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에서 '용감한 초보자'로

[인터뷰] 장인성 前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CBO

2024. 04. 11 (목) 12:22 | 최종 업데이트 2024. 04. 22 (월) 10:45
前 배달의민족 CBO 장인성 인터뷰
회사에 다니며 50명이었던 직원수가 2,000명으로 늘어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안에서 국내 최고의 브랜드를 직접 일궈 낸다는 건?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제 모든 걸 쏟아부은 회사를 떠난다는 건-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책임져온 장인성 前 우아한형제들 CBO(Chief Brand Officer)가 퇴사를 고했다. 브랜드마케터로 산 지 25년, 듣도보도 못한 신생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우아한형제들’에 호기롭게 합류한 날로부터 11년 만의 일이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 신춘문예, 배민 문방구 등 누구나 듣기만 해도 ‘아~ 그거!’ 할 법한 기상천외 브랜딩 캠페인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저서 <마케터의 일>은 일잘러로 거듭나고자 하는 마케터라면 응당 읽어야 할 지침서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이 모든 영광의 자리를 홀가분히 떠나오며 새롭게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배민’과 찬란하게 이별한 자연인 장인성의 이름 앞에 이제는 어떤 수식어가 붙게 될지 자못 궁금해졌다. 

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며 촉촉하게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rareraw)와 함께 팝업 오피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그를 만나기 위해 성수동을 찾았다. 레어로우하우스 2층에 마련된 <장인성의 말랑한 오피스>로 들어서니, 당장이라도 개구지고 재미난 작당 모의가 펼쳐질듯 산뜻한 활기를 뿜어내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시 성수동 레어로우하우스 2층에 마련된 ‘장인성의 말랑한 오피스’. 누구나, 언제든 관람할 수 있는 팝업 공간이다. (사진 제공=레어로우)서울시 성수동 레어로우하우스 2층에 마련된 ‘장인성의 말랑한 오피스’. 누구나, 언제든 관람할 수 있는 팝업 공간이다. (사진 제공=레어로우)
- 인성 님, 반갑습니다. 오피스가 정말 멋진걸요. 여기로 출근하면 매일 아침마다 행복할 것 같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어제 처음 오피스를 오픈해서 저도 적응 중이에요. (인터뷰 영상 셀프 촬영을 위해 분주히 카메라를 세팅하며)  이런, 리모컨을 두고 왔네요. 처음이라 뭔가 자꾸 부족해요…


- 누구나 처음엔 조금씩 서투른 법이죠! 이런 말을 인성 님께 하자니 약간 어색하지만요. 퇴사 축하드립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은데, 우선 인성 님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네, 반갑습니다. 장인성입니다. 음… 저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이걸 새로 준비해야겠다.(웃음) 지난 11년간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달의민족 브랜드마케팅을 맡았습니다. 이전에도 에이전시와 NHN을 거치며 브랜드마케팅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했고요.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 장인성으로는 직장인들,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성장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왔어요. 그래서 나온 게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이고요. 최근엔 사는 것(buy)와 삶(live)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사는 이유>라는 책을 냈어요. 시대의 흐름을 캐치하며 살아가고 싶어서 요샌 유튜브도 하고 있습니다.


- 어딘가에 소속돼 계실 때보다 수식어가 다채로워진 느낌이네요. 11년의 회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셨어요. 어쩌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신 거예요?

퇴사… 쉽지 않았죠. 왜 쉽지 않았냐 하면, 회사가 좋아서 그래요. 회사가 별로라면 그만두기 쉬웠을 거예요. 좋으니까,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쉽게 서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좋은 건 좋은 거고. 점점 제 역량과 취향, 재미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변화는 아주 조금씩 찾아오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려운데요.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 좀 더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 할 때라는 판단이 서서히 들었죠. ‘안녕히 계세요!’하고 과감히 문을 닫아야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거잖아요.


- 마지막으로 자리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11년이 굉장히 긴 시간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이 변했어요. 

제가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배달앱 회사에 간다는 얘길 듣고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 괜찮겠어?’ 물었거든요. 이후엔 모두가 재밌어하고, 응원하고 싶어하는 브랜드이자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거듭났죠. 더 나아가 국민 배달앱으로 사람들의 호감과 지지를 받는 기간도 있었고, 한동안은 공룡기업이 횡포를 부린다며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어요.

