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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뽑은 피만 100L?…'프로헌혈러' 된 이유
[부캐와본캐사이] 149회, 220회 헌혈한 직장인 구철회·임승민
2021. 05. 10 (월) 12:53 | 최종 업데이트 2021. 11. 16 (화) 12:37
오래간만에 찾은 '헌혈의 집'은 밝고 깨끗했다. 부끄럽게도 가장 최근 헌혈은 7~8년 전쯤. 군 부대 연병장에 도착한 칙칙한 버스에 올라타 헌혈을 하고 초코파이 몇 개와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를 받아 나온 기억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헌혈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헌혈을 100번, 200번이나 했다는 직장인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후 걱정이 앞섰다. 오래 전 경험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괜히 부끄럽지 않을까. 요즘에는 어플로 예약이 된다기에 '레드커넥트' 어플을 설치하고 전자문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다음날 찾은 헌혈의 집에서도 절차는 금방금방 진행됐다. 헌혈 전 대기 시간과 헌혈 후 휴식시간까지 합쳐도 30분(전혈 기준)이 채 안 걸렸다.
'이렇게 빠르고 어렵지 않게 남을 도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만난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계속' 헌혈하는 직장인들이었다. 학원에서, 또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계속해 온 헌혈은 각각 149회, 220회. 이들은 왜, 습관처럼 헌혈하고 사는 걸까? 경기도 광주에서 학원 지능검사원으로 일하는 구철회 씨와 광주광역시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임승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헌혈을 100번, 200번이나 했다는 직장인들을 인터뷰하기로 한 후 걱정이 앞섰다. 오래 전 경험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괜히 부끄럽지 않을까. 요즘에는 어플로 예약이 된다기에 '레드커넥트' 어플을 설치하고 전자문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다음날 찾은 헌혈의 집에서도 절차는 금방금방 진행됐다. 헌혈 전 대기 시간과 헌혈 후 휴식시간까지 합쳐도 30분(전혈 기준)이 채 안 걸렸다.
'이렇게 빠르고 어렵지 않게 남을 도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만난 두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계속' 헌혈하는 직장인들이었다. 학원에서, 또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계속해 온 헌혈은 각각 149회, 220회. 이들은 왜, 습관처럼 헌혈하고 사는 걸까? 경기도 광주에서 학원 지능검사원으로 일하는 구철회 씨와 광주광역시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임승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두 분 반갑습니다. 혈액형을 포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헌혈러' 말고, 본캐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도 알려 주세요.
구철회 / Rh+ O형 구철회입니다. 저는 '영재교육기관'이라고 불리는 사설 학원에서 일하는 검사원이에요. 입학을 위한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합니다. 사설 학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임승민 / 마흔 살 임승민입니다. Rh+ A형이고요. 광주의 한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때부터 호텔 F&B 분야에서 일했어요. '호텔리어'라는 드라마를 보고서 호텔리어를 꿈꾸게 됐는데요. 제주도에서 벨보이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처음부터 100번, 200번 생각하셨던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첫 헌혈은 언제였나요.
철회 / 제 기억에는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운동장에 헌혈 버스가 왔고, 친구들이랑 단체로 나가서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는 대학 다닐 때 간간이 했던 것 같은데요. 그때는 보통 영화표 받으려고 하거나, 간식 받으려고 했어요. 헌혈 하고 끼니 때우고, 영화 보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승민 /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요. 제주도에 있을 때 제주시청 앞에 있던 헌혈버스에서 했던 것 같아요. 그 다음 헌혈도 간격이 꽤 길었어요. 당시에는 헌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고요. 헌혈에 대한 홍보나 전반적인 인식도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 그럼 어떤 계기로 헌혈을 꾸준히 하게 되셨나요.
철회 / 군 복무할 때 전방 부대에 있었어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어서 전혈은 안 받아주고, 혈장·혈소판 헌혈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휴가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했어요. 집은 분당이었는데, 휴가날 나와서 종로에서 헌혈하고 집에 가고 그랬어요. 어차피 전혈은 못하고 성분 헌혈 위주로 하다 보니까 횟수가 쌓이게 되더라고요. 은장(30회) 받으니까 금장(50번)도 받고 싶더라고요. 이후로도 꾸준히 하다 보니까 횟수가 늘어나고 욕심이 생겨서 100회를 채웠고요.
