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길버트(고우찬) 인프라 총괄(부사장), 콜린(최동진) AI기술 실장(부사장), 댄(배준영) KX실 HRer
<컴퍼니타임스> 2021 주목할 기업 종합 2위, 성장가능성 1위, 사내문화 2위, 워라밸 5위.
컴퍼니타임스가 지난해 유저들이 남긴 기업 평가를 토대로 매긴 '2021년 주목할 만한 기업' 순위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링크)가 받은 성적이다. 매일 이용자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송곳같은 평가들이 쌓이는 잡플래닛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성적은 독보적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클라우드 활용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로, 2019년 12월 카카오에서 분사해 나왔다. 카카오톡과 비슷하게 만든 업무용 협업 플랫폼
'카카오워크'를 지난해 9월 출시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카카오 i 클라우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라는 대기업에서 분사해, 이제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1년여 만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카카오를 넘어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는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컴퍼니타임스>는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난달 25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임직원들을 만나 물어봤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콜린(최동진)/ AI기술 실장(부사장) 콜린입니다.
길버트(고우찬)/ 클라우드 총괄(부사장) 길버트입니다.
댄(배준영)/ KX실 HRer 댄입니다.
- 각자 맡은 직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길버트/ 클라우드를 맡고 있어요. 예전에는 인프라, 클라우드 두 용어를 분리해서 사용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인프라'라고 하면 '클라우드'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인데요. IT 업계는 대부분 클라우드로 넘어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고전적인 개념의 인프라 서비스 운영도 계속 하고 있어요. 서버 운영, 데이터베이스 관리 같은 형태의 일을 하면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만들어서 서비스하죠. 과거에는 카카오 계열사가 만든 클라우드를 카카오만 사용했다면 이제는 외부에서도 클라우드를 쓸 수 있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콜린/ 저는 AI 기술을 고도화시켜 서비스에 녹여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으로 대화를 처리하고 음성을 인식하거나 합성하는 일과 사람의 눈 대신에 컴퓨터가 정보를 추출하는 일을 해요. 어떤 테스크가 주어지면 팀원들과 논문 등을 찾아보고 연구, 실험해서 서비스 결과물을 내는 일도 합니다.
댄/ 저는 직원들이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개발자가 다수인 조직에서 사내 비개발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사도 플랫폼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요. 일을 하면서 개발자의 생태와 IT 업계의 비즈니스를 깊게 이해하는 것이 제 업무에 도움이 됩니다.
- 잡플래닛 2021년 주목할 기업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8.73점으로 종합 2위를 기록했는데요. 각자 생각하는 점수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댄/ 분사한지 얼마 안 된 회사가 어떻게 이런 높은 점수를 얻게 된 것일까에 대해 고민해봤을 때, 카카오의 수평적, 주도적 문화가 사내에서 연구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분위기로 계승되어 좋은 점수가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속한 인사 조직에서 뭔가를 추구하기에 1년은 짧은 시간이었거든요. 동료들과 만든 긍정적인 에너지도 점수의 비결이죠. 스스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합류한 것이 감사하게 여겨질 정도로 만족스러워요.
콜린/ 2019년 12월에 분사한 직후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정말 당황스럽던 때에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해 빠르게 대처한 것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출근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업의 특성에 따라 비대면으로 일하면서 회사가 어떤 방침을 정할 때 합리적이라고 직원들이 본 것 같아요.
길버트/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회사이기에 각자 속한 부서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바쁘게 달리고 있는 중인데요. 구성원들의 목표와 부서의 골이 맞물려서 동기부여가 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어지는 일이 높은 점수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크루들에게는 성장가능성이 큰 의미일 수 있는데 트렌디한 것들을 같이 고민하고 진행할 수 있는 업무가 만족도와 연결됐다고도 생각해요.
- 10점 만점에서 부족한 1.27점은 어떻게 채울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댄/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회사의 정책으로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회사 다니기 좋다'고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방향에 대한 소통과 "우리가 정말로 시장에 혁신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 필요하겠죠.
콜린/ 저는 지난해에 받은 8.87점이 '사실상 만점'이라고 여겨요. 설문조사에서 답하기 애매할 때 최고점, 최저점을 주거나 아니면 중간 점수만 줬던 경우가 흔한데 이렇게 디테일하게 높은 점수는 실질적인 10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앞으로 고민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요.
길버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고 추구한 문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이전에 없던 복지나 구성원의 발전을 위한 교육을 고민하면서 '이게 진짜 효과가 있나?'와 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게 제대로 기획하고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 사내문화에서도 5점 만점에 4.69점을 얻어 2위에 올랐습니다. 카카오와 차별화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만의 문화가 궁금합니다.
길버트/ 자동화와 효율화를 많이 추구하는 특징이 있어요. 보통 클라우드라고 하면 IT 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집단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안정성을 추구하고 변화를 조심스러워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AI와의 만남으로 모빌리티, 건설, 뱅킹 등의 다양한 산업군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관대한 편이죠. 한 명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진행되는 업무의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하기는 굉장히 힘들기에 여럿이 모여서 논의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점 역시 차별화되는 문화라고 여깁니다.
