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업계인들이 말하는 '일하기 좋은 산업'은?

[데이터J]'2021 일하기 좋은 기업' 총결산…여행플랫폼·클라우드·은행

2022. 01. 07 (금)
한번 업계에 발을 들이면 다른 산업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컴퍼니 타임스>가 작년 12월 진행했던 헤드헌터 설문에서도, “산업을 옮겨 이직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64.1%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같은 업무를 해도 어떤 업계인지에 따라 각종 처우도 달라지기 마련. 그만큼 어떤 업계에 뼈를 묻어야 할지 선택할 때는 직무나 기업을 고를 때만큼이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업계는 어딜까? 고민하는 취준생들과 이직러들을 위해 <컴퍼니 타임스>가 2021년 한해동안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을 총정리해, 일하기 좋은 업계를 선정해봤다.

일하기 좋은 기업의 종합 점수는 총만족도 점수에 △복지·급여 △승진 기회·가능성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평가 등을 반영했다. 만점은 10점이다. 이렇게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각 업종 상위 5위권 기업의 평균 점수를 뽑아, '업계 내 전현직원들이 평가하는 우리 업계 만족도'의 경향성을 살폈다. 상대적으로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업계는 어디였을까? 반대로, 만족도가 낮은 업계는 또 어디였을까?
◇ '트래블테크' '클라우드' IT 업종 강세…"복지·급여 높은 은행, 여전히 일하기 좋아"
2021년 일하기 좋은 업계 1위는 트래블테크 산업이 차지했다. 2위는 클라우드 산업, 3위는 금융업 중에서도 은행이 일하기 좋은 업계로 꼽혔다.

트래블테크 업계가 1위라니, 얼핏 듣기엔 의외다. 여행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산업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일하기 좋다고? 전체 리뷰를 살펴보니, 전통적인 여행산업 보다는 IT 테크 기업으로서의 성격이 점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래블테크 상위 5위권 기업으로는 △트리플, △익스피디아코리아, △에어비앤비, △마이리얼트립, △케이케이데이가 선정됐다. 다섯 개의 평가 지표 전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그중에서도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점수가 각각 평균 4.5점과 4.3점으로 높았다.

"스타트업이지만 네이버/카카오/쿠팡 출신의 실력자들이 모인 곳" (트리플), "스마트한 동료들, 자유로운 분위기" (익스피디아코리아), "자유로운 재택근무와 좋은 사내문화" (마이리얼트립), "마음씨 착한 직원들, 자유로운 연차 사용" (케이케이데이) 등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자유로운 문화를 칭찬하는 리뷰가 많았다.

2위를 차지한 클라우드 산업은 IT 산업 중에서도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비대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 일하기 좋은 클라우드 기업 상위 5위권으로는 △네이버클라우드, △클라우다이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아마존웹서비스, △SAP코리아가 선정됐다.

클라우드 기업들은 승진기회 및 가능성이 평균 3.7점으로, 다른 업계보다 소폭 높았다. 업계인들은 클라우드 산업이 코로나 특수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소속된 개인 또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업무와 삶의 균형은 3.7점으로 3위권 내 업계 중 가장 낮았다. 원인은 많은 업무량과 잦은 야근이었다.

금융업 중에서도 은행권은 종합 7.69점으로 업계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일하기 좋은 은행으로는 △한국은행,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경남은행이 선정됐다. 승진기회 및 가능성,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부문에서는 상위 IT 업계보다 점수가 소폭 낮았지만, 복지 및 급여 점수만큼은 4.1점으로 가장 높았다.
◇ Worst 3는 '영화·완구·외식'업계…주요 키워드는 "코로나19" "고인물"
일하기 좋은 기업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업계는 어딜까? 3위는 외식업계(프랜차이즈 기업), 2위는 완구업계(장난감 회사), 1위는 영화업계(영화관련 기업)였다. 업종은 서로 다르지만, 단점으로 언급된 내용으로는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


[#코로나19]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돼요"

"최근 코로나로 더 빠른 하락세에 들어서고 있다" (외식업계/다른)
"워라밸은 보장되나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임" (외식업계/놀부)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돼서 1년 반 넘도록 풀근무를 해본 적이 없음" (영화업계/CJ CGV)
"코로나를 정통으로 맞은 직종."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이 단점" (영화업계/메가박스중앙)


영화업계와 외식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이 평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에서도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산업 내에서도 분위기는 조금씩 갈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프랜차이즈 운영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는 CJ CGV와 메가박스 중앙은 관람객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해외 본사의 콘텐츠를 배급하고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영화·게임·메타버스 등 콘텐츠 제작 및 기획을 본업으로 하는 위지윅스튜디오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한 리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고인물] "고인물이 왜 이렇게 많아…새로운 시도 필요해요"

"고인물이 많다" "보수적" "그룹사 안에서도 조직문화가 안 좋은 편이라고 알고 있음 문화기업이지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폐쇄적" (영화업계/CJ CGV)
"젊은 실무진들의 기획안이나 아이디어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영화업계/CJENM ENM부문)
"고인물들이 많다"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방향성을 보지 못함" (영화업계/메가박스 중앙)
"팀장급 이상부터 고인물을 넘어 썩은물" (영화업계/위지윅스튜디오)
"정치를 잘 하거나 상사랑 밥을 잘 먹거나 필수" (외식업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고인물'이 많다는 지적도 공통적이었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고연차 업계 선배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잡플래닛 리뷰에서 언급되는 고인물이란 단순히 회사에 오래 재직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새로운 의견에 보수적이고("내가 해봤는데~")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답습하며("나 때는 말이야~"), 그러면서도 소위 말하는 '정치질'을 통해 상사로부터 신뢰받아 열심히 일하는 직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다.

회사에 고인물이 많다면? 조직 문화가 보수적이고 수직적으로 굳어, 새로 합류해 도전과 성장 욕구가 가득한 이들이 "이 회사는 변화하지도 성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는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결국 새로운 인력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또 다시 고인물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영화업계·외식업계·완구업계 세 업계 모두 승진기회 및 가능성이 2.8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적어도 리뷰를 남긴 전현직원은 지금 이 상태로라면 성장할 여지가 적다고 본 것.

"오래된 사람들의 텃세" "불안정한 자금 사정" (완구업계/키보스)
"고인물이 많아 업무 확장에 한계가 있다" "구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려는 의욕만 있지 실행력이 부족" (완구업계/영실업)
"고인물 퇴사를 안 함" (완구업계/반다이남코코리아)
"소재가 완구인 만큼 젊은 층의 인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구업계/손오공)


특히 완구업계의 전현직원이 쏟아내는 한숨들이 깊어 보인다. 국내 완구산업은 1990년 이후로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국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상승하고, 출산율 저하로 주 고객층인 아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사양산업으로 접어드는 추세다.

역사가 깊어 회사 초기부터 사업을 이끌어온 중역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제조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업계 전반의 위기까지 더해져, 전현직원은 날선 평가를 던지며 변화를 호소하고 있었다.
홍유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