어머님이 되게 싫어하셨어요. '몸 버린다'고 하시면서요. 헌혈한 다음에 혈액 검사 내용이 집으로 오면 어머니께 안 들키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네요. 요새는 어플로 확인이 돼서 괜찮지만요.(웃음) 여전히 몰래 하고 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횟수에 욕심이 생기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승민 / 삶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우연히 헌혈의 집에 가게 됐는데 친절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위로가 되더라고요. 비록 2주에 한 번이지만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집에 연락도 자주 못 하고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길 때 휴식처와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위로를 받는다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혈액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경로라든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더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요. 지금 (헌혈 횟수) 1등인 분을 이겨보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요. 물론 목표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수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좋죠.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시간만 투자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니까요.
'헌혈'은 전혈(全血) 헌혈과 성분 헌혈,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혈 헌혈은 익히 아는 피 전체를 일정량 뽑아내는 헌혈을 말하고, 성분 헌혈은 뽑아낸 혈액에서 혈장·혈소판·백혈구 등 특정 성분만 추출한 이후 나머지 성분을 다시 헌혈자에게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전혈 헌혈은 8주에 한 번, 성분 헌혈은 2주에 한 번씩 가능하다. 헌혈 횟수는 이 두 종류를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
구철회 / Rh+ O형 구철회입니다. 저는 '영재교육기관'이라고 불리는 사설 학원에서 일하는 검사원이에요. 입학을 위한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합니다. 사설 학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임승민 / 마흔 살 임승민입니다. Rh+ A형이고요. 광주의 한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때부터 호텔 F&B 분야에서 일했어요. '호텔리어'라는 드라마를 보고서 호텔리어를 꿈꾸게 됐는데요. 제주도에서 벨보이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처음부터 100번, 200번 생각하셨던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첫 헌혈은 언제였나요.
철회 / 제 기억에는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운동장에 헌혈 버스가 왔고, 친구들이랑 단체로 나가서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는 대학 다닐 때 간간이 했던 것 같은데요. 그때는 보통 영화표 받으려고 하거나, 간식 받으려고 했어요. 헌혈 하고 끼니 때우고, 영화 보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승민 /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요. 제주도에 있을 때 제주시청 앞에 있던 헌혈버스에서 했던 것 같아요. 그 다음 헌혈도 간격이 꽤 길었어요. 당시에는 헌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고요. 헌혈에 대한 홍보나 전반적인 인식도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 그럼 어떤 계기로 헌혈을 꾸준히 하게 되셨나요.
철회 / 군 복무할 때 전방 부대에 있었어요.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어서 전혈은 안 받아주고, 혈장·혈소판 헌혈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휴가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했어요. 집은 분당이었는데, 휴가날 나와서 종로에서 헌혈하고 집에 가고 그랬어요. 어차피 전혈은 못하고 성분 헌혈 위주로 하다 보니까 횟수가 쌓이게 되더라고요. 은장(30회) 받으니까 금장(50번)도 받고 싶더라고요. 이후로도 꾸준히 하다 보니까 횟수가 늘어나고 욕심이 생겨서 100회를 채웠고요.
어머님이 되게 싫어하셨어요. '몸 버린다'고 하시면서요. 헌혈한 다음에 혈액 검사 내용이 집으로 오면 어머니께 안 들키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네요. 요새는 어플로 확인이 돼서 괜찮지만요.(웃음) 여전히 몰래 하고 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횟수에 욕심이 생기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승민 / 삶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우연히 헌혈의 집에 가게 됐는데 친절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위로가 되더라고요. 비록 2주에 한 번이지만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집에 연락도 자주 못 하고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길 때 휴식처와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위로를 받는다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혈액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경로라든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알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더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요. 지금 (헌혈 횟수) 1등인 분을 이겨보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요. 물론 목표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수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좋죠.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시간만 투자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니까요.
