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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했는데 채용 취소"…대응법은?

[혼돈의 직장생활] 죽기 살기로 애써서 최종합격했더니 나오지 말라는 회사

2021. 09. 29 (수) 23:57 | 최종 업데이트 2021. 09. 30 (목) 20:18
<컴퍼니 타임스>에 얼마 전 한 건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합격 통보 후 입사가 취소됐다'는 내용인데요.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준비하던 사회초년생이 갈 곳을 잃고 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었습니다. 

A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온라인광고대행사 인턴직에 지원했습니다. 채용 합격 통보를 받고 입사일까지 정해둔 상태였죠. 그런데 입사일을 안내 받은 3일 뒤 합격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 내부 프로젝트 무산으로 인력이 불필요해져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기업의 주먹구구식 일처리와 무책임한 채용 프로세스로 인해 지원자 A씨만 헛고생을 한 셈입니다. 최종합격까지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큰 상처를 입은 A씨의 분노는 사실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피뽑탈'. 통상적으로 최종 합격 이후에 진행되는 신체검사의 채혈검사에서 '피를 뽑고도 탈락'했다는 뜻의 말인데요. 몇몇 기업들이 최종면접 전에 신체검사를 진행하면서 피뽑탈 사례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합격 취소를 당했다는 경험담은 비일비재합니다. 비단 취업준비생 뿐만 아니라, 합격해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는데 채용이 취소되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도 더러 보입니다. 

코로나로 여러 회사가 위기에 처해 취업과 이직이 어려운 시국입니다. 하지만 채용이 취소될 정도로 경영 사정이 안 좋은 상황이라면, 채용 자체를 신중하게 진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회사는 회사 나름의 사정이 있다지만, 구직자 입장에서 합격이 취소되는 것 역시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니까요. <컴퍼니 타임스>가 합격 후 채용 취소를 겪은 이들을 위한 대처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 최종 합격 통보는 근로계약 성립...정당한 사유 없다면 '부당해고'
  • 우선 회사의 최종 합격 통보는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아직 출근을 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 있는 '해약권'이 유보된 상태로 해석하죠. 

    그래서 기업이 최종 합격 통보 후 채용 취소를 하려면, 즉 해약권을 행사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부당해고'가 문제될 수 있고요. 

    실제로도 합격 후 채용 취소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한 공단은 B씨의 채용을 취소하면서 '제설기 운전 및 유지관리 1년 이상의 경력'이 충족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B씨가 2년의 제설장비 운용 경력이 있지만, 제설기 운용 경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이 채용공고에 제설기가 눈을 만드는 장비임을 명시하지 않아 B씨가 스스로 자격기준을 갖췄다고 오인할 수 있었던 부분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격과 경험이 공단의 요구 내용과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B씨의 채용취소를 부당해고라고 2019년에 판결했어요. 

기업이 최종합격 후 채용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채용된 이가 허위 경력을 기재했거나 △경력이나 자격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와 △'구조조정'과 같은 경영상의 급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제보자의 인턴 채용도 기간이 정해진 근로관계인 만큼, 위에서 말한 내용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허나 인턴은 수습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일하는 경우가 많기에 회사가 채용 취소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정직원 채용보다는 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단순히 회사의 내부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는 이유로 채용을 취소한 것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듯 합니다. 
◇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민사 손해배상청구 가능
제보자에게는 두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먼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부당해고 등의 문제를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사담당자나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방법도 있지요. 이 경우에는 기업과 인사담당자의 과실을 비롯해 제보자가 입은 손해도 입증해야 합니다. 

이에 대응해 회사가 정당한 채용 취소 사유를 입증한다면 구제 받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보자가 알고 있는 채용 취소 사유 외에 회사 내부의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힘든 취업준비생을 더 힘들게 만드는 '채용 취소'는 이제 없어졌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신중한 채용 진행과 명확한 자격 요건 공지, 철저한 검토가 더 세심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오승혁 기자 [email protected]