한 회사에서 이토록 여러 단계를 거치며 브랜드의 성장을 지켜본 게 제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었어요. 훌륭한 동료들과 모든 과정을 함께한 것도 그렇고요. 

마지막으로 출근하던 날엔 지난 11년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라고요. 수고했다, 후회 없을 만큼 다 쏟아부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퍼니타임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장인성. (사진 제공=레어로우)
- 말씀하신 대로 참 긴 시간이었고, 또 워낙 많은 것들을 성취하셨잖아요.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키워오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모두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걸 하나만 꼽아본다면요.

배민 신춘문예라든지,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등 여러 프로젝트가 있었죠. 그런데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면, 전 그걸 꼽고 싶네요. ‘조직을 구성하는게 무슨 프로젝트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해요. 

조직이 잘 갖춰져있어야 모든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수 있거든요. 조직 없이 혼자, 혹은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조직으로는 멋진 일을 해내기 어려워요. 11년 내내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시간도 되게 많이 썼어요. 

팀원들이 우리의 목표와 문화에 공감하고,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라면 ‘이게 더 좋은 것 같지 않아?’라고 우리끼리 서슴없이 제안하는 문화를 만들었죠. 일 잘하는 조직이 되려면 그런 문화가 반드시 필요해요.

그리고 여기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모이도록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들여서 채용했어요. 이들이 지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끔 매니징하고 탁월한 조직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프로젝트예요. 그걸 잘 완수했다는게 제겐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죠.


- 수많은 마케터들이 우아한형제들을 다니고 싶은 회사로 지목한 것도 그래서겠죠. 그럼, 배달의민족과 함께한 11년의 시간이 인간 장인성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뭘까요?

‘사람’이지 않을까요? 저를 처음 우아한형제들에 불러주신 봉진 님(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부터 시작해 저와 같이 일했던 팀장님들, 팀원들 모두요. 이들과 일로 호흡을 맞추고 공감대를 이루고 일 잘하는 문화를 만들어온 게 가장 큰 자산이 됐어요. 

특히 11년간 봉진 님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11년 전과 지금의 그는 무척 달라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본인 스스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오신 거예요. ‘저 사람이 가진 가장 출중한 능력은 성장하고 발전하는 거구나!’ 싶을 정도니까요. 그걸 보면서 저도 계속 자극을 받아요. ‘내가 뭐라고… 나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해야겠다’ 마음먹게 되죠.


- 이미 많은 걸 이룬 25년 차 베테랑도 누군가를 보면서 자극을 받는군요.

그럼요. 함께 일했던 팀원들을 보면서도 많은 걸 배워요. 이승희 마케터, a.k.a 숭은 꾸준히 책을 내고 있잖아요. 어느날 그와 얘길 나누는데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싶대요. 이유를 들어보니, 유명세를 쌓거나 부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매년 1권의 책을 낼 수 있을 만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계속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자신의 목표에 담겨있는 거잖아요. 

같이 일하던 정상호라는 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동료들을 영상으로 담아주고 싶다며 카메라를 장만해서 촬영과 편집을 배우더니, 이제는 친구들의 영상을 아주 근사하게 찍어주고 있어요. 

제가 팀원으로 채용했던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이 친구들이 나를 키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멋진 동료들을 만난 게 우아한형제들이 제게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이죠. 


-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성 님을 보는데, 동료들에 대해 말할 때 표정이 정말로 행복해 보여요. 이렇게 누군가의 기쁨과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는 걸 그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런가요? 제 표정이 행복해보인다니, 그거 너무 좋은데요. 


