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달장애인 직원만 280명" 베어베터가 함께 일하는법

[인터뷰] 베어베터 임상빈 교육팀장

2024. 04. 22 (월) 10:10 | 최종 업데이트 2024. 04. 23 (화) 16:39
 
사무실과 홈페이지 곳곳에서 귀여운 곰이 인사하고 있다. 이곳은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베어베터'라는 회사다. 베어베터는 성실하고 우직한 곰(Bear)을 닮은 발달장애인이 더 나은 세상(Better)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라고. 올해로 벌써 설립 12년째인 이 회사는,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창업 후 몇 년 안에 흥망성쇠를 겪으며 사라지는 기업들 무수히 많다. 아마도 짐작건대 사회적 기업이 긴 시간 유지하기는 더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베어베터는 최초의 설립 이유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그 사업성을 꾸준히 다지며 성장하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직원수로는 벌써 280명, 전체 임직원은 400여 명에 이른다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며칠 앞서 <컴퍼니 타임스>는 장애인의 안정적인 사회 활동을 위해 고민하는 베어베터를 찾았다. 대표해 만난 사람은 교육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임상빈 씨였다.

베어베터 임상빈 교육팀장
 
네이버 창업자가 고민한 ‘발달장애인이 다니는 회사’

- 회사를 설립할 땐 한계 없는 수익성을 창출하거나 혹은 창립자의 자아실현이 목표로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베어베터는 그 시작부터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고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12년 전 이야기인데요. 김정호 전 대표님은 네이버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셨고,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때 발달장애인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장학금을 지원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셨다고 해요.

당시 직장 동료였던 이진희 대표님께 의견을 여쭤봤다고 하는데요. 그때 이진희 대표님께서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들은 대학까지 나오더라도 일자리가 없다. 이들에겐 장학금보다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이 함께 시작한 일이 지금의 베어베터까지 온 거예요. 처음에는 작은 복사집에서 시작하셨다고 해요.


- 복사집이요?

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잖아요. 대학가에서 인쇄나 제본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복사기 버튼을 누르는 거는 발달장애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막상 시작해 보니 우여곡절이 좀 많았다고 하셨지만.(웃음) 그런 산들을 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 지금은 인쇄뿐만 아니라 커피, 쿠키, 꽃, 카페 등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런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베어베터는 비즈니스 모델로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 제도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드리자면, 한국에서는 직원이 50명 이상 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비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만약 직원이 100명이 넘었는데 그 비율만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나라에 벌금을 내야하고요. 그걸 ‘장애인고용부담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을 고용한 베어베터와 같은 회사와 장애인 직원들이 직접 생산한 물건을 거래하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어요. 

창업하신 두 분도 창업 당시에는 알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하고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다보니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셨다고 해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는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이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심하신 거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줄이고 싶은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만든 것을 필요로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회사에 꼭 필요한 품목을 고민하다 보니 사업분야가 확장된 거예요.

베어베터의 사업분야 (자료=베어베터)
- ‘발달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과 ‘기업에서 필요한 일’ 사이에 교집합을 잘 찾으신 거군요.

맞아요. 커피 원두나 쿠키는 임직원의 선물용으로 쓰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직접 사내 카페나 매점을 운영하는 경우 저희 직원이 파견을 나가 근무를 하기도 하죠. 화훼분야는 승진 시즌에 특히 수요가 많죠. 기념일에는 난이라든지 화분이나 꽃다발 등이 주로 나가고요. 명함은 회사에서 꼭 필요한 거잖아요. 저희와 거래를 하면 기업에서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줄일 수 있으니 좋고요.


- 베어베터에도 ‘처음’이 있었을 텐데요. 초기엔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노하우도 없었을 테고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시작했나요?

사실 초기에는 전문가분들께 자문을 구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보 교환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강의도 많이 듣고 비장애인 직원들에게 강연이나 교육도 많이 진행했죠. 하지만 저희가 성장하면서 50명, 100명, 150명으로 회사가 커졌어요. 이런 규모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현장에 대한 이해는 전문가분들께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딱 맞는 의견을 듣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많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조직 경험은 저희에게만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부딪히면서 얻게 된 게 많은 것 같아요.


- 그럼 임상빈 팀장님이 계신 교육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교육팀은 발달장애인 직원이 근속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팀이에요. 12년이란 시간 동안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면서 저희 조직에서도 몇 가지 깨달은 바가 있거든요. 그중에 하나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교육 조직을 별도로 편성해 조직을 만들게 된 거고요.