'헌혈'은 전혈(全血) 헌혈과 성분 헌혈,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혈 헌혈은 익히 아는 피 전체를 일정량 뽑아내는 헌혈을 말하고, 성분 헌혈은 뽑아낸 혈액에서 혈장·혈소판·백혈구 등 특정 성분만 추출한 이후 나머지 성분을 다시 헌혈자에게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전혈 헌혈은 8주에 한 번, 성분 헌혈은 2주에 한 번씩 가능하다. 헌혈 횟수는 이 두 종류를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
광주에서 일하는 호텔리어 임승민 씨. 무려 220회나 헌혈했다.
-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하실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철회 /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많이 하는 이야기인데요. 돈은 쓰면 없어지지만, 피는 계속 생기잖아요. 잘 쉬고 먹으면 피는 금방 생기니까요. 가장 쉽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계속한 거죠.
승민 / 2주가 되면 그냥 당연하게 (헌혈하러) 가요. 어디 여행 가 있거나 해도 주기가 되면 갑니다. 통영에 여행 갔다가 광주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주 센터에 가서 헌혈한 기억도 있어요.
철회 / 저는 최근 헌혈이 한 달 전쯤인데요. 먹는 약도 있고 치과 진료도 있어서 쉴 수밖에 없었어요. '정기적으로 꼭 해야지'라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은 크게 없어요. '2주마다 해야지'라는 부담을 가지면 또 스트레스일 수 있어서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헌혈이 '여가'고 '취미'예요. 한 시간 동안 편하게 앉아서, 간식 먹으면서… 누구에게도 관여받지 않는 시간이거든요. 시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거죠. 예전에는 약속 시간 많이 남았다거나, 할 게 없다 싶으면 헌혈하고 그러기도 했거든요.
- 헌혈을 많이 해 보셨으니까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승민 /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까 아침 근무면 보통 3시에 퇴근해요. 서울에서 일할 때 이야기인데요. 하루는 퇴근하고 매번 가던 강남센터에 갔는데 '남부혈액원 헌혈의 집이 휴원한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남부혈액원이 쉰다고 돼 있어서 한강 건너 건대 센터로 갔어요. 그런데 건대도 남부 혈액원 관할이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제일 가까운 한양대 센터에 갔는데, 거기는 또 운영을 6시까지만 하더라고요. 퇴근하고 강남 갔다가 건대 갔다가 한양대 가니까 이미 6시가 넘은 거예요.
결국 회기역 센터까지 갔어요. 거기는 마감시간이 8시라서 헌혈을 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집에 갈까' 생각했는데, 이왕 나왔는데 돌아가기는 좀 그렇더라고요. 맛집 줄 서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줄 중간까지 잘 기다렸는데 돌아가기 아쉽잖아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시겠지만, 못하면 아쉽고 속상하고 괜히 그래요.
철회 / 이건 제 느낌이긴 한데, 핏줄에도 굳은살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간호사분들이 바늘 넣을 때 느낌이 다른지, 다른 사람들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자주 하니까 바늘에 두려움은 없는데, 많이 하다 보니까 생기는 일인 거 같아요.
또 오랫동안 다니니 보이는 건데, 간호사분들이 보통 같은 권역 안에서 순환 근무를 하시더라고요. 자주 가던 곳 근처 다른 헌혈의 집을 갔는데 익숙한 얼굴이 계시고, 다음에 또 얼마 동안 안 보이다가 다시 나오시고... 한번은 되게 오랜만에 뵀는데, 알고 보니 육아 휴직을 하고 돌아오셨던 거였어요. 은근히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죠. 말하자면 단골 식당 같은 거랄까요.
- 단골이라고 하니까 헌혈 잘하는 데가 따로 있나 싶은데요. 헌혈의 집이 여러 곳 있잖아요. 개중에 '헌혈 맛집'도 있던가요.
승민 / 저는 가장 가까운 곳이 헌혈 맛집이라고 봐요.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헌혈을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되거든요.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맛집이어야죠.
철회 / 자주 가는 곳은 있는데, '어디가 잘한다'는 잘 모르겠네요. 보통 헌혈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성분 헌혈 기계가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가 중요한 것 중 하나예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기계가 다르거든요. 특정 기계로 해야 빨리 끝난다든지, 이 기계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든지 그런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셔요. 특정 기계가 있는 센터를 찾아가는 분들도 있고요. 물론 '나한테 맞는 거'라고 하지만 기저에는 온전하고 충분하게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철회 /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많이 하는 이야기인데요. 돈은 쓰면 없어지지만, 피는 계속 생기잖아요. 잘 쉬고 먹으면 피는 금방 생기니까요. 가장 쉽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계속한 거죠.