- 브랜드마케터로서는 25년 차이지만, 자연인으로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셨네요. 막 태어난 아기 자연인으로서 어떤 포부와 기대를 품고 계신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라는 포부죠. 여러 뜻을 품고 있는 말이기도 한데요. 돈을 많이 벌어야 돼, 혹은 더 유명해지고 출세하고 싶어, 이런 건 절대 아니고요. 내게 쾌감과 몰입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일,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을 찾고 싶다는 의미예요. 그런 일을 찾는 과정에선 조바심을 갖지 않으려고 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야 하잖아요. 직장인 생활을 졸업했으니, 이제 충분히 시간을 두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어떤 걸 원하는지 탐구할 작정입니다. 그래서 요샌 스스로에 대한 탐구 활동에 몰입해 있어요. 
말랑한 오피스의 책감옥 책장에 꽂혀있는 장인성의 저서 <마케터의 일>과 <사는 이유>. (사진=박지민 기자)말랑한 오피스의 책감옥 책장에 꽂혀있는 장인성의 저서 <마케터의 일>과 <사는 이유>. (사진=박지민 기자)
- 지금까지의 탐구 성과는 어때요? 무얼 발견하셨을지 궁금한데요. 

작년 한 해 동안 <사는 이유>라는 책을 쓰면서 저의 소비 경험을 돌이켜 봤어요. 무언갈 소비한다는 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소비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죠. 책을 내면서 장인성이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떤 변화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정리했어요.

지난 한 달동안은 인터뷰 캠프를 했어요. 한 달동안 하루에 하나씩 질문이 주어지고, 그날 안에 1,000자의 글을 완성해 보내야 돼요. 그걸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봤죠.

지금 이 자리, ‘말랑한 오피스’를 연 것도 나를 탐구하기 위한 활동 중 하나예요. 혼자 골방에서 ‘난 뭘하고 싶은 사람이지?’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중요해요. 여러 사람을 만나 내가 몰랐던 걸 알게 되고, 혼자선 하지 않던 고민과 발상을 떠올리고, 그렇게 저를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요. 


- 퇴사 후 첫 프로젝트로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와 함께 팝업 오피스를 오픈했어요. ‘말랑한 오피스’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건가요?

제가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문장이 ‘아직 애기인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거예요. 누가 보면 저는 어른일 수 있겠지만, 저는 제가 아직 애기이고, 앞으로 한 50년쯤 더 살 거라고 보거든요. 50년이나 더 살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다 안다는 양 노인처럼 굴면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겠죠. 

2024년의 상태 그대로 50년을 더 산다니…! (짐짓 심각하게) 그럼 안 될 거 같아요. 애기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워지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마음 먹고 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 오피스가 어떻게 기능해야 할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문장 속 ‘무엇이든’이 되면 어떨까!

상담도 할 수 있고, 책감옥에서 무엇이든 꺼내 읽을 수 있고, 토론장이 될 수도 있고, 테이스팅 모임을 할 수도 있고, 달리기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는. 말랑말랑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죠.

레어로우는 철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인데요. 철은 딱딱하지만, 랙의 높이와 방향을 조절하고 다양한 색을 입히고, 책장으로 쓰던걸 책상으로도 사용하면서 용도와 형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요. 어찌보면 딱딱한게 아니라 유연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 철제 가구로 만들어진 오피스에 ‘말랑한’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장인성의 러닝 역사를 증명하는 애장품으로 채워진 '달리는 공간'. (사진 제공=레어로우)
- 말랑한 오피스는 읽고, 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구성됐어요. 인간 장인성을 이루는 가장 주요한 요소들로 꾸려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맞아요. 레어로우하우스에서는 뮤즈를 선정해 그 사람이 실제로 살 법한 공간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오피스를 준비하면서 제가 원하는 공간을 자세히 설명해드렸고, 이렇게 근사한 공간이 탄생했죠. 

지금 저희가 있는 이 방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인성 상담소’가 진행되는 공간이에요. 일 얘기도 좋고, 일상 얘기도 좋아요. 미리 상담을 신청해주시면 같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거예요.

옆에는 '책감옥'을 만들었는데, 제가 사는 집에도 책감옥이 있어요. 항상 책을 읽지는 않고 사서 쌓아두기만 해서 ‘책만 읽을 수 있게 누군가가 날 가둬줬으면 좋겠다’ 하고 바랐거든요. 고립되어 책과 나만 있는 공간, 읽는 것말고 다른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셈이죠.

