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해고 통보 자발적 퇴사로 유도…어떻게 해야하죠?

"다음 달이면 현재 재직 중인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돌연 이번 달까지만 나오라고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퇴직금을 안 주려는 의도가 보이는 데 문제는 퇴사를 권고사직이 아닌 자발적 퇴사로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 내에 재취업 활동을 해서 나가라는 식으로 말을 해서, 권고사직 처리도 안 해줄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사람도 회사도 아름답게 이별한다는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1년도 채 다니지 않은 회사와 이런 식으로 이별하게 되다니, 제가 다 속상합니다. 

속상한 것은 속상한 것이고, 일단 상황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사연을 보니, 일단 해고와 권고사직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고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그만 나오라고 통보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고용 계약을 종료하고 직원을 내보내는 거죠. 권고사직은 달라요. 권고사직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그만 나오라'고 제안하고, 근로자는 이를 받아들여서, 즉 회사의 퇴사 제안에 '동의'해 근로 관계가 끝나는 것을 말합니다. 

해고와 권고사직의 차이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어요. 그래서 권고사직은 '자발적 퇴사'에 해당합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최종적으로 근로자가 퇴사에 동의, 즉 회사와 퇴사에 합의한 것이니까요. 

상황을 봅니다. '회사가 돌연 이번 달까지만 나오라고 했다'고 했는데요. 회사가 뭐라 해도,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자발적 퇴사가 될 수 없어요. 권고사직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니, 회사는 근로자 동의 없이는 권고사직도 할 수 없고요. 

다시 말해, 근로자가 스스로 사표를 내거나 권고사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이 아니고, '자발적 퇴사'가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나가라고 등 떠밀어 어쩔 수 없이 퇴사하더라도 사표나 사직서에 서명을 했다면 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에 해당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론은 '근로자도 퇴사에 동의'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제보자님이 회사의 '나가라'는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회사는 제보자님을 억지로 내보낼 수 없어요. 권고사직조차 성립하지 않아요. 지금 권고사직 처리도 안 해줄까 봐 걱정이라고 하셨는데요. 해고가 될지, 권고사직이 될지, 그냥 스스로 나갈지, 어떤 형태로 퇴사할지는 회사가 아닌 근로자의 선택에 있는 상황인 겁니다. 

지금 회사는 나가달라는 '제안'만 한 상황으로 보여요. 회사는 왜 바로 해고하지 않고 퇴사를 '제안'한 뒤 재취업 시간까지 주는 걸까요?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데, 아마 해고 사유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어요.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밖에 징벌(이하 부당해고)을 하지 못한다'(제23조)고 딱 정해두고 있거든요. 

해고 사유에는 긴박한 경영상(사업의 양수, 인수, 합병 등)의 이유, 사회 통념상 같이 일하기 힘들 정도로 근로자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등이 있어요. 해고할 만큼 문제인지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미리 정해둔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해요. 근거없이 '너 일 못 하니까 나가' '네가 잘못했으니 해고야' 식으로 해고할 수는 없어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이고, 근로자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어요.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하면 회사는 근로자를 복직시켜야 하고, 부당해고를 당한 기간 동안 못 받은 월급도 줘야 하죠. 회사가 노동위원회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고요. 

그러니 회사는 근로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할 땐, 먼저 스스로 사표를 쓰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거부하면, '위로금을 얼마 주겠다'는 식의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명예퇴직'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퇴사자에게 몇 달 치 월급이나 연봉을 준다더라 하는 회사들 이야기,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곤 하잖아요. 회사가 정당한 해고 사유 없이 근로자를 내보내려면 근로자가 스스로 나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동의할 수준의 금액을 제시해 합의하려는 거예요. 

이런 제안도 근로자가 거부하면 사실상 회사는 근로자를 내보낼 방법이 해고밖에 없어요. 그런데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죠. 그래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 이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회사도 있어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징계에도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어요.  
 

꼭! 같이 읽어 보세요 더 자세한 내용이 있어요 ☞회사가 해고할 때…맞서는 근로자의 자세

다시 사연을 봅시다. 제보자분은 회사가 권고사직 처리도 해주지 않고, 근속기간 1년을 채우기 전 해고해 퇴직금도 못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 회사 역시 제보자분이 퇴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제보자분이 퇴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법하게 내보낼 방법이 마땅히 없거든요. 

그러니 갑작스러운 퇴사 제안에 마음이 불편한 것은 논외로 두고, '이 회사에서 일하기는 힘든 상황이니 나가겠다'는 판단이 선 상황이라면 제보자님이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근로자님이 퇴사를 조건으로 두고 회사에 이런저런 제안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수준의 위로금을 준다면 권고사직에 동의하겠다'는 식으로요. 중요한 것은 어떤 합의를 하기 전 스스로 사표를 내버리고 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으니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권고사직 처리가 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지금 사연만 봤을 때, 회사는 권고사직도 아닌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요. 회사가 '스스로 사표를 내달라'고 할 때는, 권고사직 기록이 있으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사정이 있을 수 있거든요. 이 경우 '실업급여 상당의 보상을 해준다면 사표를 내겠다'는 식으로 제안을 할 수도 있겠죠. 

꼭! 같이 읽어 보세요 ☞권고사직이라더니 자진 퇴사…말 바꾼 회사 어쩌죠

'퇴직금도 안 주려는 회사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럼 '해고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됩니다.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고 조치를 하면 부당해고로 다퉈볼 수 있고, 퇴사하지 않는다고 각종 불이익을 준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관련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어요. 

사실 그냥 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다면 해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돼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회사에 계속 다녀도 근로자 입장에서 커리어 성장,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 등을 생각해봤을 때 힘들기만 하겠다 싶을 수 있어요. '이 회사 계속 다니면 뭐 해, 이직해야겠다' 싶으면 회사가 말한 대로 회사를 다니며 이직 준비를 해도 되겠죠. '일단 퇴사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볼래' 싶으면 앞서 말씀드린 위로금이나 다른 보상을 요구해 합의점을 찾아볼 수도 있을 거예요. 

불안하고 마음 불편한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에게 유리한 방법을 찾아 다음을 준비하면 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기만 한 경험일 수 있지만, 분명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것이 있을 것이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다른 자리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요. 지금의 고비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