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얼마나 망해봤냐고요? 어휴 말을 마세요"

[일하는사람들을위한책]<제로초의 자바스크립트 입문> 조현영 스모어톡CTO

2024. 03. 08 (금)
제로초 스모어톡CTO 자바스크립트 출간
장점: 누구보다 빠른 개발 속도, 어마어마한 신기술 습득 속도, 그냥 공부를 잘함. 

자기소개의 목적이 누군가의 눈길을 잡아끌고 나에 대한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거라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부를 얼마나 잘하길래?' 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그런데 이력을 보면 궁금함은 더 커진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엑시트한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의 픽업' CTO, 그 전에 이미 몇 차례의 창업을 한데다, 그 사이 'Node.js 교과서' 'Let's Get IT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 '타입스크립트 교과서' 등 개발자들 사이에선 익히 유명한 책을 펴냈고, 2018년부터 꾸준히 강의도 진행 중이다. 그의 나이 올해로 서른인 걸 생각하면 매해를 그야말로 알차게 보낸 셈. '어마어마한 신기술 습득 속도'라는 게 말뿐이 아니구나 싶다. 

그런데 이번에 또 <코딩 자율학습 제로초의 자바스크립트 입문>을 펴냈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스모어톡 창업자이자 CTO로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 사이에선 닉네임 제로초 활동 중인 조현영 개발자를 만났다. 
 
-제로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뜻이 뭔가요? 

사실 대학 때 게임할 때부터 쓰던 닉네임이에요. 조현영의 영에서 제로라고 지었는데, 너무 흔한 일반명사잖아요. 그래서 제 성을 붙여서 제로초(zerocho)라고 한 거고. 너무 단순한가요 하하 


-처음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94년생인데 2018년부터 개발 관련 강의에 관련 책도 벌써 여러 권 쓰셨어요. 거기다 CTO로 일한 회사만 지금 회사를 포함해서 3곳이나 되고요. 창업한 회사 중 '오늘의 픽업'은 카카오모빌리티에 엑시트까지 성공하셨어요. 프로필만 봐도 커리어 스토리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전공은 경영학, 그러다 컴퓨터공학을 이중 전공하면서 개발을 시작하셨고요. 문과생이 컴공을 이중전공했다는 것부터 범상치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원래 창업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갔는데 제 생각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창업할 때 1인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 개발을 배우게 됐어요. 2014년쯤인데 그때는 개발 인기가 지금 같지 않았어요. 컴퓨터공학이 별로 인기가 없어서 사실 학점은 별로 안 좋았는데 운 좋게 이중 전공이 됐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진짜 잘 맞고 재미있더라고요. 3학년 때 시작해서 좀 뒤처져있던걸, 군대에서 따라잡았죠. 카투사 행정병이었거든요. 말년에 책 쌓아두고 공부 많이 했죠. 사실 군대에선 일 말고 다른 건 뭘 해도 다 재미있기도 하고. 공부라는 게 좀 폐관 수련 같은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복학해서 창업 준비를 했죠. 개발을 독학으로 배운 터라 실무를 해보고 싶어서, 처음엔 친구 회사에서 외주 작업으로 시작했어요. 친구가 재학 중 개발 관련 외주 회사를 차렸거든요. 친구가 외주 작업 받아온 걸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죠. 6개월쯤 배우고 '이제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와서 첫 창업을 했어요. 

'마이핏(myfit)'이라고, 옷 안 입어보고 사이즈 맞는지 알려주는 서비스였어요. 그런데...사람들이 옷이 좀 안 맞아도 잘 입더라고요. 당시 기술적 한계도 있었고, 그때 오버핏이 유행이었거든요. 점점 맞추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2~3년 쯤 하다 망했... 근데 그때 진짜 많이 배웠어요. 개발 뿐 아니라 기획, 운영같은 것들까지 좌충우돌하면서 많이 배웠죠. 
-그다음에 하신게 '오늘의 픽업'이었던 건가요? 