교육팀은 말 그대로 교육 업무를 위주로 일하고 있고요. 발달장애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있고, 비장애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있어요. 이들이 협업하기 위한 교육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 외에 인사나 복리후생, 총무 등의 업무도 저희 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고객사 중에 베어베터와 거래하다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용기를 얻어서 직접 고용을 하겠다고 말씀하신 회사들이 몇 있어요. 그렇지만, 장애직원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 보니 지원이 필요하신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교육팀에서는 직접 고용을 원하시는 외부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도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베어베터 제과팀 근무 모습 (자료=베어베터)
발달장애인이 회사에 지원하고 취업하는 법

- 홈페이지에서 발달장애인분들은 “맡겨진 일은 잘 수행하고 또 규칙에 집착하지만, 같은 이유로 루틴이 잘 잡히면 융통성 없이 업무를 해내기도 합니다. 이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장애로 인한 특징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신 문장을 봤어요. 이런 환경이 실제로 베어베터에서 어떻게 갖춰지고 있나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라는 타이틀이 있다 보니 사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일지 항상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이 원래 그렇듯, 발달장애인도 각자 다양한 장단점을 갖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일단 인정하고 각자의 특성에 맞게 문제를 헤쳐 나가고 있는데요.

한분 한분의 특성에 맞게 업무에 배치하거나,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업무과정을 쪼개는 거예요. 예를 들어 비장애인 직원이라면 한 명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를 발달장애인 4~5명이 쪼개서 할 수 있도록 업무를 세분화하고, 반복하게 만드는 거죠.

발달장애인 직원이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일은 보조 도구를 개발하기도 하고, 어려운 개념을 쉬운 개념으로 전환해서 더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0개씩 세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숫자를 10까지 세는 게 어려울 수 있잖아요. 그때 열 개의 칸이 있는 도구를 제작해 넣으라고 알려드리면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거든요. 굳이 숫자를 셀 필요가 없죠. 이렇게 업무 개념을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 업무 개념의 전환이라는 말이 딱 맞네요.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발달장애인 직원의 업무가 쉬워지고, 일의 효율도 대폭 증가할 것 같고요.

맞아요. 사원들의 일거리를 늘릴 수 있는 측면이 있고, 비장애인 직원의 공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요. 그럼 꼭 필요한 영역에서 시간을 쓸 수 있거든요.

베어베터에서 제작한 쿠키와 꽃다발 (자료=베어베터)
- 그럼 비장애인 직원분들은 주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발달장애인 직원은 생산현장에서 포장 등 반복적인 작업을 하고, 만들어진 제품을 직접 배송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비장애인 직원은 그 외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각 사업팀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제과사업은 제과 전문가가 필요하고요, 원두사업은 로스팅 기술 보유자가 필요하죠. 이런 부분에서 비장애인 직원 채용이 이뤄지고 있어요. 또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활동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주문과 고객을 관리하면서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 비장애인 직원의 채용과정은 예상이 어느 정도 되는데, 발달장애인 직원의 채용과정은 조금 다를 것 같더라고요. 발달장애인 직원의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생각보다 발달장애인 보호자분들이 베어베터를 많이 알고 계세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리면 직접 지원하는 경우도 많고요. 채용 시기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운영하는 채용 플랫폼에 공고를 함께 올리기도 합니다. 구직자들이 공단에 구직신청 등을 등록해 놓은 상태라면 문자 안내를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SNS를 보고 채용에 지원하는 분들도 계세요. 채용을 진행할 때는 먼저 지원서를 받는데, 서류전형에서는 자격요건에 부합하는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지 정도만 보는 편이에요. 서류에서 통과되면 면접을 보게 되는데요. 면접에서는 베어베터의 기본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봅니다.


- 어떤 인재상인가요?

기본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면접을 볼 때 본인 의사보다는 부모님 혹은 주변에서 지원을 권유해서 지원한 건지, 정말로 본인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인지 여쭤보죠.

또 혼자 출퇴근을 하실 수 있어야 하고요. 출퇴근이 어려운 분들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면 좋겠지만, 아직 저희 회사는 그럴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그래서 혼자 출퇴근하실 수 있어야 하는 게 기본적인 전제예요. 혼자 이동해본 경험은 없지만 연습할 의지가 있고, 다른 평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려해 볼 수 있어요.

업무 지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수행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돼야 해요.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면 업무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최소한의 손기능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면접에서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고 있어요.


- 여러 가지 사업분야가 있는데, 업무 배정은 어떻게 하나요? 어떤 영역에 잘 맞는 사람인지 면접에서 한눈에 알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면접에 합격하면 바로 입사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심층 면접 같은 단계가 하나 더 있어요. ‘직무 훈련 평가’라고 부르는데요. 약 3주간 진행하게 되는데요. 여러 사업팀을 돌면서 실제 사업팀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훈련생에게 적합한 일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평가하는 시기라고 보시면 돼요.


