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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루푸스 신약 개발
자가면역신약팀 이길우님
2026. 06. 02 (화)
면역은 원래 우리 몸을 지키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이 있다. 전신홍반루푸스(SLE)다. 피부와 관절은 물론, 신장과 폐까지 침범하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맞는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있는 약으로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자가 있다. 면역학 박사 출신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몸담아 온 이길우 님이다. 그는 2022년 대웅제약에 합류한 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신규 과제를 제안해 프로젝트 리더 자리까지 올랐다.
정답지가 없는 First-in-class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업무에 필요한 학습 기회를 제한 없이 지원해주는 ‘무제한 교육 지원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초 과학의 발견이 실제 환자의 치료로 이어지는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한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해 주세요.
대웅제약 자가면역신약팀에서 새로운 약을 찾는 일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면역 시스템이 오작동해서 생기는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에요. 현재는 루푸스 같은 만성 자가면역질환 분야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화학·약리·독성·임상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요, 저는 이 과정 전체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데이터를 종합해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판단하고, 프로젝트가 목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걸리는 과정인 만큼, 초기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전체 일정이 크게 밀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역할이 중요합니다.
Q. 그 과정에서 ‘루푸스’라는 질환에 특히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입사 후 맡았던 첫 업무는 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실험으로 검증하는 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전신홍반루푸스(SLE)를 깊이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루푸스는 면역 시스템이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으로, 피부와 관절은 물론 신장·폐·혈관까지 침범해요. 환자마다 증상도, 진행 양상도 달라서 치료 자체가 매우 복잡한 질환입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지금 사용되는 치료제만으로는 환자들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처럼 면역 반응 전체를 억제하는 방식에 아직도 많이 의존하고 있고, 보다 정밀한 치료제가 일부 나오긴 했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이진 않아요. 이 현실을 연구자의 눈으로 직접 마주하면서, "더 나은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기존과 다른 어떤 접근법을 찾으셨나요?
면역 시스템 전체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핵심 면역 신호만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을 찾았습니다. 무너진 면역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전략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평소 주목하고 있던 특정 면역 타깃이 있었는데, 논문과 연구 자료, 내부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그 타깃이 실제로 루푸스의 원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어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Q. 막상 연구를 시작하고 보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기존에 비슷한 약이 있으면 그 구조나 접근 방식을 참고할 수 있는데, 저희가 도전한 타깃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였거든요. 처음부터 모든 연구 방법을 새로 설계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팀 안팎의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춰야 했으니, 그게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Q. 그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셨나요?
문헌 조사, 유사한 단백질 구조 분석, 기전 기반 가설 설정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정보를 쌓아갔어요. 팀 내외 전문가들과 계속 검증하면서 비어 있는 영역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방식이었죠.
동시에 새로운 소규모 팀(TF)을 꾸렸어요. 팀원들의 본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자 전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주제 하나씩만 맡아 조사하도록 역할을 나눴습니다. 제가 과제의 큰 틀을 설계하고, 팀원들이 각자의 영역을 채워주는 구조였어요.
Q. 대웅제약에는 업무에 필요한 학습 기회를 제한 없이 지원해주는 '무제한 교육지원 제도'가 있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무제한 교육지원 제도'라는 이름 그대로, 업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회, 세미나, 전문 교류 프로그램 등 어떤 학습 기회든 제한 없이 참여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혁신신약살롱 같은 국내 전문 교류의 장은 물론, 2024년에는 미국면역학회(AAI)에도 참석했어요. AAI는 규모도 크고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 최신 연구 동향을 한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규 기술과 분석법 소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단기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용이했습니다.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보딩 세션이 따로 마련돼 있을 만큼 체계적인 학회였어요.
학회에서 돌아온 뒤에는 배운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했습니다. 타깃 검증 방법론부터 최신 연구 흐름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팀원들 반응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국내 학회랑은 레벨이 다르다", "저런 곳에 가면 노벨상 수상자 같은 대가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팀 안에서 학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학회에서 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이 타깃이 왜 병을 일으키는지', '약이 어떤 원리로 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설을 함께 구체화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Q. 그렇게 배우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연구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 있었다고요.
네, 특히 안전성 부분에서 확신을 얻었어요. 면역질환 치료제는 약이 제대로 작동할 때조차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러운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최근 동일한 타깃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안전성이 확인됐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관련 연구 결과와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저희가 연구하는 타깃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인 신약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초기 단계에서 실제 파이프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더 탄탄히 다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를 넘어 기술수출·도입 같은 사업개발 영역까지 역량을 확장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과학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는 리더로 성장해, 신약 개발의 시작부터 실제 성과까지 전 과정을 직접 이끌 수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이길우 님이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세 가지가 균형 있게 갖춰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전문성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면,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기본이에요. 다음은 자기 객관화입니다. 신약 개발은 워낙 넓고 복잡한 분야라 혼자 모든 걸 알 수 없어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채워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은 용기 있는 소통이에요.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때, 눈치 보지 않고 근거를 갖춰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이 세 가지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고, 후배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돌이켜보면, 제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과제를 제안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세 가지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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