제 개인 서재에서 브랜딩, 디자인, 인문, 에세이, 소설, 건축, 그리고 무라카미하루키. 이렇게 7가지 카테고리의 책 150여권을 가져와 그대로 꽂아뒀어요. 책감옥에 들어가면 정면에 있는 책장이고요. 양 옆 서가에는 같이 준비한 스탭들이 가져온 책이 꽂혀있어요. 나머지 한쪽에는 유유 출판사의 책이 있습니다. 글쓰기와 자기성장, 공부에 관한 좋은 서적이 많죠.

바깥 온실은 달리는 공간이에요. 러닝머신이 놓여 있고요. 제가 그동안 달릴 때 입었던 옷들과 수십 개의 완주 메달이 걸려 있어요. 자그마치 3시간39분11초를 끊고 들어온 2018년 시카고 마라톤 완주패와 포틀랜드 마라톤에서 신었던 신발도 가져다 뒀습니다.


- 인성 님의 달리기 사랑은 소문이 자자하죠.

지성과 감각으로 일하는 사람일수록 앉아서만 일할 게 아니라, 신체적인 활동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직장인분들에게도 운동을 꼭 하시라고 권해드리죠. 해봤다가 포기한 운동이 있더라도 나한테 잘 맞는 운동이 따로 있을 수 있으니, 계속 탐색해 보세요. 저한테는 그게 달리기였어요. 
前 배달의민족 CBO 장인성 인터뷰
- 다양한 경험으로 본인의 삶을 채우고 계시다는 게 느껴져요. 그게 일이랑도 연결되는 것 같고요. 

마케터라는 직업은 내가 파는 제품도 물론 잘 알아야하지만, 그보다 소비자 전문가’에 더 가깝다고 봐요. 사람들이 왜 이건 쓰고 저건 안 쓰는지, 어떤 것들을 아쉬워하는지, 수많은 선택지 중에 굳이 내 상품을 선택하는, 혹은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아야 해요. 그들은 왜 게으른지, 혹은 왜 부지런한지, 똑같은 사람이 어떨 땐 가성비를 찾으면서 또 어떨 땐 과시소비를 하는지. 이런 걸 이해해야 마케팅을 잘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우고 싶어요. 소비자 장인성! 내가 가장 잘 아는 소비자잖아요. 내가 나라는 소비자를 굴려서 여러가지를 해보는 거죠. 왜 굳이 힘들게 줄서서 맛집에 가지? 그런데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서 직접 웨이팅을 해보면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덕분에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감각은 가짜가 아니에요. 줄 서는 사람이 느끼는 진실이죠. 소비자의 진실을 이해해야 그들에게 무언가를 팔 수 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무언갈 소비하고… 꾸준히 다양한 걸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건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늘려가는 것과 같아요. 경험을 통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수록 소비자 전문가에 가까워질 수 있는 거죠.


 - 말랑한 오피스 소개글을 보다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들을 그려봅시다’라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만약 이 세 가지가 각각 분리되어 있는 개념이라면, 무엇의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걸까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 이 3가지는 각각 다른 차원의 레이어(layer)예요. 각자의 차원에서 고유한 값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죠. 

사회초년생 때 그런 고민을 자주 하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저에게 그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전 두 가지가 같은 지향점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면 돼요.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경우부터 얘기해 볼게요. ‘난 사진 찍는게 너무 좋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돈을 벌지 못해도 해보고 싶어!’ 이런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계속 하고 싶어요. 잘 찍고 싶은데 결과물이 형편 없다면, 수도 없이 연습을 거듭하죠. 

이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하게 돼요. 좋아하는 일에는 몰입하게 되고, 투자하게 되고, 더 나아지고 싶어지니까요. 물론 간혹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좋아서 미친듯이 하다보면 평균 이상은 할 수 있게 되고 높은 확률로 잘하게 될 수도 있어요.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전략도 좋아요. 내가 산수, 수학, 통계 이런 일들에 재미를 못느끼지만 잘해요. 그럼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으니 계속 하죠. 웬걸, 대충 하는데도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줘요. 나한테 맡기면 든든하대요. 그러면서 점점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돼요. 그럼 재미가 없겠어요? 재밌어져요. 이것도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체로 잘한다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성취의 재미를 느끼게 되죠. 