콜린/ 분사 전에 카카오에 있을 때는 AI가 카카오의 여러 기술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AI를 회사에서 내걸고 키우는 상황이라 관심과 지원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차이죠. 예를 들어, 이미지에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의 실험을 위해 '무인상점'을 회사에 요청했고 이 공간이 사내에 생겼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연구를 하고 서비스를 만들면서 논문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이것이 그저 생각으로 그치지 않게 지원을 확실하게 해줍니다.
댄/ 인사팀 직원의 입장에서 카카오에 있을 때와 차이를 고민한다면 일단 의사 결정의 속도가 빨라진 점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개발한 기술이 구성원들의 편의를 돕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카카오 때와 달리 저희가 개발 중인 컴퓨터 비전 기술로 직원들의 얼굴을 인식해서 회사에 출입할 수 있게 했거든요. 물론 사원증을 통한 출입 역시 가능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원증을 접촉하지 않고 안면 인식으로 회사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더라고요.
-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 및 향후 방향, 해결책을 묻습니다.
댄/ 분사한 뒤 짧은 시간 동안 도전해보고 싶은 비즈니스가 많은 분들이 오셨기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만의 것을 찾아가는 시점인데요. 채용과 보상 등 인사 전반에 걸친 경험에서 크루들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만의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일관되게 느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콜린/ 1년 사이에 인원은 두 배 가량 늘고 카카오에서 경험한 B2C 비즈니스와 달리 사업 영역이 B2B로 바뀌면서 업무 스타일,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 달라져서 지금은 어수선할 수 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일단은 모두가 진하게 원격 근무를 경험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 후 일하는 방식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분위기가 정돈될 듯해요.
길버트/ 지금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을 수 밖에 없는 때에요. 회사 전체 인원이 두 배 정도 커졌다면 제가 속한 클라우드 조직은 10배 가량 사람이 늘었는데요. 개발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스터디카페에 모여서 공부하는 요즘 학생들처럼 화상으로 각자 하고 있는 개발 작업을 중계하면서 업무를 공유하는 모습에 어수선함 속에서 만족과 성장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고 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떠올린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AI와 클라우드는 아직 친숙함보다 막연함이 앞서는 분야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현재 개발 방향과 미래 전망을 들려주세요.
콜린/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을 개발 중인데요. 이를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고 유지하면서 B2B 사업인만큼 고객사의 AI 이해도가 낮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음성 인식 기기들이 일상적인 대화나 음악 재생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를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죠. 예를 들어, 법률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법적인 텍스트를 받아서 커스터마이징하고 음성 인식 기기와 상황에 따른 법적인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면 이 자체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길버트/ 클라우드 개발 시장에서 보면 고객들은 하나의 클라우드가 아니라 용도에 맞는 클라우드를 원해요. 그리고 나아가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까지 연동해서 사용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죠. 고객들의 이런 기업 관점에서의 니즈와 개인적인 요구를 모두 더해 고객사들이 손이 덜 가게 클라우드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게 조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AI 기반의 사세 확장을 이어가면서 올해도 상시 채용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요?
댄/ 인재상이 무엇이냐,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는지를 많은 이들이 물어보는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재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내에서도 듣기 힘든 표현이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문화라는 코드를 가지고 원활하게 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본인만의 개성,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꽂힌 이슈에 대해 자신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정도로 빠져있는 분을 원합니다.
콜린/ AI 팀에서는 스스로 능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인데요. 탑다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면 어떤지 스스로 묻고, 지향하는 바가 확실해서 본인이 가진 문제를 팀과 같이 토의하고 개인과 팀 모두 발전시키는 이를 좋아합니다.
길버트/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개발자는 많은데, 클라우드를 개발하는 개발자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어요. 아무래도 AI처럼 지속적으로 핫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이유로 주도적으로 개발에 도전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분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본인이 관심이 있어서 깊게 파본 사람이 필요합니다.
- 세 분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합류 계기가 궁금합니다.
길버트/ 새로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동을 결심하는 편입니다. 카카오의 초기 단계에 입사해서 10여년을 일하면서 어려움 없이 익숙한 상황에서 근무하던 때에 분사 이야기가 나왔고 클라우드에 한 번 전념해보기로 했어요. 이미 카카오 내부에서 클라우드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고객이 내부 개발자가 아니라 밖에 있는 이들로 바뀌고 경쟁사들과 한 번 더 경쟁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동기부여가 있어야 매너리즘 없는 삶이 이어진다고 보는데요. 제가 매너리즘을 느낄 즈음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는 기회가 왔습니다.
콜린/ 제대로 키워보고 싶었던 AI 분야를 할 수 있어서 오게 된 부분이 큽니다. 저는 KAIST 전산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하면서 음성 인식 등의 연구를 했는데 이것을 회사에서 그대로 실사업에 써볼 수 있게 지원해준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죠.
댄/ 카카오에서 인사를 하다 보니 회사의 바디랭귀지라고도 할 수 있는 가치나 조직문화를 영입이나 평가, 보상에 잘 녹여보고 싶었어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현업과 눈을 맞추며 필요한 것을 기획하고 검토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합류했어요. 갈 때는 막연하게 이유 모를 두려움을 느꼈어요. 그렇지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라는 미지의 세계를 설계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어요.
필름으로 찍은 요즘 회사. 판교 카카오 사옥 / 사진 = 오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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