다.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도입하고, 당사자 간 합의해야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또 연장근로 할증(1.5배 이상)을 통해 남용을 방지하고자 한다.
◇ 나의 근무시간은 어떻게 달라지나
현재 연장근로 최대 시간은 주당 12시간으로, 기준이 하나다. 개편안의 경우 최대 연장근로 시간이 월간 52시간, 분기별 140시간, 반기별 250시간, 연간 440시간이다. 쉽게 말하면, 한 달을 기준으로 첫 주에 29시간 추가 근무해도, 나머지 3주 동안 23시간 이상 추가 근무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없다.
다만, 연장근무를 몰아서 해도 최소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 주 69시간까지 일할 경우 연속 근무일 사이 11시간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 이번 주 내내 추가 근무해서 69시간을 채워도, 오늘과 내일 사이 11시간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면 1주 총근로시간을 64시간 이내로 지켜야 한다.

근로시간 기준이 다양해졌지만, 단위가 길수록 그에 비례해 평균 근로 시간은 줄어든다. 분기 10.8시간(90%), 반기 9.6시간(80%), 연 8.5시간(70%)으로 주 12시간보다 적은 수준이다.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둘수록, 연장근로 평균 시간의 최대치는 줄어드는 구조다.

이 외에도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통해 연장근무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하고 장기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연장근로 1시간을 했다면 1.5배의 수당을 받지만, 시간으로 저축하면 2시간을 적립해 주는 식이다. 또한, 포괄임금제와 고정수당 오남용을 막고, 선택근로제 및 탄력근로제 확대, 재택·원격근무를 확산하는 방안 등도 함께 추진한다.
◇ ‘주 69시간’ 근무 가능…“어떻게?”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자는 최대 69시간*(11.5시간x6일)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 아래 표는 근로시간 기준을 월간으로 했을 때 예시다.
*근로기준법 55조1항 ‘주 1회 유급휴일 보장’에 따라 6일 근로를 법적 의무로 볼 경우
첫째 주에 추가 근무를 최대로 하면, 총 근로시간은 69시간이 된다.

연속 휴식 시간으로 보장된 11시간과 법정 휴식시간(4시간당 30분, 총 1시간 30분)을 제외, 하루 동안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1.5시간이다. 11.5시간을 6일 내내 근무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 대신 다른 주에 연장 근무 시간을 줄여, 한달간 총 연장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춰야 한다.

이러한 개편안 내용을 두고 노동계는 “사용자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시간 근무에 내몰릴 수 있다”며 “과로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너무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30세대 임금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1%가 연장근로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기보다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1주 단위의 연장근로 기준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이며 근로시간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시간 노동을 입법화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현재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이며, 고용노동부는 토론회, 현장방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노·사와 산업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장경림 기자 kyunglim.jang@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