좋아하는 일을 택해서 잘하게 되는 것도, 잘하는 일을 택해서 좋아하게 되는 것도 좋은 전략이에요. 잘하니까 좋아지고, 좋아하니까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거든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택했는데 아무리 해도 잘하지 못하면 조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고요. 잘하는 일을 아무리 해도 좋아지지 않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요. 


- 그럼 의미 있는 일은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보통 남에게 피해가 되고 누군가의 불행이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잖아요. 
 
의미 있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과 연결이 되면 ‘좋아하는 일’로도 확장돼요. ‘내가 잘하는 일인데 이게 의미가 있네?’ 그럼 그 일이 너무 좋아지거든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 이 3가지가 각각 다른 축을 가지고 있지만 파워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하나를 핵심 축으로 삼으면 나머지 2개가 그걸 따라가게 됩니다.
 
- 3개의 레이어가 차곡차곡 쌓여서 한 점으로 모인다면 일에서 엄청난 행복을 느낄 수 있겠네요. 좋은걸요. 이런 고퀄리티의 답변이라니… 저도 ‘인성 상담소’에 상담을 신청하고 싶어졌어요.(웃음) 후배들과 일하실 때도 상담을 많이 해주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나요?

주로 마케터 초년생 친구들이 ‘전문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내가 하는 생각은 디자이너, 기획자, 대표님 누구나 다 하는 것 같고, 심지어 그들이 하는 말이 더 타당해요.열심히 기획안을 준비했는데, 디자이너가 듣더니 논리적으로 반대 의견을 냅니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주니어 마케터들은 본인에게 전문성이 없다고, 기술을 익혀서 전문성을 쌓아야한다고 여겨요. 

저는 그들에게 말해주죠. 훌륭한 마케터는 남들보다 더 뛰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남들이 더 괜찮은 얘기를 하면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이라고요. 본인이 맡은 일이 잘 되면 되는 거지, 반드시 자신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해야할 필요는 없어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여서 더 멋진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게 마케터예요. 주니어일 때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다른 어떤 직군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어떤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풀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게 마케터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인성 님에게도 이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을 해주는 선배가 있었겠죠?

정말 많죠. 제가 쓴 책 <마케터의 일>은 선배들의 조언을 모아서 제가 기억하고 소화한 내용들을 적어내려간 거예요. 지금도 선배들의 수많은 조언이 떠오르는데요. 그중 하나만 꼽아보자면, 처음 팀장이 됐을 당시 제 실장님이셨던 유승재 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있어요. 

팀장은 팀원들의 모자라고 부족한 면을 지적해 성장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이 가장 잘하는 것을 파악해 그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역할이라고요. 팀원의 부족한 부분은 그걸 잘하는 다른 사람이 보완할 수 있게끔 해주고, 잘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하셨죠. 

지금 들으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그땐 그걸 잘 몰랐어요. 초보 팀장인 저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됐죠. 


-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하는 부분을 더 잘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하기 보다는, ‘난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해. 이런 부분을 메워야 돼’라는 초조함에 시달리죠. 

조직장이 ‘넌 부족해’라고 얘기하기 때문이에요. 회사에서는 매년 직원들의 연봉협상을 해야하고, 승진을 결정해야 하니까 인사고과를 매기죠. 팀장들에게 직원들의 잘하는 점과 못하는 점을 찾아내라 하고요.

등떠밀린 팀장은 팀원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라고 지시해요. 팀원은 그런 피드백을 받고 나면 ‘이걸 보완하지 못하면 평가를 잘 받을 수 없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죠. 그럼 잘하는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요. 

보고서를 쓸 때, 메일을 작성할 때, 일을 할 때 내가 모자란 부분을 숨기는 데 급급하면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요. 소통은 어긋나고요. 자신의 약점에 솔직하면 ‘나 이거 못하는데 도와줄 사람 없나요’라고 꺼내놓을 수 있는데, 그걸 못하면 덮어놓고 숨기게 되죠. 일이 투명하지 못하니, 문제가 생겼을 때 팀장은 뭐가 왜 잘못됐는지 알아낼 수 없게 돼요.

