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담당자 A씨의 직장생활 필승법_연봉협상편

협상으로 연봉 올릴 수 있을까?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어라"

2021. 11. 19 (금) 10:23 | 최종 업데이트 2023. 01. 20 (금) 10:35
"우리 회사는 매년 연봉 협상을 해"

라고 말하는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결국 이렇게 말을 할 것 같다.

"근데 사실 협상이 아니라 통보지. 실제로 협상을 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21세기, 돈만 있으면 달까지 여행도 가능해진 이 시대, 여전히 전설 속 유니콘으로 남아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현 직장에서 연봉 협상을 해서 진짜 연봉을 올려본 자' 아닐까? 

수많은 회사들은 '연봉 협상'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직장인들은 '협상'이 아닌 '통보'일뿐이라고 응수한다. 

협상인 듯 협상 아닌 통보 같은 연봉 협상. 도대체 '통보'가 아닌 '협상'은 가능한 걸까? 혹시 어쩌면, 회사는 협상을 할 마음의 준비가 돼있는데, 정작 직장인들이 협상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아닐까?!

아니 근데 회사에 내가 내 연봉을 제안해도 되는 건가? 받아 줄까? 아니 그 전에 괜히 말했다가 밉보이면 어쩌지? 연봉 협상을 진짜 협상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특히나 첫 연봉 협상을 앞둔 주니어라면 더 막막할 터. 그렇다고 직장 생활 3~4년 쯤 더 했다고 막막함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매년 지나왔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직장생활 N년차, 우리도 이제 프로 직장인이다. 자고로 프로는 내 몸값을 제대로 요구하고 몸값만큼 일해주는 그런 것이 아니던가. 우리도 이제 협상이라는 것을 해보자. 

연봉 협상에 임하는 세상 다양한 직장인들을 만나본 익명의 인사 담당자에게 연봉 통보를 협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인사 담당자는 "연봉 협상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팁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것" 이게 무슨 말인가? 말해달라. 그것이 무엇인가?! 
※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아요 
-내 연봉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낮은데 올려달라고 말해볼까 고민이신 분
-매번 회사가 통보하는 연봉에 '네'만 했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싶으신 분
-우리 회사 연봉 인상, 승진 말하면 들어줄까? 궁금하신 분
-연봉 인상이 가능한 상황, 승진 요구가 가능한 상황이 있다고? 알고 싶다면
 
1. 인사 평가가 합리적이면 연봉 협상 가능성이 낮다

인사 평가가 제법 치밀하게, 최소한 공정한 느낌으로 이뤄진다면, 이 평가를 근거로 연봉 협상안이 제시됐을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걸어도 성사될 여지가 적다. 회사는 의사 결정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 기준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가 없으니 예외적인 연봉 협상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기준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사 평가가 '빈틈 없이 공정하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특히 자칫 ‘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인사 평가가 불공정하다'로 해석하면 안 된다. 

평가의 불공정함이란 'ㅇㅇ씨 올해는 승진해야 하니까 밀어주자'라든지 '우리는 원래 이직 첫해에는 중간 등급이야'처럼 평가 기준이 좋은 게 좋은 상황을 말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아무리 인사 평가가 있고 그걸 기준으로 연봉이 결정된다 한들 뒤집을 수 있다. 인사 평가 같은 거 없는 회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적극적으로 연봉 협상에 임해 보자.
2. 인센티브가 있는 회사는 원래 연봉 협상 폭이 좁다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면 올해 회사의 성과는 연말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저 올해 진짜 열심히 했어요"가 먹히지 않는다. 열심히 한 대가는 인센티브로 주니까. 

인센티브가 있어서 연봉 협상이 불가능한 건 아니니만 폭이 제한적이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솔직히 말하면 인센티브 제도가 자리 잡은 회사에서는 제시된 숫자 이상의 기본급 협상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승진으로 협상을 걸어 보자.


3. 2년 연속 최고 평가를 받았다면, 승진이나 높은 연봉 인상 요구할 만하다. 

성과 평가 등급이 S 등급까지 있는 회사에서 S 등급을 2년 연속 받았다면, 조기 승진(잡 레벨 상승)을 요구할 수 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원래 회사는 연봉 인상보다 레벨 조정에 더 보수적임) 연봉 상승 폭이 좀 더 가팔라야 한다.

만약 2년 연속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는데, 승진 얘기가 없거나 연봉 인상률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얘기를 꺼내볼 만하다. 
4. 평가 등급은 중간인데 시장 평균 연봉보다 낮다면? 솔직히 협상보다 이직이 낫다

딱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았는데 아무리 봐도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 보다 내 연봉이 낮은 것 같아서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애석하게도 회사는 시장의 연봉 수준을 이미 참고해 판단이 끝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도 안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당신의 연봉을 결정한 중요한 기준은 바로 회사의 '페이 밴드'*다. 이는 곧 회사의 '페이 밴드'* 자체가 시장 평균보다 낮다는 얘기다.

*  ‘페이 밴드' 또는 ‘샐러리 테이블'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회사가 직무와 직급, 그리고 연차에 따른 연봉 기준을 정리해 놓은 일종의 ‘우리 기업 표준 연봉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사가 시장보다 낮은 수준의 페이 밴드를 계속 유지한다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회사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직 시장 최전선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채용 담당자가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문제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대규모로 우르르 퇴사하는 등 거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페이 밴드가 개선되기란 쉽지 않다. 회사는 이미 사정을 다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의 페이 밴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서 그렇다. 

다시 말하면 '평가 등급이 중간인데 몸값은 시장 가치보다 낮으니 연봉을 올려달라'는 요구는, 회사라는 크고 단단한 바위에 던지는 작고 소중한 계란 하나 정도의 임팩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

솔직히 이런 경우, 몸값이 억울하면 이직을 하는 게 낫다. 이직이 망설여진다고? 당신이 망설이는 이유가, 시장보다 낮은 페이 밴드를 가지고도 그 회사가 안 망하고 돌아가는 이유다.
이런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인사 평가가 엉망이거나 △아예 없거나 △연봉 구조가 인센티브나 성과급 같은 것 없이 포괄임금제로 퉁 쳐진 회사 △이직하면서 의미 있는 연봉 협상을 진행해 본 경우 △잡 레벨 시스템이 없어서 직급 상승(승진) 없이 커리어 보상이 숫자로만 가능한 환경이라면 본격적인 연봉 협상을 시도해 볼만하다.

이런 회사는 아주 높은 확률로 페이 밴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기준이 없으니 흔들면 흔들릴 것이라는 의미다. 이것이 '후려치기'라는 직원 보상 전략만 가진 회사가, 평소 이러저러한 HR 시스템에 투자한 회사보다 오히려 더 많은 보수총액을 지불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의 인사담당자 A씨 companytimes@braincommer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