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평생직장이란 '유니콘'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시대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을 고민은, 아마도 '이직'이겠다.
삶의 기준에 따라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복지 제도가 좋은 곳으로, 또는 더 높은 비전을 제시하는 곳으로, 언제든 괜찮은 회사만 나타나면 옮기겠다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 직장인들의 생각일 터다. 실제 지난 8월, 한 언론사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00명의 직장인 중 무려 68.2%(818명)가 '최근 6개월 내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했다'고 답했다.
역시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직도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해본 적 없는 이직에 대해 막막함을 느낄 테고, 등교보다 출근이 익숙한 프로 직장인이라면 더 연차가 쌓여 몸이 무겁기 전 이제는 회사를 옮겨야 할 때가 아닐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터.
'이직의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 헤드헌터다.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서 수많은 이직 사례를 지켜보고, 성공 이직을 돕는 것을 업으로 하는 헤드헌터야말로 누구보다 이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봤을 것 같다.
그래서 '이직의 정석' 저자이자 잡플래닛에서 헤드헌터로 활동 중인 정구철 헤드헌터에게 이직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다.
"그래서 이직은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요?"
경력기술서, 실무면접과 임원면접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회사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다음은 '연봉'이다. 사실 이직 과정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대외적으로 이직의 성공 여부는 연봉에서 판가름나는 것이 현실 아닌가? 이때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에 따라 남은 회사 생활과 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가장 궁금하다. 그래서 연봉은 얼마나 올려야 회사 잘 옮겼다는 얘기를 들을까? 입사할 때 연봉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은 회사 생활이 달라진다는데, 일단 많이 부르고 봐야 하나? 그러다 감정만 상하면 어쩌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으로, 서로 만족하면서, 기분 좋게 연봉 협상을 하는 방법이 있을까?
사실 직장인의 연봉 협상 경험이란 많아봐야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아니겠는가. 채용을 전문으로 하는 담당자나 인사팀만큼 경험이 많을 리가 없다. 그런데 헤드헌터라면? 한 달에도 수차례 연봉 협상을 지켜보고 조언도 하는 입장이 아니던가.
이직 시 연봉협상 잘 하는 방법을 물어봤다.
※이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돼요
- "이직은 결국 연봉 올리려고 하는거 아니야?"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연봉 협상을 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 "연봉 많이 받고 싶지! 근데 어떻게…" 그동안 회사가 부르는 연봉만 받았는데,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 "어휴 내가 돈 얘기 꺼내는기는 좀 어색해서…" 회사에서 알아서 잘 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하다면
Q. 이직의 마지막 단계는 연봉 협상입니다. 이직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할 것 같아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연봉 협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봉 협상을 할 때 일단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자신이 고평가되어있던, 저평가되었다고 느끼기 전, 현재의 내 연봉이 곧 나의 시장가치라는 거죠. 연봉은 결국 등가교환이거든요. 후보자는 연봉을 많이 받고 싶지만, 회사는 연봉을 적게 주고 싶겠죠. 하지만 누구도 손해보는 거래는 하지 않아요.
면접까지 주도권이 회사에 있었다면, 연봉 협상 단계부터 주도권은 후보자에게 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후보자의 무리한 요구에 다 대응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현재의 연봉보다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높이고 싶다면 논리가 필요해요. 연봉을 더 높여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거죠.
예를 들어 현재 조직 내 같은 연차의 연봉이 4000만 원인데, 이직을 하며 5000만 원을 요구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물어볼 거예요. 현재 최종 연봉보다 25%를 인상해줘야할 이유가 있는지, 과연 입사 후 10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지, 좀 더 냉정하게 현재 회사 동료, 경쟁자보다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요. 여기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지 논리적 설명이 필요한거죠.
연봉을 많이 받는 방법은 어찌보면 간단할 수 있어요. 업계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거나 압도적인 업무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겠죠. 이런 인재를 잡지 못하면 다른 회사에 갈 테니 회사는 후보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고요. 그런데 이런 희소성과 시장가치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후보자가 과한 제한을 하면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죠.
합리적인 선을 고민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Q.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또 면접에서 미리 희망 연봉을 물어보는 경우가 있어요. '사내 규정에 따라' 정도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물론 받고싶은 연봉 액수가 명확하다면 구체적인 숫자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연봉이잖아요.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면접 단계까지는 선을 정하지 말고 말할 것을 권해요. "현재 조직원들의 평균치를 고려해서 합리적이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게 반영해달라"는 정도로 말하는 거죠. 구체적인 액수는 채용이 확정된 후 협상을 하는 것을 추천해요.