어휴, 아니요. 그리고 나서도 진짜 많이 했어요. 여행, 성형, 영양제 서비스 같은 것도 만들어봤고요. 초반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이것저것 진짜 많이 했는데... 사실 계속 망했어요. 하도 안되니까 '그냥 전업 강사를 하자' 싶었어요. 그때 이미 강의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창업하고 접을 때마다 번아웃이 좀 많이 왔어요. 욕심은 많은데 잘 안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때 친구가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해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 게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의 픽업'이었어요. 사실 '또 망하겠지'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그게. 2020년 말에 창업해서 2021년 말에 엑시트했으니 1년 걸렸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때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서 투자가 잘 되던 때기도 했고요. 그렇게 팀 전체가 카카오모빌리티로 가게 됐죠.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에 계시다가 또 창업을 하셨어요. 안정적인 자리에서 또다시 불확실한 창업을 하신건데, 왜죠?!

좀 매너리즘에 빠졌달까, 그때 고등학교 친구와 후배가 딥러닝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얘기를 하는데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지금 하고 계시는 스모어톡 소개 좀 해주세요. 

생성형AI 하면 챗GPT, 그림 그려주는 달리, 비디오 만들어주는 소라 이런 거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회사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을 보면 진짜 너무 잘 만들어져서 나오잖아요. 그러니 업계는 충격에 빠지고 AI가 다 대체할 거다 그러고. 

그런데 이게 회사에서도 가장 잘 나오는 걸 보여주는 거거든요. 일반인은 이런 작업물을 만들기가 힘들어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하죠, 전문가 수준의 요청을 해야 그런 작업물이 나와요. 일반인이 만들면 뭔가 기괴하거나 생각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여기에 착안해서 일반인도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에요. 이용자가 하기어려운 AI 모델 선정이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작업을 우리 서비스가 해줘서, 이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실제 기업에서 디자인 작업에 활용하기도 하고, 콘텐츠 이미지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고요. 
제로초의 자바스크립트 입문
 
-사실 더 놀라운 건 이렇게 계속 창업을 하고 회사다니는 와중에 책 쓰고 강의까지 하고 계세요. 

사실 제가 스타트업 창업을 계속 하니까 돈이 없었거든요. 2020년까지 회사에서 번 돈이 없어요. 그래도 계속 하니까 실력은 쌓이는데 돈은 안 벌리니까 뭔가 수입이 필요하다 싶어서 하게 된게 책과 강의였어요. 강의로 어느 정도 버틸 정도로 수입이 들어오니까 다시 창업에 도전하는 게 가능했죠.

시작은 블로그였어요. 처음 개발을 배우면서 배운 걸 정리하고 공유하는 의미로 블로그를 했거든요. 글을 연재식으로 꾸준히 쓰다 보니 20~30편 정도가 쌓였는데, 하나의 스토리, 커리큘럼처럼 완성이 되더라고요. 이걸 출판사에서 보고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이 책이 'Node.js 교과서'고요. 그러면서 동영상 강의도 시작하게 됐고요. 

첫 강의를 찍는데, 벽 보고 모니터 보고 찍으면 심심하니까 유튜브를 켜놓고 했어요. 볼 사람을 봐라 하면서. 그때 처음 채널을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보는 사람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첫 책을 쓸 때 개발자 1년 차였어요. 나중에 보니까 과거의 코드가 너무 부끄러워서 2판 때 내용을 싹 바꿨어요. 내년에 4판이 나올 것 같은데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어요. 그렇게 책도 개정판까지 하면 6번 정도 썼네요. 


-와, 1년 차에 책을 내고 강의까지 시작하셨다고요? 장점으로 '공부를 잘함'이라고 하신 게 이해가 확 되네요. 혹시 틀리면 어쩌지 걱정은 안 되셨어요? 아무래도 1년 차셨잖아요. 

처음엔 걱정도 됐죠. 그래서 블로그 글 쓸 때부터 개발자 커뮤니티 같은 곳에 글을 올리고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검토도 받고, 틀린 부분은 지적도 받고, 지적 받은 부분은 고치기도 하고, 업데이트해 가면서 글을 올렸죠. 

