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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의 조건…깜빡하면 놓칩니다.

[잡·노무스토리] 가상의 인물로 본 퇴직금 "근로계약서부터 꼼꼼히"

2021. 04. 28 (수) 14:07 | 최종 업데이트 2021. 05. 06 (목) 12:48
노무 상담을 하다보면, 퇴직금을 사이에 둔 업주와 근로자의 갈등이 상당히 빈번하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 두 명을 설정했다. 부하 직원에게 절대 퇴직금을 주고 싶지 않은 ‘나사장’ 씨, 그리고 기필코 퇴직금을 받으려는 ‘이직원’ 씨다. 

나사장씨와 첫 출근한 이직원씨가 마주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근로계약서가 놓여 있다. 그런데 계약서에 적힌 근로 기간이 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나사장이 퇴직금을 아끼기 위해 1년 미만의 근로계약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직원은 퇴직금에 대해 나사장에게 물었다. 나사장은 "꼭 주겠다"며 "우선 계약서에 서명부터 하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대부분 1년 안에 직원을 해고하기 일쑤다. 상담을 하다보면 한 달, 혹은 세 달, 심지어 1일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매일 작성하는 곳도 있다.

이직원 씨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추후 퇴직금을 받기 원하면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대신, 계약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 만약에 나사장의 사업장이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칫 1년 미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퇴직금은 물론 법정 연차 휴가 15일도 받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1년 계약을 맺은 이직원씨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사장 같은 업주의 경우 퇴직금을 아끼기 위해 근무 기간 1년을 채우지 않고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직원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직원 입장에서는 나사장이 해고를 통보한 날짜부터 확인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업주는 최소 한 달 전에는 해고 통보를 해야 한다. 한 달도 안 남기고 해고 사실을 알렸다면 이직원은 관련 증거를 확보해 통상임금 30일치에 해당하는 해고 예고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에 사업장이 상시 5인 이상이라면 노동위원회에 3개월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해고 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4~5개월 치 임금 상당액을 받고 복직까지 할 수 있다.

이제는 나사장이 다시 나섰다. 나사장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퇴직금을 받으려고 근로 계약서 수정을 요구하고 해고 통보 날짜까지 계산한 이직원이 너무 미울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 나사장 같은 업주들은 권고 사직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직원은 전혀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나사장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이직원 입장에서는 더 다니고 싶은 마음도 없다. 비록 다른 직장을 갖기 위해 수고가 들겠지만, 적어도 권고사직을 수락하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권고사직 수락 요건으로 일정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퇴직금은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가 일했던 동안의 노동에 대해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대가이자 권리다. 근로 계약서를 쓰는 날부터 회사를 떠나는 날까지 여러가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백승재 노무사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aledma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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