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맨땅에 헤딩해 배운 일 잘하는 개발자의 조건

[일 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인터뷰] 문성문 살다 CTO

2021. 10. 08 (금) 10:09 | 최종 업데이트 2022. 01. 26 (수) 19:31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 막연하다. 학교에서야 시험을 보면 점수가 나온다지만,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모호하다. 업무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좋은 업무 평가'의 기준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나 직장생활 초년차라면, 사실 일을 꽤 해봤다는 사람도 여전히 일 잘한다는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누구나 어찌됐던 일을 잘 하고 싶다는 것. 아마도 그래서겠다. '일 잘하는 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책들은 언제나 우리의 눈길을 잡는다. 

일 잘하는 법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일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나만의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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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아파트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 '잘살아보세'를 운영하는 '살다'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살다는 어느새 이 분야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 8월에는 잡플래닛 <컴퍼니타임스>가 선정한 2021년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올랐다. 종합 순위 뿐 아니라 사내문화, 업무와 삶의 균형(워라밸), CEO지지율, 성장가능성까지 4개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리뷰 내용이다. 대부분의 리뷰에서 "회사가 개인의 발전을 돕는다"거나 "개인의 역량이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정리하면 조직원들이 스스로 '내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 

이곳의 조직원들에게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이안(문성문) 살다 CTO
 
◇ "일을 잘한다는 건 '메모'와 '예측'을 잘한다는 것"

"제 경험에서 일을 잘한다는 건 '메모와 예측'으로 정리되는 것 같아요."

살다의 이안(문성문) CTO의 말이다. 스무살에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안은 올해로 12년차 개발자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외주 개발, 병역특례 등 다사다난 한 경험의 과정을 거쳤다. 설립 초기 살다에 입사해 지금은 CTO(최고 기술 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4명이서 시작한 회사는 60여명 규모로 커졌다. 혼자서 하던 개발을 지금은 15명의 동료와 함께 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한 이안은 사수, 즉 일을 가르쳐주는 멘토가 없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온 셈이다. 이쯤 되면 개발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나름의 일하는 방법에 대한 철학이 있을 법하다. 그가 말한 '일 잘하는 법'의 시작은 메모다. 
◇ "메모로 논리적 사고를 훈련…훈련으로 얻는 것은 '예측'하는 법"

"메모를 하는 이유는 잊지 않기 위해서죠. 이는 '책임감을 갖고 계속 팔로업 하겠구나'의 반증이기도 해요. 이 메모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다보면 논리적 사고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과정이 쌓이면 논리적 사고를 통해, 이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예측을 하게 돼요. 이렇게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뭐가 부족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죠. 

중요한 건 문서를 만들 때 대부분은 나만 아는 느낌으로 정리를 해요. 이렇게 되면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기 힘들죠. 훈련이 필요한데, 훈련의 시작이 메모에요. 혹시 놓치는 것은 없는지 메모를 통해 파악하고, 더 넓은 시각으로 업무를 보고 상대방의 반응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거죠.

메모를 할 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들어 '건물을 만들어라'는 미션을 받으면, 너무 거대하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이 들죠. 이때 할 것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쪼개보는거죠. 

세부 단계를 만들고, 단계를 나눠 논의를 통해 최선을 방안을 찾고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요. 이를 하나씩 완수해나가요. 이 과정을 통해 논리가 생기고 이를 통해 다음을 예측할 수 있게 돼요. 이것이 업무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팀원에게 '스킬'보다 필요한 건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노력"…왜? 

'일'이라는 말로 통칭되지만 팀원과 리더의 역할은 다르다. 역할에 따라 일을 잘한다는 것도 당연히 다르다. 개발자라는 영역에서 팀원과 리더의 역할을 두루 거친 지금, 이안이 생각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팀원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다. 이는 곧 일 잘하는 팀원이 되기 위한 역량일테니 말이다. 

"주변에서 제가 '착한 사람'만 뽑는다고 해요. 그 의미를 생각해봤는데, 회사에서 '착한'의 의미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책임감이 있다는 말로 풀이되더라고요. 팀원은 업무 스킬은 부족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부족하더라도 해내겠다는 책임감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업무 스킬은 늘어요. 책임감은 곧 끈기이기도 해요. 책임감이 있으면 끈기있게 일을 하게 되고 그럼 빨리 늘죠. 

