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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디컬스페셜리스트가 말하는 우루사 최신지견 3판 제작기
메디컬팀 윤지영 님
2026. 06. 02 (화)
2022년 12월 Nature에 게재된 연구를 계기로 UDCA(우르소데옥시콜산, 우루사의 주성분)와 코로나19의 관계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비자, 의료진, 인플루언서가 각자의 언어로 이를 해석하면서 시장에는 검증된 정보와 추측이 뒤섞였다. '국민 간장약'이라는 친숙한 이미지와 새로 쌓인 임상 근거가 맞부딪히는 가운데, 그 근거를 한데 모아낼 학술 자료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혼선을 정리한 사람이 대웅제약 메디컬팀 윤지영 님이다. 그는 '워킹백워드' 방법론을 도입해 전사가 동일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술 메시지 체계를 구축했고, '우루사 최신지견 3판' TF를 꾸려 수백 건의 임상 데이터를 질환 중심으로 재편했다. 한약학을 전공한 한약사가 어떻게 65년 브랜드의 학술적 메시지를 정리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들어봤다.
*최신지견: 의학, 과학, 학술 분야 등에서 가장 최근에 밝혀진 연구 결과나 새롭게 형성된 전문적인 의견 및 지식을 모은 자료

Q. 어떤 계기로 메디컬팀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저는 조금 독특한 경로로 이 일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컴퓨터공학과 미디어학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가 약학대학에 재입학해 한약학을 전공했습니다. 한약사가 되고 나서는 한약재의 과학화와 품질관리에 관심이 많아 품질경영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제약회사 QC 업무를 목표로 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한약성분 기반 일반의약품(OTC) 제품의 PM으로 제약업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판촉자료 제작과 검토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갈증이 점점 커졌어요. 회사에 판촉자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 따로 없다 보니 PM들이 필요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료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의약품은 법규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분야인데, 그걸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바로 그때 대웅제약에서 학술팀(현 메디컬팀) 채용 공고를 보게 됐고, 지원해 합격한 뒤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Q. 학술 업무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지원하셨다고 했는데, 다른 제약회사도 많은 가운데 왜 대웅제약이었나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채용 공고만 봐도 학술 업무를 단순 지원 업무가 아니라 전문 영역으로 다룬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또 우루사, 임팩타민처럼 국민들에게 친숙한 의약품을 다루는 회사다 보니, 제가 만드는 학술 자료의 영향력도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입사 전부터 들었던 얘기가, 여기는 배우고 싶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라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입사해보니 정말 그랬어요. 예를 들어 '거현량 제도'처럼 외부 전문가에게 직접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제도부터 다양한 역량 강화 교육까지, 필요한 것은 아낌없이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며 현재까지 메디컬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메디컬 스페셜리스트라는 직무가 일반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메디컬팀은 약을 개발하거나 만드는 팀은 아니에요. 이미 시장에 나온 약에 대해 '어떻게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팀이죠.
핵심 업무는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의료 전문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각 고객에게 가장 유용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설계하고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의 과학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예요.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외부로 나가는 모든 판촉자료를 검토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입니다. 의사용 브로셔, 환자용 사용설명서, 교육 영상 등 형식은 다양하지만, 약사법과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며 정확성과 적법성을 관리합니다.

Q. 그 두 가지 핵심 업무가 가장 도전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최근의 '우루사 최신지견 3판' 개정 작업이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배경에서 시작하게 됐나요?
당시 '우루사 최신지견'은 1999년에 1판, 2014년에 2판이 발간된 이후 10년 만의 개정을 앞두고 있었어요.
그 10년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UDCA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연구가 국내외에서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의약품은 법적인 제약 안에서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요. 코로나19에 대한 효과를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홍보하거나 병의원에서의 처방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었죠. 홍보 측면에서도 기존 보도자료와 새 연구 메시지가 섞이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어요. 메시지를 통일하고, 어떤 채널에서든 그 메시지가 동일하게 전달되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 시기에 자사가 직접 진행한 PEGASUS-D 연구를 통해 위절제 위암 환자의 담석 예방 적응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고, 그 결과가 국내 위암 가이드라인에도 수록됐거든요. 단순히 친숙한 간장약을 넘어, 임상 근거가 확실한 치료제로서 의료 전문가들에게 다시 인정받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었어요.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겹쳐 있었어요. 우루사는 워낙 익숙한 약이다 보니 의약사들 사이에서도 점점 '오래된 약'으로 인식되면서 관심이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새로 쌓인 근거들을 한데 모아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PEGASUS-D: 위절제 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에게 UDCA를 투여했을 때 담석 발생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한 대웅제약의 대규모 임상 연구
Q. 이런 문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셨어요?
'시스템 구축'과 '콘텐츠 재편', 두 갈래로 접근했어요. 먼저 시스템 쪽은 아마존의 '워킹백워드(Working Backward)' 방법론을 활용했어요. 최종적으로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를 먼저 정의하고, 그 지점까지 역으로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에요. 코로나19에 대한 UDCA의 효과를 기존에 알려진 약리 작용과 함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유관부서 협업과 사내외 전문가 검증을 거치며 메시지를 고도화했어요. 이렇게 정리된 메시지는 유관부서 교육과 사내 게시판을 통한 전사 홍보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일시켰고, 외부 배포 자료에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했죠.

