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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당일 통보 후 바로 이직, 이래도 돼?

[혼돈의 직장생활] 서로 얼굴 붉히지 않도록 퇴사에도 매너는 필요합니다

2022. 06. 10 (금) 18:00 | 최종 업데이트 2022. 06. 22 (수) 09:55
"선배에게 옷 지적도 스스럼없이 하던 후배 A가 갑자기 이직한다며 상사에게 금요일 퇴근 때가 다 돼서야 퇴사 통보를 하더니 다음주부터는 바로 새 회사로 출근하겠다고 했다네요. 심지어 남은 연차는 휴가 처리해서 소진시켜달라면서요."

평소 타인에게 매너없이 굴다가도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세로 근무하는 동료, 얄미울 순 있지만 또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일 퇴사 통보는 좀 다른 문제 같아 보입니다. 인수인계나 대체 인력을 구할 새도 없이 퇴사하면 남은 누군가가 그 몫을 나눠서 해야 하니까요.

누군가는 불편한 동거가 되더라도 사직서 제출 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옮길 회사가 결정돼 있는데도 출근일에 임박해서 퇴사 통보를 하며 완벽한 '디졸브 이직'을 이루고 떠나는 등 퇴사의 모양도 실로 각양각색입니다. 

그런데 퇴사하려면 한달 전엔 말하는 건 국룰 아닌가? 회사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했는데? 하는 물음표들이 머릿 속에서 떠오릅니다. 이런 퇴사, 문제 없을까요?
◇ 당일 나가!(도 되죠?)...회사는 NO, 근로자는 OK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 전 예고해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의 예고"에 따라 해고하려면 30일 전 예고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인데요.

반면, 근로자는 퇴사를 30일 전 미리 알리지 않아도 됩니다. 퇴사 통보 시점에 대한 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회사에서 내규상 30일 전 퇴사를 통보해야 한다고 했더라도, 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당일 퇴사 통보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회사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서 강제로 다니도록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빌미로 취업할 수 없게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다면 취업방해(근로기준법 제40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퇴사가 아니라 해고로 처리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처리를 할 수 없고, 이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를 거치거나 해고무효확인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헌법(제15조)에서부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 사연 속 후배 A씨의 퇴사가 원만히 정리됐다면 연차를 다 소진한 때에 퇴사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 퇴사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통고 1개월 후부터 효력 발생
회사에서 퇴사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회사가 아무리 사표 처리를 안해주겠다며 버텨도, 사직 의사를 밝힌지 1개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퇴사는 됩니다.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60조 제2항)는 법적근거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재직 중'으로 근로제공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퇴사일 전에 출근을 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가 될 수 있는데요. 이 경우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 만큼의 임금이 차감되는데, 이 때문에 평균임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1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퇴직금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근로계약 당시 "무단퇴사시 손해배상" 조항을 넣었다면 어떨까요? 이것 또한 무효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예정금지)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회사는 직원의 무단퇴사로 어떤 손해(인수인계 미이행 등)가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입증해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퇴사의사를 밝힌 후 인수인계 등의 노력까지 다했다면 회사에서 문제삼기 어렵기도 하고요.   

퇴사처리가 지연되다보면, 이직하려는 회사와 재직 기간이 일시적으로 겹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공기업처럼 겸직금지 조항이 있는 회사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겸직 상태라며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사 처리 지연으로 일시적으로 겸직이 된 것이 해고를 당할만큼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법원은 합격통보를 한 순간부터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과 같다(서울행정법원 2020. 5. 8. 선고 2019구합64167 판결 등 참조)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 경우 근로 관계를 종료하려면 '합격취소'가 아닌 '해고'를 해야 하는데, '일시적 겸직'은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겼다면, 해고무효소송이나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을 해서 다퉈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합격했는데 채용 취소"…대응법은?

정리하자면, 임박해서 혹은 당일에도 퇴사를 통보할 수 있고, 회사가 받아들여서 수리해 준다면 당일 퇴사도 가능합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해도 최대한 한달 후에는 퇴사 처리가 됩니다. 

하지만 퇴사에도 매너가 필요한 법입니다. 다시 얼굴 안 볼 사람들 같아도 동종업계 내 이직이면 또 볼 수밖에 없을 동료와 선후배들이고, 다른 분야와 직무로 이직했더라도 재직 회사와 직전 회사가 어쩌다 업무제휴를 맺고 협업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른다고 하듯 기간을 여유있게 두고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히고 퇴사하고, 이직할 곳의 출근일과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해 퇴사처리가 된 후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는, 배려하는 이별의 자세를 보여주는 게 좋겠습니다.
안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혼돈의직장생활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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