일을 잘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개개인이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나누는 기쁨을 즐기는 장인성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 줄리앙의 그림.  손목시계의 6시부터 12시까지, 각각 다른 술이 그려져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나누는 기쁨을 즐기는 장인성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 줄리앙의 그림. 
손목시계의 6시부터 12시까지, 각각 다른 술이 그려져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 우아한형제들에 재직하실 당시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셨던 기억이 나요.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문장이 아닌가, 싶은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일’로 삶을 채우려면 그런 환경을 찾아가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걸까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돼 있어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어야 해요. 스스로를 그곳에 가져다 놓는 거죠.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불규칙하게 생활하고 술, 담배를 즐기며 방탕하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면 원하는 생활을 꾸리기 어려울 거예요.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내 주변을 달리기 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세요. 그럼 혼자만 안 달리기 쉽지 않아요.(웃음)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책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라도 원하는 모습을 가까이 둘 수 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책 읽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많이 구독해두고 보는 식으로요.  

나도 나와 결이 잘 맞고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좋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그 회사에 내가 어울리는지 돌아보고 스스로를 그렇게 가꿀 필요가 있어요.


- 그럼 인성 님이 생각하는 ‘좋은 일터’의 기준은 뭔가요?

함께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동료, 그리고 의미 있는 일. 이렇게 2가지가 갖춰지면 좋은 일터죠.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큰 보상은 동료와 일인 것 같아요. 

제게 배달의민족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던 봉진 님도 네이버에서 같이 일하던 사이였죠. 좋은 동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면 그들이 업계 전반에서 멋진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이 제겐 동기부여가 되고,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해요. 보고 배울 수 있는 스승이 되기도 하고요.

일을 하면서 다음 번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더 잘 해내볼까 고민하다보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져요.  그게 나를 키워주는 힘이 되죠. 만약 그게 아니라, 5년 뒤 혹은 10년 뒤에도 똑같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일을 해야한다면? 조금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아요. 


- 의미있는 일이 이끄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달려오셨어요. 브랜드마케터로 25년이라는 시간을 쌓아오셨는데, 아직도 브랜드마케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브랜드마케터라는 직업으로 저를 묶어놓고 싶진 않아요. 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의미 있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요.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모든 일들을 거침없이 해나갈 생각이에요.
책감옥에서 <컴퍼니타임스>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을 신중히 고르고 있는 그의 뒷모습. (사진=박지민 기자)책감옥에서 <컴퍼니타임스>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을 신중히 고르고 있는 그의 뒷모습. (사진=박지민 기자)
- 브랜드마케터라는 범주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다고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마케터로서 앞장서서 길을 개척하신 분이니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AI가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고, 눈감았다 뜨면 트렌드가 휙휙 바뀌는 이 시대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마케터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변하는 것은 각 시대마다 떠오르는 기술이고, 변치 않는 건 브랜드와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만드는 거죠. 

우선은 변치 않는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브랜드마케팅이라는 게, 변하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스킵해버리면 재주에만 몰두하게 되거든요. 이벤트를 잘 만들고, 행사 장소를 어레인지하고, 브랜드 필름을 만들고… 이런 건 다 기술이거든요. 기술이 뛰어나면 좋죠. 그런데 거기에만 매몰되면 그 기술을 가지고 뭘 해야하는지 목표를 까먹게 돼요. 

멋진 광고 필름을 만들어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브랜드가 고객과 제대로 관계를 형성했는지 살피는 일을 놓치게 되죠. 

브랜드는 혼자 존재하지 않아요. 소비자, 대상이 있을 때 브랜드가 존재할 수 있고 그 대상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브랜드가 시작되는 거죠.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아요. 브랜딩의 근본을 지키되, 시대에 맞는 수단들을 계속 바꿔가는 것, 그게 브랜드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이에요.


- 오늘 대화에서도 그렇고, 항상 동료와의 케미를 강조해오셨는데요. 앞으로 또 새로운 소속을 찾아가거나 멋진 팀을 꾸려야겠다는 욕구가 크실 것 같아요.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직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동료가 있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죠. 아까 말했다시피 의미 있는 프로젝트와 훌륭한 동료가 있다는 게 최고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지금의 자기 탐색 기간을 거쳐 어떤 회사로 다시 가게 된다면, 그건 아마 재미있고 훌륭한 동료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서일 거예요. 


