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좋은 기업 문화의 비밀

[박용후의 관점] "사소한 일상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2020. 11. 25 (수)
 
카카오, 배달의민족, 선데이토즈 등 무에서 유를 일군 기업들을 비롯해 대기업까지,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고, 함께 일하면서 기업의 성공에는 중요한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공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좋은 기업의 중심에는 마음이 선한 경영자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좋은 리더는 성장의 나침반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기업을 끌고 가며, 끌고 가는 과정도 멋지다. 서로를 존중하며, 회사라는 공간을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 

내가 본 기업 중에 기업 문화를 잘 만든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배민'이 다섯 손가락 안에 있다. 좋은 오너와 경영진들, 그리고 좋은 직원들이 함께 멋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서 비결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회사 방문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배민은 외부인을 위한 회사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배민 사옥을 방문했던 어느 회사의 직원들이 사내 투어를 마치고 내뱉은 말이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회사는 절대 배민처럼 바뀌지 못할 거예요. 오너의 마인드가 안되거든요. 차라리 저희가 배민으로 입사하는 길을 찾아보는 게 빠를걸요."

가슴이 아팠다. 아무리 직원들이 원한다고 해도 결국 오너의 마인드가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키를 잡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배민의 문화를 만든 중심에 김봉진 의장과 한명수 상무가 있다. 배민의 창업자 김 의장은 한 상무를 '배민다움을 완성해 가는 자'라고 부른다. 

지금의 배민다운 문화를 일군 한 상무에게 물었다. "문화라는 게 만들어지거나 디자인될 수 있는 걸까요?" 그의 답은 이러했다. 

"문화가 영어로 Culture잖아요. 이 말의 어원은 Cultivate에요. 즉 농사짓는 것과 문화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비슷해요. 제가 배민에 왔을 때 김봉진이라는 사람이 배민이라는 곳을 이미 문화의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저는 그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농사를 지은 거예요. 그것도 매우 즐겁고 신나게."

이 말을 듣고 그에게 '문화라는 농사를 짓는 비결'에 대해 듣고 싶어졌다.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한 상무는 이렇게 답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 Sublimity of mundane이라는 표현이 나와요. 굳이 우리 말로 풀어보자면 '아주 하찮고 찌질한 일상의 장엄함'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주 사소한 일상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좀 거창해 보이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 속에서 문화는 바뀌어요.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을 내세우고 큰소리를 쳐봤자 아주 작은 것들과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무시되면 문화는 절대 바뀌지 않아요."

머리 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이 간단한 원리가 배민의 멋진 문화를 만든 비결이라니. 그런 관점에서 배민의 곳곳을 살펴보니 다르게 보였다. '다들 보아라'는 듯이 위압적인 거창한 구호나 문구가 아니라 신경써서 찾아보아야 보일 만한 곳에 보물찾기처럼 적혀 있는 재치있는 문구들이 번쩍이는 깨달음을 주고, 아주 작은 배려들이 촘촘하게 직원들의 삶을 바꾸고 있었다. 

좋은 문화는 직원들의 공감을 기반으로 아주 작은 것조차 무시하지 않고 살피는 힘에서 탄생한다. 경영자의 일방적인 고집을 강요하는 문화는 이제 발붙일 곳이 없다. 사람을 끌어안고, 마음을 움직여 만들어진 공감대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 문화의 기본이다.

이 말에 어느 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 회사는 IT회사니까 그럴 수 있죠?" 또 어떤 경영자는 "배민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도 했다.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기업이든 따듯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고, 사람 마음은 모두 같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어느 기업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마음이다. 그걸 모른다면 아예 사업을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