Q. 콘텐츠 재편을 위해선 TF를 꾸렸다고요?
네 맞습니다. 우루사의 최신 학술 근거를 한 권으로 다시 정리하기 위해 사내 마케팅 부서, 건강정보 콘텐츠 전문부서 등과 함께 '우루사 최신지견 3판 발간 TF’를 꾸렸어요. 최근 10년간 발표된 약 200여 건의 연구를 검토하고, 그중 약 60여 건의 주요 논문을 선별해 원고를 구성했어요. 거현량 제도를 통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구성을 질환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고, PEGASUS-D를 비롯한 핵심 연구는 연구자 인터뷰 콘텐츠까지 함께 담아 임상적 중요성을 더 부각시켰습니다. 2판 대비 콘텐츠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 결과물이었어요.
Q. 그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우루사 최신지견' 직전 판만 해도 280쪽이 넘는 자료였어요. 검토해야 할 임상 연구만 수백 건이었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다시 선별해 원고로 구성해야 했죠. 일상 업무를 병행하면서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를 골라내는 과정 자체가 큰 도전이었어요. 무엇보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의 학술적 근간을 새로 쓴다는 책임감이 컸습니다. 잠을 설친 날도 있었어요.
Q. 막막함을 풀어낸 본인만의 방법이 있었나요?
첫 번째는 처음부터 완벽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큰 틀인 목차부터 잡고 단계별로 하나씩 채워가며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꿔갔어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일단 시작해보면 다음에 할 일이 보이거든요.
두 번째는 혼자 끌어안지 않는 것이었어요. 사내 콘텐츠 전문가와는 실무적인 해결책을 논의했고, 외부 전문 의료진에게는 진료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구성이 무엇인지 직접 여쭈었어요. 좋은 질문을 갖고 적합한 사람을 찾아가면, 막혀 있던 부분이 의외로 빠르게 풀리더라고요.
Q. 방금 말씀하신 외부 전문가 자문이 '거현량 제도'를 통해 이뤄진 거죠? 이번 일에서 이 제도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더 듣고 싶어요.
거현량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직접 자문을 구하며 배우는 회사 제도예요. 이번 최신지견을 만들 때 "의료진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어떤 구성이 진료 현장에서 가장 유용할까" 같은 근본적인 고민이 많았는데, 그때 간질환 전문 의료진의 조언을 직접 구할 수 있었던 게 큰 전환점이었어요.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내용을 질환 중심으로 다시 짜고, 주요 적응증을 앞쪽에 배치하면서 책자의 실무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죠.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분석할 때도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논문 작업을 진행하며 학술적으로 더 깊이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Q. 발간 이후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워킹백워드로 정리한 핵심 키워드들이 인플루언서 콘텐츠와 언론 보도에 일관된 형태로 반영되기 시작했어요. 복잡한 학술 정보가 대중의 언어로 정확히 전달되는 경험을 직접 본 거죠. 이 사례를 계기로 메시지 설계 시스템은 현재 전문의약품(ETC) 8개 품목, 감염병 대응 가이드, 일반의약품 등 컨슈머헬스(CH) 영역의 5대 명품 등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Q. 시스템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변화도 직접 보셨다고요.
네, 그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보람된 부분이었어요. 처음엔 팀원들도 메시지 정리 자체에 어려움을 느꼈어요. 완벽한 첫 문장을 쓰려고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그래서 팀 내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해결 방안이 보인다”는 ‘Just Do It’ 성공원리를 전파해서 작은 목표를 세워 일단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지금은 팀원들이 이 방식을 스스로 내재화해서, CH 명품 2종(이지덤·이지엔)에 대한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 정리하고 실행에 옮기는 수준으로 성장했어요. 제가 만든 시스템이 저를 떠나 팀 전체의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경험이 조직 역량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Q. '우루사 최신지견 3판' 발간 이후 의료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됐다고 들었습니다.
2024년 12월에 개정을 완료하고 2025년 1월에 발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약 4천 명의 의료진이 참여해주셨어요. 117개 매체에 보도자료가 게재되면서 대외적인 브랜드 위상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었고요. 사내에서도 '우루사 제대로 알리기' 전사 교육을 통해 내부 구성원의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Q. 이런 사례들을 거치면서, 최근 메디컬팀의 업무 범위도 더 넓어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기존 자료에만 의존해 메시지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확대하려면 어떤 연구가 새로 필요한지 발굴하거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지 등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다루는 영역으로 업무를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식약처 허가 이전 단계, 그러니까 어떤 질환에 우리 제품을 쓸 수 있을지 연구 주제 자체를 발굴하는 일까지 들어가는 거죠. 단순히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제품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증명하는 단계까지 들어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그 변화의 흐름 안에서, 지영 님 본인은 어떤 시도를 하고 계신가요?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외부 교수님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UDCA의 효과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했어요. UDCA가 코로나19 감염 및 중증 악화 위험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결과를 학술지에 실으면서, UDCA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우리 약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떻게 처방되는지 분석하거나, 장기 안전성을 추적하고, 여러 연구를 통합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영역까지 전문성을 넓혀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방법을 먼저 찾는 사람’이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시작조차 할 수 없거든요. 작은 목표라도 세워 일단 부딪혀 보면, 길을 잃었을 때 도와주는 동료가 생기고 예상치 못한 해결책도 보이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혼자만 앞서나가는 게 아니라, 주변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배운 걸 아낌없이 공유하고, 막히면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며, 동료의 고민을 내 일처럼 함께 나누는 거죠. 그렇게 팀 전체의 파이가 커질 때, 개인의 성장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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