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력기술서에 쓸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

[이직의 모든 것] 정구철 헤드헌터가 말하는 "경력기술서 쓰는 법"

2021. 10. 12 (화) 10:58 | 최종 업데이트 2024. 03. 22 (금) 16:44
21세기 평생직장이란 '유니콘'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시대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을 고민은, 아마도 '이직'이겠다.

삶의 기준에 따라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복지 제도가 좋은 곳으로, 또는 더 높은 비전을 제시하는 곳으로, 언제든 괜찮은 회사만 나타나면 옮기겠다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 직장인들의 생각일 터다. 실제 지난 8월, 한 언론사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00명의 직장인 중 무려 68.2%(818명)가 '최근 6개월 내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역시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직도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해본 적 없는 이직에 대해 막막함을 느낄 테고, 등교보다 출근이 익숙한 프로 직장인이라면 더 연차가 쌓여 몸이 무겁기 전 이제는 회사를 옮겨야 할 때가 아닐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터.

'이직의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 헤드헌터다.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서 수많은 이직 사례를 지켜보고, 성공 이직을 돕는 것을 업으로 하는 헤드헌터야말로 누구보다 이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봤을 것 같다.

그래서 '이직의 정석' 저자이자 잡플래닛에서 헤드헌터로 활동 중인 정구철 헤드헌터에게 이직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다.

"그래서 이직은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요?"
두번째 질문은 '경력기술서 쓰는 법'이다. 
※ 이런 분이 읽으면 도움이 돼요 
- 이직을 준비 중인데 경력기술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하는 분
- 경력지원서 잘 쓴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자꾸 서류에서 떨어지는 분
-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 경력기술서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인 분
 
Q. 직장인들이 이직을 준비할 때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경력기술서를 쓰는 법이라고 해요. 눈에 띄는 경력기술서를 쓰는 법은 사실 여기저기 많은 정보들이 있어요. 하지만 이 조언대로 쓴다고 다 괜찮은 경력기술서가 써지는 건 아니잖아요. 답은 있지만, 회사나 업종마다 케이스가 다르고 또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막상 내 경력기술서를 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일단 가고싶은 회사를 찾았다면 직무요강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여기에 답이 있어요. 경력직을 뽑는다는 건 회사의 현업팀에서 사람이 필요해서잖아요. 

그래서 회사가 공개한 직무요강을 통해, 지금 이 회사가 어떤 직무, 역량이 필요한건지 포인트를 잡은 후에 여기에 맞는 '셀링 포인트'를 찾아서 구체화시키는 것이 좋아요. 
Q. 사실 회사가 공개한 직무요강을 보면 뭔가 모호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회사들이 올려놓은 직무요강을 보면 사실 좋은 말이 다 적혀 있잖아요. 예를들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사람' '협업을 잘 하는 사람' '진취적인 사람' 이런 식이요. 

개발자나 변호사, 회계사 같은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냥 일 잘하는 좋은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직무 요강 속에서 진짜 이 회사가 찾는 업무 능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직무 요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헤드헌터로써 후보자를 찾거나, 경력기술서를 쓰는 과정에서는 서술형으로 적혀있는 건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외국계 기업의 경우 직무 요강이 두세장씩 되는 곳도 있어요. 좋은 얘기는 다 적혀 있어요. 하지만 서류로 검토하거나 보여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죠. 그런 것은 일단 싹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검토해요. 

어떤 산업군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이 필요한지, 어떤 프로젝트 경험을 요구하는지, 어떤 학위가 필요한지 같은 거요. '정량적'인 것을 확인해서, 여기에서 셀링 포인트를 찾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여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이력서와 경력기술서에 넣는거죠. 경력기술서의 포인트는 이 '정량적인 요건에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보여주는가'에 있다고 보는데요. 

정성적인 것들, 말로 풀어서 제시된 것들은 면접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내용은 경력기술서에 아무리 써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내가 스스로를 '성실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며, 진취적이고 협업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써봐야 보는 사람이 '아 그렇구나' 할까요? 모든 지원자들이 이런 내용을 적을 텐데요?

이런 내용은 크게 의미가 없는거죠. 오히려 이런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면 다른 중요한 내용들이 눈에 안들어올 수 있고요. 그럴싸한 좋은 말은 많지만, 내용이 싱겁고 알맹이가 없달까요?

이력서와 경력기술서에 적어야 할 내용은 이런 정성적인 것들이 아니라 정량적인 것들이라는 얘기에요. 정량적인 능력들을 확인해서 회사에서 뽑고자하는 사람에 내가 적합하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면접이 진행될 확률이 높아요. 

앞에 말했듯, 어떤 산업군에서 몇년 일을 했고,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떤 역량을 키웠고, 그 결과 어떤 성과를 얻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에요. 
Q. 경력기술서를 쓴다고 하면 다들 자신의 이력이 얼마나 훌륭한지, 조금이라도 경험했던 업무들을 다 적지 않을까 싶어요. 경력기술서가 뭔가 비워져있는 것 같으면 뭐라도 더 적어서 꽉꽉 채워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들잖아요. 똑같은 경력도 어떻게 기술했는지에 따라 달라 보일 것 같은데요. 실제로 경력기술서를 보면 어떤 건 한눈에 딱 들어오는데, 어떤 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일단 회사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실행했는지 복기한 후 필요한 부분들을 선별해 어필하는 것이 좋은데요. 작성을 할 때는 '사실(팩트)' '수치' 등을 활용해서 적어주면 좋습니다. 이건 다들 아는 내용일텐데, 실제 많은 경력기술서를 보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신이 수행한 프로젝트가 많다고 해서 모든 내용을 다 담으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내가 지원하는 이 직무에서 필요한 것, 즉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필요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을 중심으로 써야해요. 