남에게 알려주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레벨업이 돼요. 남에게 알려주려면 막힘이 없어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공부를 진짜 많이 해야 돼요. 강의 하나 제작할 때마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께도 강의하듯 정리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창업을 하다보니 실력이 빨리 는 것도 있어요. 제가 다 만들고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대기업은 실수를 해도 어떻게 수습이 되고 넘어가는데, 저는 제 실수 한 번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망해요. 절실함과 책임의 강도가 다르달까, 뭐든 문제가 생기면 '당장 무조건 해결해야 돼' 이런 게 있으니까 훨씬 몰입해서 일하고 공부해야 하는 환경이었죠. 

-지금도 회사일 하면서 강의도 계속 하고 계신데, 이걸 어떻게 다 하죠? 

처음엔 책 한 권 쓰는데 1년씩 걸렸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3~4개월 정도 걸려요. 또 책을 강의로 만들고, 강의를 책을 만들고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로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어떻게 회사 일 하면서 이것까지 다 하지' 하시는데, 하다보면 효율적으로 하는 노하우가 생겨서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신감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자신감의 근본이 궁금한데요. 

개발하면서 느낀 건데, 중요한 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더라고요. 프로그래밍은 정답이 없어요. 정답을 찾았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정답이 바뀌어요. 한때는 정답이었지만, 서비스가 커지면 그건 더 이상 정답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냥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런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게 맞나? 틀리면 어떡하지?' 이런 거요. 정답이 없는데 자꾸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거든요. 지금 상황에서 공부하고 물어보고, 그렇게 찾은 결론이라면, 그게 지금 내 최선의 정답이라면 믿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실력이 늘면 또 다른 정답이 나오겠죠. 그럼 그때 고치면 되고요.  

사실 대부분의 자료는 인터넷에 다 있어요. 제가 프로그래밍 책을 한 100권 정도 봤는데, 대부분 다 인터넷에 있어요. 인터넷에 있는 정보만으로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요. 문제는 '내가 찾은 이 답이 맞는 걸까? 잘못된 정보면 어쩌지?' '인터넷에 다 공개돼있다고? 아닐 것 같은데?' 이런 불안감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모든 걸 정답과 오답으로만 생각하면 그 중간이 없어요.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 전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한 50% 제대로 돌아간다면, 이건 틀린게 아니라 50% 짜리 프로그램인거고, 계속 공부해서 60%, 70% 점점 잘 돌아가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 프로그램은 일단 돌아는 가면서 업그레이드하기 쉬운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아마 이런 생각이 남들한텐 자신감 있다고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스스로를 믿고, 그래도 정 모르겠고 긴가민가 싶으면, 그냥 인터넷에서 찾은 그게 답이라고 생각하고 해보면 좋겠어요. 
-이번에 <코딩자율학습 제로초의 자바스크립트 입문>을 출간하셨는데요. 인터넷에 다 있다면 책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사실 문법적인 정보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있어요. 처음엔 문법은 아예 넣지 말까도 생각했는데, 입문자들 입장에선 필요하겠더라고요. 여러 문법 정보들을 입문자들이 보기 편하게 한곳에 모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이게 파트1 입니다. 

더 중요한 건 실제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잖아요. 문법 공부 다 하고도 정작 프로그래밍을 하라고 하면 한 줄도 못 적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예를 들어, 외국인들도 한글은 하루만 공부해도 읽고 쓰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한국말을 잘하는 건 아니죠. 문제는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 대화를 하느냐잖아요. 문법이 한글이라면 프로그래밍은 한국말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실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게 파트2에요.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잘 만드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프로그래밍 언어를 얼마나 아느냐보다 프로그래밍 사고력을 기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제 강의를 듣고 책을 봤는데 코딩을 한 줄도 못 적겠어요' 이 얘기 듣는 게 제일 싫거든요. 책을 따라 하면 진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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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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