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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계산 가능?그럼 포괄임금 안 돼 수당 줘"

[혼돈의 직장생활]대법원 "수당 포함 계약했어도 더 일했으면 수당 줘야"

2023. 08. 23 (수)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 야간, 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 실제 근로 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제수당(기본인금 이외 지급되는 모든 종류의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방식. 
요즘 노동계 '핫'이슈라면 단연 포괄임금제 아닐까 싶습니다.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고, 실제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초과 근로 수당을 챙겨 주니 오히려 급여를 더 주는 것이다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고요. 그래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포괄임금제면 아무리 더 일해도 수당은 없는거지'라 생각하곤 하는데, 7월27일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한 근로계약을 맺었더라도 꼭 포괄임금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근로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면 실제 일한 시간에 맞춰 수당을 계산해 줘야 한다"고 본 건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 "연봉에 초과 근로 수당 포함…포괄임금제니까 더 일해도 수당 없어?"

폐기물 처리업체 A회사에서 일한 근로자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들은 당초 급여에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예상하고, 정해진 수당을 주는 근로계약을 맺었는데요. 

근로자들은 "인수인계 등 근무 준비를 위해 30분 일찍 출근했고, 일이 많아 쉬는 시간에도 일을 했다"며 "근로계약서에 적힌 시간보다 더 일한 만큼 수당을 더 달라"고 주장했어요. 

A회사는 "일찍 오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그런 지시가 있었어도 포괄임금 약정을 맺었으니 추가 수당을 줄 의무가 없다"고 맞섰고요. 

1심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어요.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계약이 아니고, 포괄임금 계약은 유효하다고 본 거죠. "연봉에 기본급 외에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이 실제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사전에 고정된 금액으로 정해져있는데, 근로시간 편차 등으로 생길 수 있는 근로자의 소득편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이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어요. 
◇ "연봉에 수당 포함됐다고 꼭 포괄임금제인 건 아니야"

하지만 2심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실제 근로 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으니 포괄임금 계약을 할 필요성이 없다. 여러 사정상 포괄임금 약정을 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일한 시간만큼 계산해 수당을 줘야 한다"고 본 겁니다. 

2심은 포괄임금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포괄임금제가 성립하는지는 근로 시간, 근로 형태, 업무 성질, 임금 산정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내용, 동종 사업장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개별 사안에서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해도 기본급과 별도로 각종 수당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 규정 등에 정하고 있다면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체협약 등에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도 포괄임금제를 합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포괄임금이 맞으려면,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해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해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사정을 따져봤을 때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정해진 급여 외에 어떤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 "근로시간 계산할 수 있으면, 추가 근로 수당 줘야지"

그런데 A회사의 근무 상황을 따져보니 이런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이런 이유에서죠. 

"근로계약을 보니 기본급, 각종 수당 등을 명확하게 구분해 임금을 지급해 왔다. 업무 시간을 월별로 예측할 수 있고, 근무표를 통해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도 있다. 실질적인 근로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로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지 않고,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해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연봉계약을 하며 어떤 수당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적도 없다. 그러니 포괄임금 약정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포괄임금이 맞다고 가정해도, '휴게시간, 근무 준비를 위해 추가로 제공한 근로'는 당초 근로시간으로 정하지 않은 시간 외 추가 근로가 맞다. 당사자들이 근로계약을 맺을 때 이런 추가 근로를 예상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 포괄임금에 이런 추가 근로에 대한 임금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 추가 근무한 만큼 추가 수당을 줘라." 

대법원 역시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2심의 취지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기본급 외에 연장·야간·휴일 근무 수당 명목으로 준 게 있으니, 실제 일한 시간과 이를 비교해 덜 준 수당이 있다면 주고, 덜 준 것이 없다면 안 줘도 된다"며 추가 수당 금액을 다시 계산하라고 2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죠.  
◇ 법적 근거 없는 포괄임금제의 미래는?

판결의 핵심은 근로 계약서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즉 겉보기에 포괄임금 계약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근무 시간을 산정할 수 있다면 사실상 '포괄임금제로 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각종 추가 근로 수당을 미리 정해 계약서에 넣어 놨다고 얼마든지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한 것보다 더 일한 것이 확실하다면 그만큼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는 건데요. 

사실 포괄임금제는 법적 근거는 없어요. 다만 대법원 판례에 의해 '근무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직무'의 경우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고요.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시간을 명확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업무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 '통상 이 정도 일하더라. 그러니 미리 정해두자'라는 취지로 추가 근무 할 것을 예상해 수당을 포함한 급여를 정하기로 한 건데요. 

문제는 관행이 근로기준법을 넘어서, 근무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라고 '퉁'치며 수당 없는 추가 근무를 당연시 여기는 사례가 늘면서 생겼습니다. 고용노동부의 '2020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 중 37.7%가 포괄임금제를 시행 중이라고 해요. 사무·관리직의 비중은 79.6%에 달하고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는 "포괄임금제는 상시적인 연장 근로를 합법화한다. 공짜 야근을 시키면서도 실제 근로 시간에 대응하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노동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저마다 의견을 내놓고 있어요. 
O포괄임금제 찬성O
-포괄임금 계약이 전면 금지되면, 급여에서 수당이 빠져 임금 총액이 줄어들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 
-일부 근로자는 불필요한 초과 근로를 할 수 있다 
-근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 하에서 근로자는 정규 근로 시간 내 업무 완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불필요한 야근과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근로 시간보다 창의성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가 늘고 있는데, 단순히 근로시간에 맞춰 보상을 해주는 것은 근로자의 창의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X포괄임금제 반대X
-포괄임금에 따른 수당은 회사가 기본급으로 인상해야 하는 부분을 대체한 성격이 강하다. 기본급을 올리거나 다른 수당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의 핵심 문제는 기업들이 잔업·특근을 마음대로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상시적인 연장 근로를 합법화한다. '공짜 야근'을 시키면서도 실근로시간에 대응하는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포괄임금제를 할 경우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돈도 받는데 왜 연장근로를 하지 않느냐'고 요구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상사의 지시로 축소 보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근로시간을 분 단위로 관리하는 사업장에서도 포괄임금제를 만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누구 말이 더 맞는 것 같으세요? 근로자 10명 중 3~4명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다고 하니 당장 나와 내 주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거잖아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같이 고민해 보자고요.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