- 말랑한 오피스는 8월까지 운영한다고요. 인성 님과 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성 상담소’ 프로그램은 5월까지로 예정돼 있고요. 그럼 남은 기간에는 또다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이 공간은 8월 25일까지,  5개월간 열려 있고요. ‘인성 상담소’는 5월 31일까지 진행해요. 사실 거기까지만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 이후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요. 갑자기 제가 구글 CEO 자리로 가게 될 수도 있잖아요. 애플 코리아에서 대표를 맡아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웃음)


- 거참 수상한 드립인데요. 제가 하면 허무맹랑한 농담인데, 인성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왠지 의미심장해보이고.(웃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게 될 지 모르니까 아직 일정을 안 잡아둔 거긴 한데, 상담소 운영을 더 하고 싶어지면 연장할 수도 있어요. 

런(Run), 드링크(Drink), 리드(Read). 3가지 키워드를 잡아놓고 사무실을 열었어요. 은 신체적 활동을 뜻해요. 몸을 움직이며 사람들과 체험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행사들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드링크는 감각의 유희를 의미하는데요. 지적인 탐구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도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예요. 그와 관련해 커피 테이스팅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겠죠. 리드는 배우고 받아들이는, 인풋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책이 될 수도 있고, 지적 영감을 주는 다른 활동도 가능하죠. 그런 행사들을 그때그때 열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감옥에 갇혀 컴퍼니타임스 독자요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 장인성. (사진=박지민 기자)책감옥에 갇혀 컴퍼니타임스 독자요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 장인성. (사진=박지민 기자)
- 마지막 질문을 드리기 전에, 책감옥을 가득 메운 책들 중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한 권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몸을 일으키며) 책장에 가서 좀 봐야겠네요. (한참동안 책감옥의 책장을 살펴보다가)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제일 맞을 것 같네요. <프리워커스>.


- 모베러웍스!

이 책은 무려 ‘번아웃’으로 시작됩니다. 이게 맞나, 나 뭐하고 있나? 부터 시작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다 재밌지만은 않고, 그 나름의 역경이 있잖아요. 그런데 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을 때 그걸 뚫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그래 나따위가 뭐라고…’하면서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게 되죠.(웃음) 다 읽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같은 계열의 책으로 <유난한 도전>도 추천해요.


- 토스! 세상엔 일을 재밌게 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미친 것 같이 일하는. 근데 이 미친 것 같이 일한다는 건 그만큼 재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만큼 미칠 수 있는 거죠. 토스처럼요.


-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네요. 인성 님의 마음 속에는 이상적인 오피스의 모습이 있을 것 같아요. 말랑한 오피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성 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모든 일터에 어떤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싶으신가요?

읽고 보고 배우는 인풋이 있고, 그것들을 재료 삼아 내 생각과 어떤 결과물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풋-아웃풋이 원활한 거죠.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더해져서 인풋과 아웃풋이 다채롭게 곱셈을 하며 펼쳐지길 바라요. 지적인 활동뿐 아니라 역동적인 활동들도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인터뷰를 마친 뒤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메모리카드를 제대로 준비 못해서 인터뷰 녹화가 중간에 꺼진 것 말고는 정말 재밌었어요. 브랜딩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영상에 담기지 않은 게 못내 아쉽지만…”

초보 유튜버의 미숙함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를 보자니, ‘애기’로 살겠다는 그의 다짐이 얼마나 진실된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이윽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배민을 11년간 이끈 장인성도 애기인데, 용감한 초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내가 뭐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뜀박질할 용기가 샘솟는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스스로 응원하며 오늘을 달려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유쾌하고 설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말랑해진 마음으로 인간 장인성의 일과 삶이 놓여있는 오피스를 다시금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건물 밖으로 나서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말끔히 개어있었다. 산뜻한 바람이 뺨을 간지럽힌다. 완연한 봄이다. 어쩐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박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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