승민 / 2주가 되면 그냥 당연하게 (헌혈하러) 가요. 어디 여행 가 있거나 해도 주기가 되면 갑니다. 통영에 여행 갔다가 광주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주 센터에 가서 헌혈한 기억도 있어요.
철회 / 저는 최근 헌혈이 한 달 전쯤인데요. 먹는 약도 있고 치과 진료도 있어서 쉴 수밖에 없었어요. '정기적으로 꼭 해야지'라는 사명감이나 책임감은 크게 없어요. '2주마다 해야지'라는 부담을 가지면 또 스트레스일 수 있어서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헌혈이 '여가'고 '취미'예요. 한 시간 동안 편하게 앉아서, 간식 먹으면서… 누구에게도 관여받지 않는 시간이거든요. 시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거죠. 예전에는 약속 시간 많이 남았다거나, 할 게 없다 싶으면 헌혈하고 그러기도 했거든요.
- 헌혈을 많이 해 보셨으니까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승민 /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까 아침 근무면 보통 3시에 퇴근해요. 서울에서 일할 때 이야기인데요. 하루는 퇴근하고 매번 가던 강남센터에 갔는데 '남부혈액원 헌혈의 집이 휴원한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남부혈액원이 쉰다고 돼 있어서 한강 건너 건대 센터로 갔어요. 그런데 건대도 남부 혈액원 관할이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제일 가까운 한양대 센터에 갔는데, 거기는 또 운영을 6시까지만 하더라고요. 퇴근하고 강남 갔다가 건대 갔다가 한양대 가니까 이미 6시가 넘은 거예요.
결국 회기역 센터까지 갔어요. 거기는 마감시간이 8시라서 헌혈을 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집에 갈까' 생각했는데, 이왕 나왔는데 돌아가기는 좀 그렇더라고요. 맛집 줄 서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줄 중간까지 잘 기다렸는데 돌아가기 아쉽잖아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시겠지만, 못하면 아쉽고 속상하고 괜히 그래요.
철회 / 이건 제 느낌이긴 한데, 핏줄에도 굳은살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간호사분들이 바늘 넣을 때 느낌이 다른지, 다른 사람들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자주 하니까 바늘에 두려움은 없는데, 많이 하다 보니까 생기는 일인 거 같아요.
또 오랫동안 다니니 보이는 건데, 간호사분들이 보통 같은 권역 안에서 순환 근무를 하시더라고요. 자주 가던 곳 근처 다른 헌혈의 집을 갔는데 익숙한 얼굴이 계시고, 다음에 또 얼마 동안 안 보이다가 다시 나오시고... 한번은 되게 오랜만에 뵀는데, 알고 보니 육아 휴직을 하고 돌아오셨던 거였어요. 은근히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죠. 말하자면 단골 식당 같은 거랄까요.
- 단골이라고 하니까 헌혈 잘하는 데가 따로 있나 싶은데요. 헌혈의 집이 여러 곳 있잖아요. 개중에 '헌혈 맛집'도 있던가요.
승민 / 저는 가장 가까운 곳이 헌혈 맛집이라고 봐요.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헌혈을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되거든요.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맛집이어야죠.
철회 / 자주 가는 곳은 있는데, '어디가 잘한다'는 잘 모르겠네요. 보통 헌혈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성분 헌혈 기계가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가 중요한 것 중 하나예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기계가 다르거든요. 특정 기계로 해야 빨리 끝난다든지, 이 기계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든지 그런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셔요. 특정 기계가 있는 센터를 찾아가는 분들도 있고요. 물론 '나한테 맞는 거'라고 하지만 기저에는 온전하고 충분하게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요즘 구철회 씨는 헌혈 후 기념품 대신 '기부권'을 받는다. 헌혈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5000~8500원의 금액을 기부할 수 있다고.
- 온라인상에 헌혈에 관한 부정적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헌혈하면 키가 잘 안 큰다거나, 골수가 빨리 늙는다거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요.