회사에서 구체적인 희망 연봉을 물어본다면,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서 15~20% 정도 높여서 말하는 것을 추천하는데요. 이럴 때 통상적으로 10% 정도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사람과 회사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요. 얼마나 말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통상적인 수준을 따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죠.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는 것이 있는데요. 입사할 때 연봉 협상을 잘 해서 시장 가치 이상, 현재 조직의 평균 수준 이상을 받으면 좋기만 할까요? 과도한 연봉 인상은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올 수 있어요.
회사에서는 많은 연봉을 주는 만큼 높은 성과를 기대하겠죠. 또 내부 조직원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는 데서 오는 조직 내 위화감이 생길 수 있어요. 기존 직원들과 어우러지기 힘들 수 있죠. 기대치가 높아지는데 이 이상의 업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곧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해요. 결국 조직을 고려한 합리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에요.
Q. 앞서 연봉협상을 할 때, 그 연봉을 받아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보다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했을 때, 회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른 회사에 합격을 했거나, 진급을 앞두고 있어 곧 연봉이 오를 예정 같은 것들은 회사에서도 반영해주는 이유들에 속해요.
'제안은 감사한데 다른 회사에서 합격을 했고 어느 수준의 연봉을 제안받았다' 거나 '지금 회사에서 진급을 앞두고 있는데 연봉이 얼마 정도 오를 예정이니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등의 이유가 있죠.
그런데 단지 '이건 생각보다 너무 적으니 올려달라'거나 '이직을 하면서 이정도는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이유는 회사가 납득하기 힘들죠. 냉정하게 말해 논리가 없다면 결국 감정적으로 떼를 쓰는 것 밖에 되지 않아요.
Q. 통상적으로 '지금 받는 연봉을 기준으로 몇 퍼센트 상승' 식으로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옮기려는 회사의 평균 연봉 자체가 많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재직 중인 회사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연봉을 올리더라도, 이직한 회사의 평균보다 많이 낮을 수도 있어요. 옮기고 나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이럴 때는 어떤 식으로 이를 적절히 맞출 수 있을까요?
보통 회사에서 먼저 연봉 액수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회사가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입사를 하고 나면 어느정도 알게 되는데, 터무니없는 연봉으로 입사를 한 것을 나중에 알게되면 퇴사할 확률이 높잖아요. 힘들게 뽑은 인재가 감정이 상해서 퇴사를 고민하게 하는 일은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죠. 이런 점을 반영하다보니 처음부터 줄 수 있는 합리적인 연봉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고요.
실제 최근에 느끼는 것이 요즘은 '연봉 협상'이라기보다 '연봉 통보'식으로 바뀌는 경향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도에서 콜라를 사는 것 같다'고 우스겟소리를 할 정도로, 후보자는 높여 말하고 회사는 깎는 식으로 적정 가격이 없이, 서로 터무니없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연봉 협상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요즘은 회사가 처음부터 합리적인 액수를 제안하고, 후보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타회사 합격이나, 진급 등 후보자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일부 조정을 반영하는 정도에서 협상이 마무리되곤 해요.
다만 이런 경우는 있어요.
회사마다 연봉을 정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호봉제를 택하는 회사는 연봉 테이블이 확실해서 이에 맞춰 연봉을 제안하는데요. 다만 후보자가 어떤 회사에서 일을 했는지에 따라 경력이 어느정도 인정되는지는 다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동종업계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 경력까지는 100% 인정해주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의 경력은 일부만 인정하는 식으로요. 일한 기간이 5년이라도 이직한 회사에서는 경력은 4년만 인정받을 수도 있어요. 즉 지금 회사에서는 과장이지만, 이직하는 회사에서는 직급연한 및 연봉테이블에 따라 대리로 입사하는 경우처럼요. 직급과 연봉을 다 잡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둘다 잡기 어려울 경우에는 선택을 해야 해요.
연봉협상을 하며 처우가 만족스러우면 가장 좋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봉협상은 철저히 등가교환이라 사실 이것은 이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그럴 땐 개인적으로는 '이직을 떠올렸던 이유'를 생각해볼 것을 권해요. 이직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거죠. 기존 회사에서 이 부분이 해결됐다면 남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고요. 해결되지 않았다면 득실을 고려하여 선택을 하는 것이죠.
이직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더라도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후 결정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성공적인 이직 방법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