그런데 이런 학습이 가능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하는 것 같아요. 방어적이고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이게 힘들어요. 의견과 나를 분리하고, 논리와 감정을 분리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의견과 내가 동일시되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가 부정당했다고 생각해서 감정 싸움이 되고 말이 통하지 않더라고요. 이게 분리돼야 의견을 인정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 서로 동의하고 그 다음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 "최악의 리더는 '내가 다 하겠다'는 사람…혼자하는 리더가 제일 나쁜 것 같아" 

이안이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버리는 거요. 혼자하는 리더가 제일 나쁜 것 같아요. 사실 주니어들과 일을 하면 설명하는 시간조차 아까울 수 있어요. 그러니 본인이 그냥 하는거죠. 그게 빠르고 쉬우니까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게 제일 나쁜 리더였어요. 결국 혼자 일하고, 본인이 안 하면 일이 안되요. 주니어는 배우고 싶은데 배울 수 없고요. 기다려 주는 것이 리더의 능력인 것 같아요. 

일단 주니어에게 일을 줘야해요. 물론 잘 못하겠죠. 결국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게 이상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생산성이 좋아지죠. 당장의 답답함때문에 내가 해버렸을 때 조직은 성장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나 없어도 일이 되게 하는 것이 구성원과 조직을 얼마나 성장시켰느냐의 지표가 되지 않을까요? 또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일 잘하는 사람의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한 것 같아요.

결국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배치하고, 적절한 업무를 주고, 충분히 기다려주면서 인재를 키우는 것, 이게 일 잘하는 리더 아닐까요?" 
◇ "개발자의 자질은 배움에 대한 의지…창의력은 '잉여스러움'에서 나온다" 

역할을 넘어 업으로 넘어가보자. 개발자라는 말도 생소할 때 시작해 12년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안이 생각하는 개발자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뭘까? 

"개발자의 자질은 곧 배움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해요. 개발을 정말 좋아할 때 생기죠. 사실 시니어 레벨 개발자가 별로 없어요. 힘들거든요. 야근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기 때문에요. 끊임없이 배운다는 건 고통스러운데, 그 고통을 즐길 수 있을 때 오래가더라고요. 

혼자서 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는 하루 중 30분은 무조건 공부를 하고 서로 공유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스터디킹'이라고 상도 줘요. 

다들 일 잘하고 싶어해요. 일 못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기 힘들어서죠. 개발 분야는 기술이 정말 빨리 변하거든요. 개발자들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요. 공부를 하도록 회사가 제도로 운영하면, 성장하고 싶고 공부를 즐기는 사람들이 계속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어요. 

개발자의 창의력은 약간의 '잉여스러움'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없다면 공장의 부품처럼 똑같은 일만 하게 되는거죠. 새로운 기술 도입은 생각도 못하고요. 

개발자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될 것 같은데, 불편한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해요. 안좋다는 것을 인식해야,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건 '잉여스러움'이라는 여유가 필요하죠."
◇ "불편한 것에 익숙해지지 말길…혼자가 아닌 함께 하길" 

이안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멘토가 없었다는 점을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멘토 없이 고군분투 중인 개발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 내 일 잘하고 잘 알려주는 사수가 있다는 건 복받은 일이라는 걸, 일해본 사람들은 안다. 하지만 너도나도 사수가 없다는 걸 보면, 사실 진짜 체계적으로 일을 배워나간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사수가 없는 개발자들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어요.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외로운 길이죠.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전 개발자로서도 CTO로서도 야매라고 생각해요. 큰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배운게 아니라 이것 저것 찾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배웠어요. 

사실 아직도 답은 모르겠어요. 아직도 해결은 안됐어요. 계속 나름의 공부를 하고 있죠. 적어도 내가 느꼈던 갈증을 느끼는 개발자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학습에 대한 목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부분이에요. 

만약 저처럼 멘토가 없이 일하고 있는 개발자라면 가능한 많은 개발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하는 공부도 분명 가치가 있어요. 어렵게 얻은 지식은 오래 가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효율이 안좋아져요. 

그때는 커뮤니티 같은 곳의 힘을 빌려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봐요. 남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많이 얘기해보고 다양한 시각과 방법들을 듣고 고민해보세요. 분명 발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제가 그렇게 했거든요."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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