철회 / 저는 술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헌혈할 때마다 혈액검사를 하게 되니까, 어떻게 보면 주기적으로 검사받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건강검진할 때나 하는 혈액검사를 헌혈할 때마다 하게 되는 거죠. 피가 빠져나가니까 해롭다는 생각보다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건강 관리하는 데 더 좋다고 느끼고 있어요. 저는 실제로 헌혈하고 쓰러지거나 문제가 있었던 경험이 없기도 하고요. 헌혈로 인한 건강에 대한 우려는 전혀 안 하죠.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두려움은 이해가 돼요.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를 믿으시는 거죠. 가능성이 적은 일을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헌혈을 안 하는 사람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진 않아요. 강제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승민 /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더라고요. 헌혈이 대한적십자사의 영리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는 인식도 있고, '영화표 한 장에 피 뽑아 가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헌혈의집에서 코로나 옮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시더라고요. 헌혈에 쓰는 건 다 일회용이라 위생이나 세균 감염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헌혈의 집 간호사분들도 다 헌혈하시거든요. 아무래도 표면에 드러나는 건 안 좋은 이야기일 수 있죠.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헌혈을 꾸준히 하려다 보니 건강도 유지하게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헌혈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에게, 헌혈 선배(?)로서 마지막 한마디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철회 / 헌혈을 한 번도 안 해보신 분들께는, 일단 가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채혈하거나 문진하는 선생님들 다 전문가들이잖아요. 혹시 헌혈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순간이라도 알아서 대처하세요.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두려워하지는 마시고 직접 가보시면 좋겠어요.
승민 / 요즘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수혈을 제대로 못 받아서 안 좋은 소식이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하루에 몇 건씩 아픈 소식을 들어요. 어제 헌혈의 집 갔을 때도 길거리에는 이렇게나 인파가 많은데, 빈 침대가 너무 많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코로나 이후로 헌혈자가 급감하고 혈액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까 피를 구해 와야만 수술이 가능한 상황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헌혈은 금전적 지출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선행이거든요. 1초의 따끔함만 잘 참으시면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부디 헌혈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네요.
철회 / 저는 술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헌혈할 때마다 혈액검사를 하게 되니까, 어떻게 보면 주기적으로 검사받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건강검진할 때나 하는 혈액검사를 헌혈할 때마다 하게 되는 거죠. 피가 빠져나가니까 해롭다는 생각보다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건강 관리하는 데 더 좋다고 느끼고 있어요. 저는 실제로 헌혈하고 쓰러지거나 문제가 있었던 경험이 없기도 하고요. 헌혈로 인한 건강에 대한 우려는 전혀 안 하죠.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두려움은 이해가 돼요.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를 믿으시는 거죠. 가능성이 적은 일을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헌혈을 안 하는 사람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진 않아요. 강제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승민 /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더라고요. 헌혈이 대한적십자사의 영리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는 인식도 있고, '영화표 한 장에 피 뽑아 가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헌혈의집에서 코로나 옮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시더라고요. 헌혈에 쓰는 건 다 일회용이라 위생이나 세균 감염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헌혈의 집 간호사분들도 다 헌혈하시거든요. 아무래도 표면에 드러나는 건 안 좋은 이야기일 수 있죠. 열심히 하고 있는 분들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헌혈을 꾸준히 하려다 보니 건강도 유지하게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헌혈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에게, 헌혈 선배(?)로서 마지막 한마디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철회 / 헌혈을 한 번도 안 해보신 분들께는, 일단 가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채혈하거나 문진하는 선생님들 다 전문가들이잖아요. 혹시 헌혈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순간이라도 알아서 대처하세요.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 때문에 두려워하지는 마시고 직접 가보시면 좋겠어요.
승민 / 요즘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수혈을 제대로 못 받아서 안 좋은 소식이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하루에 몇 건씩 아픈 소식을 들어요. 어제 헌혈의 집 갔을 때도 길거리에는 이렇게나 인파가 많은데, 빈 침대가 너무 많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코로나 이후로 헌혈자가 급감하고 혈액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까 피를 구해 와야만 수술이 가능한 상황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헌혈은 금전적 지출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선행이거든요. 1초의 따끔함만 잘 참으시면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부디 헌혈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네요.
장명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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