- 그럼 지원서를 낼 때 사업분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일단 베어베터에 들어와서 경험을 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거군요?

그렇죠. 훈련 때 적합했던 부서와 실제로 업무 수행도가 좋았던 부서를 종합해서 최종 배치 팀을 결정해요. 훈련이 마칠 때쯤 본인이 어떤 팀이 좋았는지, 어떤 업무가 힘들었는지 이런 점도 여쭤보고요. 업무 능력 외에 회사가 볼 때 동료들을 존중하면서 회사생활을 잘할 분인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를 종합해서 모든 부서장이 모여 최종 채용 결정을 하게 됩니다.
 

베어베터 커피팀 근무 모습 (자료=베어베터)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

-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근속 기간은 보통 어떻게 되나요?

작년에 평균 근속 기간을 한번 내본 적이 있는데요. 보통 5.7년 정도 일하시더라고요. 수치상 평균을 낸 부분이라서, 개개인으로 봤을 땐 다 다를 수 있지만요. 매년 20~30명씩 입사자도 생기고 있고요. 많게는 1년에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2번, 적게는 1년에 1번 채용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 꾸준히 채용을 하시는 걸 보니 발달장애인 직원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나 봐요.

그렇죠. 아무래도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하려는 고객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매출이 발생하고 여기서 다 고용이 생겨나니까요. 그렇다 보니 매년 채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요. 매해 매출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채용 인원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베어베터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모두 채용하고요. 반대로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자가 없다면, 아무도 뽑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 베어베터 외에도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한국에 많이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있고요. 저희랑 오랫동안 거래하던 대기업에서 발달장애인을 물류 배송 사원으로 만나다 보니 ‘발달장애가 있는 직원도 일을 잘하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 곳이 있어요. 그래서 기업에서 용기를 얻어 직접 고용을 해보겠다며 나선 경우가 있죠. 다만 발달장애인 직원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저희가 도움을 드렸던 기업이 있는데요. 네이버, NHN, 삼정KPMG 등이 그런 경우이고요. 최근에는 삼성전자, 이화여대의 학교법인 등의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도 도와드렸었네요.


- 이렇게 취업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기뻐하시는 발달장애인 가족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모든 부모님이 그렇겠지만, 특히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더욱 자녀가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자립해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시게 되면 굉장히 뿌듯해하시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자녀가 직장에 나가게 되면서, 그만큼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시간적, 정서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좋은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팀장님도 벌써 근속 기간이 10년 가까이 되셨다고요. 발달장애인 직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입사할 당시에는 저희가 긴가민가했던 분이 있거든요. 그래도 의지와 가능성을 보고 한번 같이 일해보자고 해서 채용을 했는데 점점 성장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분이 계셨어요. 정말 뿌듯했죠.

또 기억에 남는 건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셨던 분이 계신데요. 저희는 아까 말씀드린 3주간의 훈련 후에 채용이 결정되는데, 그 후 수습 계약 3개월을 먼저 하게 돼요. 이분은 수습기간에 힘들어하시는 게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자택도 멀어서 출퇴근도 쉽지 않았었고요.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하셨는데 2년 뒤에 다시 베어베터로 지원하셨어요.

그 2년 동안 스스로 스트레스 관리 방법도 알고, 병원도 잘 다니셨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채용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무리 없이 잘 다니고 계세요. 물론 일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회사에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받고, 본인도 힘을 내서 다니고 있어요. 이렇게 멀리서 출퇴근하시면서도 잘 적응하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신 직원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 다시 지원하시다니, 일에 대한 의지가 정말 대단하셨네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면 우리가 어떤 점을 잘 알고 있으면 좋을까요?

제가 비장애인 직원 채용에도 관여하고 있어서,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비장애인 직원에게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라고 여쭤봐요. 다양한 답변이 나오죠. 환경이나 시설, 복리후생 등을 이야기해 주시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필요한 건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비장애인 동료’예요. 이게 모두의 근속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더라고요. 그런데 이해하는 동료라고 해서 단순히 모든 걸 이해해 주고, 포용하고, 수용하는 건 아니에요.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본인의 욕구를 원활하게 표현하거나 드러내기 어렵거든요. 각자만의 표현방식이 다양하고요. 가령 이상한 소리를 낸다던가,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을 이해한다는 건, 행동 뒤의 욕구나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어보려는 관심과 마음이라고 할까요?

단순히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거나 대화 속 몇 개의 단어만을 가지고 발달장애인 동료를 판단하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행동의 이면에 ‘이런 뜻이 있겠구나’ 읽어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건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 속에 어떤 뜻이 숨어있는지, 서로 이해하다 보면 오해가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신뢰감도 쌓이고,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경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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