수행 프로젝트에서 회사가 알고 싶은 것은 이 프로젝트 경험이 현재 우리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예요.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개발이, 사무직군에게는 동종업계, 규모에서 유사한 업무를 진행해본 경험을 확인하는 거죠. 

예를들어 개발자라고 해보죠. 여러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을 거에요. 그 모든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써요. 프로젝트 이름을 쓰고, 담당 업무,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쓰고, 기간을 쓰죠. 또 다른 프로젝트를 똑같은 방식으로 나열해요. 5년 이상 일하면서 맡았던 모든 프로젝트들을 그렇게 썼다고 생각해봅시다. 얼마나 길어지겠어요. 실제로 7장에 달했던 경력 기술서를 2장으로 줄이느라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요. 

서로 다른 프로젝트라도, 그 안에서 중심이 되는 업무, 기술이 있을 거에요. 사용했던 스킬셋, 담당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테니까요. 중복되는 것들은 묶어주고, 각 프로젝트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참여도는 어느 정도 되는지 수치를 넣어주는 정도면 충분한거죠. 

회사에서 찾는 업무와 상관없는 경력이나 프로젝트를 나열한다는 것도 무의미해요. 물론 경력 기간이 길다면 뺄 수 없겠지만 간단히 적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는거죠. 이 회사의 관심거리가 아니니까요. 

즉, 회사에서 관심있어할 역량에 집중해서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에요. 

서술형으로 쓰는 경우, 현업담당자라면 이런 것을 개발했다 정도로 쓰면 아는 것인데, 이 모든 과정을 너무 상세하게 적기도 해요. 한줄로 설명이 가능한 것을 상세히 설명하다보니 길어지면, 오히려 눈에 안들어와요. 업계에서 알만한 건 함축해서 써 주는 것이 좋아요. 

또 대부분 기업의 경우, 1차 이력서 검토는 인사담당자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업무 담당자가 아니면 모를 전문 용어를 나열하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전달이 안될 수 있어요. 가능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해서 전달력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경력기술서 예시 수정 전후
프로젝트 중심의 경력기술서와 역량 중심의 경력기술서 예시.  
 
Q. 지금 하는 일을 바꾸고 싶어서 이직을 하려는 경우도 있잖아요. 업무 전환이 필요한 경우요. 이 경우 회사가 관심 있을 프로젝트 경험은 적을 수 있는데요. 이럴 때는 어떤 식으로 경력기술서를 쓰는게 좋을까요? 

사실 그런 경우는 경력의 연속성이 깨지기 때문에 연봉이나 경력면에서 손해를 볼 각오를 좀 해야해요. 경력기술서상 과거에 해온 업무와 새롭게 도전하려는 업무 사이 교집합이 얼마나 되는지 어필을 해야하죠. 

인사, 재무, 회계 등 사무직군은 업계 간 이직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예요. 물론 산업군마다 특성과 절차에 차이는 있지만, 어느 회사에서나 반드시 필요한 근간이 되는 직무들이예요. 이때는 업종보다는 기업 규모에 따라 이직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동종 업계보다는 동종 규모랄까요?

소규모 기업이 경영지원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직무를 수행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인사, 총무, 재무, 회계, 자금 등으로 여러가지 직무가 세분화된 것을 알 수 있어요. 동종규모간에는 타산업군이라도 조직구성, 직무가 비슷하지만, 규모가 차이가 날때는 동종업계라도 커버해야하는 영역이 훨씬 더 넓어요. 

반면 엔지니어, 개발직군 등 스페셜티가 있는 업종의 경우는 업종을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셀링포인트를 잡기도 어려워요. 셀링포인트가 없으면 지금 받는 연봉 수준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어요.

실제 제 지인 중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개발자로 업무를 전환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연봉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서 이직을 했어요. 본인이 하던 건설 업무에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일한 인재였지만, 개발자로는 경력이 없었으니 새롭게 시작해야 했던거죠. 과거 학력, 경력을 통해 성실성이나 잠재성은 보여줄 수 있겠지만, 실제 업종을 바꿀 때는 처음부터 시작할 각오가 필요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하고, 실제 채용까지 이어졌다면, 본인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요인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관련 경력이 없는데, 다른 산업군의 인력을 채용한다면, 이유를 생각해봐야 해요. 예를들어 새로운 피(인재)를 수혈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한다거나 활성화 시킨다는 이유가 있을 수 있죠. 반면, 현재 이 산업군에서는 도저히 인재 확보가 안 돼서, 다른 산업군까지 확장해서 사람을 뽑는 것일 수 있어요. 회사의 업계 평가가 좋지 않아서 업계 사람들은 외면하는 회사일 수도 있고요. 회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뒤 이직 여부를 좀 더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어요. 
저마다 다른 업종에서 다른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경력기술서 작성에 정답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내가 아닌 회사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쓴 사람이 아닌 보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무엇보다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내 눈에는 완벽해보이는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라도, 제3자의 시각 특히나 '당장 동료가 필요해 사람을 뽑고 싶은' 담당자의 시각에서는 다를 수 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살펴본다면, 서류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이직은 직접 가고 싶은 회사를 찾아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회사에서 제안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자고로 직장인이라면 이곳 저곳에서 스카웃 제안을 받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는 꿈을 한번쯤은 꿔 봤을 터. 이를 위한 시작이 헤드헌터다. 헤드헌터의 눈에 띄는 법과 헤드헌터가 추천하고 싶은 인재, 스카웃 제안을 받는 방법까지 다음 인터뷰에서는 '헤드헌터 활용법'을 알아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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